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합원에 굴비·숙박권…재건축 로비파일 입수

입력 2018.11.12 (21:28) 수정 2018.11.12 (22: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아파트 재건축은 건설사나 조합원 모두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인식돼 왔습니다.

건설사들은 사업수주를 위해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게 되고 조합원들을 상대로 막대한 금품 로비를 펼칩니다.

재건축 수주 경쟁 과정에서 벌어지는 검은 거래의 실태와 문제점을 오늘(12일)부터 사흘간 집중 보도합니다.

오늘(12일)은 먼저 조합원 금품로비 정황이 담긴 한 건설사 내부문건을 공개합니다.

엄진아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리포트]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비싼 서울 강남 3구.

180가구 규모의 이 작은 재건축 단지는 지난해 시공사를 선정했습니다.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치열하게 맞붙었습니다.

[재건축 단지 조합원/음성변조 : "늘 집 앞에 오면 서성서성 하고 있으니까. 항의도 하고 그랬는데, 개의치 않죠. 그 분들은..."]

당시 롯데건설이 작성한 로비 파일을 입수했습니다.

A4 용지 5백 장의 방대한 양입니다.

180가구 전체 조합원과 그 가족 257명의 신상이 빠짐없이 적혀 있습니다.

전화번호와 직업은 물론, 휴가 일정이나 앓고 있는 질병 같은 내밀한 개인 정보가 상세합니다.

한쪽에 금품과 향응 제공 내용이 눈에 띕니다.

개별 조합원마다 어떻게 만나 무엇을 전달했는지 빼곡히 정리돼 있습니다.

믿을만한 자료인지 확인해봤습니다.

[조합원/음성변조 : "(KBS인데요. 실례합니다. 과일·굴비 이런 선물이 이 집에 들어왔었다. 이런 내용이 적혀있거든요.) 내가 받고 한 것도 별로 없는데 지금... 잘 모르겠어요."]

집집마다 확인을 해갈수록 파일 내용과 일치하는 사실을 인정하는 주민이 늘어납니다.

[조합원/음성변조 : "(야단 맞아서 (선물을) 안 받겠다고 하신다.") 그거 저 였던 것 같아요. (아, 그래요? 이게 무슨 얘기에요?) (선물을) 갖고 와서 뭔 줄 모르고 받았더니..."]

굴비와 과일, 뮤지컬 관람권, 리조트 숙박권 등 오간 금품의 내용도 파일 기록과 똑같습니다.

[조합원/음성변조 : "과일 사다 주면 과일 문고리에 걸어두면 과일도 먹고..."]

[조합원/음성변조 : "리조트 가는 것을 (숙박권을) 한 번 주겠다고 그러면서, 우리 집에 우편함에 넣어놨더라고요. 모두 다 줬다고 그런 얘기를 해서. ('에비앙 스파'도?) 한 번 갔다 왔어요."]

지목한 업소는 롯데시그니엘호텔에 있는 고급 피부관리실입니다.

[피부관리실 직원/음성변조 : "에비앙 기본은 20만 원대, 60분 보시면 되시고요. 수분 케어와 리프팅 케어 중에 많이들 하시고요."]

이 파일에는, 방문과 금품을 거절한 조합원도 있었지만, 전체의 40%, 80가구 정도가 식사나 선물 접대를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건설사가 조합원을 개별 접촉하고 홍보하는 건 불법입니다.

그런데도 건설사가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팀별 업무일지까지 작성해가며 불법으로 금품을 전달한 사실을 이 파일은 보여줍니다.

KBS 뉴스 엄진아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단독] 조합원에 굴비·숙박권…재건축 로비파일 입수
    • 입력 2018-11-12 21:32:47
    • 수정2018-11-12 22:02:14
    뉴스 9
[앵커]

아파트 재건축은 건설사나 조합원 모두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인식돼 왔습니다.

건설사들은 사업수주를 위해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게 되고 조합원들을 상대로 막대한 금품 로비를 펼칩니다.

재건축 수주 경쟁 과정에서 벌어지는 검은 거래의 실태와 문제점을 오늘(12일)부터 사흘간 집중 보도합니다.

오늘(12일)은 먼저 조합원 금품로비 정황이 담긴 한 건설사 내부문건을 공개합니다.

엄진아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리포트]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비싼 서울 강남 3구.

180가구 규모의 이 작은 재건축 단지는 지난해 시공사를 선정했습니다.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치열하게 맞붙었습니다.

[재건축 단지 조합원/음성변조 : "늘 집 앞에 오면 서성서성 하고 있으니까. 항의도 하고 그랬는데, 개의치 않죠. 그 분들은..."]

당시 롯데건설이 작성한 로비 파일을 입수했습니다.

A4 용지 5백 장의 방대한 양입니다.

180가구 전체 조합원과 그 가족 257명의 신상이 빠짐없이 적혀 있습니다.

전화번호와 직업은 물론, 휴가 일정이나 앓고 있는 질병 같은 내밀한 개인 정보가 상세합니다.

한쪽에 금품과 향응 제공 내용이 눈에 띕니다.

개별 조합원마다 어떻게 만나 무엇을 전달했는지 빼곡히 정리돼 있습니다.

믿을만한 자료인지 확인해봤습니다.

[조합원/음성변조 : "(KBS인데요. 실례합니다. 과일·굴비 이런 선물이 이 집에 들어왔었다. 이런 내용이 적혀있거든요.) 내가 받고 한 것도 별로 없는데 지금... 잘 모르겠어요."]

집집마다 확인을 해갈수록 파일 내용과 일치하는 사실을 인정하는 주민이 늘어납니다.

[조합원/음성변조 : "(야단 맞아서 (선물을) 안 받겠다고 하신다.") 그거 저 였던 것 같아요. (아, 그래요? 이게 무슨 얘기에요?) (선물을) 갖고 와서 뭔 줄 모르고 받았더니..."]

굴비와 과일, 뮤지컬 관람권, 리조트 숙박권 등 오간 금품의 내용도 파일 기록과 똑같습니다.

[조합원/음성변조 : "과일 사다 주면 과일 문고리에 걸어두면 과일도 먹고..."]

[조합원/음성변조 : "리조트 가는 것을 (숙박권을) 한 번 주겠다고 그러면서, 우리 집에 우편함에 넣어놨더라고요. 모두 다 줬다고 그런 얘기를 해서. ('에비앙 스파'도?) 한 번 갔다 왔어요."]

지목한 업소는 롯데시그니엘호텔에 있는 고급 피부관리실입니다.

[피부관리실 직원/음성변조 : "에비앙 기본은 20만 원대, 60분 보시면 되시고요. 수분 케어와 리프팅 케어 중에 많이들 하시고요."]

이 파일에는, 방문과 금품을 거절한 조합원도 있었지만, 전체의 40%, 80가구 정도가 식사나 선물 접대를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건설사가 조합원을 개별 접촉하고 홍보하는 건 불법입니다.

그런데도 건설사가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팀별 업무일지까지 작성해가며 불법으로 금품을 전달한 사실을 이 파일은 보여줍니다.

KBS 뉴스 엄진아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