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딸’ 대책 회의…“아빠가 싫어진 이유”는?

입력 2018.11.1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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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뉴스 확인을 위해 NHK를 보던 중, 남자 앵커의 경쾌하면서도 콕 박히는 멘트가 날아들었습니다.

"다음은 딸 가진 아빠들에게 절실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출근하신다면 녹화해서라도 보시기 바랍니다."

응? 뭐지? 아침부터 호들갑? 저는 아들 하나밖에 없지만, 딸 바보였던 아빠들이 사춘기 딸들과 전쟁을 치렀다는 말을 종종 들었던 탓에 유심히 귀를 기울이게 됐습니다.

사회현상이 된 ‘아빠가 싫어진 이유’

NHK는 하나의 사회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지난여름 이후 트위터 등을 통해 주목받고 있는 해시 태그(#).

제목은 "#내가 아빠가 싫어진 이유". 어른이 된 여성이 어렸을 적 아빠가 싫어진 계기를 이 해시 태그를 달고 속속 올리며 공유하고 있답니다.

“#내가 아빠가 싫어진 이유”“#내가 아빠가 싫어진 이유”

내용을 들여다보죠.

"처음으로 생리를 하게 됐을 때 '이제 여자가 됐네'라는 말을 들었다."
"'턱수염 문질문질'이라며 볼에 수염을 문질렀다."
"내가 하고 싶은 직업, 가고 싶은 학교, 모두 안된다고..."


NHK의 인터뷰에 응한 24살 여성은 "맨 처음 진짜 싫다고 생각한 게 '생리하는구나'라는 식으로 이야기할 때였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장난치면서 간질간질하는 걸 계속했어요. 간지럽히니 웃게 되잖아요? 웃으면 애도 좋아하는구나 하면서 그치질 않아요. 진짜 불쾌하고 괴롭고..."

(볼 수염 문지르기, 간지럽히기...일본도 똑같구나. 저도 급반성)

후쿠이 대학의 토모다 교수(소아신경과)는 애정 표현이었거늘, 딸에게 상처를 입혀버린 이런 행동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당연한 것처럼 해온 습관을 무리하게 계속하는 건 역시 좋지 않습니다. 10년이나 20년 후에 엄청나게 불쾌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며 불안 혹은 공황상황을 맞닥뜨렸다는 분들도 오고는 합니다."

당황스러운 아빠들…“딸들은 왜 그럴까?”

상황이 이러니 불안한 딸 가진 아빠들. 아빠들의 육아를 지원하는 한 시민단체에 초등학교 딸이 있는 아빠들이 모였습니다.

"스킨십이나 여러 관계가 지금까지의 연장 선상에서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그게 슬금슬금 그렇게 바뀌는지, 갑자기 찾아오는지…."


초등학교 4학년 딸을 가진 아빠는 딸의 미묘한 변화에 당황스럽다고 털어놓습니다.

"제가 다가가려고 하면 '싫어'하면서 도망갑니다. 근데 제가 소파에서 책을 보고 있거나 하면 또 그냥 옆에 붙어 있어요. 이게 내년, 또 그 후년이 되면 어떻게 될까 하게 되네요."

그럼 어떻게 할까요? ‘딸’과의 대화법

사회 현상도 있고, 고민도 있다. 그럼 이제 답이 나와야겠지요.

가족사회학을 전공한 쇼와 여자대학 우스다 씨의 조언에 주목해보시죠.

"그래도 저 아빠들은 딸을 이해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좋은 겁니다. 딸이 싫어하는 걸 했더라도 평소 어떤 관계를 쌓아왔느냐가 중요해요."

이야기를 잘 듣고, 관계를 쌓는다면 다소 이러저러한 일이 있더라도 사이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깁니다. (아들한테도 통하는 말이겠죠?)

'이야기를 듣다'라는 키워드, '어떤 이야기?'를 들어야지?

"'오늘 있었던 일'입니다. 학교 이야기든, 보고 있는 TV 이야기도 좋고, 즉 뭐든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듣는다는 거죠. '아빠가 이야기한다'는 게 아닙니다."

방법은 어떻게 할까요?

"먼저 적당하게 반응하는 건 안됩니다. '응','아' 등등. '지금 바쁘니까 1시간 뒤에 들을게'라고 말해주는 등 대등하게 대접하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들은 말은 되도록 기억해주는 게 중요하죠. 교우 관계를 메모해 기억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아빠가 대충 듣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신뢰하지 않는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지도'가 아닌 '공감'.

자녀들이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면 아빠들은 "가르쳐줄게"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안된다네요.

아빠들은 "이렇게 하는 게 좋아"라는 문제 해결형이 많지만, 그것보다는 "힘들겠구나"라고 공감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조언은 해달라고 할 때만 해주면 됩니다.

자신의 실패담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하면 괜찮더라"고 이야기하는 방식은 좋다고 합니다. 아빠와 친근감을 느끼고 더 가깝게 느끼게 합니다.

엄마는 통역사…부부간 소통도 중요

NHK 방송 화면NHK 방송 화면

딸들은 커갈수록 엄마와 이야기하기 편하다는 쪽이 많은데요. 엄마가 딸의 이야기를 아빠에게 전달하는 '가정통역사'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부간의 소통도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딸이 싫어하는 기색을 넌지시 아빠한테 알려주는 건 엄마의 몫이라는 거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딸을 하나의 개인으로 존중하는 거라는 조언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되는 건, 딸에게도 해서는 안 돼요".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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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딸’ 대책 회의…“아빠가 싫어진 이유”는?
    • 입력 2018-11-15 07:05:49
    특파원 리포트
아침 뉴스 확인을 위해 NHK를 보던 중, 남자 앵커의 경쾌하면서도 콕 박히는 멘트가 날아들었습니다.

"다음은 딸 가진 아빠들에게 절실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출근하신다면 녹화해서라도 보시기 바랍니다."

응? 뭐지? 아침부터 호들갑? 저는 아들 하나밖에 없지만, 딸 바보였던 아빠들이 사춘기 딸들과 전쟁을 치렀다는 말을 종종 들었던 탓에 유심히 귀를 기울이게 됐습니다.

사회현상이 된 ‘아빠가 싫어진 이유’

NHK는 하나의 사회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지난여름 이후 트위터 등을 통해 주목받고 있는 해시 태그(#).

제목은 "#내가 아빠가 싫어진 이유". 어른이 된 여성이 어렸을 적 아빠가 싫어진 계기를 이 해시 태그를 달고 속속 올리며 공유하고 있답니다.

“#내가 아빠가 싫어진 이유”
내용을 들여다보죠.

"처음으로 생리를 하게 됐을 때 '이제 여자가 됐네'라는 말을 들었다."
"'턱수염 문질문질'이라며 볼에 수염을 문질렀다."
"내가 하고 싶은 직업, 가고 싶은 학교, 모두 안된다고..."


NHK의 인터뷰에 응한 24살 여성은 "맨 처음 진짜 싫다고 생각한 게 '생리하는구나'라는 식으로 이야기할 때였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장난치면서 간질간질하는 걸 계속했어요. 간지럽히니 웃게 되잖아요? 웃으면 애도 좋아하는구나 하면서 그치질 않아요. 진짜 불쾌하고 괴롭고..."

(볼 수염 문지르기, 간지럽히기...일본도 똑같구나. 저도 급반성)

후쿠이 대학의 토모다 교수(소아신경과)는 애정 표현이었거늘, 딸에게 상처를 입혀버린 이런 행동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당연한 것처럼 해온 습관을 무리하게 계속하는 건 역시 좋지 않습니다. 10년이나 20년 후에 엄청나게 불쾌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며 불안 혹은 공황상황을 맞닥뜨렸다는 분들도 오고는 합니다."

당황스러운 아빠들…“딸들은 왜 그럴까?”

상황이 이러니 불안한 딸 가진 아빠들. 아빠들의 육아를 지원하는 한 시민단체에 초등학교 딸이 있는 아빠들이 모였습니다.

"스킨십이나 여러 관계가 지금까지의 연장 선상에서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그게 슬금슬금 그렇게 바뀌는지, 갑자기 찾아오는지…."


초등학교 4학년 딸을 가진 아빠는 딸의 미묘한 변화에 당황스럽다고 털어놓습니다.

"제가 다가가려고 하면 '싫어'하면서 도망갑니다. 근데 제가 소파에서 책을 보고 있거나 하면 또 그냥 옆에 붙어 있어요. 이게 내년, 또 그 후년이 되면 어떻게 될까 하게 되네요."

그럼 어떻게 할까요? ‘딸’과의 대화법

사회 현상도 있고, 고민도 있다. 그럼 이제 답이 나와야겠지요.

가족사회학을 전공한 쇼와 여자대학 우스다 씨의 조언에 주목해보시죠.

"그래도 저 아빠들은 딸을 이해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좋은 겁니다. 딸이 싫어하는 걸 했더라도 평소 어떤 관계를 쌓아왔느냐가 중요해요."

이야기를 잘 듣고, 관계를 쌓는다면 다소 이러저러한 일이 있더라도 사이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깁니다. (아들한테도 통하는 말이겠죠?)

'이야기를 듣다'라는 키워드, '어떤 이야기?'를 들어야지?

"'오늘 있었던 일'입니다. 학교 이야기든, 보고 있는 TV 이야기도 좋고, 즉 뭐든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듣는다는 거죠. '아빠가 이야기한다'는 게 아닙니다."

방법은 어떻게 할까요?

"먼저 적당하게 반응하는 건 안됩니다. '응','아' 등등. '지금 바쁘니까 1시간 뒤에 들을게'라고 말해주는 등 대등하게 대접하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들은 말은 되도록 기억해주는 게 중요하죠. 교우 관계를 메모해 기억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아빠가 대충 듣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신뢰하지 않는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지도'가 아닌 '공감'.

자녀들이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면 아빠들은 "가르쳐줄게"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안된다네요.

아빠들은 "이렇게 하는 게 좋아"라는 문제 해결형이 많지만, 그것보다는 "힘들겠구나"라고 공감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조언은 해달라고 할 때만 해주면 됩니다.

자신의 실패담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하면 괜찮더라"고 이야기하는 방식은 좋다고 합니다. 아빠와 친근감을 느끼고 더 가깝게 느끼게 합니다.

엄마는 통역사…부부간 소통도 중요

NHK 방송 화면
딸들은 커갈수록 엄마와 이야기하기 편하다는 쪽이 많은데요. 엄마가 딸의 이야기를 아빠에게 전달하는 '가정통역사'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부간의 소통도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딸이 싫어하는 기색을 넌지시 아빠한테 알려주는 건 엄마의 몫이라는 거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딸을 하나의 개인으로 존중하는 거라는 조언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되는 건, 딸에게도 해서는 안 돼요".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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