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애플 vs 페이스북’ CEO ‘맞짱’

입력 2018.11.20 (15:39) 수정 2018.11.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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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왼쪽)과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오른쪽)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회사(the biggest publicly traded company)의 CEO는 누구일까?
아래 사진 속의 인물, 바로 팀 쿡(Tim Cook) 애플 최고경영자(CEO)이다.


지난 주말 이 '테크 거물'이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팀 쿡은 미국 현지 시각 18일 일요일 밤 HBO 채널에서 방영된 '악시오스 Axios on HBO'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대개의 사안에 있어서 '규제(regulataion)'에 찬성하는 쪽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유 시장(경제)의 신봉자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유 시장이 작동하지 않을 때도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바로 지금 여기가 그런데요, 그래서 저는 어느 정도 수준의 규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시점에서는 의회와 행정부가 나서서 무언가(법을 통한 규제)를 통과시켜야겠죠."

'지금, 여기'란 바로 '현재, 실리콘 밸리' 지역을 말한다.

"이것은 사생활 보호와 기업 이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생활 보호와 기술적 혁신에 관한 문제도 아니고요. 그냥 '잘못된 선택'일 뿐이죠."

팀 쿡은 테크 회사들이 곧 닥쳐올 규제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일까?


페이스북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데이터 스캔들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영국의 데이터 분석기업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2016년 미국 대선 때 수천만 명의 페이스북 개인정보에 접근해 이를 빼돌렸고, 빼돌린 정보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돕는 데 이용된 것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이 스캔들로 페이스북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아 저커버그 CEO가 의회 청문회에 불려 가 사과하는 등 고전했다.

이후 팀 쿡과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줄곧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업계를 대표하는 두 거물급 인사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팀 쿡 애플 CEO가 '개인정보 유출 논란'으로 코너에 몰려 있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거듭 압박하는 양상인데 이 두 거물은 비록 직접 마주앉아 싸운 적은 없지만 여러 매체 인터뷰들을 통해 서로를 향한 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팀 쿡이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해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밝히면서 이는 개인정보 유출 논란을 촉발한 페이스북 등에 대해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말로 풀이되고 있다.

팀 쿡은 지난 3월에도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광고를 사업모델(business model)로 삼는 페이스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인터넷 플랫폼에 의해 개인들의 프로필이 상세하게 축적되는 사업 모델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렇게 수집된 개인 정보가 당자자들이 모르게 악용되지 않도록 '잘다듬어진 규제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애플은 여러분의 사생활을 밀거래하지 않는다. 프라이버시는 애플에게 인권과도 같다. 그건 시민권이다'라고까지 자신들을 차별화해 강조하면서 페이스북을 겨냥했다.

이에 대해 저커버그 CEO는 "극도로 입에 발린 말"이라며 불쾌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고 이후 두 거물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졌다. 급기야 페이스북은 얼마 전 자사 임직원들에게 '애플의 아이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저커버그가 임직원들에게 애플의 아이폰을 쓰지 말고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라고 지시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대해, 페이스북은 블로그를 통해 "우리는 임직원들에게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것이 세계에 가장 널리 퍼진 운영체제이기 때문"이라면서 NYT의 보도 내용을 확인해주었다.

따라서 시점상으로는 팀쿡이 HBO 인터뷰를 통해 저커버그의 '아이폰 불매' 지시에 '맞불' 또는 '반격'을 가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개인정보 유출 논란으로 의회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개인정보 유출 논란으로 의회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팀 쿡은 이미 수 년 동안 페이스북이나 구글에 의한 대량 데이터 수집에 대해 경종을 울려왔다. 애플이 이윤을 내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파는 것과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기업들이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사생활 정보를 무차별 수집하고 그 '정보'를 통해 돈을 버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지난 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 연설에서는 "이러한 대량 자료 수집이 '감시' 또는 '군사적 효율성'으로써 사용자들에게 불리하게 무기화되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팀 쿡은 "테크 회사들은 태생적으로 좋다거나 나쁜 제품들을 생산하지 않지만, 그들의 제품들이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도 비록 매출과 이윤은 급증하고 있지만, 최근 이들을 바라보는 세계의 회의적인 시각 앞에 새삼 몸을 낮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팀 쿡은 자신도 전처럼 아이폰을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다면서 알림도 최소화해 아이폰을 집어드는 횟수가 점차 줄고 있다고 고백(?)했다.

물론 팀 쿡도 스스로 '감시(surveillance)'라고 언급한 인터넷 기업들에 의한 사생활 침해(?)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다. 애플은 사생활 보호 문제와 관련한 염려에도 불구하고 구글로부터 해마다 수십억 달러를 받고 있으며 자사의 사생활 정책과 다르다고 비판하고 있는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 쿡은 이에 대해 '구글 등이 제공하는 검색 서비스 등의 품질이 좋다'는 점을 들어 자신의 입장을 최대한 방어하면서 '구글 같은 회사들이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검색 히스토리를 추적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팀 쿡은 "물론 이는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말하는 것은 내가 처음이며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 길을 가야 한다"고 양심적으로(?) 용기있게(?) 고백했다.

'애플이 만드는 기기들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다른 회사들로 하여금 개인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뽑아 쿡이 반대하면서 강조했던 감시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누군가가 비판한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팀 쿡은 의회와 정부 차원의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일까?

2018년에 문을 연 우주선을 닮은 애플의 최신 본사 '애플 파크'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참고로 '애플 파크'에는 유리로 된 4층 건물에 모두 13,000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HBO 비디오 클립 보기▶ https://youtu.be/lAVi1Wo5GXo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올해 문을 연 애플 신사옥 ‘애플파크’,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남긴 세계 최고의 사무실’로 불린다.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올해 문을 연 애플 신사옥 ‘애플파크’,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남긴 세계 최고의 사무실’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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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11-20 15: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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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왼쪽)과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오른쪽)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회사(the biggest publicly traded company)의 CEO는 누구일까? 아래 사진 속의 인물, 바로 팀 쿡(Tim Cook) 애플 최고경영자(CEO)이다. 지난 주말 이 '테크 거물'이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팀 쿡은 미국 현지 시각 18일 일요일 밤 HBO 채널에서 방영된 '악시오스 Axios on HBO'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대개의 사안에 있어서 '규제(regulataion)'에 찬성하는 쪽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유 시장(경제)의 신봉자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유 시장이 작동하지 않을 때도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바로 지금 여기가 그런데요, 그래서 저는 어느 정도 수준의 규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시점에서는 의회와 행정부가 나서서 무언가(법을 통한 규제)를 통과시켜야겠죠." '지금, 여기'란 바로 '현재, 실리콘 밸리' 지역을 말한다. "이것은 사생활 보호와 기업 이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생활 보호와 기술적 혁신에 관한 문제도 아니고요. 그냥 '잘못된 선택'일 뿐이죠." 팀 쿡은 테크 회사들이 곧 닥쳐올 규제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일까? 페이스북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데이터 스캔들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영국의 데이터 분석기업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2016년 미국 대선 때 수천만 명의 페이스북 개인정보에 접근해 이를 빼돌렸고, 빼돌린 정보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돕는 데 이용된 것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이 스캔들로 페이스북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아 저커버그 CEO가 의회 청문회에 불려 가 사과하는 등 고전했다. 이후 팀 쿡과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줄곧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업계를 대표하는 두 거물급 인사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팀 쿡 애플 CEO가 '개인정보 유출 논란'으로 코너에 몰려 있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거듭 압박하는 양상인데 이 두 거물은 비록 직접 마주앉아 싸운 적은 없지만 여러 매체 인터뷰들을 통해 서로를 향한 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팀 쿡이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해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밝히면서 이는 개인정보 유출 논란을 촉발한 페이스북 등에 대해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말로 풀이되고 있다. 팀 쿡은 지난 3월에도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광고를 사업모델(business model)로 삼는 페이스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인터넷 플랫폼에 의해 개인들의 프로필이 상세하게 축적되는 사업 모델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렇게 수집된 개인 정보가 당자자들이 모르게 악용되지 않도록 '잘다듬어진 규제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애플은 여러분의 사생활을 밀거래하지 않는다. 프라이버시는 애플에게 인권과도 같다. 그건 시민권이다'라고까지 자신들을 차별화해 강조하면서 페이스북을 겨냥했다. 이에 대해 저커버그 CEO는 "극도로 입에 발린 말"이라며 불쾌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고 이후 두 거물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졌다. 급기야 페이스북은 얼마 전 자사 임직원들에게 '애플의 아이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저커버그가 임직원들에게 애플의 아이폰을 쓰지 말고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라고 지시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대해, 페이스북은 블로그를 통해 "우리는 임직원들에게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것이 세계에 가장 널리 퍼진 운영체제이기 때문"이라면서 NYT의 보도 내용을 확인해주었다. 따라서 시점상으로는 팀쿡이 HBO 인터뷰를 통해 저커버그의 '아이폰 불매' 지시에 '맞불' 또는 '반격'을 가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개인정보 유출 논란으로 의회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팀 쿡은 이미 수 년 동안 페이스북이나 구글에 의한 대량 데이터 수집에 대해 경종을 울려왔다. 애플이 이윤을 내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파는 것과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기업들이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사생활 정보를 무차별 수집하고 그 '정보'를 통해 돈을 버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지난 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 연설에서는 "이러한 대량 자료 수집이 '감시' 또는 '군사적 효율성'으로써 사용자들에게 불리하게 무기화되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팀 쿡은 "테크 회사들은 태생적으로 좋다거나 나쁜 제품들을 생산하지 않지만, 그들의 제품들이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도 비록 매출과 이윤은 급증하고 있지만, 최근 이들을 바라보는 세계의 회의적인 시각 앞에 새삼 몸을 낮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팀 쿡은 자신도 전처럼 아이폰을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다면서 알림도 최소화해 아이폰을 집어드는 횟수가 점차 줄고 있다고 고백(?)했다. 물론 팀 쿡도 스스로 '감시(surveillance)'라고 언급한 인터넷 기업들에 의한 사생활 침해(?)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다. 애플은 사생활 보호 문제와 관련한 염려에도 불구하고 구글로부터 해마다 수십억 달러를 받고 있으며 자사의 사생활 정책과 다르다고 비판하고 있는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 쿡은 이에 대해 '구글 등이 제공하는 검색 서비스 등의 품질이 좋다'는 점을 들어 자신의 입장을 최대한 방어하면서 '구글 같은 회사들이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검색 히스토리를 추적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팀 쿡은 "물론 이는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말하는 것은 내가 처음이며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 길을 가야 한다"고 양심적으로(?) 용기있게(?) 고백했다. '애플이 만드는 기기들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다른 회사들로 하여금 개인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뽑아 쿡이 반대하면서 강조했던 감시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누군가가 비판한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팀 쿡은 의회와 정부 차원의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일까? 2018년에 문을 연 우주선을 닮은 애플의 최신 본사 '애플 파크'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참고로 '애플 파크'에는 유리로 된 4층 건물에 모두 13,000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HBO 비디오 클립 보기▶ https://youtu.be/lAVi1Wo5GXo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올해 문을 연 애플 신사옥 ‘애플파크’,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남긴 세계 최고의 사무실’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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