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수십억 원 뿌리는 재건축 수주전…로비 자금 회수는 어떻게?

입력 2018.11.13 (17:07) 수정 2018.11.1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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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돈 추적’…뭉칫돈까지 오갔다

법 밖의 세상. 재건축·재개발 현장입니다.

수천 억 원의 돈이 오가는 이 사업에 건설사는 사활을 걸고 수주전을 벌입니다. 건설사 홍보업체 직원들이 현장을 돌며 조합원을 접촉하고, 선물을 주고, 식사를 하고, 때로 뭉칫돈이 오가기도 합니다.

어느 한 건설사의 일이 아닙니다. KBS 취재진은 롯데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대림건설 등 국내 굴지의 건설사가 대부분 이런 로비를 벌인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방법은 치밀합니다. 건설사가 내부적으로 작성한 조합원 로비 파일을 보면, 주소나 전화번호 등 기본적인 신상 뿐 아니라 성격이나 휴가 일정, 앓고있는 질병까지 세세히 적혀 있습니다. 수십만 원에 달하는 고급 피부관리실 이용권이나 리조트 숙박권, 청소기, 화장품, 전복, 과일 등 선물도 조합원 취향껏 준비했습니다. 지난해 강남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시공권 따내기 '검은 로비', 언제나 어디서나

이 모든 행위는 불법이지만 업계의 오랜 관행이기도 합니다. 2009년에도 시공권을 둘러싼 '로비 전쟁'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더 노골적이었죠. 자식이 뭘 하는지, 성격이 어떤지, 머리가 좋은지 나쁜지 내밀한 개인 정보를 날마다 적어가며 건설사에 조합원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했습니다. 식사는 물론, 장 봐주기나 주유비, 대리운전비용을 대신 내줬고, 사우나나 여행도 함께 다녔습니다. 이 모든 증언은 당시 건설사로부터 직접 뭉칫돈을 받아 조합원 로비를 총괄한 핵심 인물의 증언입니다. 그 때 쓴 돈이 60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수십 억 로비 자금 회수는 어떻게? 부담은 입주자 몫

기업은 이윤을 쫒습니다. 건설사도 기업입니다. 즉,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습니다. 이길지도, 질지도 모르는 이 게임에 수십 억 원을 뿌린 상황. 이 돈은 어떻게 조달하고, 또 어떻게 회수할까요?

방법 중 하나는 이른바 OS회사로 불리는 건설사 홍보 회사의 '가짜 서류'입니다. 실제보다 비용을 부풀려 건설사에 청구해 돈을 받으면, 부풀린 비용만큼을 다시 건설사에 되돌려 준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증언입니다. 이른바 자금 세탁입니다.

공사비도 올라갑니다. 수주전 당시 약속했던 공사비와 비교해 3.3제곱미터 당 수 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 만 원 까지 상승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물론, '물가인상률'을 반영했다는 이유가 따라옵니다. 26평, 34평, 45평.... 오른 공사비만큼 평형을 곱하고, 또 평형 별 공급되는 물량을 곱해 보면, 건설사 수익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이사비 명목으로 가구 당 수천만 원을 주거나, 공사비 수백 억 원을 깎아주겠다, 이주비를 무이자 지원하겠다... 약속해놓고 막상 시공권을 거머쥐면 말을 바꾸기도 합니다. '을' 이었던 건설사가 '갑'으로, 위치가 바뀌는 순간입니다.

수주권을 둘러싼 건설사의 검은 로비 관행, 서민들을 어떻게 옥죄고 있을까요?

오늘 밤(13일) KBS 9시 뉴스에서 건설사와 관련 서류, 핵심 관계자의 증언이 공개됩니다.

KBS 연속 기획 보도 [재건축·재개발, 검은 돈의 민낯]
[뉴스9] [단독] 조합원에 굴비·숙박권…재건축 로비파일 입수
[뉴스9] “유력 조합원 집중 로비…‘뭉칫돈’까지 오갔다”
[뉴스9] 시공권 따내기 ‘검은 로비’…언제나 어디서나
[뉴스9] 건설사 수십 억 로비 자금 추적해보니…부담은 입주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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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K] 수십억 원 뿌리는 재건축 수주전…로비 자금 회수는 어떻게?
    • 입력 2018-11-13 17:07:53
    • 수정2018-11-13 21:57:55
    취재K
‘검은 돈 추적’…뭉칫돈까지 오갔다

법 밖의 세상. 재건축·재개발 현장입니다.

수천 억 원의 돈이 오가는 이 사업에 건설사는 사활을 걸고 수주전을 벌입니다. 건설사 홍보업체 직원들이 현장을 돌며 조합원을 접촉하고, 선물을 주고, 식사를 하고, 때로 뭉칫돈이 오가기도 합니다.

어느 한 건설사의 일이 아닙니다. KBS 취재진은 롯데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대림건설 등 국내 굴지의 건설사가 대부분 이런 로비를 벌인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방법은 치밀합니다. 건설사가 내부적으로 작성한 조합원 로비 파일을 보면, 주소나 전화번호 등 기본적인 신상 뿐 아니라 성격이나 휴가 일정, 앓고있는 질병까지 세세히 적혀 있습니다. 수십만 원에 달하는 고급 피부관리실 이용권이나 리조트 숙박권, 청소기, 화장품, 전복, 과일 등 선물도 조합원 취향껏 준비했습니다. 지난해 강남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시공권 따내기 '검은 로비', 언제나 어디서나

이 모든 행위는 불법이지만 업계의 오랜 관행이기도 합니다. 2009년에도 시공권을 둘러싼 '로비 전쟁'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더 노골적이었죠. 자식이 뭘 하는지, 성격이 어떤지, 머리가 좋은지 나쁜지 내밀한 개인 정보를 날마다 적어가며 건설사에 조합원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했습니다. 식사는 물론, 장 봐주기나 주유비, 대리운전비용을 대신 내줬고, 사우나나 여행도 함께 다녔습니다. 이 모든 증언은 당시 건설사로부터 직접 뭉칫돈을 받아 조합원 로비를 총괄한 핵심 인물의 증언입니다. 그 때 쓴 돈이 60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수십 억 로비 자금 회수는 어떻게? 부담은 입주자 몫

기업은 이윤을 쫒습니다. 건설사도 기업입니다. 즉,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습니다. 이길지도, 질지도 모르는 이 게임에 수십 억 원을 뿌린 상황. 이 돈은 어떻게 조달하고, 또 어떻게 회수할까요?

방법 중 하나는 이른바 OS회사로 불리는 건설사 홍보 회사의 '가짜 서류'입니다. 실제보다 비용을 부풀려 건설사에 청구해 돈을 받으면, 부풀린 비용만큼을 다시 건설사에 되돌려 준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증언입니다. 이른바 자금 세탁입니다.

공사비도 올라갑니다. 수주전 당시 약속했던 공사비와 비교해 3.3제곱미터 당 수 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 만 원 까지 상승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물론, '물가인상률'을 반영했다는 이유가 따라옵니다. 26평, 34평, 45평.... 오른 공사비만큼 평형을 곱하고, 또 평형 별 공급되는 물량을 곱해 보면, 건설사 수익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이사비 명목으로 가구 당 수천만 원을 주거나, 공사비 수백 억 원을 깎아주겠다, 이주비를 무이자 지원하겠다... 약속해놓고 막상 시공권을 거머쥐면 말을 바꾸기도 합니다. '을' 이었던 건설사가 '갑'으로, 위치가 바뀌는 순간입니다.

수주권을 둘러싼 건설사의 검은 로비 관행, 서민들을 어떻게 옥죄고 있을까요?

오늘 밤(13일) KBS 9시 뉴스에서 건설사와 관련 서류, 핵심 관계자의 증언이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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