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수능…역대 사건·사고 살펴보니

입력 2018.11.14 (11:4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내일(15일) 치러진다.

모든 수험생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2년 이날 ‘건곤일척’의 승부를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공부해왔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한국사회에서 수능은 전 국민의 관심사이자 행사로 자리 잡았다. 수능 당일이면 공무원의 출근 시간이 1시간 늦춰지고, 영어 듣기평가 기간엔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된다.

이처럼 모두가 지대한 관심이 있는 수능시험에서 그동안 각종 사건·사고가 일어나 사람들의 분노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역대 수능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를 정리했다.


지진으로 인한 연기

지난해 11월 16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2018년 수능 시험은 23일로 일주일 연기돼 시험을 치렀다.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으로 학교 등이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에 학생의 안전과 공정성 형평성 측면을 고려한 정부는 연기를 결정했다. 당시 수능 연기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 지시했다. 천재지변 탓에 수능이 연기된 것은 1993년 시험이 치러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그해 수능을 늦춰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으나 실제 연기되지는 않았다. 당시 정부는 예정대로 수능을 치르되, 신종플루 확진, 의심 수험생 분리 시험실을 설치하고 시험장마다 의사를 배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처했다. 당시 2,707명의 수험생이 895개의 분리된 시험실에서 시험을 봤고 9명은 신종플루 증상이 심해 병원에서 시험을 치렀다.

국가행사 때문에 수능이 미뤄진 적도 2번 있었다.

2005년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면서 수능이 애초 11월 17일에서 23일로, 2010년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때문에 11월 11일에서 18일로 수능이 연기됐다. 두 차례 모두 수능을 미루기로 연초부터 일찌감치 확정한 것이어서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지는 않았다.

수능 체제 이전 학력고사 체제 때도 시험이 연기되는 일이 있었다.
1992년 후기 대입 학력고사를 하루 앞둔 1월 21일 경기도 부천의 서울신학대학 보관창고에서 문제지 일부가 도난돼 20일이나 시험이 미뤄졌었다.


‘수능폰’ 이용 부정행위 사건

역대 수능시험에서 부정행위로 적발된 수험생은 끊이지 않았다. 이중 역대급 부정행위 사건은 지난 2005년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이른바 ‘수능폰’을 이용한 부정행위였다.

이 사건은 중학교 동창 사이였던 수험생들이 “취약한 과목을 서로 보완해 성적을 올리자”는 모의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40여 대의 휴대전화를 한 대당 13만 원에 구입해 송신용, 수신용, 중계용으로 나눠 역할분담을 통해 정답을 공유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공부를 잘하는 ‘선수그룹’과 그 외는 ‘일반 그룹’, 또 이들 사이에서 답안 전달을 맡은 후배 수십 명은 ‘도우미 그룹’으로 나눴다.

한 명당 구형 휴대전화 2대를 몸에 부착하고 고사장에 입실했다. 정답 번호 숫자만큼 두드려 휴대폰을 두드려 신호음 형태로 고시원에 대기 중인 도우미 그룹에게 답안을 전달했다. 도우미 그룹은 전달받은 답안 중 다수의 답안을 정답으로 간주해 선수그룹과 일반그룹에게 문자 메시지로 정답을 재전송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사건에 연루된 가담자만 374명에 달했다. 수험생 314명의 성적이 무효처리 됐다. 광주 부정행위를 계기로 경찰은 전국적으로 수능 부정행위 사건 수사를 확대했고 당시 대리시험 등의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대상자만 2만 7,000명에 달했다. 결국, 그해 성적이 무효처리된 학생은 363명까지 늘어났다. 이 사건으로 가담자 14명이 구속됐고 이중 7명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2005년 광주지법은 부정행위를 주도한 피고인 7명에게 각각 징역 8월, 집행유예 1년이 선고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수험장에는 모든 전자기기 반입을 금지시켰고 2006학년 수능부터는 금속탐지기까지 동원돼 부정행위를 막았다. 또 필기 기구를 일괄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2010년에는 한 검정고시생이 경기 성남시의 인쇄공장에서 수능 문제지를 훔치려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또 2011년에는 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수험시험을 대신 봐 줄 사람을 알선해주겠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 여대생이 경찰에 검거됐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4~2018학년도 5년간 수능 부정행위로 적발된 사례가 1,024건에 달했다. 연도별로 2014년 188명, 2015년 209명, 2016년 189명, 2017년 197명, 2018년 241명이다.


신뢰 떨어뜨리는 복수 정답

수능시험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신뢰성이다. 하지만 5차례 정도 복수 정답 논란을 일으키며 시험의 공정성에 많은 의구심을 자아냈다.

지난 2004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17번 문항 정답에 대해 평가원은 3번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이의를 제기, 결국 5번도 정답으로 인정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2010학년도 수능에서는 지구과학Ⅰ 19번 문항 이의 제기로 최초 정답 3번에서 복수정답이 인정됐다. 2007년 11월 치러진 2008학년도 수능에서는 과학탐구 영역 물리 II 11번 문항 정답이 4번으로 발표됐다. 이에 한국물리학회는 이 문항의 정답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복수정답을 인정했다.

평가원은 2014년에도 세계지리 8번 문항과 관련해 오류가 있다고 판단 모두 정답으로 인정했다. 2015년에는 생명과학Ⅱ 8번 문항과 영어 25번 문항에 대한 정답으로 각각 ④·②, ④·⑤번을 복수정답으로 인정했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평가원은 원장이 사퇴하고 국민에게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여론은 더는 이런 문제로 학생과 학부모가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만큼 교육 당국은 문제 출제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말 많고 탈 많은 수능…역대 사건·사고 살펴보니
    • 입력 2018-11-14 11:41:07
    취재K
2019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내일(15일) 치러진다.

모든 수험생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2년 이날 ‘건곤일척’의 승부를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공부해왔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한국사회에서 수능은 전 국민의 관심사이자 행사로 자리 잡았다. 수능 당일이면 공무원의 출근 시간이 1시간 늦춰지고, 영어 듣기평가 기간엔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된다.

이처럼 모두가 지대한 관심이 있는 수능시험에서 그동안 각종 사건·사고가 일어나 사람들의 분노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역대 수능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를 정리했다.


지진으로 인한 연기

지난해 11월 16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2018년 수능 시험은 23일로 일주일 연기돼 시험을 치렀다.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으로 학교 등이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에 학생의 안전과 공정성 형평성 측면을 고려한 정부는 연기를 결정했다. 당시 수능 연기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 지시했다. 천재지변 탓에 수능이 연기된 것은 1993년 시험이 치러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그해 수능을 늦춰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으나 실제 연기되지는 않았다. 당시 정부는 예정대로 수능을 치르되, 신종플루 확진, 의심 수험생 분리 시험실을 설치하고 시험장마다 의사를 배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처했다. 당시 2,707명의 수험생이 895개의 분리된 시험실에서 시험을 봤고 9명은 신종플루 증상이 심해 병원에서 시험을 치렀다.

국가행사 때문에 수능이 미뤄진 적도 2번 있었다.

2005년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면서 수능이 애초 11월 17일에서 23일로, 2010년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때문에 11월 11일에서 18일로 수능이 연기됐다. 두 차례 모두 수능을 미루기로 연초부터 일찌감치 확정한 것이어서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지는 않았다.

수능 체제 이전 학력고사 체제 때도 시험이 연기되는 일이 있었다.
1992년 후기 대입 학력고사를 하루 앞둔 1월 21일 경기도 부천의 서울신학대학 보관창고에서 문제지 일부가 도난돼 20일이나 시험이 미뤄졌었다.


‘수능폰’ 이용 부정행위 사건

역대 수능시험에서 부정행위로 적발된 수험생은 끊이지 않았다. 이중 역대급 부정행위 사건은 지난 2005년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이른바 ‘수능폰’을 이용한 부정행위였다.

이 사건은 중학교 동창 사이였던 수험생들이 “취약한 과목을 서로 보완해 성적을 올리자”는 모의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40여 대의 휴대전화를 한 대당 13만 원에 구입해 송신용, 수신용, 중계용으로 나눠 역할분담을 통해 정답을 공유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공부를 잘하는 ‘선수그룹’과 그 외는 ‘일반 그룹’, 또 이들 사이에서 답안 전달을 맡은 후배 수십 명은 ‘도우미 그룹’으로 나눴다.

한 명당 구형 휴대전화 2대를 몸에 부착하고 고사장에 입실했다. 정답 번호 숫자만큼 두드려 휴대폰을 두드려 신호음 형태로 고시원에 대기 중인 도우미 그룹에게 답안을 전달했다. 도우미 그룹은 전달받은 답안 중 다수의 답안을 정답으로 간주해 선수그룹과 일반그룹에게 문자 메시지로 정답을 재전송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사건에 연루된 가담자만 374명에 달했다. 수험생 314명의 성적이 무효처리 됐다. 광주 부정행위를 계기로 경찰은 전국적으로 수능 부정행위 사건 수사를 확대했고 당시 대리시험 등의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대상자만 2만 7,000명에 달했다. 결국, 그해 성적이 무효처리된 학생은 363명까지 늘어났다. 이 사건으로 가담자 14명이 구속됐고 이중 7명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2005년 광주지법은 부정행위를 주도한 피고인 7명에게 각각 징역 8월, 집행유예 1년이 선고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수험장에는 모든 전자기기 반입을 금지시켰고 2006학년 수능부터는 금속탐지기까지 동원돼 부정행위를 막았다. 또 필기 기구를 일괄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2010년에는 한 검정고시생이 경기 성남시의 인쇄공장에서 수능 문제지를 훔치려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또 2011년에는 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수험시험을 대신 봐 줄 사람을 알선해주겠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 여대생이 경찰에 검거됐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4~2018학년도 5년간 수능 부정행위로 적발된 사례가 1,024건에 달했다. 연도별로 2014년 188명, 2015년 209명, 2016년 189명, 2017년 197명, 2018년 241명이다.


신뢰 떨어뜨리는 복수 정답

수능시험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신뢰성이다. 하지만 5차례 정도 복수 정답 논란을 일으키며 시험의 공정성에 많은 의구심을 자아냈다.

지난 2004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17번 문항 정답에 대해 평가원은 3번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이의를 제기, 결국 5번도 정답으로 인정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2010학년도 수능에서는 지구과학Ⅰ 19번 문항 이의 제기로 최초 정답 3번에서 복수정답이 인정됐다. 2007년 11월 치러진 2008학년도 수능에서는 과학탐구 영역 물리 II 11번 문항 정답이 4번으로 발표됐다. 이에 한국물리학회는 이 문항의 정답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복수정답을 인정했다.

평가원은 2014년에도 세계지리 8번 문항과 관련해 오류가 있다고 판단 모두 정답으로 인정했다. 2015년에는 생명과학Ⅱ 8번 문항과 영어 25번 문항에 대한 정답으로 각각 ④·②, ④·⑤번을 복수정답으로 인정했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평가원은 원장이 사퇴하고 국민에게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여론은 더는 이런 문제로 학생과 학부모가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만큼 교육 당국은 문제 출제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