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체크] 삼겹살 먹고 찬물 마시면 암에 걸린다고?

입력 2018.11.15 (17:58) 수정 2018.11.1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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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구워 먹고 찬물 마시면 암에 걸린다."
"구운 고기를 먹은 뒤 찬물을 마시면 기름이 응고돼 소화장애를 유발한다."

수년 전부터 국내외 인터넷 블로그와 SNS를 통해 알려진 건강정보다. 사실 구전으로 의한 것까지 치면 매우 오래된 속설이기도 하다. 국내의 경우 젊은 층보다는 중장년층에 널리 알려졌다. 해외에선 대체 건강법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들을 통해 관련 내용이 퍼졌다.

"암이 걸릴 수 있다."는 첫 번째 주장은 "믿기 힘들다."면서도 "소화장애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그런 것 같기도 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더러는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관련 건강정보는 지금도 온라인 공간에서 회자하고 있다.

인터넷에 돌고 있는 관련 건강정보 글.인터넷에 돌고 있는 관련 건강정보 글.

2006년부터 해외에서 등장한 관련 건강정보 글. (식후 찬물 마시기 = 암) 한국에 알려진 내용과 같다.2006년부터 해외에서 등장한 관련 건강정보 글. (식후 찬물 마시기 = 암) 한국에 알려진 내용과 같다.

삼겹살같이 구운 고기를 먹은 뒤 찬물을 마시는 건 정말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다수의 양·한방 전문의들을 통해 따져봤다.

위에서만 4~5시간 걸리는 소화…얼음물 마신다 한들

위는 음식물을 잘게 부수고 위산을 통한 살균과 펩신을 통한 단백질 분해가 이뤄지는 곳이다. 음식의 종류와 양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 과정에 평균 4~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위에서 죽처럼 변한 음식물이 소장으로 들어가면 강력한 소화액의 작용으로 더 잘게 부수어져 체내에 흡수된다. 음식물이 장까지 도달하는 데는 보통 6~8시간이 걸린다.

고기를 먹은 직후 찬물이나 얼음물을 마신다 해도 체내에 유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이 될 수밖에 없다. 위에서 고기와 찬물이 만나는 순간 지방이 응고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위에서만 4~5시간 동안 소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과학적이지 않다.

이상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모든 기름이 찬물에 닿았다고 굳지도 않을뿐더러 찬물을 마셨다고 해서 위에 도달한 찬물이 계속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위 소화 과정에 물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반대로 뜨거운 물을 마신다 해도 체내에 들어오면 금방 체온 수준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며 "적당량의 수분섭취는 발암물질의 장내 잔류시간을 줄여주고 농도를 희석해 일반적인 소화기암의 발생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강은교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기의 지방은 소장에서 소화·흡수된다. 때문에 구운 고기를 먹은 뒤 찬물을 마시면 기름이 굳어 소화에 장애가 된다는 것은 전혀 증명되지 않은 얘기다."라고 강조했다.

신현수 동서한방병원 한방내과 전문의도 "어차피 지방은 소장에서 담즙에 의해 액화돼 소화된다. 지방의 고체(응고), 액체 여부는 소화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처 : 게티이미지출처 : 게티이미지

찬물이 암 유발?…"관련 근거 없어"

찬물이 암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사실무근이다. 찬물을 마시는 것이 암을 유발한다는 공신력 있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도 없다.

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구운 고기를 먹은 뒤 찬물을 마시는 것이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양현 고려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강은교 서울대병원 교수도 "관련된 의학적 근거가 없고 증명된 연구도 없다."고 밝혔다.

한방내과 전문의인 강만호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발암 성분이 찬물에서 더 활동적으로 변하는지에 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동국대 한방병원 정승현 교수는 "10년 이상 과다한 양의 지방 섭취를 해 복부지방이 많이 쌓이면 염증이 생기고 암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면서 "찬물을 마시는 것만으로 암이 발병한다는 주장은 황당하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외 의학저널이나 각종 학술논문을 찾아봐도 찬물 음용과 암의 상관성을 다룬 연구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출처 : 게티이미지출처 : 게티이미지

"소화기 예민할 경우 따뜻한 물이 더 낫다."

전문의들은 다만 "소화기가 예민할 경우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아 조언했다.

김양현 교수는 "소화기 장애가 있거나 위장관이 예민한 사람은 찬물보다는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게 낫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편안한 상태에서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몸에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이 소화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항락 교수는 "큰 차이는 아니지만, 이론적으로 봤을 때 찬물을 마시면 우리 몸의 온도와 유사하게 체내 온도를 올리기 위해 에너지를 더 소모하게 된다."며 "따뜻한 물을 마시면 에너지 소모도 적고 몸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강은교 교수는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소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식후 냉수가 좋으냐, 온수가 좋으냐에 대해서는 아직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맹목적으로 택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방에서도 따뜻한 물을 추천했다.

정승현 교수와 신현수 한방내과 전문의는 몸이 찬 사람들은 식사 후 찬물을 마시면 소화를 더디게 할 수 있어, 적당량의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강만호 원장은 "소화불량을 예방하려면 평소에 온수나 상온의 물을 마시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출처 : 게티이미지출처 : 게티이미지

"고기 구워 먹고 찬물 마시면 암 걸려" → 전혀 사실 아님.

식사 후 찬물, 심지어 얼음물을 마셔도 체내에선 곧 체온과 비슷한 수준으로 온도가 조절된다.

또한, 위와 장에서 음식물이 소화되기까지는 보통 8시간 정도가 걸린다. 찬물이 위 속 고기의 지방을 응고시킬 가능성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차피 지방은 소장에서 액화돼 소화된다.

찬물이 암을 유발한다는 의학적 근거도 없다. 전문의들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따뜻한 물이 소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고기를 구워 먹고 찬물을 마시면 암에 걸린다."는 건강정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사실, 마시는 물 온도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지방의 과다한 섭취야말로 암과 직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방의 과다한 섭취가 각종 암의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는 이미 많이 나와 있고 그만큼 국민적 인식도 높다. 고기를 먹을 때 어떻게 하면 지방섭취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훨씬 건강에 득이 될 수 있다.


취재 지원: 팩트체크 인턴기자 안명진 passion9623@gmail.com

※메디체크(MEDI-Check)는 범람하는 건강·의학 정보에 대한 사실 여부를 따져보는 코너입니다. 잘못된 건강·의학 정보는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건강 상식이 맞는지, 틀린 지 여부를 확인하고 싶다면 메일(leg@kbs.co.kr)로 문의해주세요. 객관적 검증이 가능한 내용은 취재 후 친절히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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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디체크] 삼겹살 먹고 찬물 마시면 암에 걸린다고?
    • 입력 2018-11-15 17:58:45
    • 수정2018-11-15 21:11:29
    취재K
"고기 구워 먹고 찬물 마시면 암에 걸린다."
"구운 고기를 먹은 뒤 찬물을 마시면 기름이 응고돼 소화장애를 유발한다."

수년 전부터 국내외 인터넷 블로그와 SNS를 통해 알려진 건강정보다. 사실 구전으로 의한 것까지 치면 매우 오래된 속설이기도 하다. 국내의 경우 젊은 층보다는 중장년층에 널리 알려졌다. 해외에선 대체 건강법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들을 통해 관련 내용이 퍼졌다.

"암이 걸릴 수 있다."는 첫 번째 주장은 "믿기 힘들다."면서도 "소화장애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그런 것 같기도 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더러는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관련 건강정보는 지금도 온라인 공간에서 회자하고 있다.

인터넷에 돌고 있는 관련 건강정보 글.
2006년부터 해외에서 등장한 관련 건강정보 글. (식후 찬물 마시기 = 암) 한국에 알려진 내용과 같다.
삼겹살같이 구운 고기를 먹은 뒤 찬물을 마시는 건 정말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다수의 양·한방 전문의들을 통해 따져봤다.

위에서만 4~5시간 걸리는 소화…얼음물 마신다 한들

위는 음식물을 잘게 부수고 위산을 통한 살균과 펩신을 통한 단백질 분해가 이뤄지는 곳이다. 음식의 종류와 양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 과정에 평균 4~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위에서 죽처럼 변한 음식물이 소장으로 들어가면 강력한 소화액의 작용으로 더 잘게 부수어져 체내에 흡수된다. 음식물이 장까지 도달하는 데는 보통 6~8시간이 걸린다.

고기를 먹은 직후 찬물이나 얼음물을 마신다 해도 체내에 유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이 될 수밖에 없다. 위에서 고기와 찬물이 만나는 순간 지방이 응고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위에서만 4~5시간 동안 소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과학적이지 않다.

이상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모든 기름이 찬물에 닿았다고 굳지도 않을뿐더러 찬물을 마셨다고 해서 위에 도달한 찬물이 계속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위 소화 과정에 물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반대로 뜨거운 물을 마신다 해도 체내에 들어오면 금방 체온 수준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며 "적당량의 수분섭취는 발암물질의 장내 잔류시간을 줄여주고 농도를 희석해 일반적인 소화기암의 발생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강은교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기의 지방은 소장에서 소화·흡수된다. 때문에 구운 고기를 먹은 뒤 찬물을 마시면 기름이 굳어 소화에 장애가 된다는 것은 전혀 증명되지 않은 얘기다."라고 강조했다.

신현수 동서한방병원 한방내과 전문의도 "어차피 지방은 소장에서 담즙에 의해 액화돼 소화된다. 지방의 고체(응고), 액체 여부는 소화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처 : 게티이미지
찬물이 암 유발?…"관련 근거 없어"

찬물이 암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사실무근이다. 찬물을 마시는 것이 암을 유발한다는 공신력 있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도 없다.

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구운 고기를 먹은 뒤 찬물을 마시는 것이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양현 고려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강은교 서울대병원 교수도 "관련된 의학적 근거가 없고 증명된 연구도 없다."고 밝혔다.

한방내과 전문의인 강만호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발암 성분이 찬물에서 더 활동적으로 변하는지에 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동국대 한방병원 정승현 교수는 "10년 이상 과다한 양의 지방 섭취를 해 복부지방이 많이 쌓이면 염증이 생기고 암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면서 "찬물을 마시는 것만으로 암이 발병한다는 주장은 황당하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외 의학저널이나 각종 학술논문을 찾아봐도 찬물 음용과 암의 상관성을 다룬 연구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출처 : 게티이미지
"소화기 예민할 경우 따뜻한 물이 더 낫다."

전문의들은 다만 "소화기가 예민할 경우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아 조언했다.

김양현 교수는 "소화기 장애가 있거나 위장관이 예민한 사람은 찬물보다는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게 낫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편안한 상태에서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몸에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이 소화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항락 교수는 "큰 차이는 아니지만, 이론적으로 봤을 때 찬물을 마시면 우리 몸의 온도와 유사하게 체내 온도를 올리기 위해 에너지를 더 소모하게 된다."며 "따뜻한 물을 마시면 에너지 소모도 적고 몸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강은교 교수는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소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식후 냉수가 좋으냐, 온수가 좋으냐에 대해서는 아직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맹목적으로 택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방에서도 따뜻한 물을 추천했다.

정승현 교수와 신현수 한방내과 전문의는 몸이 찬 사람들은 식사 후 찬물을 마시면 소화를 더디게 할 수 있어, 적당량의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강만호 원장은 "소화불량을 예방하려면 평소에 온수나 상온의 물을 마시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출처 : 게티이미지
"고기 구워 먹고 찬물 마시면 암 걸려" → 전혀 사실 아님.

식사 후 찬물, 심지어 얼음물을 마셔도 체내에선 곧 체온과 비슷한 수준으로 온도가 조절된다.

또한, 위와 장에서 음식물이 소화되기까지는 보통 8시간 정도가 걸린다. 찬물이 위 속 고기의 지방을 응고시킬 가능성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차피 지방은 소장에서 액화돼 소화된다.

찬물이 암을 유발한다는 의학적 근거도 없다. 전문의들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따뜻한 물이 소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고기를 구워 먹고 찬물을 마시면 암에 걸린다."는 건강정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사실, 마시는 물 온도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지방의 과다한 섭취야말로 암과 직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방의 과다한 섭취가 각종 암의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는 이미 많이 나와 있고 그만큼 국민적 인식도 높다. 고기를 먹을 때 어떻게 하면 지방섭취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훨씬 건강에 득이 될 수 있다.


취재 지원: 팩트체크 인턴기자 안명진 passion9623@gmail.com

※메디체크(MEDI-Check)는 범람하는 건강·의학 정보에 대한 사실 여부를 따져보는 코너입니다. 잘못된 건강·의학 정보는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건강 상식이 맞는지, 틀린 지 여부를 확인하고 싶다면 메일(leg@kbs.co.kr)로 문의해주세요. 객관적 검증이 가능한 내용은 취재 후 친절히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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