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실언’과 ‘망언’ 행진…아베 내각의 품격?

입력 2018.11.2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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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각료 중에는 입이 걸기로 악명 높은 인물이 있다. 아베 정권 탄생과 유지의 일등 공신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이다. 콘크리트 같은 파벌 지분을 바탕으로 야당과 언론을 무시하는 발언을 쏟아내기 일쑤이다. 언론의 비판적 보도가 이어지자 '신문의 수준' 운운하는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전력도 있다. '우연한 실언'이 아니라 '고의적 망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일부 각료들도 그에 버금가는 실언(혹은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언어 표현이 다소 거칠더라도 업무 능력만 탁월하면 '그런가 보다'할 수 도 있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업무 능력까지 의심받고 있다.

"PC 안 쓴다"는 사이버 보안 담당상

이번에는 사이버 보안 문제 담당하는 각료가 일을 냈다. 논란의 인물은 사쿠라다 요시타가 올림픽·패럴림픽 담당상 겸 사이버보안 담당상. 일본 정부의 '사이버 보안 전략본부'의 부본부장을 맡고 있다.


지난 14일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이마이 마사토 의원이 컴퓨터 사용 상황을 물어봤다. 이에 대해 "스스로 PC를 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이버 보안은 국가의 총력을 다해 종합적으로 할 일이라서, 잘못은 없다고 자신한다"고 답했다.

직원과 비서에게 지시해서 일을 해왔다는 취지인데, 발언 여파는 '사이버 담당 각료'의 자질 논란까지 번졌다. 한국의 일부 언론은 '컴맹'논란으로 부풀렸지만, 엄밀히 살펴보면, '사용하지 못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두고 '컴맹'운운하는 것은 많이 과장된 것이다. 그러나, 사이버보안 담당 장관으로서의 자질 논란까지 피해갈 수는 없다.

외신의 조롱...'(PC 안 쓰니) 해킹 안 당해..'

NHK에 따르면,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사이버 보안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법안을 담당하는 장관이 놀라운 고백을 했다"며 관련 사실을 전했다. 일본 정부는 사이버 공격 대책 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인데, 사쿠라다 담당상이 주무 장관이다.

뉴욕타임스는 "PC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많다. 그 많은 사람들은 국가의 사이버 보안을 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1명이 있다. 사쿠라다 장관이 기본적 기술에 대한 질문을 받고 혼란스러워진 데 대해 국회의원들이 아연실색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적어도 장관은 해킹 피해를 당한 적이 없다"고 비꼬았다.

사쿠라다 장관은 기자회견을 갖고, "나 자신은 PC를 일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사무실에서는 당연히 PC를 사용해서 일을 하고 있다. 사용자에 보안 대책에 만전을 기하라고 항상 지시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그의 잇단 '부적절 발언'과 맞물려 커질대로 커졌다.

'거짓' 발언에, 의원 이름도 틀려...신임 각료의 품격?

사쿠라다 담당상은 지난 10월 초 아베 4차 개조내각으로 처음 입각했다. 이후 잇단 말실수로 여론의 '따가운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도쿄 올림픽 관련 예산 질의에서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심의가 중단되자 "사전에 질문 통보가 없었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거짓말 논란으로 번질 분위기였다. 결국 "사실과 약간 달랐다"며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는 수모를 당했다. "앞으로 직무를 제대로 완수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오래 가지 않았다.

지난 5일에 이어 9일에도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렌호' 참의원 간사장에 대해 언급하면서, '렌포'라고 호칭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사쿠라다 담당상은 기자회견을 갖고 "참의원 예산위원회 위원장과 이사를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폐를 끼친 것을 사과드린다.렌호 의원의 이름을 잘못 읽은 실수도 사과 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자신이 방문한 도시 이름조차도 헷갈리는 등 그의 말 실수는 끊임이 없다.

예고된 설화...위안부 문제 '망언' 이력

16일자 아사히신문은 '각료의 자질'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적재적소'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것이 아베 총리가 내세운 적재적소인가'라고 반문했다.

물의를 일으킨 사쿠라다 담당상은 자민당의 니카이 간사장 파벌 소속이다. 난감해진 니카이 간사장, "국회의원으로 사람 이름을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앞으로 틀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동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대표는 "사람 이름을 틀리지 않는 것은 각료로서 중요한 기본자세이다. 반성하고 책임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사쿠라다 담당상의 설화는 이미 예고됐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직업으로서의 매춘부" 운운하는 망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훗날, 자신의 발언을 형식적으로 철회하기는 했지만, 극우성향의 왜곡된 역사 인식이 바뀌었다는 징후는 없다.

간신히 잦아들 것 같던 '각료 자질 파문'은 아소 부총리의 부적절 발언으로 또다시 커졌다. 교도통신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아소 부총리는 지난 17일 후쿠오카 시 거리 연설에서 국립 도쿄대 출신의 기타하지 겐지 기타규슈 시장을 향해 "남의 세금을 사용해 학교에 갔다"고 비판했다. 아소 부총리의 발언은 국립대 비하 논란으로 번졌다.

아소 부총리의 설화는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별칭이 '망언 제조기'이다. 언론의 비난에도 여론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고착화된 파벌 정치는 그의 정치적 영향력과 생명력을 보장하고 있다.

사쿠라다 담당상의 잇단 설화는 아소의 길을 걷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는 끈질긴(?) 설화로 '제2의 아소'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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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0 10:02:02
    특파원 리포트
일본의 각료 중에는 입이 걸기로 악명 높은 인물이 있다. 아베 정권 탄생과 유지의 일등 공신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이다. 콘크리트 같은 파벌 지분을 바탕으로 야당과 언론을 무시하는 발언을 쏟아내기 일쑤이다. 언론의 비판적 보도가 이어지자 '신문의 수준' 운운하는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전력도 있다. '우연한 실언'이 아니라 '고의적 망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일부 각료들도 그에 버금가는 실언(혹은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언어 표현이 다소 거칠더라도 업무 능력만 탁월하면 '그런가 보다'할 수 도 있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업무 능력까지 의심받고 있다.

"PC 안 쓴다"는 사이버 보안 담당상

이번에는 사이버 보안 문제 담당하는 각료가 일을 냈다. 논란의 인물은 사쿠라다 요시타가 올림픽·패럴림픽 담당상 겸 사이버보안 담당상. 일본 정부의 '사이버 보안 전략본부'의 부본부장을 맡고 있다.


지난 14일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이마이 마사토 의원이 컴퓨터 사용 상황을 물어봤다. 이에 대해 "스스로 PC를 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이버 보안은 국가의 총력을 다해 종합적으로 할 일이라서, 잘못은 없다고 자신한다"고 답했다.

직원과 비서에게 지시해서 일을 해왔다는 취지인데, 발언 여파는 '사이버 담당 각료'의 자질 논란까지 번졌다. 한국의 일부 언론은 '컴맹'논란으로 부풀렸지만, 엄밀히 살펴보면, '사용하지 못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두고 '컴맹'운운하는 것은 많이 과장된 것이다. 그러나, 사이버보안 담당 장관으로서의 자질 논란까지 피해갈 수는 없다.

외신의 조롱...'(PC 안 쓰니) 해킹 안 당해..'

NHK에 따르면,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사이버 보안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법안을 담당하는 장관이 놀라운 고백을 했다"며 관련 사실을 전했다. 일본 정부는 사이버 공격 대책 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인데, 사쿠라다 담당상이 주무 장관이다.

뉴욕타임스는 "PC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많다. 그 많은 사람들은 국가의 사이버 보안을 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1명이 있다. 사쿠라다 장관이 기본적 기술에 대한 질문을 받고 혼란스러워진 데 대해 국회의원들이 아연실색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적어도 장관은 해킹 피해를 당한 적이 없다"고 비꼬았다.

사쿠라다 장관은 기자회견을 갖고, "나 자신은 PC를 일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사무실에서는 당연히 PC를 사용해서 일을 하고 있다. 사용자에 보안 대책에 만전을 기하라고 항상 지시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그의 잇단 '부적절 발언'과 맞물려 커질대로 커졌다.

'거짓' 발언에, 의원 이름도 틀려...신임 각료의 품격?

사쿠라다 담당상은 지난 10월 초 아베 4차 개조내각으로 처음 입각했다. 이후 잇단 말실수로 여론의 '따가운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도쿄 올림픽 관련 예산 질의에서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심의가 중단되자 "사전에 질문 통보가 없었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거짓말 논란으로 번질 분위기였다. 결국 "사실과 약간 달랐다"며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는 수모를 당했다. "앞으로 직무를 제대로 완수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오래 가지 않았다.

지난 5일에 이어 9일에도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렌호' 참의원 간사장에 대해 언급하면서, '렌포'라고 호칭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사쿠라다 담당상은 기자회견을 갖고 "참의원 예산위원회 위원장과 이사를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폐를 끼친 것을 사과드린다.렌호 의원의 이름을 잘못 읽은 실수도 사과 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자신이 방문한 도시 이름조차도 헷갈리는 등 그의 말 실수는 끊임이 없다.

예고된 설화...위안부 문제 '망언' 이력

16일자 아사히신문은 '각료의 자질'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적재적소'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것이 아베 총리가 내세운 적재적소인가'라고 반문했다.

물의를 일으킨 사쿠라다 담당상은 자민당의 니카이 간사장 파벌 소속이다. 난감해진 니카이 간사장, "국회의원으로 사람 이름을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앞으로 틀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동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대표는 "사람 이름을 틀리지 않는 것은 각료로서 중요한 기본자세이다. 반성하고 책임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사쿠라다 담당상의 설화는 이미 예고됐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직업으로서의 매춘부" 운운하는 망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훗날, 자신의 발언을 형식적으로 철회하기는 했지만, 극우성향의 왜곡된 역사 인식이 바뀌었다는 징후는 없다.

간신히 잦아들 것 같던 '각료 자질 파문'은 아소 부총리의 부적절 발언으로 또다시 커졌다. 교도통신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아소 부총리는 지난 17일 후쿠오카 시 거리 연설에서 국립 도쿄대 출신의 기타하지 겐지 기타규슈 시장을 향해 "남의 세금을 사용해 학교에 갔다"고 비판했다. 아소 부총리의 발언은 국립대 비하 논란으로 번졌다.

아소 부총리의 설화는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별칭이 '망언 제조기'이다. 언론의 비난에도 여론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고착화된 파벌 정치는 그의 정치적 영향력과 생명력을 보장하고 있다.

사쿠라다 담당상의 잇단 설화는 아소의 길을 걷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는 끈질긴(?) 설화로 '제2의 아소'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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