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낙엽’ 가을 정취는 물씬 풍기지만…“낭만 vs 전쟁”

입력 2018.11.13 (08:31) 수정 2018.11.1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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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길을 걷다 보면 떨어진 낙엽 보고, 밟으며 제대로 늦가을 느끼고 계시죠?

그런데, 이 낙엽이 모두에게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떨어지는 낙엽과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요,

지난주엔 돌풍을 동반한 비까지 내리면서 도로는 그야말로 낙엽 천지가 됐습니다.

이른바 낭만과 전쟁의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낙엽을 양손 가득 집어 던지고 낙엽 위에 눕고 색색으로 물든 단풍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즐기는 사람들.

짧아서 더욱 안타까운 가을을 낙엽이 위로하듯 배웅하듯 길 위를 곱게 물들이는데요.

[최문정/서울시 은평구 : "일단 거리 풍경이 너무 좋고 (거리가) 노란색이니까 화사해 보이더라고요."]

[김재형/경기도 성남시 : "시각적 즐거운데 또 이제 걸어가면서 밝을 때 바스락 소리까지 나서 청각까지 즐겁게 해주는 그런 게 좋아서……."]

[김양수/인천시 미추홀구 :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내가 그동안 쌓아 놓은 인생의 어떤 높이 같아요. 시간의 깊이 그런 걸 느낄 수 있어요."]

떨어지는 낙엽이 아쉬운 사람들... 하지만, 모두에게 환영받는 건 아닙니다.

[이정환/서울시 종로구 : "너무 많이 쌓여있으면 발에 걸릴 때가 있잖아요. 그럼 가끔 낙엽 같은 게 물들어서 바짓단이 젖을 때가 있더라고요."]

[최필재/서울시 종로구 : "보는 사람은 되게 분위기 있고 좋은데 치우는 분들은 더 힘들어지실 것 같아요."]

길 위에 도로 위에 떨어진 낙엽 때문에 매일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돌풍을 동반한 비가 내린 지난주. 비 반 낙엽 반 그야말로 낙엽비가 떨어졌는데요.

[문슬지/서울시 은평구 : "바람이 불고 비가 많이 와서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 물기까지 있으니까 미끄럽기는 훨씬 미끄러워요."]

각 구청엔 불똥이 튀었습니다.

[강영근/서울 종로구청 청소행정과 : "건물 지하도에 낙엽이 쓸려서 내려온다거나 낙엽이 빗물받이나 하수구에 많이 쓸려 들어가서 배수가 안 된다는 민원이……."]

두꺼운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떨어진 낙엽. 치우기가 만만찮아 보이는데요.

바로 다음날. 거리엔 한바탕 낙엽과의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새벽에 통행로를 확보하기 위한 일차 작업을 한 후, 날이 밝자 눌어붙은 낙엽을 떼어내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오은영/서울 종로구청 환경공무관 : "(강풍기)로 불면 낙엽이 붙어있는 상태에서도 다 떨어지기 때문에 저 기계가 사람 몇 사람 몫을 하고 있습니다."]

횡단보도 한 가운데 눌어붙은 낙엽도 긁어 담고, 거리에 낙엽을 담은 자루들이 하나둘 줄지어 늘어서는데요.

[오은영/서울 종로구청 환경공무관 : "평소보다 10배 이상 양이 더 많이 떨어졌다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오늘 같은 날은 마대가 진짜로 한 100여 개가 넘을 거예요."]

밤까지 내린 비로 낙엽 양은 평소보다 훨씬 늘어난 상황. 쉴 틈이 없습니다.

[금진섭/서울시 종로구 : "쓸어도 쓸어도 계속 쌓이니까 그것을 쓸어야 하는 환경미화원분들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준억/경기도 성남시 : "봉사활동이라든가 인력을 늘린다든가 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서울의 경우 낙엽 청소는 각 구청 담당이다 보니 낙엽이 지는 11월 초부터 12월 중순까지 환경미화원의 노동 강도는 늘 수밖에 없습니다.

[오은영/서울 종로구청 환경공무관 : "원래는 새벽 5시부터 하는데 이렇게 낙엽철이다 보니까 새벽 4부터 작업을 해야 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평상시 보다 더 일찍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게 좀 힘들고요."]

하루 세 번 낙엽을 치우지만 돌아서면 쌓이는 낙엽에 낙엽을 치워달라는 민원이 꾸준히 들어오는 상황.

[강영근/서울 종로구청 청소행정과 : "생활 불편 민원에 더해서 이제 낙엽 처리 민원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약 두 배 정도 (민원이 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명 관광지의 경우 운치를 즐길 수 있게 어느 정도 낙엽을 남겨둔다는 것도 이젠 옛말이 됐습니다.

밀려오는 민원에 치우기 바쁜데요.

[오은영/서울 종로구청 환경공무관 : "이렇게 한꺼번에 떨어질 때가 밉죠. 한꺼번에 떨어질 때가."]

[강영근/서울 종로구청 청소행정과 : "저희가 청소를 하고 지나가더라도 바람이 한 번만 불면은 마치 청소를 안 한 것처럼 또 낙엽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좀 시민들의 이해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낙엽과의 전쟁을 치르는 곳은 또 있습니다.

자루에 담긴 낙엽들이 도착하는 곳 생활 쓰레기와 대형폐기물을 처리하는 선별장.

[최성구/서울 종로구청 환경공무관 : "앞으로 치면 낙엽이 많이 떨어질 때는 하루에 30톤에서 40톤 정도 들어옵니다."]

종로구 한 곳에서 수거한 낙엽으로 매일 이렇게 작은 언덕 하나가 만들어지는데요.

도로에서 낙엽을 치웠다고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최성구/서울 종로구청 환경공무관 : "담배꽁초라든지 (낙엽에) 섞여 들어온 쓰레기랑 분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 업무를 하면서 낙엽 업무를 따로 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일이 배 이상 많아지는 거죠."]

이렇게 이른바 '낙엽철'이 되면 새벽 3시부터 업무가 시작된다는데요.

그렇다면 이 많은 낙엽들은 어떻게 처리될까?

[강영근/서울 종로구청 청소행정과 : "순수 낙엽만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퇴비화 하기 위해 농장으로 수송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의 경우 매년 500톤 이상의 낙엽이 인근 농가로 배송됩니다.

생활 쓰레기처럼 소각을 할 경우 드는 1억 원이 넘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름엔 시원한 그늘로, 가을엔 도시 색을 바꾼 뒤 퇴비까지... 낭만과 전쟁의 두 얼굴, 도시 나뭇잎의 한 해가 저물고 있는데요,

내 집이나 가게 앞 낙엽 한번 쓸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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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낙엽’ 가을 정취는 물씬 풍기지만…“낭만 vs 전쟁”
    • 입력 2018-11-13 08:33:51
    • 수정2018-11-13 08: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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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길을 걷다 보면 떨어진 낙엽 보고, 밟으며 제대로 늦가을 느끼고 계시죠?

그런데, 이 낙엽이 모두에게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떨어지는 낙엽과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요,

지난주엔 돌풍을 동반한 비까지 내리면서 도로는 그야말로 낙엽 천지가 됐습니다.

이른바 낭만과 전쟁의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낙엽을 양손 가득 집어 던지고 낙엽 위에 눕고 색색으로 물든 단풍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즐기는 사람들.

짧아서 더욱 안타까운 가을을 낙엽이 위로하듯 배웅하듯 길 위를 곱게 물들이는데요.

[최문정/서울시 은평구 : "일단 거리 풍경이 너무 좋고 (거리가) 노란색이니까 화사해 보이더라고요."]

[김재형/경기도 성남시 : "시각적 즐거운데 또 이제 걸어가면서 밝을 때 바스락 소리까지 나서 청각까지 즐겁게 해주는 그런 게 좋아서……."]

[김양수/인천시 미추홀구 :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내가 그동안 쌓아 놓은 인생의 어떤 높이 같아요. 시간의 깊이 그런 걸 느낄 수 있어요."]

떨어지는 낙엽이 아쉬운 사람들... 하지만, 모두에게 환영받는 건 아닙니다.

[이정환/서울시 종로구 : "너무 많이 쌓여있으면 발에 걸릴 때가 있잖아요. 그럼 가끔 낙엽 같은 게 물들어서 바짓단이 젖을 때가 있더라고요."]

[최필재/서울시 종로구 : "보는 사람은 되게 분위기 있고 좋은데 치우는 분들은 더 힘들어지실 것 같아요."]

길 위에 도로 위에 떨어진 낙엽 때문에 매일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돌풍을 동반한 비가 내린 지난주. 비 반 낙엽 반 그야말로 낙엽비가 떨어졌는데요.

[문슬지/서울시 은평구 : "바람이 불고 비가 많이 와서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 물기까지 있으니까 미끄럽기는 훨씬 미끄러워요."]

각 구청엔 불똥이 튀었습니다.

[강영근/서울 종로구청 청소행정과 : "건물 지하도에 낙엽이 쓸려서 내려온다거나 낙엽이 빗물받이나 하수구에 많이 쓸려 들어가서 배수가 안 된다는 민원이……."]

두꺼운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떨어진 낙엽. 치우기가 만만찮아 보이는데요.

바로 다음날. 거리엔 한바탕 낙엽과의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새벽에 통행로를 확보하기 위한 일차 작업을 한 후, 날이 밝자 눌어붙은 낙엽을 떼어내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오은영/서울 종로구청 환경공무관 : "(강풍기)로 불면 낙엽이 붙어있는 상태에서도 다 떨어지기 때문에 저 기계가 사람 몇 사람 몫을 하고 있습니다."]

횡단보도 한 가운데 눌어붙은 낙엽도 긁어 담고, 거리에 낙엽을 담은 자루들이 하나둘 줄지어 늘어서는데요.

[오은영/서울 종로구청 환경공무관 : "평소보다 10배 이상 양이 더 많이 떨어졌다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오늘 같은 날은 마대가 진짜로 한 100여 개가 넘을 거예요."]

밤까지 내린 비로 낙엽 양은 평소보다 훨씬 늘어난 상황. 쉴 틈이 없습니다.

[금진섭/서울시 종로구 : "쓸어도 쓸어도 계속 쌓이니까 그것을 쓸어야 하는 환경미화원분들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준억/경기도 성남시 : "봉사활동이라든가 인력을 늘린다든가 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서울의 경우 낙엽 청소는 각 구청 담당이다 보니 낙엽이 지는 11월 초부터 12월 중순까지 환경미화원의 노동 강도는 늘 수밖에 없습니다.

[오은영/서울 종로구청 환경공무관 : "원래는 새벽 5시부터 하는데 이렇게 낙엽철이다 보니까 새벽 4부터 작업을 해야 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평상시 보다 더 일찍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게 좀 힘들고요."]

하루 세 번 낙엽을 치우지만 돌아서면 쌓이는 낙엽에 낙엽을 치워달라는 민원이 꾸준히 들어오는 상황.

[강영근/서울 종로구청 청소행정과 : "생활 불편 민원에 더해서 이제 낙엽 처리 민원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약 두 배 정도 (민원이 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명 관광지의 경우 운치를 즐길 수 있게 어느 정도 낙엽을 남겨둔다는 것도 이젠 옛말이 됐습니다.

밀려오는 민원에 치우기 바쁜데요.

[오은영/서울 종로구청 환경공무관 : "이렇게 한꺼번에 떨어질 때가 밉죠. 한꺼번에 떨어질 때가."]

[강영근/서울 종로구청 청소행정과 : "저희가 청소를 하고 지나가더라도 바람이 한 번만 불면은 마치 청소를 안 한 것처럼 또 낙엽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좀 시민들의 이해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낙엽과의 전쟁을 치르는 곳은 또 있습니다.

자루에 담긴 낙엽들이 도착하는 곳 생활 쓰레기와 대형폐기물을 처리하는 선별장.

[최성구/서울 종로구청 환경공무관 : "앞으로 치면 낙엽이 많이 떨어질 때는 하루에 30톤에서 40톤 정도 들어옵니다."]

종로구 한 곳에서 수거한 낙엽으로 매일 이렇게 작은 언덕 하나가 만들어지는데요.

도로에서 낙엽을 치웠다고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최성구/서울 종로구청 환경공무관 : "담배꽁초라든지 (낙엽에) 섞여 들어온 쓰레기랑 분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 업무를 하면서 낙엽 업무를 따로 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일이 배 이상 많아지는 거죠."]

이렇게 이른바 '낙엽철'이 되면 새벽 3시부터 업무가 시작된다는데요.

그렇다면 이 많은 낙엽들은 어떻게 처리될까?

[강영근/서울 종로구청 청소행정과 : "순수 낙엽만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퇴비화 하기 위해 농장으로 수송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의 경우 매년 500톤 이상의 낙엽이 인근 농가로 배송됩니다.

생활 쓰레기처럼 소각을 할 경우 드는 1억 원이 넘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름엔 시원한 그늘로, 가을엔 도시 색을 바꾼 뒤 퇴비까지... 낭만과 전쟁의 두 얼굴, 도시 나뭇잎의 한 해가 저물고 있는데요,

내 집이나 가게 앞 낙엽 한번 쓸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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