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수십 억 로비 자금 추적해보니…부담은 입주자 몫

입력 2018.11.13 (21:33) 수정 2018.11.1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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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건설사들은 금품 로비를 벌이느라 쏟아 부은 막대한 돈들을 어떻게 마련했을까요?

또 돈을 뿌려서 시공권을 따내고 나면 그동안 들어갔던 로비 자금은 어떻게 회수했던 걸까요?

건설사들은 절대로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한 재건축 아파트의 사례를 엄진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낡은 집 200여 채를 부수고, 아파트 천5백 가구를 짓는 중입니다.

2009년, 이 재개발 단지 시공권을 두고도 건설사의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당시 직접 로비를 지휘했던 건설사 홍보업체의 책임자를 만났습니다.

[이○○/당시 조합원 홍보 책임자 : "어디 놀러도 가고, 심지어 여자들 같은 경우는 사우나도 같이 가고, 그러면서 친분을 완전히 유지하고..."]

당시 작성한 장부에는 조합원들의 신상이 낱낱이 적혔습니다.

접대는 다양했고, 노골적이었습니다.

조합원에게 쓴 한 달 카드비만 1억 원입니다.

현금 다발도 건넸습니다.

[이OO/당시 조합원/음성변조 : "아파트 짓는다는 인감 떼어주는 조건 하에 600(만 원) 주고, 이불 안에 넣어 놓은 거는 100만 원...몇 천 만원씩 다 받았어."]

홍보 책임자는 로비 자금이 총 60억 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돈은 어떻게 마련했을까?

홍보업체는 매달 실제보다 2억 원씩 부풀린 가짜 견적서를 만들었습니다.

건설사는 견적서대로 돈을 내어주고 차액을 로비 자금을 쓰게 했다고 증언합니다.

[이○○/당시 건설사 홍보 책임자 : "공식적인 건 (공사비의) 한 0.8%에서 1%정도 될 거예요. 그게 한 30억. 그 돈을 가지고 하면 이길 수가 없어요. 타 시공사하고."]

건설사가 철거업체 등에 사업권을 미끼로 받은 뒷돈도 로비 자금이 됐습니다.

시공사가 결정된 뒤, 아파트 공사는 9년이 지난 올해 시작됐습니다.

그 사이 공사 비용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3.3제곱미터 당 확정공사비는 애초 374만 원이었다가 5년 뒤 본 계약 때 421만 원으로 뛰었습니다.

지난해 일반 분양가는 1,760만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이OO/당시 조합원 홍보 책임자 : "원가가 올라가는 건 분양가가 올라가고 아파트 폭등을 유도하는...그들(건설사) 리그에서 만들어 진 이게, 모든 분양 아파트 가격을 올리게 되고."]

막대한 로비 자금이 공사비와 분양가 상승의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단지 공사를 수주한 현대산업개발은 조합 결정에 따른 설계 변경으로 공사비가 올랐을뿐, 여러 의혹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엄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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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사 수십 억 로비 자금 추적해보니…부담은 입주자 몫
    • 입력 2018-11-13 21:37:39
    • 수정2018-11-13 22: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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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건설사들은 금품 로비를 벌이느라 쏟아 부은 막대한 돈들을 어떻게 마련했을까요?

또 돈을 뿌려서 시공권을 따내고 나면 그동안 들어갔던 로비 자금은 어떻게 회수했던 걸까요?

건설사들은 절대로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한 재건축 아파트의 사례를 엄진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낡은 집 200여 채를 부수고, 아파트 천5백 가구를 짓는 중입니다.

2009년, 이 재개발 단지 시공권을 두고도 건설사의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당시 직접 로비를 지휘했던 건설사 홍보업체의 책임자를 만났습니다.

[이○○/당시 조합원 홍보 책임자 : "어디 놀러도 가고, 심지어 여자들 같은 경우는 사우나도 같이 가고, 그러면서 친분을 완전히 유지하고..."]

당시 작성한 장부에는 조합원들의 신상이 낱낱이 적혔습니다.

접대는 다양했고, 노골적이었습니다.

조합원에게 쓴 한 달 카드비만 1억 원입니다.

현금 다발도 건넸습니다.

[이OO/당시 조합원/음성변조 : "아파트 짓는다는 인감 떼어주는 조건 하에 600(만 원) 주고, 이불 안에 넣어 놓은 거는 100만 원...몇 천 만원씩 다 받았어."]

홍보 책임자는 로비 자금이 총 60억 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돈은 어떻게 마련했을까?

홍보업체는 매달 실제보다 2억 원씩 부풀린 가짜 견적서를 만들었습니다.

건설사는 견적서대로 돈을 내어주고 차액을 로비 자금을 쓰게 했다고 증언합니다.

[이○○/당시 건설사 홍보 책임자 : "공식적인 건 (공사비의) 한 0.8%에서 1%정도 될 거예요. 그게 한 30억. 그 돈을 가지고 하면 이길 수가 없어요. 타 시공사하고."]

건설사가 철거업체 등에 사업권을 미끼로 받은 뒷돈도 로비 자금이 됐습니다.

시공사가 결정된 뒤, 아파트 공사는 9년이 지난 올해 시작됐습니다.

그 사이 공사 비용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3.3제곱미터 당 확정공사비는 애초 374만 원이었다가 5년 뒤 본 계약 때 421만 원으로 뛰었습니다.

지난해 일반 분양가는 1,760만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이OO/당시 조합원 홍보 책임자 : "원가가 올라가는 건 분양가가 올라가고 아파트 폭등을 유도하는...그들(건설사) 리그에서 만들어 진 이게, 모든 분양 아파트 가격을 올리게 되고."]

막대한 로비 자금이 공사비와 분양가 상승의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단지 공사를 수주한 현대산업개발은 조합 결정에 따른 설계 변경으로 공사비가 올랐을뿐, 여러 의혹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엄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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