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팀 킴’ 호소문 일파만파…컬링계 ‘진실 공방’

입력 2018.11.14 (08:32) 수정 2018.11.1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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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올해 초 국민 유행어가 된 단어가 있습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컬링 여자대표팀의 '영미' 기억하시죠?

선수들의 성이 공교롭게도 김 씨라 '팀 킴'이라고도 불렸는데요.

'팀 킴'에 다시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며 호소문을 공개한 건데요.

컬링계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리포트]

평창의 영웅, '팀 킴'이 지도자들에게 부당 처우를 받았다는 호소문이 발표된 뒤, 충격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었었습니다.

특히 '갈릭걸스'라 부르며 선수들을 아꼈던 마늘의 고장 의성군민들은 제 식구 일마냥 안타까워 했는데요.

[안재구/경북 의성군 : "속상하죠. 그렇게 이름이 나고 유명한 사람들인데. 안됐지. 의성군민으로서는…."]

[권노미/경북 의성군 : "의성의 따님들이 컬링을 잘해서 아주 의성군을 빛내도 보통 빛낸 게 아니야. (마음이) 안 좋아요. 많이 안 좋아."]

지난 평창올림픽 전까지 이름조차 생소했던 종목인 '컬링'은 '팀 킴'의 활약으로 일약 신드롬을 일으켰고,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기 종목으로 등극했습니다.

["영미! 끝까지 가!"]

올림픽 이후에도 세계 무대 어딘가에서 '영미!'를 외치며 승승장구할 '팀 킴'의 모습을 많은 국민들이 기대했을 텐데요.

그런데 '팀 킴'을 다시 볼 수 있었던 건 안타깝게도 얼음 위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8일, 올림픽 메달의 주역인 다섯 선수들은 그간 지도부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 왔다며 무려 13장에 달하는 호소문을 대한체육회에 냈습니다.

호소문에는 충격적인 폭로가 담겼습니다.

'안경선배'로 불렸던 김은정 선수의 경우 결혼 이후 팀에서 제외당할 처지였다면서 올림픽 이후로 훈련과 대회 출전을 저지당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나머지 선수들은 김민정 감독의 아버지인 김경두 전 컬링연맹 부회장에게 폭언을 듣는가 하면 상금과 포상금에 대한 정산도 불투명했다며 상금 운용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경북체육회 관계자/음성변조 :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 보고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 진상 조사를 먼저 해야 하는 게 급선무고요. 공식적으로 입장 표명을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닙니다."]

지도부 측은 선수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현재 진실 공방 양상을 띄고 있는데요.

그런데 김경두 전 부회장의 이른바 '갑질'은 '팀 킴'에게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전 컬링 선수/음성변조 : "충격적이라는 것보다는 속 시원한 느낌? 터질 게 터졌구나 하는."]

경북체육회 소속으로 지난 90년대부터 6년간 컬링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이동건 씨 역시 '팀 킴'과 같은 부당한 대우를 겪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동건/전 국가대표 컬링 선수 : "'팀 킴'이 제기한 문제와 흡사한 내용에 대해서 제가 2010년까지 전국 135명의 컬링인들 서명을 받고 선수들 12명 진술서를 받아서 대한체육회 그리고 경북도, 의성군에 제출해서 부당함을 호소했었죠."]

의성에서 컬링을 한 선수들 사이에선 김 전 부회장의 컬링팀 사유화와 전횡을 오래전부터 쉬쉬해 왔다는 건데요.

[전 컬링선수/음성변조 : "솔직히 최고 권력자죠. 말 한마디로 선수 제외시킬 수 있고. 쉬는 날이나 그럴 때도 다른 활동 같은 거 시키거나 강습을 좀 해 줘라. 그런 거…."]

이들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김 전 부회장 측의 전횡으로 먼저, 국내 최초로 세워진 컬링훈련장인 의성컬링센터의 사유화 문제를 꼽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공시설로 지어졌지만 선수들조차 마음껏 훈련하기 어렵고, 일반 시민들은 접근할 수조차 없도록 했다는 건데요.

[지역 체육계 관계자/음성변조 : "의성에 있는 컬링장인데 본인 걸로 생각을 해 버리니까. 일반인이 들어간다는 건 상상도 못 합니다. 일반인들은 절대 못 들어갑니다."]

[의성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최근에도 공문을 다시 띄워서 열어 달라는 내용으로 발송하고 오늘 확인을 해 봤는데 아직 문이 닫혀 있더라고요."]

여기에 컬링계의 주요 자리를 김 전 부회장 측이 사실상 장악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컬링연맹과 지역 협회 등에는 김 전 부회장의 친인척과 지인이 10여 명이 넘는다는 겁니다.

[지역 체육계 관계자/음성변조 : "일가족이 컬링 업계를 떡 주무르듯이 주무르고 있잖아요. 문제를 한 번 바꿀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동건/전 국가대표 컬링선수 : "각 시도 연맹의 회장들이나 사무국장들도 친구나 사위의 동생, 감독의 친구, 김경두 교수의 친구나 후배 이런 분들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물론, 취재진이 만난 다수의 관계자들은 김 전 부회장이 컬링계에 쌓은 공도 분명히 인정했습니다.

이름조차 낯설었던 1990년대, 우리나라에 컬링을 보급하고 척박했던 길을 닦아온 건 사실이라는 겁니다.

[지역 체육계 관계자/음성변조 : "그건 인정을 하고요. 그 공을 어느 정도 선에서 제3자들하고 공유해서 공이 돼야 하는데 너무 자기네들의 공이 돼버리니까…."]

팀킴 선수들 역시 호소문에서 이 자리에 오르도록 이끌어 주신 분이라며 감사의 말을 전했는데요,

하지만, 사유화 논란 속에 올림픽이 끝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같은 폭로전에 휩싸인 겁니다.

[이동건/전 국가대표 컬링선수 : "여러 가지 그분이 노력하신 부분도 많아요. 그런데 그게 과연 공적인 대승적 차원에서 컬링의 발전을 위해서 하신 것인지 아니면 가족들의 여러 가지 사유화해서 거기서 창출되는 여러 가지 부분들을 염두에 둬서 하신 건지…."]

김 전 부회장 측은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경북체육회 등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팀 킴' 선수들은 결과를 본 뒤 입장을 밝힐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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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4 08:37:46
    • 수정2018-11-14 11: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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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올해 초 국민 유행어가 된 단어가 있습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컬링 여자대표팀의 '영미' 기억하시죠?

선수들의 성이 공교롭게도 김 씨라 '팀 킴'이라고도 불렸는데요.

'팀 킴'에 다시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며 호소문을 공개한 건데요.

컬링계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리포트]

평창의 영웅, '팀 킴'이 지도자들에게 부당 처우를 받았다는 호소문이 발표된 뒤, 충격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었었습니다.

특히 '갈릭걸스'라 부르며 선수들을 아꼈던 마늘의 고장 의성군민들은 제 식구 일마냥 안타까워 했는데요.

[안재구/경북 의성군 : "속상하죠. 그렇게 이름이 나고 유명한 사람들인데. 안됐지. 의성군민으로서는…."]

[권노미/경북 의성군 : "의성의 따님들이 컬링을 잘해서 아주 의성군을 빛내도 보통 빛낸 게 아니야. (마음이) 안 좋아요. 많이 안 좋아."]

지난 평창올림픽 전까지 이름조차 생소했던 종목인 '컬링'은 '팀 킴'의 활약으로 일약 신드롬을 일으켰고,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기 종목으로 등극했습니다.

["영미! 끝까지 가!"]

올림픽 이후에도 세계 무대 어딘가에서 '영미!'를 외치며 승승장구할 '팀 킴'의 모습을 많은 국민들이 기대했을 텐데요.

그런데 '팀 킴'을 다시 볼 수 있었던 건 안타깝게도 얼음 위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8일, 올림픽 메달의 주역인 다섯 선수들은 그간 지도부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 왔다며 무려 13장에 달하는 호소문을 대한체육회에 냈습니다.

호소문에는 충격적인 폭로가 담겼습니다.

'안경선배'로 불렸던 김은정 선수의 경우 결혼 이후 팀에서 제외당할 처지였다면서 올림픽 이후로 훈련과 대회 출전을 저지당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나머지 선수들은 김민정 감독의 아버지인 김경두 전 컬링연맹 부회장에게 폭언을 듣는가 하면 상금과 포상금에 대한 정산도 불투명했다며 상금 운용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경북체육회 관계자/음성변조 :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 보고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 진상 조사를 먼저 해야 하는 게 급선무고요. 공식적으로 입장 표명을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닙니다."]

지도부 측은 선수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현재 진실 공방 양상을 띄고 있는데요.

그런데 김경두 전 부회장의 이른바 '갑질'은 '팀 킴'에게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전 컬링 선수/음성변조 : "충격적이라는 것보다는 속 시원한 느낌? 터질 게 터졌구나 하는."]

경북체육회 소속으로 지난 90년대부터 6년간 컬링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이동건 씨 역시 '팀 킴'과 같은 부당한 대우를 겪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동건/전 국가대표 컬링 선수 : "'팀 킴'이 제기한 문제와 흡사한 내용에 대해서 제가 2010년까지 전국 135명의 컬링인들 서명을 받고 선수들 12명 진술서를 받아서 대한체육회 그리고 경북도, 의성군에 제출해서 부당함을 호소했었죠."]

의성에서 컬링을 한 선수들 사이에선 김 전 부회장의 컬링팀 사유화와 전횡을 오래전부터 쉬쉬해 왔다는 건데요.

[전 컬링선수/음성변조 : "솔직히 최고 권력자죠. 말 한마디로 선수 제외시킬 수 있고. 쉬는 날이나 그럴 때도 다른 활동 같은 거 시키거나 강습을 좀 해 줘라. 그런 거…."]

이들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김 전 부회장 측의 전횡으로 먼저, 국내 최초로 세워진 컬링훈련장인 의성컬링센터의 사유화 문제를 꼽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공시설로 지어졌지만 선수들조차 마음껏 훈련하기 어렵고, 일반 시민들은 접근할 수조차 없도록 했다는 건데요.

[지역 체육계 관계자/음성변조 : "의성에 있는 컬링장인데 본인 걸로 생각을 해 버리니까. 일반인이 들어간다는 건 상상도 못 합니다. 일반인들은 절대 못 들어갑니다."]

[의성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최근에도 공문을 다시 띄워서 열어 달라는 내용으로 발송하고 오늘 확인을 해 봤는데 아직 문이 닫혀 있더라고요."]

여기에 컬링계의 주요 자리를 김 전 부회장 측이 사실상 장악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컬링연맹과 지역 협회 등에는 김 전 부회장의 친인척과 지인이 10여 명이 넘는다는 겁니다.

[지역 체육계 관계자/음성변조 : "일가족이 컬링 업계를 떡 주무르듯이 주무르고 있잖아요. 문제를 한 번 바꿀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동건/전 국가대표 컬링선수 : "각 시도 연맹의 회장들이나 사무국장들도 친구나 사위의 동생, 감독의 친구, 김경두 교수의 친구나 후배 이런 분들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물론, 취재진이 만난 다수의 관계자들은 김 전 부회장이 컬링계에 쌓은 공도 분명히 인정했습니다.

이름조차 낯설었던 1990년대, 우리나라에 컬링을 보급하고 척박했던 길을 닦아온 건 사실이라는 겁니다.

[지역 체육계 관계자/음성변조 : "그건 인정을 하고요. 그 공을 어느 정도 선에서 제3자들하고 공유해서 공이 돼야 하는데 너무 자기네들의 공이 돼버리니까…."]

팀킴 선수들 역시 호소문에서 이 자리에 오르도록 이끌어 주신 분이라며 감사의 말을 전했는데요,

하지만, 사유화 논란 속에 올림픽이 끝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같은 폭로전에 휩싸인 겁니다.

[이동건/전 국가대표 컬링선수 : "여러 가지 그분이 노력하신 부분도 많아요. 그런데 그게 과연 공적인 대승적 차원에서 컬링의 발전을 위해서 하신 것인지 아니면 가족들의 여러 가지 사유화해서 거기서 창출되는 여러 가지 부분들을 염두에 둬서 하신 건지…."]

김 전 부회장 측은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경북체육회 등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팀 킴' 선수들은 결과를 본 뒤 입장을 밝힐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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