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이수역 술집 폭행’ 진실은

입력 2018.11.1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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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측이 올린 게시글. 출처: 네이트판

'새벽 시간 주점에서 시비를 벌인 남녀 5명이 쌍방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개요만 놓고 보면 흔한 사건·사고 기사 한 줄로 취급될 수 있었던 40여 분간의 다툼은 상상 이상의 파문을 몰고 왔습니다.

14일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 하나가 발단이 됐습니다. "도와주세요. 뼈가 보일 만큼 폭행당해 입원 중인데 피의자 신분이 되었습니다." 머리를 다쳐 붕대를 감고 있는 여성의 뒷모습 사진도 함께 올라왔습니다.

글이 게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수역 폭행'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청와대 국민청원은 하루도 안 돼 수십만 명의 동의를 얻습니다. 경찰청장도 '엄정 수사' 의지를 밝혔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올라오고 있고, 각종 매체들은 실시간으로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중입니다.

급기야 어제(16일) 경찰이 단순 폭행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기자 브리핑을 열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퍼지며 국민들의 오해가 큰 것 같아 바로잡고 싶다"고 했습니다.

경찰이 주점 업주의 진술과 주점 내부 CCTV 영상을 통해 파악한 사건 개요는 이렇습니다. 여성들이 큰 소리로 떠들다 옆 테이블 커플과 '뭘 쳐다보냐'라며 시비가 붙었고, 그 과정에서 다른 테이블에 있던 남성들과도 욕설이 오가며 싸움이 번졌다는 겁니다.

'소극적 방어' vs '적극적 공격'…경찰 "휴대전화 영상 받을 것"

경찰은 여성이 남성들이 있는 테이블로 가 그들 중 한 명의 손을 '툭' 친 것이 몸싸움의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손을 먼저 쳤다고 해서 폭행을 먼저 시작했다고 하기는 힘들다"면서 "'소극적 방어'인지 '적극적 공격'인지를 추후 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폭행 당시 남성 측과 여성 측이 촬영한 휴대전화 동영상을 확보해 분석할 계획입니다. 주점 내부 CCTV에는 소리가 녹음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정황을 알려면 영상 확보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인터넷에 공개된 휴대폰 촬영 영상 일부. 출처: 유튜브인터넷에 공개된 휴대폰 촬영 영상 일부. 출처: 유튜브

사건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다음날인 15일로 돌아가 봅니다. 이날 인터넷에는 남성 측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짧은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영상에는 여성들이 혐오 발언을 하는 장면도 담겼습니다. 이미 '남혐 vs 여혐' 논란이 일고 있던 상황. 논쟁은 더 뜨거워졌습니다.

KBS 취재진은 사건 초기 여성 측으로부터 취재를 원한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남성 측도 접촉해보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설득 끝에 당사자 여성을 직접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성은 폭행 당시 상황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직접 촬영한 영상들도 제공했습니다.

[연관 기사] ‘이수역 술집 폭행’ 무슨 일 있었나?…당사자 만나 보니

영상을 통해 술집 계단에서 벌어진 몸싸움 일부를 볼 수 있었습니다. '계단에서 밀지 마라', '언제 밀었나? 손 놔라.' 등 남녀 간에 오갔던 언쟁도 담겨있습니다. 남성이 여성을 밀치는 모습도 짧게 등장합니다.

"주점 CCTV를 보면 양측이 휴대전화로 연속적으로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관계자의 말입니다. 양측은 시비가 붙은 초기부터 서로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그 영상들 속에는 CCTV에는 없던 중요한 증거, '음성'이 담겨 있습니다.

현재 돌고 있는 영상들은 모두 분량이 짧은 조각 영상입니다. 영상 자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지만, '임의로 편집된' 영상은 그럴 수도 있습니다. 남성 측이든 여성 측이든 자신에게 유리한 장면이 많이 담긴 영상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첨예하게 엇갈리는 당사자 진술 속에서 짧은 영상을 보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앞선 여러 사건에서 배웠습니다. 양측은 변호사를 선임했고, 곧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영상을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단편적으로 공개되는 영상으로 불필요한 혐오 논란을 확산하기보다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차분히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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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7 07:12:56
    취재K
▲ 여성 측이 올린 게시글. 출처: 네이트판

'새벽 시간 주점에서 시비를 벌인 남녀 5명이 쌍방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개요만 놓고 보면 흔한 사건·사고 기사 한 줄로 취급될 수 있었던 40여 분간의 다툼은 상상 이상의 파문을 몰고 왔습니다.

14일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 하나가 발단이 됐습니다. "도와주세요. 뼈가 보일 만큼 폭행당해 입원 중인데 피의자 신분이 되었습니다." 머리를 다쳐 붕대를 감고 있는 여성의 뒷모습 사진도 함께 올라왔습니다.

글이 게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수역 폭행'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청와대 국민청원은 하루도 안 돼 수십만 명의 동의를 얻습니다. 경찰청장도 '엄정 수사' 의지를 밝혔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올라오고 있고, 각종 매체들은 실시간으로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중입니다.

급기야 어제(16일) 경찰이 단순 폭행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기자 브리핑을 열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퍼지며 국민들의 오해가 큰 것 같아 바로잡고 싶다"고 했습니다.

경찰이 주점 업주의 진술과 주점 내부 CCTV 영상을 통해 파악한 사건 개요는 이렇습니다. 여성들이 큰 소리로 떠들다 옆 테이블 커플과 '뭘 쳐다보냐'라며 시비가 붙었고, 그 과정에서 다른 테이블에 있던 남성들과도 욕설이 오가며 싸움이 번졌다는 겁니다.

'소극적 방어' vs '적극적 공격'…경찰 "휴대전화 영상 받을 것"

경찰은 여성이 남성들이 있는 테이블로 가 그들 중 한 명의 손을 '툭' 친 것이 몸싸움의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손을 먼저 쳤다고 해서 폭행을 먼저 시작했다고 하기는 힘들다"면서 "'소극적 방어'인지 '적극적 공격'인지를 추후 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폭행 당시 남성 측과 여성 측이 촬영한 휴대전화 동영상을 확보해 분석할 계획입니다. 주점 내부 CCTV에는 소리가 녹음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정황을 알려면 영상 확보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인터넷에 공개된 휴대폰 촬영 영상 일부. 출처: 유튜브
사건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다음날인 15일로 돌아가 봅니다. 이날 인터넷에는 남성 측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짧은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영상에는 여성들이 혐오 발언을 하는 장면도 담겼습니다. 이미 '남혐 vs 여혐' 논란이 일고 있던 상황. 논쟁은 더 뜨거워졌습니다.

KBS 취재진은 사건 초기 여성 측으로부터 취재를 원한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남성 측도 접촉해보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설득 끝에 당사자 여성을 직접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성은 폭행 당시 상황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직접 촬영한 영상들도 제공했습니다.

[연관 기사] ‘이수역 술집 폭행’ 무슨 일 있었나?…당사자 만나 보니

영상을 통해 술집 계단에서 벌어진 몸싸움 일부를 볼 수 있었습니다. '계단에서 밀지 마라', '언제 밀었나? 손 놔라.' 등 남녀 간에 오갔던 언쟁도 담겨있습니다. 남성이 여성을 밀치는 모습도 짧게 등장합니다.

"주점 CCTV를 보면 양측이 휴대전화로 연속적으로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관계자의 말입니다. 양측은 시비가 붙은 초기부터 서로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그 영상들 속에는 CCTV에는 없던 중요한 증거, '음성'이 담겨 있습니다.

현재 돌고 있는 영상들은 모두 분량이 짧은 조각 영상입니다. 영상 자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지만, '임의로 편집된' 영상은 그럴 수도 있습니다. 남성 측이든 여성 측이든 자신에게 유리한 장면이 많이 담긴 영상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첨예하게 엇갈리는 당사자 진술 속에서 짧은 영상을 보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앞선 여러 사건에서 배웠습니다. 양측은 변호사를 선임했고, 곧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영상을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단편적으로 공개되는 영상으로 불필요한 혐오 논란을 확산하기보다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차분히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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