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美 희대의 연쇄살인마 ‘조디액 킬러’도 잡힐까?…DNA분석 ‘45년 미제’ 해결

입력 2018.11.22 (08:42) 수정 2018.11.2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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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8월 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3대 신문사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친애하는 편집장님께, 살인자가 보내는 바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편지로 신문사 업무는 마비된다. 국내에도 2007년 개봉됐던 영화 '조디악'의 시작 부분이다. 언론에 편지를 보내 자신의 신원에 대한 단서를 던지며 경찰을 조롱했던 살인마. 이 영화는 실제 미국 범죄 사상 가장 극악한 살인마로 꼽히는 '조디액 킬러'의 실화를 다뤘다.

'조디액 킬러'는 1969년부터 1970년대 초에 걸쳐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와 인근 지역에서 모두 37명을 살해한 연쇄 살인마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듯했던 이 용의자도 과연 붙잡을 수 있을까?

美 '45년 미제' 살인사건 용의자 체포…DNA 분석 수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장기 미제 살인 사건이 또 하나 해결됐다.
캘리포니아 샌타클라라 카운티 경찰국은 1973년 발생한 스탠퍼드대학 졸업생 레슬리 마리 펄로브 피살 사건의 용의자로 존 아서 게트로(74)를 지난 20일 헤이워드 자택에서 체포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무려 45년 전의 발생한 살인사건이다. 피해자 펄로브는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로스쿨에 가기 위해 공부하던 1973년 2월 대학 캠퍼스 인근 팔로 알토 지역에서 실종됐다. 같은 날 그 녀의 차량은 옛 광산 지역에서 발견됐다. 그리고 3일 뒤 경찰은 언덕 나무 밑에서 레슬리의 시신을 찾아냈고, 목이 졸려 숨졌다고 검시관은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은 당시 현장 증거로 용의자의 DNA 샘플을 수집해 보관해왔다. 최근 DNA 분석 기술의 발달로 미제 사건들이 잇따라 용의자를 특정해 잡아내자, 경찰은 증거 DNA 샘플을 지난여름,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패러본 나노랩스라는 DNA 분석 연구소에 보내 감식을 의뢰했다. 이 연구소는 DNA 분석과 유전자 지도를 제작하는 곳이다.

샌타클라라 카운티 경찰국은 "패러본 나노랩스의 분석 보고서를 받고 나서 스탠퍼드대 졸업생 피살 사건의 용의자 범위를 줄여나갔고 게트로를 범인으로 특정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늘 그랬듯이 구체적인 수사방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용의자 존 아서 게트로 [사진출처 : KTVU]용의자 존 아서 게트로 [사진출처 : KTVU]

'골든 스테이트 킬러'도 42년 만에 체포

또 다른 연쇄 살인마 '골든 스테이트 킬러'도 지난 4월에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캘리포니아주를 뜻하는 '골든 스테이트 킬러'란 별칭이 붙은 용의자 조지프 드앤젤로(72)를 검거할 수 있게 된 것도 패러본 나노랩스의 도움이 컸다.

'골든 스테이트 킬러'는 1970년에서 1980년대까지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45명을 강간하고 1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드앤젤로는 복면을 하고 무장한 상태로 혼자 사는 여성의 집을 골라 침입한 뒤 강간과 살인 행각을 벌여왔다고 새크라멘토 카운티 경찰국은 밝혔다. 전직 경찰관 출신인 드앤젤로는 피해자의 물품 가운데 기념품과 보석, 동전 등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앤젤로는 첫 범행 이후 42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전직 경찰관 출신답게 그동안 경찰은 물론 연방수사국까지 동원된 수사망을 잘 피해 다닌 것이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흩어져있던 DNA 샘플을 모아 수사망을 좁혀 들어가면서 결국 용의자의 꼬리를 잡을 수 있었다.

경찰은 2001년부터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의 DNA 샘플들을 캘리포니아 남부지역 살인사건과 맞춰보는 작업을 해왔다. 특히 과거 사건 현장에서 수집한 범인의 DNA 샘플을 이용해 온라인 계보 찾기 사이트의 도움을 받아 수사망을 좁혔고, 용의 선상에도 오른 적 없던 드앤젤로를 지난 4월에 검거한 것이다. 계보 찾기 사이트와 각종 DNA연구소에서는 일반인의 DNA 표본으로 친척이나 조상을 찾아주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기법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경찰은 관련 사건들의 용의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집 주변 쓰레기통을 매일 뒤져 용의자의 DNA 샘플을 계속 확보해 연구소로 보내서 일일이 대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든 스테이트 킬러’ 조지프 드앤젤로‘골든 스테이트 킬러’ 조지프 드앤젤로

DNA 분석기법, 장기 미제 사건 재수사 활기

범죄 수사에서 범인을 특정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특히 연쇄 살인 사건 등 장기 미제 사건인 경우 더 범인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DNA 분석 수사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아주 적은 양의 증거물에서도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고 또 빠른 시간안에 분석도 이뤄진다.

빨대나 숟가락 등에 남아 있는 아주 적은 양의 세포로도 DNA 분석을 할 수 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증거물에서도 DNA 샘플을 채취할 수 있게 돼, 이제는 DNA 분석을 못 하는 증거물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수사관도 요즘은 사건 현장에서 미세한 증거물까지도 찾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유전자 분석 수사 기법이 발전함에 따라 최근 미제사건 해결 추이로 볼 때 희대의 연쇄살인마 '조디액 킬러'사건도 조만간 해결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사진출처 : NearSay사진출처 : Near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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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2 08:42:19
    • 수정2018-11-22 13:25:08
    특파원 리포트
1969년 8월 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3대 신문사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친애하는 편집장님께, 살인자가 보내는 바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편지로 신문사 업무는 마비된다. 국내에도 2007년 개봉됐던 영화 '조디악'의 시작 부분이다. 언론에 편지를 보내 자신의 신원에 대한 단서를 던지며 경찰을 조롱했던 살인마. 이 영화는 실제 미국 범죄 사상 가장 극악한 살인마로 꼽히는 '조디액 킬러'의 실화를 다뤘다.

'조디액 킬러'는 1969년부터 1970년대 초에 걸쳐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와 인근 지역에서 모두 37명을 살해한 연쇄 살인마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듯했던 이 용의자도 과연 붙잡을 수 있을까?

美 '45년 미제' 살인사건 용의자 체포…DNA 분석 수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장기 미제 살인 사건이 또 하나 해결됐다.
캘리포니아 샌타클라라 카운티 경찰국은 1973년 발생한 스탠퍼드대학 졸업생 레슬리 마리 펄로브 피살 사건의 용의자로 존 아서 게트로(74)를 지난 20일 헤이워드 자택에서 체포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무려 45년 전의 발생한 살인사건이다. 피해자 펄로브는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로스쿨에 가기 위해 공부하던 1973년 2월 대학 캠퍼스 인근 팔로 알토 지역에서 실종됐다. 같은 날 그 녀의 차량은 옛 광산 지역에서 발견됐다. 그리고 3일 뒤 경찰은 언덕 나무 밑에서 레슬리의 시신을 찾아냈고, 목이 졸려 숨졌다고 검시관은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은 당시 현장 증거로 용의자의 DNA 샘플을 수집해 보관해왔다. 최근 DNA 분석 기술의 발달로 미제 사건들이 잇따라 용의자를 특정해 잡아내자, 경찰은 증거 DNA 샘플을 지난여름,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패러본 나노랩스라는 DNA 분석 연구소에 보내 감식을 의뢰했다. 이 연구소는 DNA 분석과 유전자 지도를 제작하는 곳이다.

샌타클라라 카운티 경찰국은 "패러본 나노랩스의 분석 보고서를 받고 나서 스탠퍼드대 졸업생 피살 사건의 용의자 범위를 줄여나갔고 게트로를 범인으로 특정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늘 그랬듯이 구체적인 수사방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용의자 존 아서 게트로 [사진출처 : KTVU]
'골든 스테이트 킬러'도 42년 만에 체포

또 다른 연쇄 살인마 '골든 스테이트 킬러'도 지난 4월에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캘리포니아주를 뜻하는 '골든 스테이트 킬러'란 별칭이 붙은 용의자 조지프 드앤젤로(72)를 검거할 수 있게 된 것도 패러본 나노랩스의 도움이 컸다.

'골든 스테이트 킬러'는 1970년에서 1980년대까지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45명을 강간하고 1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드앤젤로는 복면을 하고 무장한 상태로 혼자 사는 여성의 집을 골라 침입한 뒤 강간과 살인 행각을 벌여왔다고 새크라멘토 카운티 경찰국은 밝혔다. 전직 경찰관 출신인 드앤젤로는 피해자의 물품 가운데 기념품과 보석, 동전 등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앤젤로는 첫 범행 이후 42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전직 경찰관 출신답게 그동안 경찰은 물론 연방수사국까지 동원된 수사망을 잘 피해 다닌 것이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흩어져있던 DNA 샘플을 모아 수사망을 좁혀 들어가면서 결국 용의자의 꼬리를 잡을 수 있었다.

경찰은 2001년부터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의 DNA 샘플들을 캘리포니아 남부지역 살인사건과 맞춰보는 작업을 해왔다. 특히 과거 사건 현장에서 수집한 범인의 DNA 샘플을 이용해 온라인 계보 찾기 사이트의 도움을 받아 수사망을 좁혔고, 용의 선상에도 오른 적 없던 드앤젤로를 지난 4월에 검거한 것이다. 계보 찾기 사이트와 각종 DNA연구소에서는 일반인의 DNA 표본으로 친척이나 조상을 찾아주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기법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경찰은 관련 사건들의 용의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집 주변 쓰레기통을 매일 뒤져 용의자의 DNA 샘플을 계속 확보해 연구소로 보내서 일일이 대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든 스테이트 킬러’ 조지프 드앤젤로
DNA 분석기법, 장기 미제 사건 재수사 활기

범죄 수사에서 범인을 특정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특히 연쇄 살인 사건 등 장기 미제 사건인 경우 더 범인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DNA 분석 수사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아주 적은 양의 증거물에서도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고 또 빠른 시간안에 분석도 이뤄진다.

빨대나 숟가락 등에 남아 있는 아주 적은 양의 세포로도 DNA 분석을 할 수 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증거물에서도 DNA 샘플을 채취할 수 있게 돼, 이제는 DNA 분석을 못 하는 증거물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수사관도 요즘은 사건 현장에서 미세한 증거물까지도 찾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유전자 분석 수사 기법이 발전함에 따라 최근 미제사건 해결 추이로 볼 때 희대의 연쇄살인마 '조디액 킬러'사건도 조만간 해결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사진출처 : Near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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