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브라질 여성 시의원 누가 살해했을까?

입력 2018.11.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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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시에서 여성 시의원인 마리엘리 프랑쿠가 자신의 운전사와 함께 차 안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목격자들은 시의원이 탄 승용차를 향해 괴한들이 10여 발의 총격을 가하고 달아났다고 말했다.

마리엘리 시의원은 흑인 여성의 인권을 위한 행사에 참석한 뒤 귀가 중이었다. 여성 시의원의 총격 사망 이후 리우에서는 그녀를 추모하고 사망에 항의하는 집회가 연일 이어졌다. 마리엘리가 숨진 지 8개월, 브라질 경찰은 아직도 범인이 누군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시의원 피살 항의 집회 시의원 피살 항의 집회

【군병력·경찰 투입 비난..."보복살해?"】

좌파 사회주의자유당(PSOL) 소속인 마리엘리 시의원은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경찰에 의한 폭력을 강도 높게 비난해 왔다. 리우 시의 '파벨라'로 불리는 빈민가에 마약과 총기 범죄자들을 소탕하기 위해 군병력을 투입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브라질 언론은 이 사건을 두고 보복살해 가능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당시 언론은 시의원을 살해하는 데 사용된 실탄이 경찰에서 불법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달 초 브라질 정부는 이 사건 수사에 범죄조직들의 방해와 부패가 개입된 것을 의심하고, 연방경찰이 직접 수사를 맡는다고 발표했다.

 미주인권위원회 기자회견 미주인권위원회 기자회견

【미주인권위 "향후 인권 우려"】

최근 미주 34개국이 참여하는 미주기구 산하 미주인권위원회는 마리엘리 시의원의 죽음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주인권위는 브라질을 일주일 동안 방문하고 8개 주의 인권상황을 살펴봤다.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인디오들이 당하는 폭력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특히, 경찰의 범법 행위에 대한 처벌 완화를 지적했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이 경찰관에 대한 법적 보호를 증대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밝힌 데 따른 우려와 비판이다. 보우소나루 정권인수팀은 범죄조직이나 현행범과의 총격전에서 범인을 살해한 경찰관에 대해 처벌을 하지 않는 이른바 'Carta Branca (흰색 카드)', 마치 경찰관에게 '선 사격, 후 보고'라는 백지수표를 주는 정책을 계획하고 있다. 경찰의 총기사용 규제를 완화해 범죄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미주인권위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취임하는 내년 1월 1일 이후 일어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며 향후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미주인권위는 테메르 현 대통령을 만나 인권에 대해 논의했지만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새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새 정부 내각에 기용될 당선인의 한 측근이 과거에 미주인권위원회를 "좌파"라고 불렀고 "신뢰도 제로의 단체"라며 비난한 적이 있던 터였다.

리우 총격전 벌이는 경찰리우 총격전 벌이는 경찰

【"범죄 억제"..."경찰에 5천 명 사망"】

브라질의 공공 치안 연보에 따르면 2016년 살해된 피해자가 6만 3천여 명,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살인율을 보이는 국가 가운데 하나이며 인구 10만 명당 30.8명이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율이 높은 멕시코의 25명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렇게 불안한 치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총기 사용에 대한 책임을 덜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새 대통령의 의지다. 하지만, 지난해 경찰에 의해 5천여 명이 사망했다는 통계는 공권력 과잉 대응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피살 당한 마리엘리 시의원도 경찰의 과잉대응과 폭력을 반대해 왔다. 미주인권위가 "경찰의 살인은 종결돼야 한다. 경찰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존재"라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함께 범죄조직과 공무원 간에 의심되는 부패 고리를 밝혀내야 한다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브라질의 한 일간지는 지난 2014년부터 지금까지 5년간 인권보호 활동 등을 하다가 의문의 죽임을 당한 정치인과 사회운동가가 194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시의원 마리엘리의 죽음에도 공무원이 개입된 범죄조직이 배후로 의심되고 있는 만큼 범죄조직과 공무원 간의 부패 사슬 의혹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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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브라질 여성 시의원 누가 살해했을까?
    • 입력 2018-11-14 10:00:10
    특파원 리포트
지난 3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시에서 여성 시의원인 마리엘리 프랑쿠가 자신의 운전사와 함께 차 안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목격자들은 시의원이 탄 승용차를 향해 괴한들이 10여 발의 총격을 가하고 달아났다고 말했다.

마리엘리 시의원은 흑인 여성의 인권을 위한 행사에 참석한 뒤 귀가 중이었다. 여성 시의원의 총격 사망 이후 리우에서는 그녀를 추모하고 사망에 항의하는 집회가 연일 이어졌다. 마리엘리가 숨진 지 8개월, 브라질 경찰은 아직도 범인이 누군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시의원 피살 항의 집회
【군병력·경찰 투입 비난..."보복살해?"】

좌파 사회주의자유당(PSOL) 소속인 마리엘리 시의원은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경찰에 의한 폭력을 강도 높게 비난해 왔다. 리우 시의 '파벨라'로 불리는 빈민가에 마약과 총기 범죄자들을 소탕하기 위해 군병력을 투입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브라질 언론은 이 사건을 두고 보복살해 가능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당시 언론은 시의원을 살해하는 데 사용된 실탄이 경찰에서 불법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달 초 브라질 정부는 이 사건 수사에 범죄조직들의 방해와 부패가 개입된 것을 의심하고, 연방경찰이 직접 수사를 맡는다고 발표했다.

 미주인권위원회 기자회견
【미주인권위 "향후 인권 우려"】

최근 미주 34개국이 참여하는 미주기구 산하 미주인권위원회는 마리엘리 시의원의 죽음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주인권위는 브라질을 일주일 동안 방문하고 8개 주의 인권상황을 살펴봤다.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인디오들이 당하는 폭력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특히, 경찰의 범법 행위에 대한 처벌 완화를 지적했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이 경찰관에 대한 법적 보호를 증대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밝힌 데 따른 우려와 비판이다. 보우소나루 정권인수팀은 범죄조직이나 현행범과의 총격전에서 범인을 살해한 경찰관에 대해 처벌을 하지 않는 이른바 'Carta Branca (흰색 카드)', 마치 경찰관에게 '선 사격, 후 보고'라는 백지수표를 주는 정책을 계획하고 있다. 경찰의 총기사용 규제를 완화해 범죄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미주인권위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취임하는 내년 1월 1일 이후 일어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며 향후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미주인권위는 테메르 현 대통령을 만나 인권에 대해 논의했지만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새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새 정부 내각에 기용될 당선인의 한 측근이 과거에 미주인권위원회를 "좌파"라고 불렀고 "신뢰도 제로의 단체"라며 비난한 적이 있던 터였다.

리우 총격전 벌이는 경찰
【"범죄 억제"..."경찰에 5천 명 사망"】

브라질의 공공 치안 연보에 따르면 2016년 살해된 피해자가 6만 3천여 명,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살인율을 보이는 국가 가운데 하나이며 인구 10만 명당 30.8명이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율이 높은 멕시코의 25명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렇게 불안한 치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총기 사용에 대한 책임을 덜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새 대통령의 의지다. 하지만, 지난해 경찰에 의해 5천여 명이 사망했다는 통계는 공권력 과잉 대응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피살 당한 마리엘리 시의원도 경찰의 과잉대응과 폭력을 반대해 왔다. 미주인권위가 "경찰의 살인은 종결돼야 한다. 경찰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존재"라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함께 범죄조직과 공무원 간에 의심되는 부패 고리를 밝혀내야 한다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브라질의 한 일간지는 지난 2014년부터 지금까지 5년간 인권보호 활동 등을 하다가 의문의 죽임을 당한 정치인과 사회운동가가 194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시의원 마리엘리의 죽음에도 공무원이 개입된 범죄조직이 배후로 의심되고 있는 만큼 범죄조직과 공무원 간의 부패 사슬 의혹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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