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옥 전 차관, 삼성 임원에 직접 ‘불법파견’ 감독 내용 전달

입력 2018.11.22 (19:17) 수정 2018.11.2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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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불법파견 봐주기' 의혹과 관련해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이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을 만나 근로감독 내용이 담긴 문건을 직접 건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근로감독이 끝나기도 전에 어떤 점이 불법파견에 해당하고,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삼성 측에 미리 알려준 셈입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는 최근 정 전 차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KBS가 확인한 정 전 차관의 공소장에 따르면, 정 전 차관은 2013년 9월 9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노무담당 임원인 강 모 부사장을 경기도 과천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습니다.

고용노동부가 6월 말부터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의혹에 대해 근로감독을 진행할 때였습니다.

정 전 차관은 이 자리에서 '개선 제안 내용' 문건을 전달했습니다. 이 문건에는 근로감독 과정에서 파악한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요소와 이에 대한 개선방향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문건을 받은 강 부사장은 노조를 와해시키려 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검찰은 정 전 차관이 '삼성전자서비스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피하려고, 삼성 측과 몰래 접촉해 자율 개선을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정 전 차관이 노동부에서 퇴직하고 삼성에 입사한 황 모 상무로부터 불법파견으로 결론나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소장에는 공범으로 기소된 권혁태 전 서울지방노동청장이 근로감독 과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정황도 담겼습니다.

권 전 서울청장은 2013년 7월 17일 삼성 근로감독을 주관하던 중부지방노동청장과 부산지방노동청장, 근로감독개선 과장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권 전 청장은 '합법파견'으로 결론지었던 한 종합유선방송사의 사례를 거론하며 '삼성전자서비스와 완전히 똑같은 (근로)형태'라며 '이를 불법이라고 볼 근거가 무엇인지, 정말 법적으로 자신 있는지 의문'이라고 적었습니다.

또 '이 문제로 인한 파급 효과는 통상임금보다 더 큰 갈등과 혼란이 올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부가 법적으로, 논리적으로 이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썼습니다. 이어 '다른 부문에서도 불법파견을 주장하며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며 '파편적인 논리로 불법파견으로 단정 짓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권 전 청장이 결론을 지연시키려고 회의 개최를 건의한 정황도 나왔습니다.

권 전 청장은 노동부 권 모 정책실장에게 전화해 '본부에서 불법파견으로 단정한 것 같은 문건을 일선 청에 내려보냈는데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며 '회의를 개최해 조정을 해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권 전 실장은 근로감독 실시 지방청에 회의 개최를 통보했고, 중부노동청장은 이 연락을 받고 나서 근로감독관들에게 결론을 보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부청장은 이미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결론이 기재된 보고서를 보고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노동부는 7월 23일 본부에서 지방청장과 근로감독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검토 회의를 열고, 이 자리에서 감독 기간을 8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애초 이날은 근로감독이 끝나는 날이었습니다.

KBS는 정 전 차관과 권 전 청장에게 해명을 들으려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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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현옥 전 차관, 삼성 임원에 직접 ‘불법파견’ 감독 내용 전달
    • 입력 2018-11-22 19:17:11
    • 수정2018-11-22 19:22:02
    사회
'삼성 불법파견 봐주기' 의혹과 관련해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이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을 만나 근로감독 내용이 담긴 문건을 직접 건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근로감독이 끝나기도 전에 어떤 점이 불법파견에 해당하고,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삼성 측에 미리 알려준 셈입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는 최근 정 전 차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KBS가 확인한 정 전 차관의 공소장에 따르면, 정 전 차관은 2013년 9월 9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노무담당 임원인 강 모 부사장을 경기도 과천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습니다.

고용노동부가 6월 말부터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의혹에 대해 근로감독을 진행할 때였습니다.

정 전 차관은 이 자리에서 '개선 제안 내용' 문건을 전달했습니다. 이 문건에는 근로감독 과정에서 파악한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요소와 이에 대한 개선방향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문건을 받은 강 부사장은 노조를 와해시키려 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검찰은 정 전 차관이 '삼성전자서비스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피하려고, 삼성 측과 몰래 접촉해 자율 개선을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정 전 차관이 노동부에서 퇴직하고 삼성에 입사한 황 모 상무로부터 불법파견으로 결론나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소장에는 공범으로 기소된 권혁태 전 서울지방노동청장이 근로감독 과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정황도 담겼습니다.

권 전 서울청장은 2013년 7월 17일 삼성 근로감독을 주관하던 중부지방노동청장과 부산지방노동청장, 근로감독개선 과장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권 전 청장은 '합법파견'으로 결론지었던 한 종합유선방송사의 사례를 거론하며 '삼성전자서비스와 완전히 똑같은 (근로)형태'라며 '이를 불법이라고 볼 근거가 무엇인지, 정말 법적으로 자신 있는지 의문'이라고 적었습니다.

또 '이 문제로 인한 파급 효과는 통상임금보다 더 큰 갈등과 혼란이 올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부가 법적으로, 논리적으로 이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썼습니다. 이어 '다른 부문에서도 불법파견을 주장하며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며 '파편적인 논리로 불법파견으로 단정 짓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권 전 청장이 결론을 지연시키려고 회의 개최를 건의한 정황도 나왔습니다.

권 전 청장은 노동부 권 모 정책실장에게 전화해 '본부에서 불법파견으로 단정한 것 같은 문건을 일선 청에 내려보냈는데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며 '회의를 개최해 조정을 해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권 전 실장은 근로감독 실시 지방청에 회의 개최를 통보했고, 중부노동청장은 이 연락을 받고 나서 근로감독관들에게 결론을 보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부청장은 이미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결론이 기재된 보고서를 보고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노동부는 7월 23일 본부에서 지방청장과 근로감독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검토 회의를 열고, 이 자리에서 감독 기간을 8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애초 이날은 근로감독이 끝나는 날이었습니다.

KBS는 정 전 차관과 권 전 청장에게 해명을 들으려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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