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일흔 살에도 찰스는 ‘왕세자’…왕위에 오를 수 있을까?

입력 2018.11.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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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영국 왕세자가 14일로 70살 생일을 맞았다. 영국 역사상 가장 나이가 많은 왕위 계승자이다. 4살 때인 1952년에 왕위 계승 서열 1위가 됐으니 66년째 대기 상태다.

하지만 그가 언제 왕위에 오를 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92살인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여전히 정정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여왕이 101살까지 생존했던 자신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보우스라이언 왕태후처럼 장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여왕의 남편인 필립 공이 고령을 이유로 공식 업무에서 은퇴하자 일각에서는 여왕이 95살이 되는 해에 양위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자 왕실 측은 "여왕이 생전 퇴위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1981년 7월 29일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스펜서의 결혼식1981년 7월 29일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스펜서의 결혼식

찰스 왕세자는 영국에서 그다지 인기가 많은 편이 아니다. 아마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와의 뒤엉킨 인연 때문일 것이다.

세기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다이애나비의 죽음. 여기에 당시 유부녀였던 카밀라 파커 볼스와의 재혼 등으로 그에게 거부감을 보이는 영국인이 아직도 많다.

이에 반해 두 아들인 윌리엄 왕세손과 최근 결혼한 해리 왕자는 영국 뿐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등 영국연방 국가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 형제는 친근한 성품과 유머 감각, 활짝 웃는 미소 등으로 대중적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

이에 따라 왕위가 바로 윌리엄 왕세손에게 넘어가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찰스 왕세자가 왕위를 물려받아도 앞으로 얼마 하지 못할 것이라며 젊은 윌리엄이 뒤를 잇는 것이 낫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이 지난 4월 이러한 논란에 종지부를 확실히 찍었다. 찰스 왕세자에게 영국연방(Commonwealth) 수장 자리를 넘겨주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여왕은 런던에서 열린 영국연방 정상회의에서 "1949년 아버지인 조지 6세가 시작한 이 중요한 일을 찰스 왕세자가 수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국연방의 수장 자리는 세습되지 않고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어 추대된다. 여왕의 이러한 발언이 있자 영국 연방 53개 회원국들은 찰스 왕세자를 영국연방의 차기 수장으로 내정했다.

BBC 다큐멘터리에서 인터뷰하는 찰스 왕세자BBC 다큐멘터리에서 인터뷰하는 찰스 왕세자

찰스 왕세자는 자신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자신이 왕위에 오르면 언행을 조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8일에 방송된 BBC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계승자일 때와 왕위에 올랐을 때 똑같이 행동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치에 관여하지 않은 여왕과는 달리 찰스 왕세자는 여러 방면에서 거침없는 발언과 활발한 활동을 해 왔다.

정부 각 부처에 거의 매주 편지를 보내 자신의 의견을 나타냈는가 하면 정치적 행동이라 보일만한 일을 자주 했다. 예를 들어 1999년 영국을 국빈 방문한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을 위한 여왕 주최 연회에 참석하지 않아 논쟁을 일으켰다. 중국의 인권 침해를 문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는 입장을 180도 바꿔 "즉위하면 현재처럼 각종 캠페인을 이끌거나 이슈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세계 최장 재위 군주인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세계 최장 재위 군주인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어머니는 66년 동안 왕위에 있었고 아들은 66년 동안 왕위를 기다렸다.

양위 가능성 이야기는 오래 전 부터 나왔지만 그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왕은 여전히 건강하며 왕위에 대한 의지도 강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왕이 별세하면 나이 많은 찰스 왕세자보다 젊은 윌리엄 왕세손이 뒤를 잇는 것이 낫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하지만 법적으로 왕위 계승 서열을 바꾸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프랑스 루이 14세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5살 나이에 즉위해 무려 72년 동안 통치했다. 그 사이 아들인 루이는 50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아버지가 너무 오래 살아 왕좌에 오르지 못하고 죽은 것이다.

따라서 '언젠가 왕이 될 남자'인 찰스 왕세자가 왕관을 쓸 수 있을지, 아니면 '영원히 왕세자였던 남자'로 남을지 하는 문제는 여왕과 왕세자의 '건강'이 가장 큰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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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일흔 살에도 찰스는 ‘왕세자’…왕위에 오를 수 있을까?
    • 입력 2018-11-14 10:00:55
    특파원 리포트
찰스 영국 왕세자가 14일로 70살 생일을 맞았다. 영국 역사상 가장 나이가 많은 왕위 계승자이다. 4살 때인 1952년에 왕위 계승 서열 1위가 됐으니 66년째 대기 상태다.

하지만 그가 언제 왕위에 오를 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92살인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여전히 정정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여왕이 101살까지 생존했던 자신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보우스라이언 왕태후처럼 장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여왕의 남편인 필립 공이 고령을 이유로 공식 업무에서 은퇴하자 일각에서는 여왕이 95살이 되는 해에 양위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자 왕실 측은 "여왕이 생전 퇴위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1981년 7월 29일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스펜서의 결혼식
찰스 왕세자는 영국에서 그다지 인기가 많은 편이 아니다. 아마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와의 뒤엉킨 인연 때문일 것이다.

세기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다이애나비의 죽음. 여기에 당시 유부녀였던 카밀라 파커 볼스와의 재혼 등으로 그에게 거부감을 보이는 영국인이 아직도 많다.

이에 반해 두 아들인 윌리엄 왕세손과 최근 결혼한 해리 왕자는 영국 뿐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등 영국연방 국가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 형제는 친근한 성품과 유머 감각, 활짝 웃는 미소 등으로 대중적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
이에 따라 왕위가 바로 윌리엄 왕세손에게 넘어가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찰스 왕세자가 왕위를 물려받아도 앞으로 얼마 하지 못할 것이라며 젊은 윌리엄이 뒤를 잇는 것이 낫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이 지난 4월 이러한 논란에 종지부를 확실히 찍었다. 찰스 왕세자에게 영국연방(Commonwealth) 수장 자리를 넘겨주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여왕은 런던에서 열린 영국연방 정상회의에서 "1949년 아버지인 조지 6세가 시작한 이 중요한 일을 찰스 왕세자가 수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국연방의 수장 자리는 세습되지 않고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어 추대된다. 여왕의 이러한 발언이 있자 영국 연방 53개 회원국들은 찰스 왕세자를 영국연방의 차기 수장으로 내정했다.

BBC 다큐멘터리에서 인터뷰하는 찰스 왕세자
찰스 왕세자는 자신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자신이 왕위에 오르면 언행을 조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8일에 방송된 BBC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계승자일 때와 왕위에 올랐을 때 똑같이 행동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치에 관여하지 않은 여왕과는 달리 찰스 왕세자는 여러 방면에서 거침없는 발언과 활발한 활동을 해 왔다.

정부 각 부처에 거의 매주 편지를 보내 자신의 의견을 나타냈는가 하면 정치적 행동이라 보일만한 일을 자주 했다. 예를 들어 1999년 영국을 국빈 방문한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을 위한 여왕 주최 연회에 참석하지 않아 논쟁을 일으켰다. 중국의 인권 침해를 문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는 입장을 180도 바꿔 "즉위하면 현재처럼 각종 캠페인을 이끌거나 이슈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세계 최장 재위 군주인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어머니는 66년 동안 왕위에 있었고 아들은 66년 동안 왕위를 기다렸다.

양위 가능성 이야기는 오래 전 부터 나왔지만 그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왕은 여전히 건강하며 왕위에 대한 의지도 강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왕이 별세하면 나이 많은 찰스 왕세자보다 젊은 윌리엄 왕세손이 뒤를 잇는 것이 낫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하지만 법적으로 왕위 계승 서열을 바꾸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프랑스 루이 14세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5살 나이에 즉위해 무려 72년 동안 통치했다. 그 사이 아들인 루이는 50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아버지가 너무 오래 살아 왕좌에 오르지 못하고 죽은 것이다.

따라서 '언젠가 왕이 될 남자'인 찰스 왕세자가 왕관을 쓸 수 있을지, 아니면 '영원히 왕세자였던 남자'로 남을지 하는 문제는 여왕과 왕세자의 '건강'이 가장 큰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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