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스페셜]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

입력 2018.11.10 (22:10) 수정 2018.11.1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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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 전쟁에서 희생된 자국 병사를 찾기 위해 미국 정부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죠.

하와이에 있는 전쟁포로·실종자 수색국에서는 65년 만에 돌아온 미군 유해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국가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현장에 정아연 순회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마이크 펜스/미국 부통령 : "오늘 우리의 아들들이 돌아왔습니다."]

지난 여름, 북미 정상간 합의로 북한이 송환한 6.25 참전 용사들의 유해입니다.

이들이 고향 땅을 밟기까지 65년이 걸렸습니다.

미국 하와이주에 있는 대규모 군사기지.

이곳에는 특별한 시설이 하나 있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전쟁 포로-실종자 수색국, DPAA입니다.

미군이 참전한 전 세계 전쟁터에서 유해를 찾고 신원을 확인하는 일을 전담합니다.

북한이 보낸 미군 유해 상자 55개도 이곳에서 감식이 진행 중입니다.

'한국전쟁 프로젝트'.

이 팀을 이끄는 진주현 박사는 유해 송환 협상의 숨은 공신으로, 6·25 전쟁 피란민의 손녀이기도 합니다.

[진주현/박사/DPAA 한국 전쟁 프로젝트팀장 : "북한에서 이번에 받은 유해는 상태가 그렇게 좋지가 않아서, DNA 검사 없이는 나이나 신장, 성별 이런 걸 추정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요."]

70년 가까이 묻혀있던 유해의 신원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여기 있는 건 유해 모형들인데요.

이렇게 작은 뼛조각 하나로도 병사의 신원 확인뿐 아니라 몇 구의 유해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먼저 DNA 검사 준비에 착수합니다.

[진주현/박사/DPAA 한국 전쟁 프로젝트팀장 : "(오래된 뼈일수록) DNA가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뼈 중에서 단단한 뼈, 사지골 뼈 같은 경우 DNA가 가장 잘 나오기 때문에 보존상태가 좋은 걸 골라서..."]

현재까지 17구에 대한 감식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그 사이, 연구실에선 또 다른 작업이 시작됩니다.

뼈만 보고도 인종과 나이 등을 추정하는 인류학 감식입니다.

[존 버드/박사/DPAA 연구소장 : "사지뼈의 길이와 모양도 인종별로 미묘하게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류학자들은 이런 차이를 구별하는 훈련을 하죠."]

남은 유골은 엑스레이 촬영실로 향합니다.

특히 쇄골뼈 분석은 미군 만의 독특한 방식입니다.

유해에 쇄골뼈가 남아있다면, 과거 미군 입대 시 찍어놓은 흉부 엑스레이의 쇄골뼈와 맞춰보고 신원을 파악하는 겁니다.

[폴 에머노스키/DPAA 법의학 감식 : "1950년대 장병들은 입대할 때 결핵 검사를 위해 흉부 엑스레이를 찍었습니다. 유해를 가져오면 쇄골, 경추, 흉추 엑스레이를 찍어서 유사한 정보를 비교 분석하는 거죠."]

북에서 송환된 유해 가운데 2명의 신원이 2주 만에 확인됐던 건 쇄골뼈와 치아가 남아있던 덕분이었습니다.

[캘빈 시로마/치의학자 : "치아 수복같은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치료 흔적을 찾는 게 가장 먼저고요. 금니나 도자기 씌운 것, 독특한 아말감 치료나 비금속 치료, 이런 것들이 개개인을 구별할 수 있게 하는 거죠."]

남겨진 유품은 그 어떤 것도 단서가 됩니다.

철모나 군복, 군화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 단서가 확보되면 첨단 기법이 동원됩니다.

DPAA가 최근 도입한 혼재 유골 분석 프로그램입니다.

뒤섞인 유해 속 뼈를 분석하고, 유품에서 확보한 정보와 유해 발굴 지역 정보 등을 종합해 실종자 정보를 맞춰나갑니다.

[폴 에머노스키/DPAA 법의학 감식 : "지난 수년간 우리가 이룬 혁신들 중 하납니다. 골계측 정보, DNA 정보 등 우리가 얻은 데이터를 이용해 신원 확인 작업의 속도를 올릴 수 있도록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거죠. 이전에는 이런 정보들을 통합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모든 과정에는 각기 다른 전문가들이 투입됩니다.

[존 버드/DPAA 연구소장 : "법의학, 병리학자 검시관 외에 3명의 법의학 치과의사, 50명 이상의 많은 법의학 인류학자들이 있습니다."]

[존 버드/DPAA 연구소장 : "현장 복원에는 고고학자들이 나서고요, 바닷속 발굴에는 수중 고고학자 4명이 따로 투입됩니다."]

이 같은 체계적인 시스템과 정부의 꾸준한 지원 덕에 과거엔 할 수 없었던 신원확인이 가능해지기도 합니다.

실험실 한 켠에 놓인 붉게 녹슨 관,

6·25전쟁에 참전한 무명용사의 관입니다.

발굴 당시엔 신원 확인이 안 돼 국립묘지에 묻어뒀던 650여 구 중 하나입니다.

이제는 그 이름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폴 에머노스키/DPAA 법의학 감식 : "이제 발굴된 유해에 붙은 개별 메모들을 모두 검사하는 대신, 한 개의 상자에 들어있는 것만 분석하면 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5~7년 정도 걸렸습니다."]

지난 15년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낸 6.25 참전용사 전사자들은 500여 명.

하지만 갈 길은 멉니다.

아직도 북한 땅 어딘가엔 7천여 명의 실종자 유해가 이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켈리 맥키그/DPAA 총괄국장 : "국민을 전쟁에 보낸 국가는 그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돌아오도록 해야 합니다. 그들의 가족들이 간절하게 바라온 대답을 해줘야 합니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

DPAA가 단 한 개의 뼛조각이라도 찾겠다며 전 세계를 누비는 이유입니다.

하와이에서 정아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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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스페셜]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
    • 입력 2018-11-10 22:20:22
    • 수정2018-11-10 22: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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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 전쟁에서 희생된 자국 병사를 찾기 위해 미국 정부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죠.

하와이에 있는 전쟁포로·실종자 수색국에서는 65년 만에 돌아온 미군 유해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국가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현장에 정아연 순회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마이크 펜스/미국 부통령 : "오늘 우리의 아들들이 돌아왔습니다."]

지난 여름, 북미 정상간 합의로 북한이 송환한 6.25 참전 용사들의 유해입니다.

이들이 고향 땅을 밟기까지 65년이 걸렸습니다.

미국 하와이주에 있는 대규모 군사기지.

이곳에는 특별한 시설이 하나 있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전쟁 포로-실종자 수색국, DPAA입니다.

미군이 참전한 전 세계 전쟁터에서 유해를 찾고 신원을 확인하는 일을 전담합니다.

북한이 보낸 미군 유해 상자 55개도 이곳에서 감식이 진행 중입니다.

'한국전쟁 프로젝트'.

이 팀을 이끄는 진주현 박사는 유해 송환 협상의 숨은 공신으로, 6·25 전쟁 피란민의 손녀이기도 합니다.

[진주현/박사/DPAA 한국 전쟁 프로젝트팀장 : "북한에서 이번에 받은 유해는 상태가 그렇게 좋지가 않아서, DNA 검사 없이는 나이나 신장, 성별 이런 걸 추정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요."]

70년 가까이 묻혀있던 유해의 신원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여기 있는 건 유해 모형들인데요.

이렇게 작은 뼛조각 하나로도 병사의 신원 확인뿐 아니라 몇 구의 유해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먼저 DNA 검사 준비에 착수합니다.

[진주현/박사/DPAA 한국 전쟁 프로젝트팀장 : "(오래된 뼈일수록) DNA가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뼈 중에서 단단한 뼈, 사지골 뼈 같은 경우 DNA가 가장 잘 나오기 때문에 보존상태가 좋은 걸 골라서..."]

현재까지 17구에 대한 감식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그 사이, 연구실에선 또 다른 작업이 시작됩니다.

뼈만 보고도 인종과 나이 등을 추정하는 인류학 감식입니다.

[존 버드/박사/DPAA 연구소장 : "사지뼈의 길이와 모양도 인종별로 미묘하게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류학자들은 이런 차이를 구별하는 훈련을 하죠."]

남은 유골은 엑스레이 촬영실로 향합니다.

특히 쇄골뼈 분석은 미군 만의 독특한 방식입니다.

유해에 쇄골뼈가 남아있다면, 과거 미군 입대 시 찍어놓은 흉부 엑스레이의 쇄골뼈와 맞춰보고 신원을 파악하는 겁니다.

[폴 에머노스키/DPAA 법의학 감식 : "1950년대 장병들은 입대할 때 결핵 검사를 위해 흉부 엑스레이를 찍었습니다. 유해를 가져오면 쇄골, 경추, 흉추 엑스레이를 찍어서 유사한 정보를 비교 분석하는 거죠."]

북에서 송환된 유해 가운데 2명의 신원이 2주 만에 확인됐던 건 쇄골뼈와 치아가 남아있던 덕분이었습니다.

[캘빈 시로마/치의학자 : "치아 수복같은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치료 흔적을 찾는 게 가장 먼저고요. 금니나 도자기 씌운 것, 독특한 아말감 치료나 비금속 치료, 이런 것들이 개개인을 구별할 수 있게 하는 거죠."]

남겨진 유품은 그 어떤 것도 단서가 됩니다.

철모나 군복, 군화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 단서가 확보되면 첨단 기법이 동원됩니다.

DPAA가 최근 도입한 혼재 유골 분석 프로그램입니다.

뒤섞인 유해 속 뼈를 분석하고, 유품에서 확보한 정보와 유해 발굴 지역 정보 등을 종합해 실종자 정보를 맞춰나갑니다.

[폴 에머노스키/DPAA 법의학 감식 : "지난 수년간 우리가 이룬 혁신들 중 하납니다. 골계측 정보, DNA 정보 등 우리가 얻은 데이터를 이용해 신원 확인 작업의 속도를 올릴 수 있도록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거죠. 이전에는 이런 정보들을 통합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모든 과정에는 각기 다른 전문가들이 투입됩니다.

[존 버드/DPAA 연구소장 : "법의학, 병리학자 검시관 외에 3명의 법의학 치과의사, 50명 이상의 많은 법의학 인류학자들이 있습니다."]

[존 버드/DPAA 연구소장 : "현장 복원에는 고고학자들이 나서고요, 바닷속 발굴에는 수중 고고학자 4명이 따로 투입됩니다."]

이 같은 체계적인 시스템과 정부의 꾸준한 지원 덕에 과거엔 할 수 없었던 신원확인이 가능해지기도 합니다.

실험실 한 켠에 놓인 붉게 녹슨 관,

6·25전쟁에 참전한 무명용사의 관입니다.

발굴 당시엔 신원 확인이 안 돼 국립묘지에 묻어뒀던 650여 구 중 하나입니다.

이제는 그 이름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폴 에머노스키/DPAA 법의학 감식 : "이제 발굴된 유해에 붙은 개별 메모들을 모두 검사하는 대신, 한 개의 상자에 들어있는 것만 분석하면 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5~7년 정도 걸렸습니다."]

지난 15년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낸 6.25 참전용사 전사자들은 500여 명.

하지만 갈 길은 멉니다.

아직도 북한 땅 어딘가엔 7천여 명의 실종자 유해가 이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켈리 맥키그/DPAA 총괄국장 : "국민을 전쟁에 보낸 국가는 그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돌아오도록 해야 합니다. 그들의 가족들이 간절하게 바라온 대답을 해줘야 합니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

DPAA가 단 한 개의 뼛조각이라도 찾겠다며 전 세계를 누비는 이유입니다.

하와이에서 정아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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