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뉴델리에서 푸른하늘은 왜 볼 수 없을까?

입력 2018.11.09 (07:05) 수정 2018.11.0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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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왈리 축제 시작… 도심에선 폭죽 잔치

매년 11월이면 인도 뉴델리에서는 힌두교 '빛의 축제'인 디왈리가 시작된다. 올해도 지난 7일부터 디왈리 축제가 시작돼 뉴델리 시내 곳곳에서 대규모 불꽃놀이가 진행됐다. 인도 사람들은 디왈리 기간 전구로 집을 장식하는 것과 더불어 건강과 지식, 부, 평화, 풍요를 기리는 폭죽을 터트린다.


인도대법원은 올해부터 디왈리 축제 때 밤 8시부터 두 시간 동안만 폭죽을 터트리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폭죽도 '친환경'만 허용된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인도 시민들은 이 규정을 무시하고 유해 폭죽을 연신 터트려댔다. 올해도 어김없이 뉴델리의 하늘은 연기로 뒤덮였다.

뉴델리 대기 오염 '최악'...서울의 10배


인도대법원까지 나서 폭죽 사용 규제를 한 것은 인도의 최대 골칫거리 '대기 오염' 때문이다. 뉴델리는 겨울철에 접어들면 최악의 겨울철 스모그가 시작된다. 타임스오브인디아, ND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오전 한때 뉴델리 아난드 비하르 지역의 '인도 공기 질 지수'(AQI)가 최대치인 '999'를 찍었다.

뉴델리 시내 대부분 지수는 이날 오전 400∼500대 이상을 기록했다. 인도 공기 질 지수는 201∼300은 '나쁨', 301∼400은 '매우 나쁨', 401 이상은 '심각'을 뜻하는데, 최악의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8일 서울의 대기질과 비교하면 무려 10배 수준이다.

이날 뉴델리의 사는 한 학생은 "아침부터 숨이 막힐 지경이다. 우리는 눈도 뜰 수 없다. 어디에나 연기가 난다. 대기오염은 점점 심각해져 학교에 갈 수 없고, 산책할 수 없다. 걷는다 해도 호흡이 곤란하고 눈이 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인도에 출장을 다녀온 한 회사원도 "인도에서 한 달 동안 머물렀는데, 뿌연 하늘로 인해 해를 보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푸른 하늘은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논밭 태우기' '낡은 경유차' 등 대기오염 원인 산적

우선 인도에선 농부들이 추수가 끝난 후 11월 중순 시작되는 파종기까지 논밭을 마구 태운다. 이 기간 논밭에서 연기가 계속 뿜어대고 바람에 엄청난 재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도 영농철이 되면 논밭 태우기로 화재가 자주 나, 이를 금지하기 이르렀는데, 인도지역 농민들은 여전히 논밭 태우기를 하면 해충을 줄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낡은 경유차가 뿜어내는 매연도 문제다. 교통 체증이 심각한 도시 중의 하나인 뉴델리의 경우엔 낡은 차량의 비율이 높다. 이 차량이 내뿜는 배기가스가 대기오염의 원인 중의 하나다.

또, 도심 빈민이 난방과 취사를 위해 타이어 등 각종 폐자재를 태우고 있고, 곳곳에서 땅을 파는 건설공사 먼지 등이 더해져 가스실 수준에 이르고 있다.

대기오염 줄이기 '특별 대책' 발동


세계 '최악의 공기'라는 심각성을 느끼고 인도 당국도 발을 벗고 나섰다.

현재 인도 당국은 먼지 발생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수도권 내 땅파기를 포함한 모든 건설현장 공사를 중단시킨 상태다.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모든 산업시설의 가동도 지난 4일부터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하시 바르단 인도 환경부 장관은 대기오염 관련 민원이 제기되면 해당 업체나 기관에 며칠간 여유를 준 뒤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경고 후 5일째 곧바로 처벌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며 강력한 단속 의지를 밝혔다. 그는 "대기오염의 책임을 인근 주의 논밭 태우기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며 "우리 역내의 오염원을 줄이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한 때 초대형 헤어드라이어처럼 생긴 물대포로 공기 오염을 줄이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빠른 속도로 쏘아 올리는 미세한 물방울로 대기에 있는 오염물질을 씻어 내리게 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염 개선 효과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푸른 하늘이 그립다."


요즘 인도 뉴델리에선 시민들이 집집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했고, 길거리에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필수다. 야외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더라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곳에서 늦가을 푸른 하늘을 만끽하며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여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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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11-09 10: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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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왈리 축제 시작… 도심에선 폭죽 잔치

매년 11월이면 인도 뉴델리에서는 힌두교 '빛의 축제'인 디왈리가 시작된다. 올해도 지난 7일부터 디왈리 축제가 시작돼 뉴델리 시내 곳곳에서 대규모 불꽃놀이가 진행됐다. 인도 사람들은 디왈리 기간 전구로 집을 장식하는 것과 더불어 건강과 지식, 부, 평화, 풍요를 기리는 폭죽을 터트린다.


인도대법원은 올해부터 디왈리 축제 때 밤 8시부터 두 시간 동안만 폭죽을 터트리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폭죽도 '친환경'만 허용된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인도 시민들은 이 규정을 무시하고 유해 폭죽을 연신 터트려댔다. 올해도 어김없이 뉴델리의 하늘은 연기로 뒤덮였다.

뉴델리 대기 오염 '최악'...서울의 10배


인도대법원까지 나서 폭죽 사용 규제를 한 것은 인도의 최대 골칫거리 '대기 오염' 때문이다. 뉴델리는 겨울철에 접어들면 최악의 겨울철 스모그가 시작된다. 타임스오브인디아, ND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오전 한때 뉴델리 아난드 비하르 지역의 '인도 공기 질 지수'(AQI)가 최대치인 '999'를 찍었다.

뉴델리 시내 대부분 지수는 이날 오전 400∼500대 이상을 기록했다. 인도 공기 질 지수는 201∼300은 '나쁨', 301∼400은 '매우 나쁨', 401 이상은 '심각'을 뜻하는데, 최악의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8일 서울의 대기질과 비교하면 무려 10배 수준이다.

이날 뉴델리의 사는 한 학생은 "아침부터 숨이 막힐 지경이다. 우리는 눈도 뜰 수 없다. 어디에나 연기가 난다. 대기오염은 점점 심각해져 학교에 갈 수 없고, 산책할 수 없다. 걷는다 해도 호흡이 곤란하고 눈이 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인도에 출장을 다녀온 한 회사원도 "인도에서 한 달 동안 머물렀는데, 뿌연 하늘로 인해 해를 보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푸른 하늘은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논밭 태우기' '낡은 경유차' 등 대기오염 원인 산적

우선 인도에선 농부들이 추수가 끝난 후 11월 중순 시작되는 파종기까지 논밭을 마구 태운다. 이 기간 논밭에서 연기가 계속 뿜어대고 바람에 엄청난 재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도 영농철이 되면 논밭 태우기로 화재가 자주 나, 이를 금지하기 이르렀는데, 인도지역 농민들은 여전히 논밭 태우기를 하면 해충을 줄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낡은 경유차가 뿜어내는 매연도 문제다. 교통 체증이 심각한 도시 중의 하나인 뉴델리의 경우엔 낡은 차량의 비율이 높다. 이 차량이 내뿜는 배기가스가 대기오염의 원인 중의 하나다.

또, 도심 빈민이 난방과 취사를 위해 타이어 등 각종 폐자재를 태우고 있고, 곳곳에서 땅을 파는 건설공사 먼지 등이 더해져 가스실 수준에 이르고 있다.

대기오염 줄이기 '특별 대책' 발동


세계 '최악의 공기'라는 심각성을 느끼고 인도 당국도 발을 벗고 나섰다.

현재 인도 당국은 먼지 발생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수도권 내 땅파기를 포함한 모든 건설현장 공사를 중단시킨 상태다.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모든 산업시설의 가동도 지난 4일부터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하시 바르단 인도 환경부 장관은 대기오염 관련 민원이 제기되면 해당 업체나 기관에 며칠간 여유를 준 뒤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경고 후 5일째 곧바로 처벌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며 강력한 단속 의지를 밝혔다. 그는 "대기오염의 책임을 인근 주의 논밭 태우기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며 "우리 역내의 오염원을 줄이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한 때 초대형 헤어드라이어처럼 생긴 물대포로 공기 오염을 줄이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빠른 속도로 쏘아 올리는 미세한 물방울로 대기에 있는 오염물질을 씻어 내리게 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염 개선 효과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푸른 하늘이 그립다."


요즘 인도 뉴델리에선 시민들이 집집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했고, 길거리에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필수다. 야외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더라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곳에서 늦가을 푸른 하늘을 만끽하며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여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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