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대통령만 전용기 ‘휘장’ 영부인은 안돼” 의전원칙 맞나?

입력 2018.11.08 (20:05) 수정 2018.11.0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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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단독으로 인도를 국빈방문하면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2호기를 타고, 대통령 휘장을 가리지 않은 일을 두고 갑론을박이다.

김 여사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공식 초청을 받아 4일부터 7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했다. 영부인이 대통령 없이 외국을 방문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2002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아동특별총회 방문 이후 16년 만이다. 당시 이희호 여사는 전용기가 아닌 민항기를 이용했기 때문에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휘장을 단 채 외국을 방문한 것은 사실상 김정숙 여사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11월 4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대통령 없이 영부인 홀로 탑승한 전용기에 '대통령 휘장'이 걸린 것은 착오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통령께서 탑승하실 때만 노출된다는 대통령 휘장이 대통령 부인께서 홀로 탑승하시는 경우에도 적용된 것은 뭔가 착오가 있었든지 잘못된 것"이라는 문제제기였다.


지 의원은 지난 여름 이낙연 국무총리와 함께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던 일화를 함께 거론했다. 당시 전용기엔 대통령 휘장이 가려져 있었다. 지 의원은 "대통령을 대신하여 국무총리가 공군 1호기를 이용하는 것이지만, VIP(대통령)께서 탑승하는 것이 아니기에 비행기에 부착된 대통령 휘장을 가리는 것이 원칙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대통령 휘장이 노출된 이번 김정숙 여사의 경우 착오나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김정숙 여사 홀로 탄 대통령 전용기에 대통령 휘장을 가리지 않은 것은 실수일까?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전용기 휘장은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나 항공기에만 사용한다는 원칙에 대해 사실을 검증해봤다.


청와대 "국빈급 예우로 대표단 성격 보여주기 위해 휘장 가리지 않아"

청와대는 지난 5일, 지 의원의 문제제기에 발 빠른 해명을 내놨다. 김의겸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김 여사는) 모디 총리의 공식 초청으로 한국과 인도 간의 우호협력을 다지기 위해 대통령을 대신해 간 것"이며, "실제로 인도에서는 국빈급에 해당하는 예우로 여사를 환영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 국민들에게 대한민국 대표단 성격을 보여줄 필요성 때문에 휘장을 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춘추관장 "대통령 없이 전용기 사용한 적 없어...(휘장) 관련 원칙도 없다"

핵심은 대통령 전용기의 휘장 관련 원칙이 있느냐 여부다.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은 KBS에 "(대통령 전용기를 이 총리와 김 여사가 탄 것은) 대통령의 배려다. 대통령 전용기는 대통령만 탔다. 대통령께서 총리 등이 국익을 위해 해외순방을 나갈 때 (전용기를) 이용하시라고 한 경우는 역대 정부 중에 없었다"며, "(대통령 없이) 전용기를 탄 적이 없으니 관련 지침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대통령 전용기에 영부인이나 총리가 대통령 없이 타는 경우가 지금껏 없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원칙도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전용기 사용 규정은 있지만, 전용기에 부착된 청와대 로고나 대통령 휘장과 관련한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휘장 관련 판단은 총무비서관실에서 청와대의 기념품 등에 휘장을 넣어 제작할 수 있는지만을 판단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공군 "국무총리 탄 전용기 휘장 가린 것은 자체적 판단"

대통령 전용기를 직접 관리하는 공군의 입장도 동일했다. 공군 관계자는 지난 8월 이 총리가 탑승한 전용기의 대통령 휘장을 가린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국무총리의 방문이라는) 순방성격에 따라 휘장을 가렸다"고 하면서, "(근거가 될 만한) 관련 규정이 없어 자체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팩트 검증 : 휘장 사용 명시한 '대통령 표장에 관한 공고' 존재

그러나 지상욱 의원실 확인 결과, 대통령 휘장(표장)의 사용처를 명시한 대통령 공고 제 7호 '대통령 표장에 관한 건'은 존재했다.


1967년에 만들어진 해당 공고에는 대통령 표장의 규격과 사용처, 위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사용처는 "대통령 관인집무실, 대통령이 임석하는 장소, 대통령이 탑승하는 항공기 자동차, 기차, 함선 등에 사용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1967년에 이 규정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1966년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제대로 된 VIP 전용기를 미국에서 도입해 사용했기 때문이다. VC-54기를 도입하면서 전용기 내부와 외부에 대통령 '휘호'를 달았고, 이 때 관련 규정이 만들어졌다.

"대통령 탑승 항공기"가 "탑승할 경우만"인지 "전용기"인지 모호

그러나 청와대의 설명대로 이후 대통령 전용기는 대통령을 빼고 영부인이나 국무위원이 단독 탑승한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에 해석의 모호함이 발생한다. "대통령이 탑승하는 항공기, 자동차"를 '대통령 전용기나 전용 차량'으로 해석할 것인지 '대통령이 탑승할 때만'으로 해석해야 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KBS가 법제처에 유권 해석을 요청했으나 법제처에서는 "공고 같은 행정규칙에 대한 해석은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에 재차 문의한 바, "소관 부서이기는 하나 67년도에 제정된 공고이고, 이후 청와대 전용기를 대통령 없이 영부인이나 국무총리가 단독으로 사용한 사례가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세세하게 만들어 둔 매뉴얼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대통령 표장에 관한 공고'에 따르면 "대통령이 탑승하는 항공기에 휘장을 달아야 한다는 원칙"은 존재하고, 사실이다. 다만, 구체적인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때문에 청와대가 대통령 상징물 등에 관한 규정을 확충할 필요는 있다. 세계 외교무대에서 영부인의 역할이 커가는 만큼 그 위상에 맞는 적절한 의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홍보기획비서실과 국정홍보처가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각 부 장관도 전용기 있고 휘장도 별도 사용해

그렇다면 세계 외교무대의 중심에 서 있는 미국은 어떨까. 미국은 각 부 장관들에게도 전용기가 있다. 부처마다 휘장도 별도로 사용한다. 영부인의 휘장 역시 따로 있다.

미국 대사관 측은 그러나 "영부인이 단독으로 해외 순방에 나서더라도 비행기에 영부인의 휘장을 부착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왼쪽 사진은 이번 달 4일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함께 일본 순방에 나섰을 땐데, 미국 대통령 휘장이 게시돼있다. 오른쪽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지난 10월 말리를 단독으로 방문했을 때다. 이번엔 미 공군성의 휘장이 게시돼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 : AP=연합뉴스사진출처 : AP=연합뉴스

**KBS는 당초 팩트체크에서 "대통령 휘장에 관한 원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도했으나, 추후 보강 취재 결과 1967년에 제정된 "대통령 표장에 관한 공고"가 있는 것을 확인해 기사를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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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8 20:05:52
    • 수정2018-11-08 22:08:02
    팩트체크K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단독으로 인도를 국빈방문하면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2호기를 타고, 대통령 휘장을 가리지 않은 일을 두고 갑론을박이다.

김 여사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공식 초청을 받아 4일부터 7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했다. 영부인이 대통령 없이 외국을 방문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2002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아동특별총회 방문 이후 16년 만이다. 당시 이희호 여사는 전용기가 아닌 민항기를 이용했기 때문에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휘장을 단 채 외국을 방문한 것은 사실상 김정숙 여사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11월 4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대통령 없이 영부인 홀로 탑승한 전용기에 '대통령 휘장'이 걸린 것은 착오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통령께서 탑승하실 때만 노출된다는 대통령 휘장이 대통령 부인께서 홀로 탑승하시는 경우에도 적용된 것은 뭔가 착오가 있었든지 잘못된 것"이라는 문제제기였다.


지 의원은 지난 여름 이낙연 국무총리와 함께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던 일화를 함께 거론했다. 당시 전용기엔 대통령 휘장이 가려져 있었다. 지 의원은 "대통령을 대신하여 국무총리가 공군 1호기를 이용하는 것이지만, VIP(대통령)께서 탑승하는 것이 아니기에 비행기에 부착된 대통령 휘장을 가리는 것이 원칙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대통령 휘장이 노출된 이번 김정숙 여사의 경우 착오나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김정숙 여사 홀로 탄 대통령 전용기에 대통령 휘장을 가리지 않은 것은 실수일까?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전용기 휘장은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나 항공기에만 사용한다는 원칙에 대해 사실을 검증해봤다.


청와대 "국빈급 예우로 대표단 성격 보여주기 위해 휘장 가리지 않아"

청와대는 지난 5일, 지 의원의 문제제기에 발 빠른 해명을 내놨다. 김의겸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김 여사는) 모디 총리의 공식 초청으로 한국과 인도 간의 우호협력을 다지기 위해 대통령을 대신해 간 것"이며, "실제로 인도에서는 국빈급에 해당하는 예우로 여사를 환영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 국민들에게 대한민국 대표단 성격을 보여줄 필요성 때문에 휘장을 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춘추관장 "대통령 없이 전용기 사용한 적 없어...(휘장) 관련 원칙도 없다"

핵심은 대통령 전용기의 휘장 관련 원칙이 있느냐 여부다.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은 KBS에 "(대통령 전용기를 이 총리와 김 여사가 탄 것은) 대통령의 배려다. 대통령 전용기는 대통령만 탔다. 대통령께서 총리 등이 국익을 위해 해외순방을 나갈 때 (전용기를) 이용하시라고 한 경우는 역대 정부 중에 없었다"며, "(대통령 없이) 전용기를 탄 적이 없으니 관련 지침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대통령 전용기에 영부인이나 총리가 대통령 없이 타는 경우가 지금껏 없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원칙도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전용기 사용 규정은 있지만, 전용기에 부착된 청와대 로고나 대통령 휘장과 관련한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휘장 관련 판단은 총무비서관실에서 청와대의 기념품 등에 휘장을 넣어 제작할 수 있는지만을 판단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공군 "국무총리 탄 전용기 휘장 가린 것은 자체적 판단"

대통령 전용기를 직접 관리하는 공군의 입장도 동일했다. 공군 관계자는 지난 8월 이 총리가 탑승한 전용기의 대통령 휘장을 가린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국무총리의 방문이라는) 순방성격에 따라 휘장을 가렸다"고 하면서, "(근거가 될 만한) 관련 규정이 없어 자체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팩트 검증 : 휘장 사용 명시한 '대통령 표장에 관한 공고' 존재

그러나 지상욱 의원실 확인 결과, 대통령 휘장(표장)의 사용처를 명시한 대통령 공고 제 7호 '대통령 표장에 관한 건'은 존재했다.


1967년에 만들어진 해당 공고에는 대통령 표장의 규격과 사용처, 위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사용처는 "대통령 관인집무실, 대통령이 임석하는 장소, 대통령이 탑승하는 항공기 자동차, 기차, 함선 등에 사용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1967년에 이 규정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1966년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제대로 된 VIP 전용기를 미국에서 도입해 사용했기 때문이다. VC-54기를 도입하면서 전용기 내부와 외부에 대통령 '휘호'를 달았고, 이 때 관련 규정이 만들어졌다.

"대통령 탑승 항공기"가 "탑승할 경우만"인지 "전용기"인지 모호

그러나 청와대의 설명대로 이후 대통령 전용기는 대통령을 빼고 영부인이나 국무위원이 단독 탑승한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에 해석의 모호함이 발생한다. "대통령이 탑승하는 항공기, 자동차"를 '대통령 전용기나 전용 차량'으로 해석할 것인지 '대통령이 탑승할 때만'으로 해석해야 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KBS가 법제처에 유권 해석을 요청했으나 법제처에서는 "공고 같은 행정규칙에 대한 해석은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에 재차 문의한 바, "소관 부서이기는 하나 67년도에 제정된 공고이고, 이후 청와대 전용기를 대통령 없이 영부인이나 국무총리가 단독으로 사용한 사례가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세세하게 만들어 둔 매뉴얼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대통령 표장에 관한 공고'에 따르면 "대통령이 탑승하는 항공기에 휘장을 달아야 한다는 원칙"은 존재하고, 사실이다. 다만, 구체적인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때문에 청와대가 대통령 상징물 등에 관한 규정을 확충할 필요는 있다. 세계 외교무대에서 영부인의 역할이 커가는 만큼 그 위상에 맞는 적절한 의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홍보기획비서실과 국정홍보처가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각 부 장관도 전용기 있고 휘장도 별도 사용해

그렇다면 세계 외교무대의 중심에 서 있는 미국은 어떨까. 미국은 각 부 장관들에게도 전용기가 있다. 부처마다 휘장도 별도로 사용한다. 영부인의 휘장 역시 따로 있다.

미국 대사관 측은 그러나 "영부인이 단독으로 해외 순방에 나서더라도 비행기에 영부인의 휘장을 부착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왼쪽 사진은 이번 달 4일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함께 일본 순방에 나섰을 땐데, 미국 대통령 휘장이 게시돼있다. 오른쪽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지난 10월 말리를 단독으로 방문했을 때다. 이번엔 미 공군성의 휘장이 게시돼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 : AP=연합뉴스
**KBS는 당초 팩트체크에서 "대통령 휘장에 관한 원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도했으나, 추후 보강 취재 결과 1967년에 제정된 "대통령 표장에 관한 공고"가 있는 것을 확인해 기사를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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