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낮아져도 저소득층에겐 ‘다른 나라 이야기’

입력 2018.11.23 (21:40) 수정 2018.11.2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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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면서 최근 기름값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데요.

정작 저소득층에게는 그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건지 황정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추위가 찾아왔지만, 이 집에선 이불 말고는 전기 매트를 쓰는 게 전부입니다.

10년 넘게 기름보일러를 사용해 왔는데, 등유 가격이 너무 올라 보일러를 켤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홀몸 노인/음성변조 : "작년에는 안 올랐을 때 15만 원 했잖아. 지금은 20만 원이래. 그러니 생각을 해봐. 어디서 우리가 100만 원씩 목돈이 나오겠느냐 이거야. 가을이 되면 목욕도 안 해. 이걸(매트)로 사는 거야. 매트로."]

이달 초 유류세가 인하됐지만, 등유 가격은 오히려 유류세 인하 직전보다 올랐습니다.

등유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4년 전 이미 낮출 수 있는 데까지 다 낮추면서 정부가 이번 유류세 인하 대상에서 등유를 뺐기 때문입니다.

월 소득이 백만 원이 안 되는 가구 가운데 20%는 여전히 등유로 난방을 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이 대부분이라는 얘기인데, 등유를 쓰는 가구의 연료비가 전기 난방 가구보다 2.3배 정도 더 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화물차 운전자들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유류세 인하로 경유 가격은 내렸지만, 1리터에 345원씩 받던 정부 보조금이 80원 가까이 깎여서 별반 달라진 게 없습니다.

[우한택/화물차 운전기사 : "지금 운송료는 대부분 다 유가보조금 받는 기준으로 책정되어 있어서 단가 자체가 바닥인데. 유가 보조금도 못 받고..."]

유류세 인하 효과가 제대로 퍼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최근 등유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폐지하는 법안 등이 국회에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KBS 뉴스 황정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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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류세 낮아져도 저소득층에겐 ‘다른 나라 이야기’
    • 입력 2018-11-23 21:42:28
    • 수정2018-11-23 22: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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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면서 최근 기름값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데요.

정작 저소득층에게는 그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건지 황정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추위가 찾아왔지만, 이 집에선 이불 말고는 전기 매트를 쓰는 게 전부입니다.

10년 넘게 기름보일러를 사용해 왔는데, 등유 가격이 너무 올라 보일러를 켤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홀몸 노인/음성변조 : "작년에는 안 올랐을 때 15만 원 했잖아. 지금은 20만 원이래. 그러니 생각을 해봐. 어디서 우리가 100만 원씩 목돈이 나오겠느냐 이거야. 가을이 되면 목욕도 안 해. 이걸(매트)로 사는 거야. 매트로."]

이달 초 유류세가 인하됐지만, 등유 가격은 오히려 유류세 인하 직전보다 올랐습니다.

등유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4년 전 이미 낮출 수 있는 데까지 다 낮추면서 정부가 이번 유류세 인하 대상에서 등유를 뺐기 때문입니다.

월 소득이 백만 원이 안 되는 가구 가운데 20%는 여전히 등유로 난방을 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이 대부분이라는 얘기인데, 등유를 쓰는 가구의 연료비가 전기 난방 가구보다 2.3배 정도 더 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화물차 운전자들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유류세 인하로 경유 가격은 내렸지만, 1리터에 345원씩 받던 정부 보조금이 80원 가까이 깎여서 별반 달라진 게 없습니다.

[우한택/화물차 운전기사 : "지금 운송료는 대부분 다 유가보조금 받는 기준으로 책정되어 있어서 단가 자체가 바닥인데. 유가 보조금도 못 받고..."]

유류세 인하 효과가 제대로 퍼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최근 등유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폐지하는 법안 등이 국회에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KBS 뉴스 황정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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