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포항 지진 발생 딱 ‘1년’…상처는 ‘현재 진행형’

입력 2018.11.15 (08:33) 수정 2018.11.1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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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늘은 수능 시험날이죠, 동시에 포항 지진이 일어난지 딱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1년 전 오늘,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고, 다음날 수능까지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데요.

1년이 지난 지금, 복구 작업은, 또 이재민들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뉴스따라잡기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시내를 비추던 CCTV가 흔들립니다.

주차된 차도 흔들리고, 사람들은 겁을 밖으로 뛰쳐나옵니다.

포항 일대를 강타한 지진으로 120여 명이 다치고, 8백억이 넘는 재산 피해가 났습니다.

[주재근/포항 지진 이재민 : "집이 많이 부서졌죠. 금 가고 물건이 많이 쏟아져서 집이 난장판이 됐죠. 몸만 빠져나왔죠."]

그로부터 정확히 1년. 지진의 흔적은 얼마만큼 없어졌을까요?

건물전체가 기울었던 한 아파트.

1년이 지났지만, 아파트 입구는 여전히 쇠사슬로 진입을 아예 막아놨습니다.

베란다마다 창문은 깨어져 있고 외벽 곳곳은 금이 간 채로 방치돼 있습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깜깜하고 간판도 거의 다 꺼져 있고 사람도 안 다니고 11시, 12시 되면 완전히 암흑이 돼서 술 취한 사람들만 다니고……."]

동네가 이렇다보니 이러다 보니 장사도 곤두박질쳤습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주민들이 너무 많이 빠져나가니까 소비도 잘 안 이루어져요. 2/3 정도 줄었다고 보면 됩니다."]

복구 작업이 더딘데다, 빠져나가는 인구가 많다보니, 아예 장사를 관두고 떠나고 있습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지금 이렇게 보면 길에 사람이 없어요. 안 그래도 지금 이전을 할까 고민을 하고 있어요."]

지진 당시, 건물의 절반이 파손된 한 초등학교.

지진 후 이전 교사는 철거되었고, 아이들은 컨테이너로 지어진 임시교사에서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이기안/학교 지킴이 : "마음이 아프죠. 아이들이 임시 건물에서 공부하는 걸 보면. 임시 건물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엔 춥고 그래요."]

지난해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이재민들은 2천여 명인데요,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임대주택이나 이주단지로 떠난 상태.

하지만 아직 이곳에 머무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체육관 안에 빼곡하게 들어선 텐트.

몸 하나 누울 작은 공간에서 1년간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는 겁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양말 벗고 잠옷은 간단한 거 갈아입고 이렇게 해서 자면 끝."]

이렇게 잠을 청하지만 매일매일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상당수입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악몽 꾸는 사람이 많아요. 남과 대화 하는 것 같진 않은데 막 소리 지르고 그런 사람이 있어요. 저도 악몽에 한 번씩 시달렸었어요."]

[주재근/포항 지진 이재민 : "발자국 쿵쿵하는 소리 나면 이게 뭐 지진인가, 또 오나 이런 느낌도 오고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여기에다 겨울이 다가오니 추위도 걱정인데요.

비닐막으로 가려놓은 임시 식당은 일찍 찾아온 추위를 견디기엔 역부족입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비닐종이 그것을 쳐놨는데도 째지고 터지고 해서 아침에 나가면 추워서, 밥 먹으러 가면 추워서 이렇게 떠는 거예요."]

현재, 이곳에 등록된 이재민은 2백여 명. 대부분이 근처에 있는 아파트 주민입니다.

시청의 정밀진단에서 소규모 파손 판정을 받아 거주가 가능한 아파트로 분류됐는데요.

[최종명/포항시 지진대책국 주거안정과장 : "정밀 안전 점검 결과 안전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시청의 안전진단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물이 떨어지고 벽이 갈라지고 이렇게 밀리고. 보일러가 일절 안 들어오고 그러니까 집에서 살 수가 없는 입장이죠."]

주민들은 자체 안전점검결과를 인정해달라며 포항시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입니다.

[윤성일/아파트 소장 : "검진을 해오면 승낙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판정이 났는데 안 응하니까 우린 행정소송이 들어간 거라고요."]

임시 주택으로 이주한 주민들도 답답한 건 마찬가집니다.

다른 지역으로 이주가 힘든 주민들을 위한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

임시로 만들어진 컨테이너 32개동에 60명이 살고 있는데요.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고 이게 패널로 만들어져서 전기세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나마도 거주기간은 2년. 벌써 1년이 지나 앞으로 1년이 남은 셈인데, 복구 작업 소식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 : "계획이 없다는 거예요. 어디 갈데가 있나. 앞으로 1년 더 살면 이제 어디로 가라고 할지……."]

복구 작업이 늦는 이유는 주민 부담금이 1억 이상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최종명/포항시 지진대책국 안전도시사업과장 : "이분들이 거의 다 경제적 약자라 1억 3천만 원에서 1억 6천만 원정도 부담을 해서 새로운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니까 부담이 되겠죠."]

포항 지진으로 정부의 지진피해 재난지원금이 올해 인상됐지만 정작 피해입었던 포항시민에게는 소급적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년간 여러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딱히 들리는 소식은 없다고 합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안전한 곳으로. 안전한 곳으로 이주대책 시켜주는 게 최고죠. 언제까지 여기 놓아둘 것인지……."]

지진 발생 1년. 앞으로 해쳐나가야 할 지진 후유증에, 또다시 닥쳐올 지진에 대한 공포까지 포항 주민들에게 지진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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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포항 지진 발생 딱 ‘1년’…상처는 ‘현재 진행형’
    • 입력 2018-11-15 08:36:59
    • 수정2018-11-15 09: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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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늘은 수능 시험날이죠, 동시에 포항 지진이 일어난지 딱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1년 전 오늘,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고, 다음날 수능까지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데요.

1년이 지난 지금, 복구 작업은, 또 이재민들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뉴스따라잡기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시내를 비추던 CCTV가 흔들립니다.

주차된 차도 흔들리고, 사람들은 겁을 밖으로 뛰쳐나옵니다.

포항 일대를 강타한 지진으로 120여 명이 다치고, 8백억이 넘는 재산 피해가 났습니다.

[주재근/포항 지진 이재민 : "집이 많이 부서졌죠. 금 가고 물건이 많이 쏟아져서 집이 난장판이 됐죠. 몸만 빠져나왔죠."]

그로부터 정확히 1년. 지진의 흔적은 얼마만큼 없어졌을까요?

건물전체가 기울었던 한 아파트.

1년이 지났지만, 아파트 입구는 여전히 쇠사슬로 진입을 아예 막아놨습니다.

베란다마다 창문은 깨어져 있고 외벽 곳곳은 금이 간 채로 방치돼 있습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깜깜하고 간판도 거의 다 꺼져 있고 사람도 안 다니고 11시, 12시 되면 완전히 암흑이 돼서 술 취한 사람들만 다니고……."]

동네가 이렇다보니 이러다 보니 장사도 곤두박질쳤습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주민들이 너무 많이 빠져나가니까 소비도 잘 안 이루어져요. 2/3 정도 줄었다고 보면 됩니다."]

복구 작업이 더딘데다, 빠져나가는 인구가 많다보니, 아예 장사를 관두고 떠나고 있습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지금 이렇게 보면 길에 사람이 없어요. 안 그래도 지금 이전을 할까 고민을 하고 있어요."]

지진 당시, 건물의 절반이 파손된 한 초등학교.

지진 후 이전 교사는 철거되었고, 아이들은 컨테이너로 지어진 임시교사에서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이기안/학교 지킴이 : "마음이 아프죠. 아이들이 임시 건물에서 공부하는 걸 보면. 임시 건물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엔 춥고 그래요."]

지난해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이재민들은 2천여 명인데요,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임대주택이나 이주단지로 떠난 상태.

하지만 아직 이곳에 머무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체육관 안에 빼곡하게 들어선 텐트.

몸 하나 누울 작은 공간에서 1년간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는 겁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양말 벗고 잠옷은 간단한 거 갈아입고 이렇게 해서 자면 끝."]

이렇게 잠을 청하지만 매일매일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상당수입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악몽 꾸는 사람이 많아요. 남과 대화 하는 것 같진 않은데 막 소리 지르고 그런 사람이 있어요. 저도 악몽에 한 번씩 시달렸었어요."]

[주재근/포항 지진 이재민 : "발자국 쿵쿵하는 소리 나면 이게 뭐 지진인가, 또 오나 이런 느낌도 오고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여기에다 겨울이 다가오니 추위도 걱정인데요.

비닐막으로 가려놓은 임시 식당은 일찍 찾아온 추위를 견디기엔 역부족입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비닐종이 그것을 쳐놨는데도 째지고 터지고 해서 아침에 나가면 추워서, 밥 먹으러 가면 추워서 이렇게 떠는 거예요."]

현재, 이곳에 등록된 이재민은 2백여 명. 대부분이 근처에 있는 아파트 주민입니다.

시청의 정밀진단에서 소규모 파손 판정을 받아 거주가 가능한 아파트로 분류됐는데요.

[최종명/포항시 지진대책국 주거안정과장 : "정밀 안전 점검 결과 안전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시청의 안전진단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물이 떨어지고 벽이 갈라지고 이렇게 밀리고. 보일러가 일절 안 들어오고 그러니까 집에서 살 수가 없는 입장이죠."]

주민들은 자체 안전점검결과를 인정해달라며 포항시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입니다.

[윤성일/아파트 소장 : "검진을 해오면 승낙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판정이 났는데 안 응하니까 우린 행정소송이 들어간 거라고요."]

임시 주택으로 이주한 주민들도 답답한 건 마찬가집니다.

다른 지역으로 이주가 힘든 주민들을 위한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

임시로 만들어진 컨테이너 32개동에 60명이 살고 있는데요.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고 이게 패널로 만들어져서 전기세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나마도 거주기간은 2년. 벌써 1년이 지나 앞으로 1년이 남은 셈인데, 복구 작업 소식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 : "계획이 없다는 거예요. 어디 갈데가 있나. 앞으로 1년 더 살면 이제 어디로 가라고 할지……."]

복구 작업이 늦는 이유는 주민 부담금이 1억 이상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최종명/포항시 지진대책국 안전도시사업과장 : "이분들이 거의 다 경제적 약자라 1억 3천만 원에서 1억 6천만 원정도 부담을 해서 새로운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니까 부담이 되겠죠."]

포항 지진으로 정부의 지진피해 재난지원금이 올해 인상됐지만 정작 피해입었던 포항시민에게는 소급적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년간 여러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딱히 들리는 소식은 없다고 합니다.

[포항 지진 이재민/음성변조 : "안전한 곳으로. 안전한 곳으로 이주대책 시켜주는 게 최고죠. 언제까지 여기 놓아둘 것인지……."]

지진 발생 1년. 앞으로 해쳐나가야 할 지진 후유증에, 또다시 닥쳐올 지진에 대한 공포까지 포항 주민들에게 지진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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