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에 적힌 52213’…숙명여고 시험유출 결정적 증거는?

입력 2018.11.1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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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시험 유출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끝났습니다. 수사를 시작한지 2달여 만입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쌍둥이 아버지인 전 교무부장 현 모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쌍둥이 자녀들이 1학년인 지난해 1학기 기말고사부터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모두 5차례, 정기고사 시험지와 정답을 유출해 학교의 학업성적 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입니다.

경찰은 쌍둥이 자녀들도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다만 미성년인 점을 고려해 구속 영장은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오늘(12일) 오전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금까지 확보한 시험 유출 증거들을 공개했습니다. 증거 내용 일부가 앞서 언론을 통해 전해지긴 했지만, 경찰이 실물 증거를 직접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경찰이 공개한 결정적 증거, 어떤 것들일까요?


① 시험지에 적힌 깨알같은 메모

위 사진은 경찰이 확보한 쌍둥이의 시험지입니다. 객관식 답으로 추정되는 숫자들이 문제보다도 작은 크기의 글씨로 깨알같이 적혀있습니다. 실제로 쌍둥이가 적어낸 정답과 일치합니다. 경찰은 쌍둥이가 미리 답을 순서대로 기억하고 있다가 시험지를 받고 적어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쌍둥이는 "시험문제를 풀고 시간이 남아, 경향성을 보기 위해 적어본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경찰은 신빙성이 없는 해명으로 보고 있습니다. 쌍둥이 진술이 맞다면, 글씨를 작게 적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시험 감독관이 의심하지 않도록 아주 작은 글씨로 답을 적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② 정답이 모두 적힌 수상한 메모장

경찰은 전 교무부장의 집에서 수상한 메모장을 확보했습니다. 쌍둥이 중 동생의 것입니다. 메모장에는 의심스러운 기록들이 남아있습니다. 작은 글씨로 적힌 시험 정답입니다. 특히, 2학년 1학기 기말고사는 전 과목의 정답이 이런 식으로 적혀있었습니다. 실제 쌍둥이 동생이 시험지에 표기한 답과 일치합니다. 또, 접착형 메모지(포스트잇)에도 작은 글씨로 답이 적힌 게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쌍둥이가 이를 시험 전 미리 적어둔 것으로 봤습니다. 일부는 '커닝 페이퍼'로 썼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습니다. 쌍둥이는 "시험 후 반장이 불러준 정답을 채점용으로 적어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신빙성이 낮다는 게 경찰의 판단입니다.


③ 휴대전화에서 나온 영어 문장

쌍둥이 동생의 휴대전화에 적힌 메모입니다. 주어가 빠진 형태의 문장 전체가 적혀 있습니다. 'are given over to parking lots rather than to trees and birds(나무와 새들보다는 주차장으로 사용된다)' 이 문장은 올 2학년 1학기 영어 기말고사에 실제로 출제된 서술형 문제의 답 부분입니다. 주어는 시험지에 이미 적혀있고, 나머지 주어진 단어를 순서대로 배열해 문장을 완성하는 문제였는데, 정답 부분만 휴대전화에 적어뒀던 것입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메모는 시험 사흘 전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쌍둥이는 "공부를 하다 검색용으로 저장해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검색용으로 저장해두었다기엔 의심스러운 문장이라고 봤습니다.


④ 모의고사는 하위권…내신은 1등?

쌍둥이들의 성적 추이 역시 경찰이 수상하게 여긴 결정적 정황입니다. 쌍둥이들의 성적이 학기가 거듭할수록 중·하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급상승 한 것도 의심스럽지만, 같은 기간 모의고사나 학원 성적과도 차이가 컸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특별감사 자료를 보면, 쌍둥이들의 내신 성적이 오르는 동안 모의고사 성적은 오히려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단적인 예로, 쌍둥이 중 언니의 국어 성적을 보면, 1학년 1학기 학교 내신 성적은 107등, 2학년 1학기에는 1등으로 급상승했습니다. 그런데 모의고사는 지난해 9월 68등이었다 올 3월 459등까지 추락한 겁니다.

경찰은 학원 성적도 확보해 학교 성적과 비교했습니다. 경찰은 9월 쌍둥이가 다닌 수학학원도 압수수색했는데, 이때 확인한 쌍둥이들의 학원 성적은 5레벨 중 3레벨 수준. 학교에서는 전교 1등을 했을 때였습니다. 이런 성적 차이에 대해 쌍둥이들은 "내신 성적 올리기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습니다만, 그렇다고 보기엔 성적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었습니다.


의심 정황 많지만…유출 경로는 의문

경찰은 이를 포함해 20여 개의 의심스러운 정황을 확보했습니다.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사람만 27명입니다. 이들 중에는 숙명여고가 아닌 다른 학교 교사도 포함돼 있는데, 일부 과목의 경우 풀이 과정을 보면 쌍둥이가 적은 정답을 쓰는 게 불가능하다며 유출이 의심된다는 진술도 나왔습니다.

다만, 경찰은 시험지와 정답이 유출된 경로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습니다. 전 교무부장이 자녀들에게 시험 문제와 정답을 알려준 것은 정황상 분명해보이지만, 어떤 방식으로 유출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숙명여고 시험 유출 의혹 수사는 이제 검찰로 넘어갑니다. 경찰은 전 교무부장과 쌍둥이 모두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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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험지에 적힌 52213’…숙명여고 시험유출 결정적 증거는?
    • 입력 2018-11-12 13:29:52
    취재K
숙명여고 시험 유출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끝났습니다. 수사를 시작한지 2달여 만입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쌍둥이 아버지인 전 교무부장 현 모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쌍둥이 자녀들이 1학년인 지난해 1학기 기말고사부터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모두 5차례, 정기고사 시험지와 정답을 유출해 학교의 학업성적 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입니다.

경찰은 쌍둥이 자녀들도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다만 미성년인 점을 고려해 구속 영장은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오늘(12일) 오전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금까지 확보한 시험 유출 증거들을 공개했습니다. 증거 내용 일부가 앞서 언론을 통해 전해지긴 했지만, 경찰이 실물 증거를 직접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경찰이 공개한 결정적 증거, 어떤 것들일까요?


① 시험지에 적힌 깨알같은 메모

위 사진은 경찰이 확보한 쌍둥이의 시험지입니다. 객관식 답으로 추정되는 숫자들이 문제보다도 작은 크기의 글씨로 깨알같이 적혀있습니다. 실제로 쌍둥이가 적어낸 정답과 일치합니다. 경찰은 쌍둥이가 미리 답을 순서대로 기억하고 있다가 시험지를 받고 적어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쌍둥이는 "시험문제를 풀고 시간이 남아, 경향성을 보기 위해 적어본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경찰은 신빙성이 없는 해명으로 보고 있습니다. 쌍둥이 진술이 맞다면, 글씨를 작게 적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시험 감독관이 의심하지 않도록 아주 작은 글씨로 답을 적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② 정답이 모두 적힌 수상한 메모장

경찰은 전 교무부장의 집에서 수상한 메모장을 확보했습니다. 쌍둥이 중 동생의 것입니다. 메모장에는 의심스러운 기록들이 남아있습니다. 작은 글씨로 적힌 시험 정답입니다. 특히, 2학년 1학기 기말고사는 전 과목의 정답이 이런 식으로 적혀있었습니다. 실제 쌍둥이 동생이 시험지에 표기한 답과 일치합니다. 또, 접착형 메모지(포스트잇)에도 작은 글씨로 답이 적힌 게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쌍둥이가 이를 시험 전 미리 적어둔 것으로 봤습니다. 일부는 '커닝 페이퍼'로 썼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습니다. 쌍둥이는 "시험 후 반장이 불러준 정답을 채점용으로 적어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신빙성이 낮다는 게 경찰의 판단입니다.


③ 휴대전화에서 나온 영어 문장

쌍둥이 동생의 휴대전화에 적힌 메모입니다. 주어가 빠진 형태의 문장 전체가 적혀 있습니다. 'are given over to parking lots rather than to trees and birds(나무와 새들보다는 주차장으로 사용된다)' 이 문장은 올 2학년 1학기 영어 기말고사에 실제로 출제된 서술형 문제의 답 부분입니다. 주어는 시험지에 이미 적혀있고, 나머지 주어진 단어를 순서대로 배열해 문장을 완성하는 문제였는데, 정답 부분만 휴대전화에 적어뒀던 것입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메모는 시험 사흘 전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쌍둥이는 "공부를 하다 검색용으로 저장해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검색용으로 저장해두었다기엔 의심스러운 문장이라고 봤습니다.


④ 모의고사는 하위권…내신은 1등?

쌍둥이들의 성적 추이 역시 경찰이 수상하게 여긴 결정적 정황입니다. 쌍둥이들의 성적이 학기가 거듭할수록 중·하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급상승 한 것도 의심스럽지만, 같은 기간 모의고사나 학원 성적과도 차이가 컸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특별감사 자료를 보면, 쌍둥이들의 내신 성적이 오르는 동안 모의고사 성적은 오히려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단적인 예로, 쌍둥이 중 언니의 국어 성적을 보면, 1학년 1학기 학교 내신 성적은 107등, 2학년 1학기에는 1등으로 급상승했습니다. 그런데 모의고사는 지난해 9월 68등이었다 올 3월 459등까지 추락한 겁니다.

경찰은 학원 성적도 확보해 학교 성적과 비교했습니다. 경찰은 9월 쌍둥이가 다닌 수학학원도 압수수색했는데, 이때 확인한 쌍둥이들의 학원 성적은 5레벨 중 3레벨 수준. 학교에서는 전교 1등을 했을 때였습니다. 이런 성적 차이에 대해 쌍둥이들은 "내신 성적 올리기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습니다만, 그렇다고 보기엔 성적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었습니다.


의심 정황 많지만…유출 경로는 의문

경찰은 이를 포함해 20여 개의 의심스러운 정황을 확보했습니다.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사람만 27명입니다. 이들 중에는 숙명여고가 아닌 다른 학교 교사도 포함돼 있는데, 일부 과목의 경우 풀이 과정을 보면 쌍둥이가 적은 정답을 쓰는 게 불가능하다며 유출이 의심된다는 진술도 나왔습니다.

다만, 경찰은 시험지와 정답이 유출된 경로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습니다. 전 교무부장이 자녀들에게 시험 문제와 정답을 알려준 것은 정황상 분명해보이지만, 어떤 방식으로 유출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숙명여고 시험 유출 의혹 수사는 이제 검찰로 넘어갑니다. 경찰은 전 교무부장과 쌍둥이 모두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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