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조건…‘안하고 만다’

입력 2018.11.12 (21:36) 수정 2018.11.1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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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전 일어난 종로 고시원 화재사고는 스프링클러만 있었다면 사망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던 사고였죠.

그런데 이 고시원은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는 건물이었는데 건물주가 반대하는 바람에 설치를 못했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박민철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고시원 화재,

스프링클러가 없었습니다.

기회는 있었습니다.

서울시가 고시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면 설치비를 전액 지원하는데, 고시원 운영자가 이 사업에 신청서를 낸 겁니다.

하지만 일은 더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2명의 건물주가 설치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OO/고시원 공동 건물주/음성변조 : "(고시원 운영자가) 월세가 밀려있고 집(건물)이 안 팔리기 때문에 고시원을 내보내려고 그랬던 차에 그걸(스프링클러 설치) 하게 되면 계속 그 사람을 끼고 있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죠."]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을 받으면 5년 동안 임대료를 올릴 수 없다는 조건이 발목을 잡은 겁니다.

건물을 파는데 지장이 있을 거라는 판단도 한몫했습니다.

[하△△/고시원 공동 건물주/음성변조 : "건물 그 당시에 팔았으면 하는 의견이 하나 있었고, 스프링클러를 동의해주면 5년 동안 어떻게 (권리) 행사를 할 수 없는 족쇄가 될까 봐..."]

다만 5년 전부터 화재 위험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며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습니다.

[하OO/고시원 건물주/음성변조 : "(스프링클러가 있었다면 인명피해가 크게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그건 정말 제가 입이 몇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제 입장도 이해해 달라고 그러기에는 죄송하고..."]

서울시는 스프링클러 지원 사업 조건이 문턱으로 작용하는 건 사실이라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음성변조 : "건물주 입장에서 보면 고시원으로 임대를 안 주고 다른 업종으로 바꿀 수도 있잖습니까? 그런 거에 대해서는 (조건이) 걸림돌이 될 수 있겠죠."]

서울시는 스프링클러 설치 뒤 5년 동안 임대료 인상을 금지하는 조항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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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다로운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조건…‘안하고 만다’
    • 입력 2018-11-12 21:38:55
    • 수정2018-11-13 09: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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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전 일어난 종로 고시원 화재사고는 스프링클러만 있었다면 사망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던 사고였죠. 그런데 이 고시원은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는 건물이었는데 건물주가 반대하는 바람에 설치를 못했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박민철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고시원 화재, 스프링클러가 없었습니다. 기회는 있었습니다. 서울시가 고시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면 설치비를 전액 지원하는데, 고시원 운영자가 이 사업에 신청서를 낸 겁니다. 하지만 일은 더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2명의 건물주가 설치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OO/고시원 공동 건물주/음성변조 : "(고시원 운영자가) 월세가 밀려있고 집(건물)이 안 팔리기 때문에 고시원을 내보내려고 그랬던 차에 그걸(스프링클러 설치) 하게 되면 계속 그 사람을 끼고 있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죠."]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을 받으면 5년 동안 임대료를 올릴 수 없다는 조건이 발목을 잡은 겁니다. 건물을 파는데 지장이 있을 거라는 판단도 한몫했습니다. [하△△/고시원 공동 건물주/음성변조 : "건물 그 당시에 팔았으면 하는 의견이 하나 있었고, 스프링클러를 동의해주면 5년 동안 어떻게 (권리) 행사를 할 수 없는 족쇄가 될까 봐..."] 다만 5년 전부터 화재 위험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며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습니다. [하OO/고시원 건물주/음성변조 : "(스프링클러가 있었다면 인명피해가 크게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그건 정말 제가 입이 몇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제 입장도 이해해 달라고 그러기에는 죄송하고..."] 서울시는 스프링클러 지원 사업 조건이 문턱으로 작용하는 건 사실이라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음성변조 : "건물주 입장에서 보면 고시원으로 임대를 안 주고 다른 업종으로 바꿀 수도 있잖습니까? 그런 거에 대해서는 (조건이) 걸림돌이 될 수 있겠죠."] 서울시는 스프링클러 설치 뒤 5년 동안 임대료 인상을 금지하는 조항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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