변호사도 의사도…“전문직 여성 50% ‘직장 내 성폭력’ 경험”

입력 2018.11.05 (21:36) 수정 2018.11.0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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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 초 서지현 검사의 미투 이후, 일상 속 성폭력 문제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됐죠.

직장 내 성폭력, 전문직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의사나 변호사 처럼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들도 절반 가량이 직장 안에서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피해를 당하고도 70% 가량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김채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술에 취한 상사가 택시에 강제로 태우더니 모텔로 끌고 가 성관계를 요구했다".

"회식 자리에 남자친구를 부른 뒤, 둘이 잠자리를 가졌느냐고 집요하게 물었다".

"남성 동료들이 '음란 동영상' 이야기를 하다가 "이러다 미투 당하겠다"고 비꼬았다".

의사, 교수, 변호사 등이 직장에서 겪은 성폭력 사례들입니다.

5개 직종 전문직 여성에 대한 실태 조사에서 응답자 천여 명 중 절반이 직장 내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음담패설 등 언어적 성희롱이 가장 많았고, 신체적 추행도 3백 건이 넘었습니다.

성폭행이나 유사 강간 피해도 30건 가까이 있었습니다.

가해자의 70% 이상은 임원, 부서장 등 상급자였습니다.

피해자 10명 중 7명은 "당하고도 아무 대응을 못 했다"고 답했습니다.

업무상 불이익 등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박선영/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전문직 직종 같은 경우는 (문제 제기가)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조직 내) 평판,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내부고발자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최혜령/국가인권위원회 성차별시정팀장 : "조직에서 부적응자 내지는 '전문성이 떨어진다. 적절하지 않다'라고 해서, 그 사람(피해자)의 역량에 대한 평가로 환원이 돼서 훨씬 더 문제제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문제를 제기한 10명 중 1명은 업무상 부당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악의적 소문이나 따돌림을 당한 경우도 14%에 달했습니다.

고학력 구성원들이 모인 이른바 전문직 직장 안에서도 여성들이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천정아/변호사·실태조사 진행 :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짚어낸 얘기가 인식 개선, 인식 전환을 요구했어요. 직급에 따라, 직종에 따라 (성폭력 예방) 교육 내용이 달라야 하고..."]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직종별 회의체나 협회 같은 외부 기관에 신고, 구제 센터를 두는 등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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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호사도 의사도…“전문직 여성 50% ‘직장 내 성폭력’ 경험”
    • 입력 2018-11-05 21:40:40
    • 수정2018-11-05 22:22:48
    뉴스 9
[앵커]

올 초 서지현 검사의 미투 이후, 일상 속 성폭력 문제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됐죠.

직장 내 성폭력, 전문직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의사나 변호사 처럼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들도 절반 가량이 직장 안에서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피해를 당하고도 70% 가량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김채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술에 취한 상사가 택시에 강제로 태우더니 모텔로 끌고 가 성관계를 요구했다".

"회식 자리에 남자친구를 부른 뒤, 둘이 잠자리를 가졌느냐고 집요하게 물었다".

"남성 동료들이 '음란 동영상' 이야기를 하다가 "이러다 미투 당하겠다"고 비꼬았다".

의사, 교수, 변호사 등이 직장에서 겪은 성폭력 사례들입니다.

5개 직종 전문직 여성에 대한 실태 조사에서 응답자 천여 명 중 절반이 직장 내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음담패설 등 언어적 성희롱이 가장 많았고, 신체적 추행도 3백 건이 넘었습니다.

성폭행이나 유사 강간 피해도 30건 가까이 있었습니다.

가해자의 70% 이상은 임원, 부서장 등 상급자였습니다.

피해자 10명 중 7명은 "당하고도 아무 대응을 못 했다"고 답했습니다.

업무상 불이익 등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박선영/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전문직 직종 같은 경우는 (문제 제기가)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조직 내) 평판,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내부고발자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최혜령/국가인권위원회 성차별시정팀장 : "조직에서 부적응자 내지는 '전문성이 떨어진다. 적절하지 않다'라고 해서, 그 사람(피해자)의 역량에 대한 평가로 환원이 돼서 훨씬 더 문제제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문제를 제기한 10명 중 1명은 업무상 부당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악의적 소문이나 따돌림을 당한 경우도 14%에 달했습니다.

고학력 구성원들이 모인 이른바 전문직 직장 안에서도 여성들이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천정아/변호사·실태조사 진행 :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짚어낸 얘기가 인식 개선, 인식 전환을 요구했어요. 직급에 따라, 직종에 따라 (성폭력 예방) 교육 내용이 달라야 하고..."]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직종별 회의체나 협회 같은 외부 기관에 신고, 구제 센터를 두는 등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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