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군과 소방관, 트럼프가 건드린 역린?

입력 2018.11.14 (08:30) 수정 2018.11.1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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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 1차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을 맞아 프랑스를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에 가 있는 동안 미국에선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갑자기 터져나왔습니다. 프랑스 방문 기간중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행동과 그의 트윗 때문입니다. 평소에도 직설적인 어법과 행동으로 말이 많았지만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행동은 미국사회에서 존경의 대상이 되는 군과 소방관을 향한 것으로 해석돼 문제입니다.


대형 산불이 캘리포니아 지역을 휩쓸고 있을때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에서 트윗을 날렸습니다.매년 수십억 달러를 숲 관리에 쓰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인명 피해가 나고 재산 손해가 날 수 있느냐면서 이는 산림 관리를 엉망으로(poor)했기 때문이라고 썼습니다.

당장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연방 예산을 삭감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당 아성인 캘리포니아의 선출직 관리들이 무능하다고 주장한 것인데 문제는 비난의 시점이었습니다. 사상자가 속출하고 소방관들이 목숨을 걸고 진화 작업을 하고있던 때인데 산림관리를 비난하고 정부 지원을 줄이겠다고 했으니 곧바로 비난이 일었습니다. 다양한 비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일 아픈 대목은 소방관들을 대표하는 협회 회장의 말입니다.

"대통령의 공격은 부끄러운 것이며 이는 산불 진화 현장에 있는 수천 명 소방관들에 대한 공격"이라고 한 부분입니다.

[사진 출처 : AP][사진 출처 : AP]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곧바로 트위터에 "우리는 지금 화마와 싸우는 4천명 이상의의 소방관들과 한 마음"이라고 쓰며 소방관들의 마음을 진무하려 했습니다. 하루가 지나서는 캘리포니아 소방관들의 활약이 대단하고 용감하다고 트윗에 또 올렸습니다.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상한 소방관들의 마음이 누그러졌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미국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집단 가운데 하나인 소방관들의 비난을 불러온데 이어 이번엔 군대에 대한 미국민의 감성을 건드렸습니다. 프랑스까지 건너가서, 이미 예정돼있던 1차대전 참전 미군 전몰자 묘지 참배를 날씨를 이유로 불참하고 비서실장과 합참의장이 대신 가게 했습니다. 본인은 파리 주재 미 대사관에 머물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배가 예정됐던 엔마른 묘지는 1차대전에 참전한 미 해병대원들이 천명 넘게 묻힌 곳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해병대 창설 243주년을 한껏 축하한 뒤였습니다.


날씨 때문에 대통령 전용 헬기가 뜨기 어렵다는 이유는 비난 여론에 불을 질렀습니다.

파리에서 100km 떨어진 곳인데 비가 부슬부슬 내려 헬기가 위험하다고 조국을 위해 숨져 이국땅에 묻힌 전몰장병 묘지를 찾지않은 게 말이 되냐는 겁니다. 비난이 빗발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된 엔마른 묘지가 아닌 쉬렌 묘지를 찾았지만 이미 비난 여론은 높아질대로 높아진 뒤였습니다. 미국은 현지시간 10일부터 13일까지 '베테랑스 데이' 연휴입니다. 미 전역이 참전군인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는 기간으로 추모와 감사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그동안 퇴역 군인을 위해 많을 것을 해왔다고 자랑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결정적인 시점에 군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대통령이란 평판을 얻을 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향하고 있는 중남미 이민행렬, 이른바'캐러벤'을 막겠다며 현역 전투부대를 미·멕시코 국경에 대거 배치한 것을 두고도 군을 선거에 이용한다는 비난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국경을 지키는 임무를 맡은 미 세관 소속 무장 단속반이 있고, 굳이 필요하다면 주 방위군을 동원해도 되는데 현역 전투부대까지 배치한 게 선거를 앞두고 군을 이용했다는 비판입니다. 전직 장성들이 일제히 나서 대통령의 조치를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을 옹호한 전직 장성도 있지만 소수였습니다.

중간선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CNN기자와 말싸움을 벌이고,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행정부에 대한 조사권을 휘두르면 전투태세에 돌입하겠다고 말하는 등 선거 결과에 트럼프 대통령의 심사가 그리 좋지는 않아보입니다. 여기에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며 대통령 당선 1등 공신인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경질했는데, 대행으로 임명한 '휘태커' 장관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향하는 뮬러 특검을 비난해온 충성파이자, 특정 사건에 연루된 의혹으로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선거 결과 상원에서 오히려 의석을 늘린 트럼프 대통령의 득표력과 그의 공화당 장악이 강화됐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2020년 대통령 재선에 나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집중 지원한 주에서 그의 표현에 따르면 "11전 9승 1패(플로리다는 재검표 중)"라고 할만큼 이번 중간선거에서 나름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지만 우리 기준으로 총선 격인 하원에서 민주당에 8년 만에 의회 권력이 넘어간 만큼 속은 쓰릴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득실을 따지기 전에 미국민에게 존경의 대상인 군과 소방관들을 존경하지 않는 듯 보이는 그의 행동과 트윗은 트럼프 대통령의 속마음과는 무관하게 그의 평판과 지지율에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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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군과 소방관, 트럼프가 건드린 역린?
    • 입력 2018-11-14 08:30:33
    • 수정2018-11-14 10:34:24
    특파원 리포트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 1차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을 맞아 프랑스를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에 가 있는 동안 미국에선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갑자기 터져나왔습니다. 프랑스 방문 기간중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행동과 그의 트윗 때문입니다. 평소에도 직설적인 어법과 행동으로 말이 많았지만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행동은 미국사회에서 존경의 대상이 되는 군과 소방관을 향한 것으로 해석돼 문제입니다.


대형 산불이 캘리포니아 지역을 휩쓸고 있을때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에서 트윗을 날렸습니다.매년 수십억 달러를 숲 관리에 쓰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인명 피해가 나고 재산 손해가 날 수 있느냐면서 이는 산림 관리를 엉망으로(poor)했기 때문이라고 썼습니다.

당장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연방 예산을 삭감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당 아성인 캘리포니아의 선출직 관리들이 무능하다고 주장한 것인데 문제는 비난의 시점이었습니다. 사상자가 속출하고 소방관들이 목숨을 걸고 진화 작업을 하고있던 때인데 산림관리를 비난하고 정부 지원을 줄이겠다고 했으니 곧바로 비난이 일었습니다. 다양한 비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일 아픈 대목은 소방관들을 대표하는 협회 회장의 말입니다.

"대통령의 공격은 부끄러운 것이며 이는 산불 진화 현장에 있는 수천 명 소방관들에 대한 공격"이라고 한 부분입니다.

[사진 출처 : AP]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곧바로 트위터에 "우리는 지금 화마와 싸우는 4천명 이상의의 소방관들과 한 마음"이라고 쓰며 소방관들의 마음을 진무하려 했습니다. 하루가 지나서는 캘리포니아 소방관들의 활약이 대단하고 용감하다고 트윗에 또 올렸습니다.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상한 소방관들의 마음이 누그러졌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미국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집단 가운데 하나인 소방관들의 비난을 불러온데 이어 이번엔 군대에 대한 미국민의 감성을 건드렸습니다. 프랑스까지 건너가서, 이미 예정돼있던 1차대전 참전 미군 전몰자 묘지 참배를 날씨를 이유로 불참하고 비서실장과 합참의장이 대신 가게 했습니다. 본인은 파리 주재 미 대사관에 머물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배가 예정됐던 엔마른 묘지는 1차대전에 참전한 미 해병대원들이 천명 넘게 묻힌 곳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해병대 창설 243주년을 한껏 축하한 뒤였습니다.


날씨 때문에 대통령 전용 헬기가 뜨기 어렵다는 이유는 비난 여론에 불을 질렀습니다.

파리에서 100km 떨어진 곳인데 비가 부슬부슬 내려 헬기가 위험하다고 조국을 위해 숨져 이국땅에 묻힌 전몰장병 묘지를 찾지않은 게 말이 되냐는 겁니다. 비난이 빗발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된 엔마른 묘지가 아닌 쉬렌 묘지를 찾았지만 이미 비난 여론은 높아질대로 높아진 뒤였습니다. 미국은 현지시간 10일부터 13일까지 '베테랑스 데이' 연휴입니다. 미 전역이 참전군인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는 기간으로 추모와 감사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그동안 퇴역 군인을 위해 많을 것을 해왔다고 자랑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결정적인 시점에 군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대통령이란 평판을 얻을 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향하고 있는 중남미 이민행렬, 이른바'캐러벤'을 막겠다며 현역 전투부대를 미·멕시코 국경에 대거 배치한 것을 두고도 군을 선거에 이용한다는 비난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국경을 지키는 임무를 맡은 미 세관 소속 무장 단속반이 있고, 굳이 필요하다면 주 방위군을 동원해도 되는데 현역 전투부대까지 배치한 게 선거를 앞두고 군을 이용했다는 비판입니다. 전직 장성들이 일제히 나서 대통령의 조치를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을 옹호한 전직 장성도 있지만 소수였습니다.

중간선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CNN기자와 말싸움을 벌이고,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행정부에 대한 조사권을 휘두르면 전투태세에 돌입하겠다고 말하는 등 선거 결과에 트럼프 대통령의 심사가 그리 좋지는 않아보입니다. 여기에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며 대통령 당선 1등 공신인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경질했는데, 대행으로 임명한 '휘태커' 장관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향하는 뮬러 특검을 비난해온 충성파이자, 특정 사건에 연루된 의혹으로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선거 결과 상원에서 오히려 의석을 늘린 트럼프 대통령의 득표력과 그의 공화당 장악이 강화됐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2020년 대통령 재선에 나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집중 지원한 주에서 그의 표현에 따르면 "11전 9승 1패(플로리다는 재검표 중)"라고 할만큼 이번 중간선거에서 나름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지만 우리 기준으로 총선 격인 하원에서 민주당에 8년 만에 의회 권력이 넘어간 만큼 속은 쓰릴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득실을 따지기 전에 미국민에게 존경의 대상인 군과 소방관들을 존경하지 않는 듯 보이는 그의 행동과 트윗은 트럼프 대통령의 속마음과는 무관하게 그의 평판과 지지율에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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