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싫으면 다 보수?…‘반문(反文)연대’에 대한 반문(反問)

입력 2018.11.1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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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문연대 깃발을 들고 보수진영을 재건하고,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는 대전제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고 본다." (정우택 한국당 의원)

"당의 지지 스펙트럼이 넓지 않은 상황이라 종잇장이라도 들고 와야 할 상황을 살펴본다면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유기준 한국당 의원)

야권 외곽에서 시작된 '반문(反文) 연대 논쟁'이 중심부로 향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내에서 친박·비박·중립 계파 구분 없이 관련 요구가 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문재인 대통령 싫은 사람, 하나로 똘똘 뭉치자"는 주장입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까지도 "과거의 이견을 자꾸 이야기하지 말고, 정치권 밖 보수세력까지 규합하는 네트워크로 미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지난 14일, KBS 1TV '사사건건')고 했습니다.


'장외 우량주'로 불리는 한국당 차기 주자들 역시 침묵을 깼습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보수를 단일대오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황교안 전 총리는 "(청와대는) 북한 변호 말고 요구를 해야 한다"며 '정부 견제론'에 힘을 실었습니다. 바른미래당에선 이언주 의원이 연일 '사자후'를 토하며 반문연대 대표 주자로 뜨고 있습니다.

'반문연대'는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막자는 당위에서 출발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반으로 그만 다투고, 공통분모가 큰 '반문'에서 시작하자는 거죠. 다시 말해 쪼그라든 야권의 지분을 여러 계파가 나누지 말고, 보수 단일대오로 '파이 키우기'부터 하자는 겁니다. 이를 두고 한 한국당 관계자는 깃발에 담긴 속사정을 짚었습니다. "21대 총선(2020년 4월)을 앞두고 승산이 적다고 판단되는 쪽의 초조함과 조급함이 묻어있는 프레임"이라는 설명입니다.


▲ '한국 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 보고서

묻고 싶은 건 과연 '반문연대'가 보수 재건의 해법이 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얼마 전 한국당 비대위가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 원인을 찾아보자며 서울대에 용역을 줬습니다. 그 결과를 담은 <한국 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을 다시 꺼내봤습니다. 73페이지 보고서에서는 중도에서 오른쪽 맨 끝까지 아울러야 한다는 '반문연대', '보수 대통합', '빅텐트'라는 말은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없습니다.

보고서는 내내 "한국당 재건을 위해 등 돌린 중도 지지층을 되찾으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면서 당 몰락기에 관여한 인사들의 '책임 있는 행동'(인적 쇄신)과 '정책 이슈 선점'(경제성장 등)을 돌파구로 제시했습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식상한 인식을 더는 주지 말라는 겁니다. 보고서를 받아든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국당 상황을 여과 없이 조명했다. 낡은 이미지와 정책을 과감하게 내던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보고서는 "냉전 이데올로기에 의존한 낡은 대북안보 프레임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는데 한국당은 보고서 회람 다음날(10월 31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제출했습니다. 인적 쇄신의 '전권'을 줬다는 전원책 조직강화특위 위원도 해촉(11월 9일)했습니다. 최근 민주당이 당론 발의한 '유치원 3법' 대응에 한국당이 소극적이란 일각의 지적도 "출산과 육아 등에서 참신한 정책으로 젊은 층, 여성 유권자에 호소하라"는 보고서 주문을 무색게 합니다.

문 대통령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문민정부 이래 어느 대통령도 재임 기간과 국정 지지도의 '반비례 현상'을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자강론'에 힘이 빠질수록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반사이익을 노리는 '반문연대'는 가속화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다만 그럴수록 다양한 세력들이 다양한 가치와 정책을 놓고 서로 경쟁하고, 다투고, 협치에 노력하려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게 될 겁니다. '반문'(反文)을 '반문'(反問)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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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싫으면 다 보수?…‘반문(反文)연대’에 대한 반문(反問)
    • 입력 2018-11-18 10:39:18
    취재K
"반문연대 깃발을 들고 보수진영을 재건하고,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는 대전제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고 본다." (정우택 한국당 의원)

"당의 지지 스펙트럼이 넓지 않은 상황이라 종잇장이라도 들고 와야 할 상황을 살펴본다면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유기준 한국당 의원)

야권 외곽에서 시작된 '반문(反文) 연대 논쟁'이 중심부로 향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내에서 친박·비박·중립 계파 구분 없이 관련 요구가 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문재인 대통령 싫은 사람, 하나로 똘똘 뭉치자"는 주장입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까지도 "과거의 이견을 자꾸 이야기하지 말고, 정치권 밖 보수세력까지 규합하는 네트워크로 미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지난 14일, KBS 1TV '사사건건')고 했습니다.


'장외 우량주'로 불리는 한국당 차기 주자들 역시 침묵을 깼습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보수를 단일대오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황교안 전 총리는 "(청와대는) 북한 변호 말고 요구를 해야 한다"며 '정부 견제론'에 힘을 실었습니다. 바른미래당에선 이언주 의원이 연일 '사자후'를 토하며 반문연대 대표 주자로 뜨고 있습니다.

'반문연대'는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막자는 당위에서 출발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반으로 그만 다투고, 공통분모가 큰 '반문'에서 시작하자는 거죠. 다시 말해 쪼그라든 야권의 지분을 여러 계파가 나누지 말고, 보수 단일대오로 '파이 키우기'부터 하자는 겁니다. 이를 두고 한 한국당 관계자는 깃발에 담긴 속사정을 짚었습니다. "21대 총선(2020년 4월)을 앞두고 승산이 적다고 판단되는 쪽의 초조함과 조급함이 묻어있는 프레임"이라는 설명입니다.


▲ '한국 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 보고서

묻고 싶은 건 과연 '반문연대'가 보수 재건의 해법이 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얼마 전 한국당 비대위가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 원인을 찾아보자며 서울대에 용역을 줬습니다. 그 결과를 담은 <한국 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을 다시 꺼내봤습니다. 73페이지 보고서에서는 중도에서 오른쪽 맨 끝까지 아울러야 한다는 '반문연대', '보수 대통합', '빅텐트'라는 말은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없습니다.

보고서는 내내 "한국당 재건을 위해 등 돌린 중도 지지층을 되찾으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면서 당 몰락기에 관여한 인사들의 '책임 있는 행동'(인적 쇄신)과 '정책 이슈 선점'(경제성장 등)을 돌파구로 제시했습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식상한 인식을 더는 주지 말라는 겁니다. 보고서를 받아든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국당 상황을 여과 없이 조명했다. 낡은 이미지와 정책을 과감하게 내던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보고서는 "냉전 이데올로기에 의존한 낡은 대북안보 프레임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는데 한국당은 보고서 회람 다음날(10월 31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제출했습니다. 인적 쇄신의 '전권'을 줬다는 전원책 조직강화특위 위원도 해촉(11월 9일)했습니다. 최근 민주당이 당론 발의한 '유치원 3법' 대응에 한국당이 소극적이란 일각의 지적도 "출산과 육아 등에서 참신한 정책으로 젊은 층, 여성 유권자에 호소하라"는 보고서 주문을 무색게 합니다.

문 대통령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문민정부 이래 어느 대통령도 재임 기간과 국정 지지도의 '반비례 현상'을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자강론'에 힘이 빠질수록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반사이익을 노리는 '반문연대'는 가속화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다만 그럴수록 다양한 세력들이 다양한 가치와 정책을 놓고 서로 경쟁하고, 다투고, 협치에 노력하려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게 될 겁니다. '반문'(反文)을 '반문'(反問)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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