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널널한 ‘독방·가석방’…교도소장이 ‘종결자’

입력 2018.11.15 (18:50) 수정 2018.11.15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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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으로 가려면 천만 원. 그러니까 부가세까지 해서 천백(만 원)"


천백만 원만 있으면 여럿이서 지내는 혼거실에서 1인실인 독거실로 옮길 수 있다는 브로커 변호사의 발언. 이런 은밀한 '독방 거래'가 실제 이뤄진 사실이 KBS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문제의 변호사는 교도소를 옮기는 이감· 형기를 남겨 놓고 교도소를 일찍 나오는 가석방까지 돈을 주면 성사시켜 주겠다고 말해 충격을 준 바 있다.

도대체 교정 행정이 어떻길래 이런 비리가 만연하게 된 것인지 구조적인 원인을 탐사했다.

'독방은 하늘의 별따기?'...현실은 남아도는 독방

먼저 독방 문제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14조를 보면 '수용자는 독거수용한다'고 명시돼있다. 즉 일반적으로는 1인실, 즉 독방을 쓰게 하는 게 원칙이라는 것이다. 다만, 혼거수용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단서를 달았다.

1. 독거실 부족 등 시설여건이 충분하지 아니한 때
2. 수용자의 생명 또는 신체의 보호, 정서적 안정을 위하여 필요한 때
3.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하여 필요한 때

따라서 교도소장은 수감자의 죄질, 성격, 범죄전력, 나이, 경력, 태도 등 개인적 특성을 고려해 독거실/혼거실 여부를 정한다. 현실은 법이 정한 원칙과는 큰 차이가 나는데 전국 대부분 교정시설은 과밀 수용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주로 혼거실에 수감자를 수용하고 있다.

탐사K는 그래서 교도소 독방 실태를 알아봤다.


취재진이 입수한 '교정시설별 독거실 및 혼거실 세부현황(2017년 8월 기준)'을 보면 이번에 '독방 거래'가 드러난 서울 남부구치소의 경우 독거실 384개 중 비어있는 방이 109개로 나타났다. 30%에 가까운 독거실이 공실인 반면 혼거실은 335개 중 단 2개만 비어있었다. 전국 53개 교정시설 수용현황을 파악해봤더니 교도소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1,915개의 1인실, 즉 독방이 비어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교정 당국 관계자는 "감독할 교도관이 모자라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빈방들이 생긴 것"이라고 추가 설명했다. '하늘의 별따기'로 불리는 독거실이 실제로는 이렇게 비어있다. 힘 있고, 돈 있는 수감자들이 불법적인 '독방 거래'에 나설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매년 가석방 6천여 명...'가석방심사위원회' 통과율은 90%

한해 6~7천 명씩 나오는 가석방은 어떨까. 법적으로는 1/3의 형기를 채우면 가석방 대상자가 되지만, 보통 2/3 이상 채운 수감자들이 가석방으로 나오고 있다.

가석방 절차는 각 교도소 내 마련된 '분류처우위원회'가 교정 성적 등을 바탕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면 소장이 법무부 장관 소속인 '가석방심사위원회'에 신청한다. 여기서 가석방 여부를 따진 뒤 마지막으로 법무부 장관의 허가로 최종 결정된다.

쉽게 말해 교도소장이 모범수들을 '가석방심사위원회'에 추천하면 여기서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심사위원회에선 거의 다 통과되기 때문에 사실상 교도소장의 추천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지난 가석방심사위원회의 통과율을 분석해봤더니 평균 9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도소 내 옮기는 독방행뿐 아니라 가석방까지 실질적으론 교도소장의 권한이 막강한 것이다.



친한 교도소장과 교정본부 간부를 통해 독방, 이감, 가석방까지 가능하다는 브로커 변호사의 말은 이런 배경이 있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보안이라는 이유로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교정 행정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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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5 18:50:48
    • 수정2018-11-15 21:21:45
    탐사K
"독방으로 가려면 천만 원. 그러니까 부가세까지 해서 천백(만 원)"


천백만 원만 있으면 여럿이서 지내는 혼거실에서 1인실인 독거실로 옮길 수 있다는 브로커 변호사의 발언. 이런 은밀한 '독방 거래'가 실제 이뤄진 사실이 KBS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문제의 변호사는 교도소를 옮기는 이감· 형기를 남겨 놓고 교도소를 일찍 나오는 가석방까지 돈을 주면 성사시켜 주겠다고 말해 충격을 준 바 있다.

도대체 교정 행정이 어떻길래 이런 비리가 만연하게 된 것인지 구조적인 원인을 탐사했다.

'독방은 하늘의 별따기?'...현실은 남아도는 독방

먼저 독방 문제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14조를 보면 '수용자는 독거수용한다'고 명시돼있다. 즉 일반적으로는 1인실, 즉 독방을 쓰게 하는 게 원칙이라는 것이다. 다만, 혼거수용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단서를 달았다.

1. 독거실 부족 등 시설여건이 충분하지 아니한 때
2. 수용자의 생명 또는 신체의 보호, 정서적 안정을 위하여 필요한 때
3.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하여 필요한 때

따라서 교도소장은 수감자의 죄질, 성격, 범죄전력, 나이, 경력, 태도 등 개인적 특성을 고려해 독거실/혼거실 여부를 정한다. 현실은 법이 정한 원칙과는 큰 차이가 나는데 전국 대부분 교정시설은 과밀 수용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주로 혼거실에 수감자를 수용하고 있다.

탐사K는 그래서 교도소 독방 실태를 알아봤다.


취재진이 입수한 '교정시설별 독거실 및 혼거실 세부현황(2017년 8월 기준)'을 보면 이번에 '독방 거래'가 드러난 서울 남부구치소의 경우 독거실 384개 중 비어있는 방이 109개로 나타났다. 30%에 가까운 독거실이 공실인 반면 혼거실은 335개 중 단 2개만 비어있었다. 전국 53개 교정시설 수용현황을 파악해봤더니 교도소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1,915개의 1인실, 즉 독방이 비어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교정 당국 관계자는 "감독할 교도관이 모자라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빈방들이 생긴 것"이라고 추가 설명했다. '하늘의 별따기'로 불리는 독거실이 실제로는 이렇게 비어있다. 힘 있고, 돈 있는 수감자들이 불법적인 '독방 거래'에 나설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매년 가석방 6천여 명...'가석방심사위원회' 통과율은 90%

한해 6~7천 명씩 나오는 가석방은 어떨까. 법적으로는 1/3의 형기를 채우면 가석방 대상자가 되지만, 보통 2/3 이상 채운 수감자들이 가석방으로 나오고 있다.

가석방 절차는 각 교도소 내 마련된 '분류처우위원회'가 교정 성적 등을 바탕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면 소장이 법무부 장관 소속인 '가석방심사위원회'에 신청한다. 여기서 가석방 여부를 따진 뒤 마지막으로 법무부 장관의 허가로 최종 결정된다.

쉽게 말해 교도소장이 모범수들을 '가석방심사위원회'에 추천하면 여기서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심사위원회에선 거의 다 통과되기 때문에 사실상 교도소장의 추천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지난 가석방심사위원회의 통과율을 분석해봤더니 평균 9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도소 내 옮기는 독방행뿐 아니라 가석방까지 실질적으론 교도소장의 권한이 막강한 것이다.



친한 교도소장과 교정본부 간부를 통해 독방, 이감, 가석방까지 가능하다는 브로커 변호사의 말은 이런 배경이 있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보안이라는 이유로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교정 행정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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