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최전방 GP 중 ‘까칠봉 초소’만 남긴 이유는?

입력 2018.11.11 (19:3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남북 최전방 GP 22곳 문 닫혔다…오늘부터 완전 철거

남북 최전방 GP를 시범 철수 하기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남북이 각각 11개 GP에서 모든 화기와 인력을 빼냈습니다. 우리 군은 초소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장비와 짐들을 모두 꺼냈고, 임시 전력을 만들던 발전기도 크레인으로 철거했습니다. 건물 꼭대기에서 펄럭이던 UN기와 태극기는 GP가 세워진 이후 처음으로 내려졌습니다. 직사화기의 유효 거리 안에 북한군과 마주하고 있어,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근무해오던 병사들도 하나둘 빠져나왔습니다. 그렇게 최전방 GP의 문이 굳게 닫혔습니다.

남측과 마주 보며 경계를 늦추지 못했던 북측도 똑같이 모든 GP를 비워냈습니다. 그리고 남북은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시설 철거에 들어갔습니다. 목표는 이달 말까지 시설을 없애는 겁니다. 우리 군은 안전을 위해 당초 고려했던 폭파 방식 대신 대신, 굴착기를 이용해 철거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든 시설이 철거되면 남북은 다음 달에 공동으로 상호 검증 절차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GP 건설 이후 처음으로 내려오는 UN기와 태극기GP 건설 이후 처음으로 내려오는 UN기와 태극기

남북 각각 한 곳 씩 원형 보존하기로…北 선택 GP는?

남북은 다만 각자에게 의미가 있는 한 곳의 GP는 철거하지 않고 보존하기로 지난 10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때 합의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각 11개의 GP 중 10개만 완전 철거하는 겁니다. 우리는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GP를 선정했습니다. 가장 우선 고려한 건 '역사적 상징성과 보존 가치'였습니다. 이곳이 정전협정 체결된 1953년, 최초로 건축된 GP이기 때문입니다. 또 이곳은 금강산, 동해안 등과 가까워 향후 관광 등 평화적 이용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남기는 GP는 어디일까요? 중부 전선에 있는 곳이라고만 알려졌었는데, 취재 결과, 최전방 GP로부터 약 350미터 떨어진 강원도 철원 인근 '까칠봉 초소'인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이곳은 지난 2013년 6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시찰에 나선 곳이어서 북한 매체들이 자주 선전해왔던 곳입니다.

당시 조선중앙TV 보도를 보면 시찰 당시 지휘관들은 "적진까지의 거리는 불과 50미터 밖에 되지 않는 위험천만한 곳"이라며 "절대로 그곳에만은 나갈 수 없다"고 말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병사들을 만나지 않으면 발길이 떨어질 것 같지 않다"고 말하며 발걸음을 했습니다. 과거에 북한 최고 지도자가 비무장지대 DMZ 철책선 밖에 있는 GOP를 찾은 적은 있었지만, 철책선 안에 있는 GP를 시찰하고 그 내용과 관련 사진까지 북한 매체가 공개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이곳을 유적지로 만들어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을 내세우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2013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까칠봉 GP를 시찰하는 모습2013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까칠봉 GP를 시찰하는 모습

“내부 체제 선전 활용 위해 남측에 먼저 제안”

또 까칠봉 GP가 있는 오성산 일대는 6·25 전쟁 당시 백마고지와 함께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김일성 주석이 가장 중요시했던 전략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또 현재 북한 실세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의 부친인 '항일 빨치산 동료'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이 직접 방어했다고 주장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이런 의미들을 선전에 활용하기 위해 GP 보존을 먼저 남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GP를 남김으로써 군부를 다독이고, 김정은 체제 내부 선전에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국방부는 북한이 시설물을 남겨두는 GP가 남측으로부터 육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운 만큼, 북측이 향후 시설물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北이 최전방 GP 중 ‘까칠봉 초소’만 남긴 이유는?
    • 입력 2018-11-11 19:34:36
    취재K
남북 최전방 GP 22곳 문 닫혔다…오늘부터 완전 철거

남북 최전방 GP를 시범 철수 하기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남북이 각각 11개 GP에서 모든 화기와 인력을 빼냈습니다. 우리 군은 초소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장비와 짐들을 모두 꺼냈고, 임시 전력을 만들던 발전기도 크레인으로 철거했습니다. 건물 꼭대기에서 펄럭이던 UN기와 태극기는 GP가 세워진 이후 처음으로 내려졌습니다. 직사화기의 유효 거리 안에 북한군과 마주하고 있어,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근무해오던 병사들도 하나둘 빠져나왔습니다. 그렇게 최전방 GP의 문이 굳게 닫혔습니다.

남측과 마주 보며 경계를 늦추지 못했던 북측도 똑같이 모든 GP를 비워냈습니다. 그리고 남북은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시설 철거에 들어갔습니다. 목표는 이달 말까지 시설을 없애는 겁니다. 우리 군은 안전을 위해 당초 고려했던 폭파 방식 대신 대신, 굴착기를 이용해 철거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든 시설이 철거되면 남북은 다음 달에 공동으로 상호 검증 절차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GP 건설 이후 처음으로 내려오는 UN기와 태극기
남북 각각 한 곳 씩 원형 보존하기로…北 선택 GP는?

남북은 다만 각자에게 의미가 있는 한 곳의 GP는 철거하지 않고 보존하기로 지난 10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때 합의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각 11개의 GP 중 10개만 완전 철거하는 겁니다. 우리는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GP를 선정했습니다. 가장 우선 고려한 건 '역사적 상징성과 보존 가치'였습니다. 이곳이 정전협정 체결된 1953년, 최초로 건축된 GP이기 때문입니다. 또 이곳은 금강산, 동해안 등과 가까워 향후 관광 등 평화적 이용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남기는 GP는 어디일까요? 중부 전선에 있는 곳이라고만 알려졌었는데, 취재 결과, 최전방 GP로부터 약 350미터 떨어진 강원도 철원 인근 '까칠봉 초소'인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이곳은 지난 2013년 6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시찰에 나선 곳이어서 북한 매체들이 자주 선전해왔던 곳입니다.

당시 조선중앙TV 보도를 보면 시찰 당시 지휘관들은 "적진까지의 거리는 불과 50미터 밖에 되지 않는 위험천만한 곳"이라며 "절대로 그곳에만은 나갈 수 없다"고 말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병사들을 만나지 않으면 발길이 떨어질 것 같지 않다"고 말하며 발걸음을 했습니다. 과거에 북한 최고 지도자가 비무장지대 DMZ 철책선 밖에 있는 GOP를 찾은 적은 있었지만, 철책선 안에 있는 GP를 시찰하고 그 내용과 관련 사진까지 북한 매체가 공개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이곳을 유적지로 만들어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을 내세우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2013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까칠봉 GP를 시찰하는 모습
“내부 체제 선전 활용 위해 남측에 먼저 제안”

또 까칠봉 GP가 있는 오성산 일대는 6·25 전쟁 당시 백마고지와 함께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김일성 주석이 가장 중요시했던 전략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또 현재 북한 실세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의 부친인 '항일 빨치산 동료'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이 직접 방어했다고 주장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이런 의미들을 선전에 활용하기 위해 GP 보존을 먼저 남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GP를 남김으로써 군부를 다독이고, 김정은 체제 내부 선전에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국방부는 북한이 시설물을 남겨두는 GP가 남측으로부터 육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운 만큼, 북측이 향후 시설물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