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美·中 무역전쟁이 중국발 스모그 원인?

입력 2018.11.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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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심각 공기 오염' 황색 경보 발령

중국 수도 베이징의 대기가 심각한 오염상태에 도달했다. 베이징시는 13일 오전 8시부터 '심각한 공기오염' 황색 경보를 베이징을 비롯한 25개 도시에 발령했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13일부터 사흘간 베이징과 톈진시, 징진지와 그 주변 지역, 펀웨이 평원 등의 대기가 심각한 오염 상태일 것으로 예측했다. 몇몇 도시는 오염이 가장 심각한 수준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이같은 스모그는 중국 여러도시에서 겨울철 난방이 시작되고, 대기 확산이 잘 이뤄지지 않는 등 기상 조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난방철이 대기오염 원인? NO!


중국의 난방 철이 도래했다고 하지만 이렇게 심각하게 대기 질이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정부는 지난 2013년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기오염방지 행동계획'을 세운 바 있다. 당시 중국은 약 287조 5,000억 원을 투자해 대기오염 줄이기 계획을 세우고 난방 제한, 석탄 공장 폐쇄 등 미세먼지 줄이기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이후 중국 환경 당국은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시키거나 서부로 이전시킨 것은 물론 석탄을 사용하는 가정 난방까지 금지하는 초강수로 대기 질 개선에 주력했다. 또, 베이징시 전역에서는 '유로 3' 배출가스 기준의 경유 화물차 운행을 전면 금지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그 결과 중국 주요 도시들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4년 동안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미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의 연구결과도 발표되기도 했다.

그런데 중국이 5년 만에 이 정책들을 완화하기로 했다. 리간제 중국 생태환경부장은 최근 열린 콘퍼런스에서 "환경부는 공장가동을 전면적으로 중단시키는 행위를 금지할 것" 이라며 "담당자들은 각기 다른 부문과 지역에 오염 단속 정책을 펼칠 때 재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과 보던 '대기오염 방지책' 왜 완화하나?


중국은 왜 미세먼지를 줄이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보던 정책들을 돌연 완화하는 걸까?

바로 미·중 무역 전쟁 때문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의 경기는 둔화된 상태에 이르렀다. 특히, 중국 내에서는 경기 둔화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금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단 국내로 들어오는 돈보다 외국으로 나가는 돈이 더 많고, 외환보유액이 급감한 상태다. 위안화를 달러로 바꿔 외국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는 경기를 다시 살리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선 일단 화석 연료를 주로 사용하는 공장 가동을 무작정 막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중국 국가기획국은 지난달 27일 올겨울 수도권 지역에서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할 경우 석탄 등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공장 가동을 허용했다. 또, 중국 동북부지역 28개 주요 도시의 미세먼지 감축 목표도 애초 전년 대비 5%에서 3%로 낮췄다. 중국 정부는 환경보다는 경기 부양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각종 지표에서 나타나자 중국 정부가 국내총생산(GDP)을 떠받치려고 환경정책을 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대기오염은 과거에도 국제통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주요 경기부양책이 가동될 때 눈에 띄게 악화한 적이 있다. 중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 타격을 완화하려고 적극적 경기부양책을 펴는 현재 상황이 바로 환경악화로 연결되고 있다.

中, 기상 여건도 '최악'… 한반도 유입되나?


올겨울 중국 베이징시를 비롯한 주변 지역은 평균 기온이 예년보다 높고 바람은 약해서 대기조건이 매우 나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국가 대기오염방지조치센터도 엘니뇨의 발생에 따라 다소 따뜻한 날씨가 예상돼 대기오염 압력이 상대적으로 클 것을 내다보고 있다.

중국은 기상 상황도 안 좋은데, 그동안 규제하던 공장까지 자유롭게 가동해 올겨울 그야말로 최악의 스모그를 감수하겠다는 심상이다. 다행히 이번 중국발 스모그는 한반도에 유입되는 양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올겨울 중국은 스모그에 불리한 대기 조건이 반복될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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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4 07: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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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심각 공기 오염' 황색 경보 발령

중국 수도 베이징의 대기가 심각한 오염상태에 도달했다. 베이징시는 13일 오전 8시부터 '심각한 공기오염' 황색 경보를 베이징을 비롯한 25개 도시에 발령했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13일부터 사흘간 베이징과 톈진시, 징진지와 그 주변 지역, 펀웨이 평원 등의 대기가 심각한 오염 상태일 것으로 예측했다. 몇몇 도시는 오염이 가장 심각한 수준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이같은 스모그는 중국 여러도시에서 겨울철 난방이 시작되고, 대기 확산이 잘 이뤄지지 않는 등 기상 조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난방철이 대기오염 원인? NO!


중국의 난방 철이 도래했다고 하지만 이렇게 심각하게 대기 질이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정부는 지난 2013년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기오염방지 행동계획'을 세운 바 있다. 당시 중국은 약 287조 5,000억 원을 투자해 대기오염 줄이기 계획을 세우고 난방 제한, 석탄 공장 폐쇄 등 미세먼지 줄이기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이후 중국 환경 당국은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시키거나 서부로 이전시킨 것은 물론 석탄을 사용하는 가정 난방까지 금지하는 초강수로 대기 질 개선에 주력했다. 또, 베이징시 전역에서는 '유로 3' 배출가스 기준의 경유 화물차 운행을 전면 금지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그 결과 중국 주요 도시들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4년 동안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미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의 연구결과도 발표되기도 했다.

그런데 중국이 5년 만에 이 정책들을 완화하기로 했다. 리간제 중국 생태환경부장은 최근 열린 콘퍼런스에서 "환경부는 공장가동을 전면적으로 중단시키는 행위를 금지할 것" 이라며 "담당자들은 각기 다른 부문과 지역에 오염 단속 정책을 펼칠 때 재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과 보던 '대기오염 방지책' 왜 완화하나?


중국은 왜 미세먼지를 줄이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보던 정책들을 돌연 완화하는 걸까?

바로 미·중 무역 전쟁 때문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의 경기는 둔화된 상태에 이르렀다. 특히, 중국 내에서는 경기 둔화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금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단 국내로 들어오는 돈보다 외국으로 나가는 돈이 더 많고, 외환보유액이 급감한 상태다. 위안화를 달러로 바꿔 외국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는 경기를 다시 살리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선 일단 화석 연료를 주로 사용하는 공장 가동을 무작정 막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중국 국가기획국은 지난달 27일 올겨울 수도권 지역에서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할 경우 석탄 등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공장 가동을 허용했다. 또, 중국 동북부지역 28개 주요 도시의 미세먼지 감축 목표도 애초 전년 대비 5%에서 3%로 낮췄다. 중국 정부는 환경보다는 경기 부양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각종 지표에서 나타나자 중국 정부가 국내총생산(GDP)을 떠받치려고 환경정책을 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대기오염은 과거에도 국제통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주요 경기부양책이 가동될 때 눈에 띄게 악화한 적이 있다. 중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 타격을 완화하려고 적극적 경기부양책을 펴는 현재 상황이 바로 환경악화로 연결되고 있다.

中, 기상 여건도 '최악'… 한반도 유입되나?


올겨울 중국 베이징시를 비롯한 주변 지역은 평균 기온이 예년보다 높고 바람은 약해서 대기조건이 매우 나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국가 대기오염방지조치센터도 엘니뇨의 발생에 따라 다소 따뜻한 날씨가 예상돼 대기오염 압력이 상대적으로 클 것을 내다보고 있다.

중국은 기상 상황도 안 좋은데, 그동안 규제하던 공장까지 자유롭게 가동해 올겨울 그야말로 최악의 스모그를 감수하겠다는 심상이다. 다행히 이번 중국발 스모그는 한반도에 유입되는 양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올겨울 중국은 스모그에 불리한 대기 조건이 반복될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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