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또 20대 음주 폭행…할머니 구한 ‘고3 삼총사’

입력 2018.11.21 (08:30) 수정 2018.11.2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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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얼마 전 발생했던 '거제 살인사건' 기억나시죠?

폐지 줍던 50대 여성을 20대 남성이 폭행해 숨지게한 사건인데요.

이번에는 울산에서 20대 남성이 폐지를 줍는 70대 할머니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술에 취한 이 남성은 지나가던 고등학생들에 의해 제지돼 더 큰 사고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학생들일까요?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 9일 밤 10시가 가까워진 시각,

20대 남성이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일을 하고 있던 할머니에게 다가간 남성은 빰을 때리고 밀치더니 바닥으로 밀쳐 넘어뜨리기까지 합니다.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내가 밀고 다니는 손수레가 있는데 그것을 정리하고 치우고 집에 들어오려는데 손수레를 잡고 안 놔주더라고. 너 술 한 잔 먹은 것 같으니 집에 가라고 했더니 욕을 하고 두들겨 패고……."]

집을 바로 눈 앞에 두고 폭행은 계속됐습니다.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당황해서 떨기만 덜덜덜……. 다리와 팔, 온 육신이 덜덜 떨리고 이래서 도망칠까 싶어서 바지를 탁 잡고 있었지."]

밤 늦은 시각, 이유없는 폭행이 계속되던 현장에 유일하게 할머니에게 다가온 행인들이 있었습니다.

[김경문/울산기술공고 3학년 : "여자 비명이었는데 위협이 가해진다는 그런 소리였기 때문에 바로 건너가서 현장을 확인 했어요."]

바로 김 군 등 고등학교 3학년 학생 3명이었는데요, 이들이 갔을 땐 할머니는 많이 다친 상태였다고 합니다.

[김경문/울산기술공고 3학년 : "할머니 광대 쪽이 많이 부어오르고 있었어요. 그리고 말을 들어보니까 벽 같은데 많이 부딪혀서 거동이 거의 안 되셔서 친구가 의자로 할머니를 앉히고 진정시켜드렸어요."]

김 군 등은 이 남성을 제지시켜 두 사람을 떼어놓은 뒤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요?

[김경문/울산기술공고 3학년 : "그 남자를 잡고 못 도망가게 하고 이 친구는 신고를 하고 이 친구는 CCTV가 없다고 생각해서 영상을 찍고 있었어요."]

당시 이들이 찍은 현장 영상입니다.

남성을 피해 할머니에게서 떼어놓고 신고를 하는 사이에도 실랑이가 이어졌는데요.

[가해자/음성변조 : "왜 지나가는 사람한테 시비를 거냐고!(그러니까 경찰 오면 이야기하자고요)."]

이처럼 가해 남성은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였다고 합니다.

[김경문/울산기술공고 3학년 : "가해자가 만취 상태였고 너무 흥분해서 제 멱살도 많이 잡고 경찰이 오기 전 10분간 실랑이가 있었어요."]

다행이 경찰이 도착했는데요, 당시 상황 계속해서 보시죠.

[가해자/음성변조 : "해보자 이거야? (손대지 말라고)."]

출동한 경찰에게 따지고 드는가 하면,

[가해자/음성변조 : "내가 왜 한 것도 없는데 욕을 먹어야 하냐고?(들어가세요)."]

잘못이 없다며 떠나지 않고 그 자리를 계속 맴돌기도 했습니다.

이 남성은 현장에서 훈방조치 됐습니다.

[이철호/울산 울주경찰서 형사5팀장 : "주거가 확실히 확인됐고 주소가 있고 도주 위험이 없어서 긴급 체포를 안 한 겁니다. 절차를 지켰다고 보면 됩니다."]

갑작스런 폭행 후유증으로 할머니는 머리와 목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허리도 아프고 여기도 툭 튀어나왔는데 이제 좀 들어가고 아직 그래도 아프고 튀어 나왔어요. 목도 여기 그래서 여기서 파스 바르고. 병원에서 깁스하라는 걸 내가 불편해서……."]

가해자는 20대 정모 씨.

술을 마시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는데요.

경찰 조사에서 정 씨는 할머니가 먼저 시비를 거는 것 같아 폭행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철호/울산 울주경찰서 형사5팀장 : "자기가 술에 취해서 술을 마시고 가던 중에 할머니가 시비를 거는 것 같아서 할머니를 폭행했고 할머니를 밀쳤다. 자기가 잘못했다면서 용서를 구한다고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는 용서를 구했다는 정 씨.

하지만, 정작 피해자인 할머니한테는 연락이 없었다고 하는데요.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아직까지 찾아오지도 않았는데 무슨 사과를 하나. 오늘이 11일째거든. 그런데 나타나지도 않는데……."]

이 사실을 알고 속상했던 가족들이 직접 국민 청원에 글을 올리면서 이번 사건이 알려지게 됐습니다.

[피해 할머니 가족/음성변조 : "잘못된 음주 문화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니까 마음이 착잡하죠. 직접 여기서도 이런 사건이 발생하니까 이 음주라는 건 될 수 있으면 음주 사건은 아예 근절되었으면 좋겠고……."]

지난달 50대 여성이 20대 남성의 무차별 폭행으로 숨진 '거제 살인 사건'에 이어 이같은 폭행 사건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느끼는 분노도 커져가고 있는데요.

[시민/음성변조 : "인간적으로 어떻게 힘이 약한 사람을 때릴 수가 있나 싶고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네요."]

[시민/음성변조 : "요즘 우리나라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폭행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서 이런 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편, 이번 사건 과정에서 자신들의 일처럼 뛰어들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았던 고 3학생의 행동이 새삼 주목받고 있는데요.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그 아이들이 도와줘서 내가 그래도 많이 안 당했지. 안 그랬으면 더 많이 당했을지 정말 실컷 두들겨 맞고 죽었거나 사라졌을지 모르지."]

공교롭게도 고3에다 3명이라 '고3 삼총사'로 불리는 학생들.

이들 삼총사는 할머니 생각이 나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당부를 남겼습니다.

[김경문/울산기술공고 3학년 : "지나가는 분들이 아무도 안 도와주셨는데 그 할머니도 누군가의 할머니일 테니까 주위 사람들이 그런 것을 보면 좀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경찰은 가해자 정 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상해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관할 교육청은 할머니를 구한 고3 삼총사에게 교육감 표창을 수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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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또 20대 음주 폭행…할머니 구한 ‘고3 삼총사’
    • 입력 2018-11-21 08:36:41
    • 수정2018-11-21 08: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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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얼마 전 발생했던 '거제 살인사건' 기억나시죠?

폐지 줍던 50대 여성을 20대 남성이 폭행해 숨지게한 사건인데요.

이번에는 울산에서 20대 남성이 폐지를 줍는 70대 할머니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술에 취한 이 남성은 지나가던 고등학생들에 의해 제지돼 더 큰 사고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학생들일까요?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 9일 밤 10시가 가까워진 시각,

20대 남성이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일을 하고 있던 할머니에게 다가간 남성은 빰을 때리고 밀치더니 바닥으로 밀쳐 넘어뜨리기까지 합니다.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내가 밀고 다니는 손수레가 있는데 그것을 정리하고 치우고 집에 들어오려는데 손수레를 잡고 안 놔주더라고. 너 술 한 잔 먹은 것 같으니 집에 가라고 했더니 욕을 하고 두들겨 패고……."]

집을 바로 눈 앞에 두고 폭행은 계속됐습니다.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당황해서 떨기만 덜덜덜……. 다리와 팔, 온 육신이 덜덜 떨리고 이래서 도망칠까 싶어서 바지를 탁 잡고 있었지."]

밤 늦은 시각, 이유없는 폭행이 계속되던 현장에 유일하게 할머니에게 다가온 행인들이 있었습니다.

[김경문/울산기술공고 3학년 : "여자 비명이었는데 위협이 가해진다는 그런 소리였기 때문에 바로 건너가서 현장을 확인 했어요."]

바로 김 군 등 고등학교 3학년 학생 3명이었는데요, 이들이 갔을 땐 할머니는 많이 다친 상태였다고 합니다.

[김경문/울산기술공고 3학년 : "할머니 광대 쪽이 많이 부어오르고 있었어요. 그리고 말을 들어보니까 벽 같은데 많이 부딪혀서 거동이 거의 안 되셔서 친구가 의자로 할머니를 앉히고 진정시켜드렸어요."]

김 군 등은 이 남성을 제지시켜 두 사람을 떼어놓은 뒤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요?

[김경문/울산기술공고 3학년 : "그 남자를 잡고 못 도망가게 하고 이 친구는 신고를 하고 이 친구는 CCTV가 없다고 생각해서 영상을 찍고 있었어요."]

당시 이들이 찍은 현장 영상입니다.

남성을 피해 할머니에게서 떼어놓고 신고를 하는 사이에도 실랑이가 이어졌는데요.

[가해자/음성변조 : "왜 지나가는 사람한테 시비를 거냐고!(그러니까 경찰 오면 이야기하자고요)."]

이처럼 가해 남성은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였다고 합니다.

[김경문/울산기술공고 3학년 : "가해자가 만취 상태였고 너무 흥분해서 제 멱살도 많이 잡고 경찰이 오기 전 10분간 실랑이가 있었어요."]

다행이 경찰이 도착했는데요, 당시 상황 계속해서 보시죠.

[가해자/음성변조 : "해보자 이거야? (손대지 말라고)."]

출동한 경찰에게 따지고 드는가 하면,

[가해자/음성변조 : "내가 왜 한 것도 없는데 욕을 먹어야 하냐고?(들어가세요)."]

잘못이 없다며 떠나지 않고 그 자리를 계속 맴돌기도 했습니다.

이 남성은 현장에서 훈방조치 됐습니다.

[이철호/울산 울주경찰서 형사5팀장 : "주거가 확실히 확인됐고 주소가 있고 도주 위험이 없어서 긴급 체포를 안 한 겁니다. 절차를 지켰다고 보면 됩니다."]

갑작스런 폭행 후유증으로 할머니는 머리와 목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허리도 아프고 여기도 툭 튀어나왔는데 이제 좀 들어가고 아직 그래도 아프고 튀어 나왔어요. 목도 여기 그래서 여기서 파스 바르고. 병원에서 깁스하라는 걸 내가 불편해서……."]

가해자는 20대 정모 씨.

술을 마시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는데요.

경찰 조사에서 정 씨는 할머니가 먼저 시비를 거는 것 같아 폭행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철호/울산 울주경찰서 형사5팀장 : "자기가 술에 취해서 술을 마시고 가던 중에 할머니가 시비를 거는 것 같아서 할머니를 폭행했고 할머니를 밀쳤다. 자기가 잘못했다면서 용서를 구한다고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는 용서를 구했다는 정 씨.

하지만, 정작 피해자인 할머니한테는 연락이 없었다고 하는데요.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아직까지 찾아오지도 않았는데 무슨 사과를 하나. 오늘이 11일째거든. 그런데 나타나지도 않는데……."]

이 사실을 알고 속상했던 가족들이 직접 국민 청원에 글을 올리면서 이번 사건이 알려지게 됐습니다.

[피해 할머니 가족/음성변조 : "잘못된 음주 문화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니까 마음이 착잡하죠. 직접 여기서도 이런 사건이 발생하니까 이 음주라는 건 될 수 있으면 음주 사건은 아예 근절되었으면 좋겠고……."]

지난달 50대 여성이 20대 남성의 무차별 폭행으로 숨진 '거제 살인 사건'에 이어 이같은 폭행 사건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느끼는 분노도 커져가고 있는데요.

[시민/음성변조 : "인간적으로 어떻게 힘이 약한 사람을 때릴 수가 있나 싶고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네요."]

[시민/음성변조 : "요즘 우리나라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폭행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서 이런 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편, 이번 사건 과정에서 자신들의 일처럼 뛰어들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았던 고 3학생의 행동이 새삼 주목받고 있는데요.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그 아이들이 도와줘서 내가 그래도 많이 안 당했지. 안 그랬으면 더 많이 당했을지 정말 실컷 두들겨 맞고 죽었거나 사라졌을지 모르지."]

공교롭게도 고3에다 3명이라 '고3 삼총사'로 불리는 학생들.

이들 삼총사는 할머니 생각이 나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당부를 남겼습니다.

[김경문/울산기술공고 3학년 : "지나가는 분들이 아무도 안 도와주셨는데 그 할머니도 누군가의 할머니일 테니까 주위 사람들이 그런 것을 보면 좀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경찰은 가해자 정 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상해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관할 교육청은 할머니를 구한 고3 삼총사에게 교육감 표창을 수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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