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장관까지 사과했지만…책임공방 번진 KTX 단전사태

입력 2018.11.24 (07:06) 수정 2018.11.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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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0일) 오후 5시경, 오송역 인근에서 발생한 전차선 단전이 18시 54분 현재 복구 완료돼 KTX 열차 운행이 상하행선 모두 재개됨.' '다만, 장애 여파로 열차 지연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임.' (11월 20일 오후, 코레일 보도자료)

코레일은 20일 오후 5시 경남 진주에서 서울로 향하던 KTX 414 열차가 충북 청주시 오송역 인근에 멈춰 서자 사고 2시간 만에 이 같은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코레일의 언론 대응은 빨랐고, 대다수의 언론사에서는 이 보도자료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소식을 듣고 급히 현장에 도착한 기자의 눈앞에는 KTX 414편이 그대로 멈춰 서 있었습니다. 'KTX 열차 운행이 재개됐다'는 코레일의 설명과 달리 KTX 414편이 움직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었을까요?


암흑 속 공포의 3시간KTX 414 승객들 분통

KTX 414 열차의 1호 차(열차 선두)에 타고 있던 이응대 씨는 사고 당시 상황을 KBS에 제보했습니다. 이 씨는 "열차가 오송역에 진입하는데 '쿵'하는 소리가 났고, 점점 속도가 줄어들더니 객실 비상등이 켜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열차 내 안내방송에선 약 30분 뒤 열차 운행이 재개될 예정이니 안전을 위해 자리를 지켜달라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열차가 멈춰 선 지 1시간이 지나도 열차는 움직이지 않았고, 18호 차(열차 선미)에 생수가 준비돼 있으니 필요한 승객들은 이용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이 씨는 "암전 상황에서 열차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라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연관기사] 암흑 속 공포의 3시간…KTX 사고 열차 문 왜 안 열었나

사고 발생 1시간 20분이 지난 오후 6시 20분쯤, 그동안 켜 있던 객실 비상등까지 꺼지자 승객들은 더욱불안해졌습니다. 특히 암전 상태에서 객실 내 공기 정화를 책임지는 환풍기 작동까지 정지되자 승객들의 불안감은 증폭됐습니다.

사고 발생 2시간도 더 지난 지난 오후 7시 20분쯤 열차 운행이 재개됐다는 언론사 속보가 이어지자 객실 안에 있던 승객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속보와 정반대로 열차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환승 절차나 출발 시각에 대한 안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일 오후 충북 오송역에 비상 정차한 KTX 414편 객실 내부. 비상등까지 꺼져 있다. [사진 제공: 시청자 이응대]20일 오후 충북 오송역에 비상 정차한 KTX 414편 객실 내부. 비상등까지 꺼져 있다. [사진 제공: 시청자 이응대]

먼저 내린 10여 명의 승객코레일 "매뉴얼상 문제없다"

승객들에 따르면 오후 7시 40분쯤 10여 명의 일부 승객이 열차에서 내렸습니다. 이들은 곧장 역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비상통로로 빠져나왔고, 이 모습은 당시 현장에 있던 방송사 카메라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이를 목격한 열차 안 다른 승객들은 "왜 일부 승객만 내려주냐"고 승무원들에게 항의했고, 당시 열차에 있던 승무원은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코레일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사고 열차가 있던 구역은 승차장이 아니기 때문에 하차가 불가한 구역이지만, 폐소공포증과 어지러움을 호소한 일부 승객에 한해 열차팀장 인솔 하에 하차했다"고 설명합니다. 열차팀장과 역 관계자들이 나와 무전으로 확인하고, 전차선을 차단한 상태에서 하차했기 때문에 하차한 승객 안전엔 문제가 없다는 게 코레일 측 입장입니다.

20일 오후 충북 오송역에 비상 정차한 KTX 414편에서 일부 승객들이 비상통로로 하차하고 있다.20일 오후 충북 오송역에 비상 정차한 KTX 414편에서 일부 승객들이 비상통로로 하차하고 있다.

하지만 승객들은 당시 두통 등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환자들에 한해 하차가 가능하다는 안내방송도 없었고, 하차한 이들 중엔 어린이나 노약자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응대 씨는 "열차 안에 환자가 있는지 물어보는 승무원들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열차에 탔던 김태완 씨 역시 "승무원들이 지나다니지 않아 (현재 상황을) 물어보려고 해도 물어볼 수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코레일은 일부 승객이 하차한 절차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하차할 승객을 선별하는 과정 또는 절차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당시 임시 하차한 승객들의 명단 역시 확인할 수 없어 정확한 하차 인원에 대해서도 '10여 명'으로만 어림짐작하고 있습니다.

승객들에게 정확한 안내가 전달되지 못한 가운데 열차 지연 상황에 답답함을 호소한 일부 승객은 비상 망치를 이용해 유리창까지 깼습니다. 당시 열차 안에 있었던 승무원은 단 3명에 불과했습니다. 사고 열차가 3시간 동안 오송역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역 관계자가 단 1명이라도 열차에 투입됐더라면 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결국, 일부 하차한 인원을 제외한 700여 명의 승객은 사고 발생 3시간이 지나서야 대체 열차로 갈아탈 수 있었고, 목적지엔 예정 시각보다 3시간 25분이 지나서야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또 사고 여파로 경부선과 호남선을 지나는 KTX와 SRT 열차 120여 대는 다음날 새벽까지 계속해서 연착됐습니다.

20일 오후 충북 오송역에 비상 정차한 KTX 414편 객실 유리가 파손돼 있다.20일 오후 충북 오송역에 비상 정차한 KTX 414편 객실 유리가 파손돼 있다.

국토부 장관 사과…KTX-충북도 책임공방 번져

사고 이틀 만인 2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김 장관은 "사고 발생으로 국민들이 불편을 겪고 걱정하게 해서 담당 부처 장관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코레일은 사고 당일 새벽 오송역 인근에서 충청북도가 전차선을 같은 높이로 지탱하는 전선(조가선)을 교체하는 작업을 했는데 시공 불량으로 전선이 연결부에서 뽑혔고, 이 때문에 전기가 끊겨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전차선 단전이 일어나면서 KTX 414 열차 내부에도 이상이 생겼고, 그 때문에 전력 공급이 돌아온 뒤에도 운행이 재개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한 김현미 장관이 오송역 KTX 단전사고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한 김현미 장관이 오송역 KTX 단전사고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코레일은 공사 시행 주체인 충청북도에 사고 책임이 있는 만큼 단전으로 인한 피해 전액을 구상 청구한다는 입장입니다.

충청북도는 객관적인 정밀조사 결과가 나온 뒤 책임질 부분은 지겠지만,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선로 위를 지나는 전선 교체 공사는 열차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코레일이나 철도시설공단에 공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은 해당 공사에 입회하거나 감독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코레일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전차선, 신호, 궤도공사 등 열차 운행 안전과 관련된 철도시설 공사는 철도공사가 수탁받아 시행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단전사고로 피해를 본 승객들은 온전히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코레일은 운임 규정상 최대 50%까지만 환불이 가능해 밤늦게까지 불편을 겪은 승객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레일은 지연 열차 반환 수수료, 택시비와 항공권 비용까지 보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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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4 07:06:15
    • 수정2018-11-24 14:30:03
    취재후·사건후
'오늘(20일) 오후 5시경, 오송역 인근에서 발생한 전차선 단전이 18시 54분 현재 복구 완료돼 KTX 열차 운행이 상하행선 모두 재개됨.' '다만, 장애 여파로 열차 지연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임.' (11월 20일 오후, 코레일 보도자료)

코레일은 20일 오후 5시 경남 진주에서 서울로 향하던 KTX 414 열차가 충북 청주시 오송역 인근에 멈춰 서자 사고 2시간 만에 이 같은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코레일의 언론 대응은 빨랐고, 대다수의 언론사에서는 이 보도자료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소식을 듣고 급히 현장에 도착한 기자의 눈앞에는 KTX 414편이 그대로 멈춰 서 있었습니다. 'KTX 열차 운행이 재개됐다'는 코레일의 설명과 달리 KTX 414편이 움직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었을까요?


암흑 속 공포의 3시간KTX 414 승객들 분통

KTX 414 열차의 1호 차(열차 선두)에 타고 있던 이응대 씨는 사고 당시 상황을 KBS에 제보했습니다. 이 씨는 "열차가 오송역에 진입하는데 '쿵'하는 소리가 났고, 점점 속도가 줄어들더니 객실 비상등이 켜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열차 내 안내방송에선 약 30분 뒤 열차 운행이 재개될 예정이니 안전을 위해 자리를 지켜달라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열차가 멈춰 선 지 1시간이 지나도 열차는 움직이지 않았고, 18호 차(열차 선미)에 생수가 준비돼 있으니 필요한 승객들은 이용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이 씨는 "암전 상황에서 열차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라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연관기사] 암흑 속 공포의 3시간…KTX 사고 열차 문 왜 안 열었나

사고 발생 1시간 20분이 지난 오후 6시 20분쯤, 그동안 켜 있던 객실 비상등까지 꺼지자 승객들은 더욱불안해졌습니다. 특히 암전 상태에서 객실 내 공기 정화를 책임지는 환풍기 작동까지 정지되자 승객들의 불안감은 증폭됐습니다.

사고 발생 2시간도 더 지난 지난 오후 7시 20분쯤 열차 운행이 재개됐다는 언론사 속보가 이어지자 객실 안에 있던 승객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속보와 정반대로 열차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환승 절차나 출발 시각에 대한 안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일 오후 충북 오송역에 비상 정차한 KTX 414편 객실 내부. 비상등까지 꺼져 있다. [사진 제공: 시청자 이응대]
먼저 내린 10여 명의 승객코레일 "매뉴얼상 문제없다"

승객들에 따르면 오후 7시 40분쯤 10여 명의 일부 승객이 열차에서 내렸습니다. 이들은 곧장 역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비상통로로 빠져나왔고, 이 모습은 당시 현장에 있던 방송사 카메라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이를 목격한 열차 안 다른 승객들은 "왜 일부 승객만 내려주냐"고 승무원들에게 항의했고, 당시 열차에 있던 승무원은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코레일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사고 열차가 있던 구역은 승차장이 아니기 때문에 하차가 불가한 구역이지만, 폐소공포증과 어지러움을 호소한 일부 승객에 한해 열차팀장 인솔 하에 하차했다"고 설명합니다. 열차팀장과 역 관계자들이 나와 무전으로 확인하고, 전차선을 차단한 상태에서 하차했기 때문에 하차한 승객 안전엔 문제가 없다는 게 코레일 측 입장입니다.

20일 오후 충북 오송역에 비상 정차한 KTX 414편에서 일부 승객들이 비상통로로 하차하고 있다.
하지만 승객들은 당시 두통 등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환자들에 한해 하차가 가능하다는 안내방송도 없었고, 하차한 이들 중엔 어린이나 노약자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응대 씨는 "열차 안에 환자가 있는지 물어보는 승무원들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열차에 탔던 김태완 씨 역시 "승무원들이 지나다니지 않아 (현재 상황을) 물어보려고 해도 물어볼 수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코레일은 일부 승객이 하차한 절차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하차할 승객을 선별하는 과정 또는 절차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당시 임시 하차한 승객들의 명단 역시 확인할 수 없어 정확한 하차 인원에 대해서도 '10여 명'으로만 어림짐작하고 있습니다.

승객들에게 정확한 안내가 전달되지 못한 가운데 열차 지연 상황에 답답함을 호소한 일부 승객은 비상 망치를 이용해 유리창까지 깼습니다. 당시 열차 안에 있었던 승무원은 단 3명에 불과했습니다. 사고 열차가 3시간 동안 오송역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역 관계자가 단 1명이라도 열차에 투입됐더라면 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결국, 일부 하차한 인원을 제외한 700여 명의 승객은 사고 발생 3시간이 지나서야 대체 열차로 갈아탈 수 있었고, 목적지엔 예정 시각보다 3시간 25분이 지나서야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또 사고 여파로 경부선과 호남선을 지나는 KTX와 SRT 열차 120여 대는 다음날 새벽까지 계속해서 연착됐습니다.

20일 오후 충북 오송역에 비상 정차한 KTX 414편 객실 유리가 파손돼 있다.
국토부 장관 사과…KTX-충북도 책임공방 번져

사고 이틀 만인 2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김 장관은 "사고 발생으로 국민들이 불편을 겪고 걱정하게 해서 담당 부처 장관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코레일은 사고 당일 새벽 오송역 인근에서 충청북도가 전차선을 같은 높이로 지탱하는 전선(조가선)을 교체하는 작업을 했는데 시공 불량으로 전선이 연결부에서 뽑혔고, 이 때문에 전기가 끊겨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전차선 단전이 일어나면서 KTX 414 열차 내부에도 이상이 생겼고, 그 때문에 전력 공급이 돌아온 뒤에도 운행이 재개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한 김현미 장관이 오송역 KTX 단전사고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코레일은 공사 시행 주체인 충청북도에 사고 책임이 있는 만큼 단전으로 인한 피해 전액을 구상 청구한다는 입장입니다.

충청북도는 객관적인 정밀조사 결과가 나온 뒤 책임질 부분은 지겠지만,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선로 위를 지나는 전선 교체 공사는 열차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코레일이나 철도시설공단에 공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은 해당 공사에 입회하거나 감독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코레일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전차선, 신호, 궤도공사 등 열차 운행 안전과 관련된 철도시설 공사는 철도공사가 수탁받아 시행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단전사고로 피해를 본 승객들은 온전히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코레일은 운임 규정상 최대 50%까지만 환불이 가능해 밤늦게까지 불편을 겪은 승객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레일은 지연 열차 반환 수수료, 택시비와 항공권 비용까지 보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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