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CNN 출입정지’ 美 백악관, ‘역풍’ 맞나?

입력 2018.11.1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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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출입 정지된 CNN기자, 파리서 안부 인사

CNN방송 백악관 출입기자인 '짐 아코스타'는 닷새 전 개인 비용으로 프랑스 파리로 날아갔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 취재를 위해 미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탑승한 '백악관 전용기'를 이용했지만, 짐 아코스타는 민간 항공기를 타고 파리로 향했다. 트럼프와의 설전을 벌여 백악관 출입이 정지됐기 때문이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보란 듯이 파리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파리에서 안부'라는 글을 올렸다. 백악관 출입이 정지됐지만, 트럼프와 언제나 함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일까? 칼럼니스트 짐 루텐버그는 1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칼럼에 에펠탑을 배경으로 한 아코스타의 모습과 관련해, "출입증 없이도 보도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전했다.

CNN, 백악관 상대로 소송…미 언론들 "CNN 지지"

지난 9일 있었던 CNN 백악관 출입기자 출입 정지와 관련한 사건은 권력과 언론의 전쟁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애초, 백악관은 CNN 기자가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인턴에게 무례하게 행동해 출입을 정지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를 받으려는 여성 인턴의 신체에 손을 댔다고 주장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CNN이 백악관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관련 풀 영상을 내밀었다. 그러자 백악관은 아코스타 기자가 두 차례 질문하고도 마이크를 넘기지 않은 '무례함'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고, 부적절한 신체 접촉에 대해서는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이에 대해 백악관의 궁색한 변명으로 치부하고 있다. 사실 트럼프가 평소 지닌 '언론에 대한 적대감'이 이번 사건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CNN과 아코스타 기자는 출입증을 되돌려 받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을 상대로 워싱턴 D.C.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는 CNN과 아코스타 기자가 미 수정헌법 제1조와 제5조에 명시된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CNN은 성명을 통해 백악관과 접촉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백악관은 아무런 반응이 없어 소송을 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다른 언론들도 백악관이 아닌 CNN 편에 섰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NBC 뉴스와 AP, 블룸버그, 가넷, 뉴욕타임스(NYT), 폴리티코, USA투데이, 워싱턴포스트(WP)와 다른 언론 매체들은 CNN의 소송을 지지하는 의견을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평소 보수성향 매체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온 폭스뉴스도 이번엔 라이벌 매체인 CNN 편을 들고 나섰다. 제이 월리스 폭스 뉴스는 14일(현지시각) 성명에서 "폭스뉴스는 백악관 출입기자의 출입증을 되찾기 위해 법적으로 노력하는 CNN을 지원한다"며 백악관이 기자들에 대한 기밀 취재 허가증을 무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예능프로에도 희화화…백악관은 '역풍'


아코스타의 질문 중지와 백악관 출입 정지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화제가 됐다. 미 NBC방송의 예능 프로그램 SNL은 백악관이 아코스타의 출입 정지의 근거로 제시한 여성 인턴과 갈등을 패러디했다. SNL은 마이크 대신 연필을 소재로 삼아 슬리 스트롱과 콜린 조스트가 호흡을 맞춰 웃음을 자아냈다.

백악관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지만, 백악관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트럼프, '언론 적대감'이 '언론 길들이기'로


주요 언론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출입증을 되돌려받기 위한 싸움으로 볼 수 없다. CNN이 이번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순응했다면, 미 언론인은 앞으로 트럼프를 향한 쓴소리를 하지 못하고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시 아코스타 기자는 한창 미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민자 행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침략'이라고 표현한 것을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비껴가고 싶은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질문했을 뿐이다.

트럼프는 아코스타를 향해 "당신은 무례하고 끔찍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을 했다고 백악관 출입을 정지시키는 대통령이야말로 '무례하고 끔찍한' 것이 아닌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거나, 자신을 공격하는 언론은 모두 '가짜뉴스'로 치부하며 트위터 등에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까지 언론을 공격하는 대통령도 사실 드물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언론인의 백악관 출입을 규제하고 언론인의 인터뷰 요청을 선별할 광범위한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 언론은 특정 기자를 노린 '언론 길들이기' 행태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때마침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리는 언론 보도가 또 나왔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인 미라 리카르델의 경질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배경에 맏딸 이방카 보좌관과의 암투-신경전이 깔려 있다는 기사였다. 심지어 이방카를 백악관에 들여 놓은데 대해 후회하고 있다는 내용까지 보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리카르델을 경질시키면서 공개적으론 부인의 손을 들어줬지만 가족간 치부를 드러낸 만큼 속이 편할 리는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의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행태로라면 이 내용에 대해서도 '가짜뉴스'라고 외치며 또 다시 언론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언론과의 전쟁을 치르랴, 가족간의 신경전으로 눈치보랴...트럼프 대통령에겐 이래저래 골치 아픈 2018년 늦가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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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5 14: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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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방송 백악관 출입기자인 '짐 아코스타'는 닷새 전 개인 비용으로 프랑스 파리로 날아갔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 취재를 위해 미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탑승한 '백악관 전용기'를 이용했지만, 짐 아코스타는 민간 항공기를 타고 파리로 향했다. 트럼프와의 설전을 벌여 백악관 출입이 정지됐기 때문이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보란 듯이 파리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파리에서 안부'라는 글을 올렸다. 백악관 출입이 정지됐지만, 트럼프와 언제나 함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일까? 칼럼니스트 짐 루텐버그는 1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칼럼에 에펠탑을 배경으로 한 아코스타의 모습과 관련해, "출입증 없이도 보도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전했다.

CNN, 백악관 상대로 소송…미 언론들 "CNN 지지"

지난 9일 있었던 CNN 백악관 출입기자 출입 정지와 관련한 사건은 권력과 언론의 전쟁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애초, 백악관은 CNN 기자가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인턴에게 무례하게 행동해 출입을 정지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를 받으려는 여성 인턴의 신체에 손을 댔다고 주장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CNN이 백악관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관련 풀 영상을 내밀었다. 그러자 백악관은 아코스타 기자가 두 차례 질문하고도 마이크를 넘기지 않은 '무례함'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고, 부적절한 신체 접촉에 대해서는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이에 대해 백악관의 궁색한 변명으로 치부하고 있다. 사실 트럼프가 평소 지닌 '언론에 대한 적대감'이 이번 사건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CNN과 아코스타 기자는 출입증을 되돌려 받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을 상대로 워싱턴 D.C.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는 CNN과 아코스타 기자가 미 수정헌법 제1조와 제5조에 명시된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CNN은 성명을 통해 백악관과 접촉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백악관은 아무런 반응이 없어 소송을 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다른 언론들도 백악관이 아닌 CNN 편에 섰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NBC 뉴스와 AP, 블룸버그, 가넷, 뉴욕타임스(NYT), 폴리티코, USA투데이, 워싱턴포스트(WP)와 다른 언론 매체들은 CNN의 소송을 지지하는 의견을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평소 보수성향 매체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온 폭스뉴스도 이번엔 라이벌 매체인 CNN 편을 들고 나섰다. 제이 월리스 폭스 뉴스는 14일(현지시각) 성명에서 "폭스뉴스는 백악관 출입기자의 출입증을 되찾기 위해 법적으로 노력하는 CNN을 지원한다"며 백악관이 기자들에 대한 기밀 취재 허가증을 무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예능프로에도 희화화…백악관은 '역풍'


아코스타의 질문 중지와 백악관 출입 정지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화제가 됐다. 미 NBC방송의 예능 프로그램 SNL은 백악관이 아코스타의 출입 정지의 근거로 제시한 여성 인턴과 갈등을 패러디했다. SNL은 마이크 대신 연필을 소재로 삼아 슬리 스트롱과 콜린 조스트가 호흡을 맞춰 웃음을 자아냈다.

백악관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지만, 백악관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트럼프, '언론 적대감'이 '언론 길들이기'로


주요 언론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출입증을 되돌려받기 위한 싸움으로 볼 수 없다. CNN이 이번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순응했다면, 미 언론인은 앞으로 트럼프를 향한 쓴소리를 하지 못하고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시 아코스타 기자는 한창 미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민자 행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침략'이라고 표현한 것을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비껴가고 싶은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질문했을 뿐이다.

트럼프는 아코스타를 향해 "당신은 무례하고 끔찍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을 했다고 백악관 출입을 정지시키는 대통령이야말로 '무례하고 끔찍한' 것이 아닌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거나, 자신을 공격하는 언론은 모두 '가짜뉴스'로 치부하며 트위터 등에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까지 언론을 공격하는 대통령도 사실 드물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언론인의 백악관 출입을 규제하고 언론인의 인터뷰 요청을 선별할 광범위한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 언론은 특정 기자를 노린 '언론 길들이기' 행태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때마침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리는 언론 보도가 또 나왔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인 미라 리카르델의 경질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배경에 맏딸 이방카 보좌관과의 암투-신경전이 깔려 있다는 기사였다. 심지어 이방카를 백악관에 들여 놓은데 대해 후회하고 있다는 내용까지 보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리카르델을 경질시키면서 공개적으론 부인의 손을 들어줬지만 가족간 치부를 드러낸 만큼 속이 편할 리는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의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행태로라면 이 내용에 대해서도 '가짜뉴스'라고 외치며 또 다시 언론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언론과의 전쟁을 치르랴, 가족간의 신경전으로 눈치보랴...트럼프 대통령에겐 이래저래 골치 아픈 2018년 늦가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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