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고액 체납자 추적해보니…숨기고 따돌리고

입력 2018.11.14 (21:39) 수정 2018.11.14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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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지방세를 천만 원 이상, 1년 넘게 내지 않은 체납자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올해 새로 공개한 고액 상습 체납자는 9천 2백여 명이고, 금액은 5천 3백억 원입니다.

공개를 시작한 2006년부터 따지면 체납자는 6만 8천여 명, 누적 체납액은 4조 6천억 원에 이릅니다.

체납액이 가장 많은 개인은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로, 104억 원입니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전두환 전 대통령은 3년 연속 포함됐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처음 이름을 올렸습니다.

다들 돈이 없어서 세금을 못 냈을까요?

조지현 기자가 서울시 세금징수팀과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문을 열어주지 않아 세금징수팀이 강제로 문을 엽니다.

승마장을 운영하는 이 체납자는 11년 동안 2억 6천만 원 넘는 세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체납자/2억 6천만 원 체납 : "(아무도 모르는 곳에 살고 계시잖아요. 이것은 세금을 회피하는 거예요.) 진짜 아니고요, 세무사님한테 물어보시면 제가 3분의 1씩이라도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제가 계속 (문의했어요)."]

금고를 뒤져봐도, 옷장 안에도 값나가는 물건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까 문 잠갔을 때 다 빼신거 아니세요?"]

징수팀은 에어컨과 티비 등 일부 집기를 압류하는 데 그쳤습니다.

역시 강남의 한 아파트.

부부는 4년 동안 지방세 5천3백만 원을 내지 않았습니다.

건설회사 대표인 남편은 월급을 2백만 원으로 신고했습니다.

[체납자/5300만 원 체납 : "(월세 얼마죠?) 200(만 원). (월급받아서 전세금 아니 월세로 다 내는건가요?)"]

집 안 여기저기에서 고급 시계가 발견됩니다.

[체납자/음성변조 : "(OOO님 계십니까?) 안 계시죠.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번엔 세금징수팀이 들어서자마자 대뜸 세금을 내겠다고 말합니다.

[체납자/3200만 원 체납 : "지금 그걸 갚을 능력은 없어요. 그러니까 분납으로든..."]

8년 동안 3천2백만 원을 내지 않고 버티던 이 체납자는 징수팀 방문 후 5시간 만에 체납액 전부를 냈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지난해 서울시 세금징수팀이 징수한 체납액은 32억 원에 그쳤습니다.

명단공개뿐 아니라 좀 더 강력한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KBS 뉴스 조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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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의 눈] 고액 체납자 추적해보니…숨기고 따돌리고
    • 입력 2018-11-14 21:44:01
    • 수정2018-11-14 22: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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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지방세를 천만 원 이상, 1년 넘게 내지 않은 체납자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올해 새로 공개한 고액 상습 체납자는 9천 2백여 명이고, 금액은 5천 3백억 원입니다.

공개를 시작한 2006년부터 따지면 체납자는 6만 8천여 명, 누적 체납액은 4조 6천억 원에 이릅니다.

체납액이 가장 많은 개인은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로, 104억 원입니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전두환 전 대통령은 3년 연속 포함됐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처음 이름을 올렸습니다.

다들 돈이 없어서 세금을 못 냈을까요?

조지현 기자가 서울시 세금징수팀과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문을 열어주지 않아 세금징수팀이 강제로 문을 엽니다.

승마장을 운영하는 이 체납자는 11년 동안 2억 6천만 원 넘는 세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체납자/2억 6천만 원 체납 : "(아무도 모르는 곳에 살고 계시잖아요. 이것은 세금을 회피하는 거예요.) 진짜 아니고요, 세무사님한테 물어보시면 제가 3분의 1씩이라도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제가 계속 (문의했어요)."]

금고를 뒤져봐도, 옷장 안에도 값나가는 물건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까 문 잠갔을 때 다 빼신거 아니세요?"]

징수팀은 에어컨과 티비 등 일부 집기를 압류하는 데 그쳤습니다.

역시 강남의 한 아파트.

부부는 4년 동안 지방세 5천3백만 원을 내지 않았습니다.

건설회사 대표인 남편은 월급을 2백만 원으로 신고했습니다.

[체납자/5300만 원 체납 : "(월세 얼마죠?) 200(만 원). (월급받아서 전세금 아니 월세로 다 내는건가요?)"]

집 안 여기저기에서 고급 시계가 발견됩니다.

[체납자/음성변조 : "(OOO님 계십니까?) 안 계시죠.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번엔 세금징수팀이 들어서자마자 대뜸 세금을 내겠다고 말합니다.

[체납자/3200만 원 체납 : "지금 그걸 갚을 능력은 없어요. 그러니까 분납으로든..."]

8년 동안 3천2백만 원을 내지 않고 버티던 이 체납자는 징수팀 방문 후 5시간 만에 체납액 전부를 냈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지난해 서울시 세금징수팀이 징수한 체납액은 32억 원에 그쳤습니다.

명단공개뿐 아니라 좀 더 강력한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KBS 뉴스 조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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