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눈덩이’ 인명피해…갈수록 ‘최악’인 ‘최악의 산불’

입력 2018.11.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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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는데 갈수록 사망자가 늘더니 실종자 수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지시각 지난 8일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대형산불 '캠프 파이어(Camp Fire)'로 인한 사망자가 여드레가 지난 현재 71명으로 늘었다. 사흘 전만 해도 100명에서 200명 사이로 전해졌던 실종상태(연락 두절) 주민 수는 어제 600여 명에서 오늘은 1,000명 선으로 폭증했다. 완전 진화가 이뤄진 뒤 최종 집계될 인명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로 커질지 종잡을 수 없는 상태다. 피해가 집중된 캘리포니아 주 뷰트 카운티(Butte County)는 그야말로 '공황' 상태다.

서울시 면적 잿더미 만든 '캠프 파이어'

캘리포니아 주 북부 뷰트 카운티를 집어삼킨 산불은 '캠프 파이어'로 명명된다. 불에 탄 면적은 605㎢. 서울시 전체 면적(605.21㎢)에 육박한다. 캘리포니아 산불은 한번 났다 하면 대형산불로 번져 악명이 높지만, 이번엔 산불을 확산시키는 주범인 강풍의 위력이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산불 번지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게 가까스로 살아남은 현지 주민들의 목격담이다.

일명 '악마의 바람'으로 불리는 '샌타 애나 (Santa Ana)'는 매년 이맘때 부는 계절풍이다. 최고 시속이 무려 130킬로미터로 1등급 허리케인과 맞먹는 위력을 지녔다. 샌타 애나는 산불에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넣어 이번 산불의 불길을 잡는데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뷰트 카운티서 목격된 ‘소용돌이 불꽃’뷰트 카운티서 목격된 ‘소용돌이 불꽃’

‘샌타 애나’ 바람 형성 과정‘샌타 애나’ 바람 형성 과정

'샌타 애나'는 모하비 사막과 미국 서부 내륙의 대분지에서 형성된 고기압이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오면서 형성된 매우 건조하고 강한 돌풍으로 캘리포니아 등 태평양 해안가로 불어온다.

통째로 사라진 '파라다이스' ... "대피도 못하고 참변"

이번 산불로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난 곳은 뷰트 카운티 내 '파라다이스' 마을이다. 인구 2만 7천 명의 작은 마을로 은퇴자와 노년층이 많이 사는, '낙원'이라는 이름 그대로 평화롭고 조용한 곳이었다.

현지 언론들은 파라다이스 마을의 참상을 전하며 "건물 뼈대 몇 개 외에는 남은 게 없다"고 보도했다. 마을 상공을 뒤덮은 화염과 검은 연기는 피난 차량 행렬까지 집어삼킬 듯 거대했다. 파라다이스에서는 산불 발생 첫날부터 거의 매일 10구 안팎의 시신이 발견돼왔다. 오늘 수색을 통해 추가로 나온 시신 8구도 이곳에서 수습됐다. 사망자 대부분 완전히 타버린 승용차 안이나 집 주변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경찰은 "아무래도 노인들이 많다 보니 제대로 대피도 못하고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캠프 파이어’‘캠프 파이어’

파라다이스 마을의 참상파라다이스 마을의 참상

파라다이스 주민 코트니 젠비 씨는 당시 참상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자동차 안에서 타 죽어간 사람들이 있었다. 차를 버리고 달려가다 길에서 타 죽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말이지 극도의 공포 상황이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실종자 ... "사망자 의미하는 건 아냐"

캘리포니아 주 소방당국은 애초 "'캠프 파이어' 완전 진화까지 최소 3주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방관 3,000여 명이 동원돼 밤낮으로 사투를 벌인 결과 다행히 현재 70% 이상의 진화율을 보이고 있는 걸로 전해진다.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샌타 애나가 한결 잦아든 것이 진화작업을 크게 진척시킨 요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샌타 아나는 워낙 변덕이 심해 안심하기는 이르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연락이 끊긴 실종 주민 수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날 631명이었던 실종상태 주민 수는 현지시각 16일 현재 1,011명으로 또 늘었다. 사망자는 전날 63명에서 71명으로 늘어 남부 캘리포니아 산불 '울시 파이어(Woolsey Fire)' 사망자 3명까지 모두 74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실종자 증가로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뷰트 카운티 경찰국의 코리 호네아 국장은 "지금 제공하는 실종자 정보는 걸러지지 않은 데이터로, 중복된 이름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있다. 실종자 리스트는 계속 왔다 갔다 하는 상태라는 점을 이해하길 바란다"며 "실종자가 사망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가을 4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캘리포니아 산타로사 산불 때 실종자가 수백 명에 달했지만, 사망자는 많지 않았다. 현재 뷰트 카운티 대부분 지역에 전력 공급이 끊긴 데다 휴대전화가 불통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상 최악의 산불" ... '지구온난화' 논란 거세질 듯

이번에 불이 난 캘리포니아 남부 벤투라 카운티(Ventura County)는 경관이 수려한 곳으로 할리우드 스타들의 저택도 꽤 많이 있다. 비싼 집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레이디 가가, 윌 스미스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와 감독들도 집을 버리고 피신했다. 영화 '300'으로 유명한 배우 제라드 버틀러가 불에 탄 자신의 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이번 산불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현재 화마와 싸우고 있는 소방관들도 이번 산불을 "생애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극한 조건"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제라드 버틀러 SNS 사진제라드 버틀러 SNS 사진

캘리포니아에서는 1933년 LA에서 발생한 '그리피스 파이어(Greenpeace Fire)'로 29명이 사망한 게 역대 최악의 피해로 기록돼왔다. 1991년 25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클랜드 '터널 파이어(Tunnel Fire)'가 두 번째였다. 그런데 뷰트 카운티를 덮친 이번 산불 '캠프파이어'가 이미 멀찌감치 갈아치웠다. '캠프 파이어'는 단일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로는 85년 만에 '그린피스 파이어'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샌타 애나' 바람과 불쏘시개가 되는 바짝 마른 숲의 나무들. 현지 과학자들은 산불을 키우는 일련의 현상들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꼽는다. 발화를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은 밝혀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화마를 키운 것으로 지목돼온 '지구 온난화'를 둘러싼 논란은 거세질 듯하다.

산불이 날 때마다 미국 내에서는 파리 기후 협약을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놓고 논란이 반복돼왔다.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이번 산불로 '연중 산불'이라는 말에도 무덤덤했던 현지 여론이 '지구 온난화' 논란과 맞물려 어떻게 변화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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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7 16: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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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는데 갈수록 사망자가 늘더니 실종자 수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지시각 지난 8일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대형산불 '캠프 파이어(Camp Fire)'로 인한 사망자가 여드레가 지난 현재 71명으로 늘었다. 사흘 전만 해도 100명에서 200명 사이로 전해졌던 실종상태(연락 두절) 주민 수는 어제 600여 명에서 오늘은 1,000명 선으로 폭증했다. 완전 진화가 이뤄진 뒤 최종 집계될 인명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로 커질지 종잡을 수 없는 상태다. 피해가 집중된 캘리포니아 주 뷰트 카운티(Butte County)는 그야말로 '공황' 상태다.

서울시 면적 잿더미 만든 '캠프 파이어'

캘리포니아 주 북부 뷰트 카운티를 집어삼킨 산불은 '캠프 파이어'로 명명된다. 불에 탄 면적은 605㎢. 서울시 전체 면적(605.21㎢)에 육박한다. 캘리포니아 산불은 한번 났다 하면 대형산불로 번져 악명이 높지만, 이번엔 산불을 확산시키는 주범인 강풍의 위력이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산불 번지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게 가까스로 살아남은 현지 주민들의 목격담이다.

일명 '악마의 바람'으로 불리는 '샌타 애나 (Santa Ana)'는 매년 이맘때 부는 계절풍이다. 최고 시속이 무려 130킬로미터로 1등급 허리케인과 맞먹는 위력을 지녔다. 샌타 애나는 산불에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넣어 이번 산불의 불길을 잡는데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뷰트 카운티서 목격된 ‘소용돌이 불꽃’
‘샌타 애나’ 바람 형성 과정
'샌타 애나'는 모하비 사막과 미국 서부 내륙의 대분지에서 형성된 고기압이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오면서 형성된 매우 건조하고 강한 돌풍으로 캘리포니아 등 태평양 해안가로 불어온다.

통째로 사라진 '파라다이스' ... "대피도 못하고 참변"

이번 산불로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난 곳은 뷰트 카운티 내 '파라다이스' 마을이다. 인구 2만 7천 명의 작은 마을로 은퇴자와 노년층이 많이 사는, '낙원'이라는 이름 그대로 평화롭고 조용한 곳이었다.

현지 언론들은 파라다이스 마을의 참상을 전하며 "건물 뼈대 몇 개 외에는 남은 게 없다"고 보도했다. 마을 상공을 뒤덮은 화염과 검은 연기는 피난 차량 행렬까지 집어삼킬 듯 거대했다. 파라다이스에서는 산불 발생 첫날부터 거의 매일 10구 안팎의 시신이 발견돼왔다. 오늘 수색을 통해 추가로 나온 시신 8구도 이곳에서 수습됐다. 사망자 대부분 완전히 타버린 승용차 안이나 집 주변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경찰은 "아무래도 노인들이 많다 보니 제대로 대피도 못하고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캠프 파이어’
파라다이스 마을의 참상
파라다이스 주민 코트니 젠비 씨는 당시 참상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자동차 안에서 타 죽어간 사람들이 있었다. 차를 버리고 달려가다 길에서 타 죽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말이지 극도의 공포 상황이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실종자 ... "사망자 의미하는 건 아냐"

캘리포니아 주 소방당국은 애초 "'캠프 파이어' 완전 진화까지 최소 3주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방관 3,000여 명이 동원돼 밤낮으로 사투를 벌인 결과 다행히 현재 70% 이상의 진화율을 보이고 있는 걸로 전해진다.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샌타 애나가 한결 잦아든 것이 진화작업을 크게 진척시킨 요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샌타 아나는 워낙 변덕이 심해 안심하기는 이르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연락이 끊긴 실종 주민 수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날 631명이었던 실종상태 주민 수는 현지시각 16일 현재 1,011명으로 또 늘었다. 사망자는 전날 63명에서 71명으로 늘어 남부 캘리포니아 산불 '울시 파이어(Woolsey Fire)' 사망자 3명까지 모두 74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실종자 증가로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뷰트 카운티 경찰국의 코리 호네아 국장은 "지금 제공하는 실종자 정보는 걸러지지 않은 데이터로, 중복된 이름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있다. 실종자 리스트는 계속 왔다 갔다 하는 상태라는 점을 이해하길 바란다"며 "실종자가 사망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가을 4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캘리포니아 산타로사 산불 때 실종자가 수백 명에 달했지만, 사망자는 많지 않았다. 현재 뷰트 카운티 대부분 지역에 전력 공급이 끊긴 데다 휴대전화가 불통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상 최악의 산불" ... '지구온난화' 논란 거세질 듯

이번에 불이 난 캘리포니아 남부 벤투라 카운티(Ventura County)는 경관이 수려한 곳으로 할리우드 스타들의 저택도 꽤 많이 있다. 비싼 집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레이디 가가, 윌 스미스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와 감독들도 집을 버리고 피신했다. 영화 '300'으로 유명한 배우 제라드 버틀러가 불에 탄 자신의 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이번 산불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현재 화마와 싸우고 있는 소방관들도 이번 산불을 "생애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극한 조건"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제라드 버틀러 SNS 사진
캘리포니아에서는 1933년 LA에서 발생한 '그리피스 파이어(Greenpeace Fire)'로 29명이 사망한 게 역대 최악의 피해로 기록돼왔다. 1991년 25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클랜드 '터널 파이어(Tunnel Fire)'가 두 번째였다. 그런데 뷰트 카운티를 덮친 이번 산불 '캠프파이어'가 이미 멀찌감치 갈아치웠다. '캠프 파이어'는 단일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로는 85년 만에 '그린피스 파이어'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샌타 애나' 바람과 불쏘시개가 되는 바짝 마른 숲의 나무들. 현지 과학자들은 산불을 키우는 일련의 현상들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꼽는다. 발화를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은 밝혀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화마를 키운 것으로 지목돼온 '지구 온난화'를 둘러싼 논란은 거세질 듯하다.

산불이 날 때마다 미국 내에서는 파리 기후 협약을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놓고 논란이 반복돼왔다.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이번 산불로 '연중 산불'이라는 말에도 무덤덤했던 현지 여론이 '지구 온난화' 논란과 맞물려 어떻게 변화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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