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붕괴 위험 ‘땅밀림’ 전국 57곳…위기 알릴 센서는 2곳 뿐

입력 2018.11.23 (21:11) 수정 2018.11.26 (10:1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조금 생소한 용어이긴 합니다만 지반이 한꺼번에 밀려 나가는 현상을 '땅밀림' 이라고 합니다.

주로 지진이나 대규모 공사때문에 일어나는데, 이 땅밀림 현상이 생긴 곳이 전국에 서른 군데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확인해 보니 전국에 57 곳, 즉 두 배 정도 더 많은 곳에서 땅밀림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주변지역 안전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현장 K, 신선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북 경주의 한 국도, 지난달 태풍 콩레이가 불어닥치면서 도로가 종잇장처럼 구겨졌습니다.

최고 20미터 높이까지 치솟았는데, 붕괴된 구간만 150미터입니다.

["이야, 이거 복구를 어떻게 해요?"]

왜 여기만 유독 심하게 파손됐을까?

전문가와 인근 토양을 살펴봤습니다.

도로 붕괴 현장 뒤편 산지에 와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토양층 자체가 15~20m 그대로 내려앉았습니다.

알고 보니 도로 주변은 전형적인 '땅밀림' 지역이었습니다.

폭우로 뒤편 땅이 한꺼번에 밀려버리면서, 거센 압력을 받아 부서진 겁니다.

겨울철 지하수라도 얼면 추가 붕괴 위험이 높지만, 복구 계획도 아직 없습니다.

[정규원/산림 기술사 : "이렇게 큰 땅밀림 현상이 일어나고 난 다음에 복구 공법은 핵심 사항이 지하수의 배제 공법을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땅밀림'은 지진 등의 자연 현상이나 대규모 지반공사 등으로 땅덩어리 전체가 움직이는 걸 말합니다.

'땅밀림'이 일어난 곳은 약한 자극에도 대형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어 해외에서는 실제로 수많은 사상자가 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포항 지진으로 세 차례 땅밀림이 나타나는 등 우리나라도 증가 추세입니다.

산림청이 조사한 전국의 땅밀림 지도를 KBS가 입수한 결과, 총 57곳에서 땅밀림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1년 전 30여 곳보다 크게 늘어난 건데 지진 취약 지역인 동해안에 집중돼 있습니다.

또 다른 땅밀림 지역.

한진 그룹 계열사가 광산 개발을 해온 곳으로, 2년 전부터 산지 곳곳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땅 속 움직임을 측정해서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리는 센서입니다.

붕괴 장소에서 10m 거리에 있지만, 사고 당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200미터 아래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전병철/인근 주민 : "이 산이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건지 실제로 모르니까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하고 비만 오면 무슨 일이 있을까 하는..."]

일본의 경우 하루 1밀리미터 이상 땅밀림이 발생하면 '주의' 경보.

시간당 4밀리미터의 땅밀림이 생기면 '피난' 경보를 내려 인명피해가 없도록 체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피 매뉴얼은커녕, 땅밀림 현상을 상시 측정할 무인감시 시스템이 전국에 두 곳밖에 없습니다.

[박재현/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림자원학과 교수 : "지역 주민들이 어느 지역에서 땅밀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걸 잘 모르거든요. (땅이) 얼마큼 이동하는지, 위험성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관측을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림청이 올해 안에 땅밀림 감시 시스템을 25곳 확충하겠다고 했지만, 한 달여 안에 실현가능할 지 의문입니다.

사후처방식 대책 마련이 되풀이 되는 사이, 이번 주에만도 전국에서 세 차례의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KBS 뉴스 신선민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현장K] 붕괴 위험 ‘땅밀림’ 전국 57곳…위기 알릴 센서는 2곳 뿐
    • 입력 2018-11-23 21:15:01
    • 수정2018-11-26 10:11:42
    뉴스 9
[앵커] 조금 생소한 용어이긴 합니다만 지반이 한꺼번에 밀려 나가는 현상을 '땅밀림' 이라고 합니다. 주로 지진이나 대규모 공사때문에 일어나는데, 이 땅밀림 현상이 생긴 곳이 전국에 서른 군데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확인해 보니 전국에 57 곳, 즉 두 배 정도 더 많은 곳에서 땅밀림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주변지역 안전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현장 K, 신선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북 경주의 한 국도, 지난달 태풍 콩레이가 불어닥치면서 도로가 종잇장처럼 구겨졌습니다. 최고 20미터 높이까지 치솟았는데, 붕괴된 구간만 150미터입니다. ["이야, 이거 복구를 어떻게 해요?"] 왜 여기만 유독 심하게 파손됐을까? 전문가와 인근 토양을 살펴봤습니다. 도로 붕괴 현장 뒤편 산지에 와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토양층 자체가 15~20m 그대로 내려앉았습니다. 알고 보니 도로 주변은 전형적인 '땅밀림' 지역이었습니다. 폭우로 뒤편 땅이 한꺼번에 밀려버리면서, 거센 압력을 받아 부서진 겁니다. 겨울철 지하수라도 얼면 추가 붕괴 위험이 높지만, 복구 계획도 아직 없습니다. [정규원/산림 기술사 : "이렇게 큰 땅밀림 현상이 일어나고 난 다음에 복구 공법은 핵심 사항이 지하수의 배제 공법을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땅밀림'은 지진 등의 자연 현상이나 대규모 지반공사 등으로 땅덩어리 전체가 움직이는 걸 말합니다. '땅밀림'이 일어난 곳은 약한 자극에도 대형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어 해외에서는 실제로 수많은 사상자가 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포항 지진으로 세 차례 땅밀림이 나타나는 등 우리나라도 증가 추세입니다. 산림청이 조사한 전국의 땅밀림 지도를 KBS가 입수한 결과, 총 57곳에서 땅밀림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1년 전 30여 곳보다 크게 늘어난 건데 지진 취약 지역인 동해안에 집중돼 있습니다. 또 다른 땅밀림 지역. 한진 그룹 계열사가 광산 개발을 해온 곳으로, 2년 전부터 산지 곳곳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땅 속 움직임을 측정해서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리는 센서입니다. 붕괴 장소에서 10m 거리에 있지만, 사고 당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200미터 아래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전병철/인근 주민 : "이 산이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건지 실제로 모르니까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하고 비만 오면 무슨 일이 있을까 하는..."] 일본의 경우 하루 1밀리미터 이상 땅밀림이 발생하면 '주의' 경보. 시간당 4밀리미터의 땅밀림이 생기면 '피난' 경보를 내려 인명피해가 없도록 체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피 매뉴얼은커녕, 땅밀림 현상을 상시 측정할 무인감시 시스템이 전국에 두 곳밖에 없습니다. [박재현/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림자원학과 교수 : "지역 주민들이 어느 지역에서 땅밀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걸 잘 모르거든요. (땅이) 얼마큼 이동하는지, 위험성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관측을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림청이 올해 안에 땅밀림 감시 시스템을 25곳 확충하겠다고 했지만, 한 달여 안에 실현가능할 지 의문입니다. 사후처방식 대책 마련이 되풀이 되는 사이, 이번 주에만도 전국에서 세 차례의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KBS 뉴스 신선민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