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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의 ‘국장 직무정지’는 정당한 조치일까
입력 2018.11.10 (15:02) 취재K
김상조의 ‘국장 직무정지’는 정당한 조치일까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상 초유의 '수뇌부 공백 사태'를 겪고 있다. 지철호 부위원장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취업 심사를 받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김상조 위원장의 뜻으로 외부 업무에서 배제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국장급인 유선주 심판관리관이 직무 배제됐다.

유 관리관의 경우, 김 위원장이 '직원 수십 명이 갑질 피해 신고를 했다'며 유 관리관을 직접 불러 직무배제를 명령했다. 유 관리관은 직무배제가 근거가 없을뿐더러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조치라며 최근 헌법소원을 냈고, 그에 앞서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공정위 내부에서 개혁을 막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직무배제 근거는 '갑질 근절 대책'
직무배제는 공무원 징계나 인사조치에는 포함돼 있지 않은 내용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무슨 근거로 직무배제 명령을 내렸는지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분야 갑질 근절 대책'을 근거로 들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경제부처 예산심사에서 "갑질 신고가 있으면 피해자 권익 보호를 위해 기관장 차원에서 상급자와 하급자를 분리할 수 있다"며 "대책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말대로 갑질 근절 대책이 유 관리관 직무배제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김 위원장이 언급한 내용은 지난 7월 5일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보도자료 18페이지에 나온다. 해당 자료에는 '(기관장의 보호 조치) 피해자 희망 시 가해자와 피해자 격리(인사조치 등)'이라고 나와 있다.


인사처 "권익위 담당", 권익위 "인사처 담당"
김 위원장은 이 문구를 기관장에게 가해자와 피해자 격리조치의 전권을 준 걸로 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지 확인해봤다. 먼저 국무조정실 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이 관계자는 "인사문제라서 인사혁신처에 물어봐야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 말대로 인사혁신처 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우리는 갑질로 중징계를 요구받은 가해자를 직위 해제하는 방안을 담당하고 있다"며 "가해자와 피해자 격리 대책은 국민권익위원회 담당"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국민권익위 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이 관계자는 "권익위에서는 갑질 금지를 공무원 행동강령에 넣고 갑질 방지 교육을 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며 "격리 조치는 인사처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인사처에 다시 한 번 확인했지만, "우리 업무가 아니다. 권익위에 물어보라"는 답을 할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국무조정실에 확인해보니 "인사 부분은 인사처 담당"이라고 답했다.

결국, 갑질 근절 대책에 나온 가해자와 피해자 격리는 어느 부처에서 만들었는지 확인이 안 되는 '미스터리 대책'이었고, 유권해석도 불가능했다.


직무배제 한 달…실효성 의문
공정위는 이 '미스터리 대책'을 근거로 유 관리관 직무배제를 한 달 동안 이어왔다. 김 위원장은 직무배제를 "정식 징계를 내린 것은 아니고, 신고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잠정적으로만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일시적·잠정적인 직무배제는 언제 끝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조사를 맡은 공정위 감사담당관은 조사가 언제 끝나느냐는 질문에 조사 중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고, 대변인은 이번 달에는 끝나지 않겠느냐는 전망만 했다.

유 관리관은 지난 한 달 동안 일은 하지 않았지만, 출근은 했다.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직원들과 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마주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하기 위한 조치라며 직무배제 명령을 내렸는데, 제대로 된 격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폭행이나 폭언 등 물리적 폭력으로 갑질을 한 것은 아니므로 물리적 격리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를 마주치는 것만으로 압박감이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들은 지난달 직무배제 사태가 발생한 이후 줄곧 직무배제는 김 위원장이 갑질 근절 대책을 검토해서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 결정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서 대책을 주도한 부처에서는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유 관리관이 제기한 헌법소원의의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김상조의 ‘국장 직무정지’는 정당한 조치일까
    • 입력 2018.11.10 (15:02)
    취재K
김상조의 ‘국장 직무정지’는 정당한 조치일까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상 초유의 '수뇌부 공백 사태'를 겪고 있다. 지철호 부위원장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취업 심사를 받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김상조 위원장의 뜻으로 외부 업무에서 배제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국장급인 유선주 심판관리관이 직무 배제됐다.

유 관리관의 경우, 김 위원장이 '직원 수십 명이 갑질 피해 신고를 했다'며 유 관리관을 직접 불러 직무배제를 명령했다. 유 관리관은 직무배제가 근거가 없을뿐더러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조치라며 최근 헌법소원을 냈고, 그에 앞서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공정위 내부에서 개혁을 막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직무배제 근거는 '갑질 근절 대책'
직무배제는 공무원 징계나 인사조치에는 포함돼 있지 않은 내용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무슨 근거로 직무배제 명령을 내렸는지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분야 갑질 근절 대책'을 근거로 들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경제부처 예산심사에서 "갑질 신고가 있으면 피해자 권익 보호를 위해 기관장 차원에서 상급자와 하급자를 분리할 수 있다"며 "대책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말대로 갑질 근절 대책이 유 관리관 직무배제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김 위원장이 언급한 내용은 지난 7월 5일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보도자료 18페이지에 나온다. 해당 자료에는 '(기관장의 보호 조치) 피해자 희망 시 가해자와 피해자 격리(인사조치 등)'이라고 나와 있다.


인사처 "권익위 담당", 권익위 "인사처 담당"
김 위원장은 이 문구를 기관장에게 가해자와 피해자 격리조치의 전권을 준 걸로 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지 확인해봤다. 먼저 국무조정실 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이 관계자는 "인사문제라서 인사혁신처에 물어봐야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 말대로 인사혁신처 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우리는 갑질로 중징계를 요구받은 가해자를 직위 해제하는 방안을 담당하고 있다"며 "가해자와 피해자 격리 대책은 국민권익위원회 담당"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국민권익위 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이 관계자는 "권익위에서는 갑질 금지를 공무원 행동강령에 넣고 갑질 방지 교육을 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며 "격리 조치는 인사처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인사처에 다시 한 번 확인했지만, "우리 업무가 아니다. 권익위에 물어보라"는 답을 할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국무조정실에 확인해보니 "인사 부분은 인사처 담당"이라고 답했다.

결국, 갑질 근절 대책에 나온 가해자와 피해자 격리는 어느 부처에서 만들었는지 확인이 안 되는 '미스터리 대책'이었고, 유권해석도 불가능했다.


직무배제 한 달…실효성 의문
공정위는 이 '미스터리 대책'을 근거로 유 관리관 직무배제를 한 달 동안 이어왔다. 김 위원장은 직무배제를 "정식 징계를 내린 것은 아니고, 신고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잠정적으로만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일시적·잠정적인 직무배제는 언제 끝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조사를 맡은 공정위 감사담당관은 조사가 언제 끝나느냐는 질문에 조사 중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고, 대변인은 이번 달에는 끝나지 않겠느냐는 전망만 했다.

유 관리관은 지난 한 달 동안 일은 하지 않았지만, 출근은 했다.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직원들과 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마주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하기 위한 조치라며 직무배제 명령을 내렸는데, 제대로 된 격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폭행이나 폭언 등 물리적 폭력으로 갑질을 한 것은 아니므로 물리적 격리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를 마주치는 것만으로 압박감이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들은 지난달 직무배제 사태가 발생한 이후 줄곧 직무배제는 김 위원장이 갑질 근절 대책을 검토해서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 결정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서 대책을 주도한 부처에서는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유 관리관이 제기한 헌법소원의의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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