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백악관 여인들의 암투…멜라니아, 반격의 칼을 뽑다

입력 2018.11.21 (01:13) 수정 2018.11.2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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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도터(First Daughter)가 사실상 퍼스트 레이디(First Lady)”

2017년 1월말 트럼프 취임에 즈음해,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대통령의 딸 이방카가 부인 멜라니아를 대신해 퍼스트 레이디 즉 영부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멜라니아는 실제로 트럼프와 사이에서 난 어린 아들 학교 문제로 취임 초기 몇 달 동안은 백악관에서 살지 않고 뉴욕에 주로 머물렀다. 그 사이 이방카는 트럼프 보좌관이라는 공식 직함을 얻어서 남편과 함께 백악관에 입성했고 아버지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아베 일본 총리, 메르켈 독일 총리,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과 트럼프가 회담을 할 때 이방카가 자리를 함께 했다. 대선 캠페인 때도 멜라니아보다는 이방카가 더 적극적이었다. 이방카가 유권자들한테 더 어필할 수도 있었겠지만 여하튼 이방카가 물 불 안가리고 아버지를 위해 뛰어다닐 때 멜라니아는 한발짝 밀려나는 듯 했다.

이방카는 정상회담 참석...멜라니아는 표절·패션 구설수

이방카가 미디어의 전면을 장식할 때, 멜라니아는 헛발질도 여러 차례 했다. 대선 막바지였던 2016년 8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멜라니아가 큰 맘 먹고 남편 찬조 연설에 나섰는데, 이게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그것도 정치적으로 완전히 반대편에 있는 당시 퍼스트 레이디 미셀 오바마의 연설문 두어 군데를 앵무새처럼 반복했으니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다. CNN 등 안그래도 트럼프에 적대적인 언론들은 연설 작성자의 실수였던 이 해프닝을 하루 종일 틀어댔다. 정당의 최대 잔치인 전당대회 그 자체의 소식은 온 데 간 데 없을 정도였다. 2017년 8월말 허리케인 피해지역을 방문했을 땐 패션이 문제가 됐다. 카키색 재킷까지는 괜찮았는데, 생명과 재산을 잃은 폐허 현장에 하이힐을 신고 큼지막한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난 것이다. 언론들은 멜라니아의 '홍수 패션'이라고 비아냥 거렸다.

멜라니아의 허리케인 피해지역 방문…하이힐과 선글라스가 논란이 됐다.멜라니아의 허리케인 피해지역 방문…하이힐과 선글라스가 논란이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니 그보다 한참 뒤인 몇 달전까지도 멜라니아는 이방카의 적수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백악관 행사 때 트럼프 옆에서 엷은 미소를 지었을 뿐 자신의 존재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던 멜라니아에게 변화 조짐이 일어난 건 2018년 여름이었다. 미 정부가 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격리시키는 데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입도 잘 안 열던 퍼스트 레이디가 남편의 주요 정책을 비난한 셈이었다.

멜라니아, '방아쇠'를 당기다 ...이방카 측근 백악관 참모 해임 요구

그러다가 최근에는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사건'이 터졌다. 백악관 영부인실이 성명을 내고 미라 리카르델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은 백악관에서 봉직할 자격이 없다며 해임을 요구했다. 대통령도. 대통령 비서실장도 모르는 사이, 멜라니아 측에서 전격 작전에 나선 것이다. 미국에서 남편 일에 개입한다는 논란이 있었던 퍼스트 레이디가 없지는 않았지만, 퍼스트 레이디가 백악관 참모 경질을 공개 요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역시 여성인 미라 리카르델은 지난 10월초 멜라니아의 첫 단독 순방이었던 아프리카 방문 때 비행기 좌석 문제로 멜라니아와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리카르델이 이방카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해임 재가를 하면서, 멜라니아의 완승으로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가 아프리카에서 굉장한 일을 하고 돌아왔는데, 그 과정에서 제대로 보좌를 받지 못했다"고 어제(11월1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멜라니아의 최근 낌새가 심상치 않았고 느꼈던지, 이방카도 반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 같다. 앞서 10월 멜라니아가 아프리카를 방문해 어린이를 껴안고 사진을 찍자 이방카는 곧장 허리케인 피해지역으로 달려가 어린이를 껴안았다. 더 나아가 이방카 자신도 1월초에 아프리카를 공식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멜라니아가 반격의 칼을 빼들면서, 잠재돼 있었던 의붓 엄마와 의붓 딸의 갈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자비 경쟁?  “어려운 사람들, 내가 더 사랑해”자비 경쟁? “어려운 사람들, 내가 더 사랑해”

구중궁궐 최대 실세 두 여인의 암투…그 결말은?

트럼프의 첫째 부인 이바나의 장녀인 이방카는 37살, 슬로베니아 출신으로 모델 생활을 하다가 트럼프와 결혼한 멜라니아는 올해 48살이다. 열 살 정도 차이 밖에 안나고 혈연관계도 아닌 두 여인이 앞으로 어떤 지점에서 또 어떻게 부딪힐 지, 그렇게 됐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행동을 취할지 지켜볼 일이다. 안 그래도 잇단 여성 스캔들에 시달려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엔 자신과 가장 가까운 두 여인 사이에 끼인 셈이 됐다. 이를 소재로 한 영화도 나올 법 하다. 트럼프가 진정 '여복'이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여난'을 겪게 될 지는 최대 실세 두 여인의 다툼이 어떻게 전개될 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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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1 01:13:29
    • 수정2018-11-21 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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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도터(First Daughter)가 사실상 퍼스트 레이디(First Lady)”

2017년 1월말 트럼프 취임에 즈음해,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대통령의 딸 이방카가 부인 멜라니아를 대신해 퍼스트 레이디 즉 영부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멜라니아는 실제로 트럼프와 사이에서 난 어린 아들 학교 문제로 취임 초기 몇 달 동안은 백악관에서 살지 않고 뉴욕에 주로 머물렀다. 그 사이 이방카는 트럼프 보좌관이라는 공식 직함을 얻어서 남편과 함께 백악관에 입성했고 아버지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아베 일본 총리, 메르켈 독일 총리,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과 트럼프가 회담을 할 때 이방카가 자리를 함께 했다. 대선 캠페인 때도 멜라니아보다는 이방카가 더 적극적이었다. 이방카가 유권자들한테 더 어필할 수도 있었겠지만 여하튼 이방카가 물 불 안가리고 아버지를 위해 뛰어다닐 때 멜라니아는 한발짝 밀려나는 듯 했다.

이방카는 정상회담 참석...멜라니아는 표절·패션 구설수

이방카가 미디어의 전면을 장식할 때, 멜라니아는 헛발질도 여러 차례 했다. 대선 막바지였던 2016년 8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멜라니아가 큰 맘 먹고 남편 찬조 연설에 나섰는데, 이게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그것도 정치적으로 완전히 반대편에 있는 당시 퍼스트 레이디 미셀 오바마의 연설문 두어 군데를 앵무새처럼 반복했으니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다. CNN 등 안그래도 트럼프에 적대적인 언론들은 연설 작성자의 실수였던 이 해프닝을 하루 종일 틀어댔다. 정당의 최대 잔치인 전당대회 그 자체의 소식은 온 데 간 데 없을 정도였다. 2017년 8월말 허리케인 피해지역을 방문했을 땐 패션이 문제가 됐다. 카키색 재킷까지는 괜찮았는데, 생명과 재산을 잃은 폐허 현장에 하이힐을 신고 큼지막한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난 것이다. 언론들은 멜라니아의 '홍수 패션'이라고 비아냥 거렸다.

멜라니아의 허리케인 피해지역 방문…하이힐과 선글라스가 논란이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니 그보다 한참 뒤인 몇 달전까지도 멜라니아는 이방카의 적수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백악관 행사 때 트럼프 옆에서 엷은 미소를 지었을 뿐 자신의 존재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던 멜라니아에게 변화 조짐이 일어난 건 2018년 여름이었다. 미 정부가 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격리시키는 데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입도 잘 안 열던 퍼스트 레이디가 남편의 주요 정책을 비난한 셈이었다.

멜라니아, '방아쇠'를 당기다 ...이방카 측근 백악관 참모 해임 요구

그러다가 최근에는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사건'이 터졌다. 백악관 영부인실이 성명을 내고 미라 리카르델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은 백악관에서 봉직할 자격이 없다며 해임을 요구했다. 대통령도. 대통령 비서실장도 모르는 사이, 멜라니아 측에서 전격 작전에 나선 것이다. 미국에서 남편 일에 개입한다는 논란이 있었던 퍼스트 레이디가 없지는 않았지만, 퍼스트 레이디가 백악관 참모 경질을 공개 요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역시 여성인 미라 리카르델은 지난 10월초 멜라니아의 첫 단독 순방이었던 아프리카 방문 때 비행기 좌석 문제로 멜라니아와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리카르델이 이방카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해임 재가를 하면서, 멜라니아의 완승으로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가 아프리카에서 굉장한 일을 하고 돌아왔는데, 그 과정에서 제대로 보좌를 받지 못했다"고 어제(11월1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멜라니아의 최근 낌새가 심상치 않았고 느꼈던지, 이방카도 반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 같다. 앞서 10월 멜라니아가 아프리카를 방문해 어린이를 껴안고 사진을 찍자 이방카는 곧장 허리케인 피해지역으로 달려가 어린이를 껴안았다. 더 나아가 이방카 자신도 1월초에 아프리카를 공식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멜라니아가 반격의 칼을 빼들면서, 잠재돼 있었던 의붓 엄마와 의붓 딸의 갈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자비 경쟁?  “어려운 사람들, 내가 더 사랑해”
구중궁궐 최대 실세 두 여인의 암투…그 결말은?

트럼프의 첫째 부인 이바나의 장녀인 이방카는 37살, 슬로베니아 출신으로 모델 생활을 하다가 트럼프와 결혼한 멜라니아는 올해 48살이다. 열 살 정도 차이 밖에 안나고 혈연관계도 아닌 두 여인이 앞으로 어떤 지점에서 또 어떻게 부딪힐 지, 그렇게 됐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행동을 취할지 지켜볼 일이다. 안 그래도 잇단 여성 스캔들에 시달려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엔 자신과 가장 가까운 두 여인 사이에 끼인 셈이 됐다. 이를 소재로 한 영화도 나올 법 하다. 트럼프가 진정 '여복'이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여난'을 겪게 될 지는 최대 실세 두 여인의 다툼이 어떻게 전개될 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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