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교도소 안에서도 범죄? 검찰은 ‘바빠서…’

입력 2018.11.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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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취재원에게 처음 '독방 거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지금이 무슨 1980~90년대도 아니고 2018년에 '독방 거래'라니.

물론 그동안 언론에서 잘 조명하지 못했던 교도소는 우리가 모르는 '은밀한 뒷거래'가 어떤 방식으로든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이라는 걸 짐작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이것저것 들어온 이야기도 있었다. 다만 이토록 노골적이고 구체적인 형태로 거래가 이뤄진다는 사실이 예상 밖이었다.


여러 명이 함께 쓰는 '혼거실'에서 1인실 독방으로 옮기는 '독방 거래'(천백만 원), 자신이 원하는 교도소로 옮기는 '이송 거래'(2천~3천만 원), 만기보다 앞당겨 출소하는 '가석방 거래'(한 달에 천만 원). 수감자들이 간절히 원하는 모든 것에서 거래가 가능했다.


13년 동안 판사로 재직했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 강남구청장 후보로 출마했으며, 교섭단체를 꾸린 정당에서 정책위 부의장까지 맡은, 묵직한 경력을 가진 변호사는 모든 게 가능하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교정 당국을 상대로 한 로비가 '만능열쇠'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의뢰인에게도 거래 금액을 노골적으로 제시한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게 뭘까. 그만큼 '교도소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건 아닐까.

물론 모든 거래에는 돈이 있어야 했다. [탐사K] 보도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댓글처럼 '유전독방 무전혼방'이라고 해야 할까. '교도소 감방도 임대업이 가능하구나' 하는 냉소적인 힐난도 나왔다.


[탐사K]의 '교정 비리 의혹' 연속 보도가 나간 뒤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교도소에 담배와 휴대전화를 어떻게 들여오고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지 하는 소소한(?) 문제부터 시작해, 독방·가석방 거래에서 탁월한 실적을 자랑하는 변호사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이야기가 들어오고 있다. 제보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이제야 교도소 문제가 터졌군요.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탐사K] 보도가 방송된 뒤 서울남부지검은 중단됐던 조사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조사를 하지 못했던 것은 한마디로 '바빠서'였다고 한다. 다른 사건이 워낙 많아서 '안 그래도 이 사건을 이제 막 하려던 참'이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바빴을 수도 있다. 검찰이 바빠서 수사를 못 한 사이, '독방 거래 브로커'로 지목된 김상채 변호사는 서울 강남구청장 후보로 나가 유권자 2만 5천 명의 선택을 받았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김상채 변호사가 중요한 게 아니다. 김 변호사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사로는 밝히지 못했지만 취재진이 '거래 브로커'로 제보를 받은 변호사들만 여럿이다. 로비를 받았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교정 당국이 문제다. 그쪽을 밝혀야 한다. 그게 본질이다. [탐사K]도 검찰 수사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쏟아지는 제보를 기초로 후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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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교도소 안에서도 범죄? 검찰은 ‘바빠서…’
    • 입력 2018-11-20 17:01:50
    취재후·사건후
두 달 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취재원에게 처음 '독방 거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지금이 무슨 1980~90년대도 아니고 2018년에 '독방 거래'라니.

물론 그동안 언론에서 잘 조명하지 못했던 교도소는 우리가 모르는 '은밀한 뒷거래'가 어떤 방식으로든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이라는 걸 짐작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이것저것 들어온 이야기도 있었다. 다만 이토록 노골적이고 구체적인 형태로 거래가 이뤄진다는 사실이 예상 밖이었다.


여러 명이 함께 쓰는 '혼거실'에서 1인실 독방으로 옮기는 '독방 거래'(천백만 원), 자신이 원하는 교도소로 옮기는 '이송 거래'(2천~3천만 원), 만기보다 앞당겨 출소하는 '가석방 거래'(한 달에 천만 원). 수감자들이 간절히 원하는 모든 것에서 거래가 가능했다.


13년 동안 판사로 재직했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 강남구청장 후보로 출마했으며, 교섭단체를 꾸린 정당에서 정책위 부의장까지 맡은, 묵직한 경력을 가진 변호사는 모든 게 가능하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교정 당국을 상대로 한 로비가 '만능열쇠'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의뢰인에게도 거래 금액을 노골적으로 제시한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게 뭘까. 그만큼 '교도소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건 아닐까.

물론 모든 거래에는 돈이 있어야 했다. [탐사K] 보도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댓글처럼 '유전독방 무전혼방'이라고 해야 할까. '교도소 감방도 임대업이 가능하구나' 하는 냉소적인 힐난도 나왔다.


[탐사K]의 '교정 비리 의혹' 연속 보도가 나간 뒤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교도소에 담배와 휴대전화를 어떻게 들여오고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지 하는 소소한(?) 문제부터 시작해, 독방·가석방 거래에서 탁월한 실적을 자랑하는 변호사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이야기가 들어오고 있다. 제보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이제야 교도소 문제가 터졌군요.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탐사K] 보도가 방송된 뒤 서울남부지검은 중단됐던 조사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조사를 하지 못했던 것은 한마디로 '바빠서'였다고 한다. 다른 사건이 워낙 많아서 '안 그래도 이 사건을 이제 막 하려던 참'이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바빴을 수도 있다. 검찰이 바빠서 수사를 못 한 사이, '독방 거래 브로커'로 지목된 김상채 변호사는 서울 강남구청장 후보로 나가 유권자 2만 5천 명의 선택을 받았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김상채 변호사가 중요한 게 아니다. 김 변호사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사로는 밝히지 못했지만 취재진이 '거래 브로커'로 제보를 받은 변호사들만 여럿이다. 로비를 받았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교정 당국이 문제다. 그쪽을 밝혀야 한다. 그게 본질이다. [탐사K]도 검찰 수사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쏟아지는 제보를 기초로 후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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