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신문④] 사라졌다 다시 등장한 ‘시진핑’…일본엔 시종일관 적개심

입력 2018.11.26 (09:51) 수정 2018.11.2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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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노동신문에서 사라진 '습근평' … 불편한 관계 반영

'로씨야', '푸찐', '습근평'. 모두 노동신문에 등장하는 단어들입니다. 이 낯선 단어들이 혹시 무슨 말인지 짐작이 드나요? 우리가 쓰는 표현대로 바꿔보면 '러시아', '푸틴' 그리고 '시진핑'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우 '習近平' 이란 한자를 우리식 한자 발음 그대로 표현한 겁니다.

그런데 '습근평' 즉 '시진핑'이라는 이름이 올해 1월과 2월 노동신문에서는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습니다. 두 달 모두 '0회' 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759회, 문재인 대통령도 26회 등장하는데 아예 언급 자체가 없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두고 흔히 '혈맹'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에게 미국이 그러하듯 6.25 전쟁 당시 중국은 북한을 도와 참전해 수 많은 인명피해를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13년부터 북한은 이런 중국과 다소 삐걱거리는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취임한 지 석 달만에 김정은이 3차 핵실험을 해 중국의 체면을 깎아 내렸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또 그 해 12월엔 중국 내부와 인맥이 두터운 장성택을 처형하면서 관계가 냉각됐습니다. 2014년 7월엔 시진핑이 북한을 제치고 한국을 먼저 방문했고 급기야 UN의 대북 제재에 찬성하면서 두 나라 관계는 더욱 냉랭해졌습니다.

3월 부터 '습근평' 재등장 … "북, 비핵화 의지 보이면서 관계 개선"

그런데 지난 3월 18일. "김정은 동지께서 중화인민공화국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습근평 동지에게 축전을 보내시였다."는 기사에서 오랜 침묵을 깨고 시진핑 이름이 다시 등장합니다. 그리고 3월 28일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난 뒤부터는 종종 '습근평'이란 단어가 등장합니다.


4월엔 56회나 되고 이후에도 꾸준히 적지 않게 언급됩니다. '론설'과 '론평', '정세론해설'에 등장하는 건 9회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346회는 모두 일반 기사에서만 등장합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소식은 물론 "습근평 동지가 녹화사업을 강조했다. 마약금지 사업에 지시를 하달했다" 등 주로 동정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그 전까지 북한과 중국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였지만 해묵은 감정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 북-중 관계가 풀리기 시작했고 노동신문에도 그런 모습이 반영된 것" 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중국' 언급도 4월부터 급증…미-중 무역분쟁에 편 들기도

국가명인 '중국'에 대한 언급은 어떤 추이를 보였을까요?


1~2월까진 50회 정도였던 언급이 3월들어 150회로 늘더니 4월에는 무려 660회로 급증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첫 방중 이후입니다. 그 뒤로 다소 감소했지만 3월보다 꾸준히 높은 빈도수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내용도 1월엔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 라오스인민민주주의공화국 주석, 로씨야련방 대통령,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인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등이 년하장을 보내여왔다" 정도로 간단한 사실만을 전달하는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4월부터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문제를 부쩍 많이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중국의 편을 들어주는 모양새입니다. 다만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기 보다는 객관적인 사실 위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본'은...역사문제·군 재무장 집중 비난

일본에 대해선 미국, 중국과는 달리 꾸준히 그리고 자주 기사에 언급됩니다.


특히 8월에 언급 횟수가 848회로 급증하는데 광복절을 전후해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한 기사와 '론평', '정세론해설' 등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내용을 보면 일관되게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합니다. 주로 '반동'이란 단어를 결합해서 '일본 반동들은' 이라고 통칭하는 경우가 많고 '섬나라 족속', '후안무치', '못난이짓' 등과 같은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단어들도 자주 등장합니다.

임진왜란과 독도 문제 등 역사적 과오를 지적하기도 하고 개헌을 통한 군사 재무장 문제를 적극적으로 비난하기도 합니다. 이 밖에 '미국의 하수인' 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면서 애써 조성된 남북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방해꾼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위안부 문제 집중 조명…"전후 배상금 문제 등 포석도 있어"

또 눈에 띄는 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꾸준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위안부 문제를 언급할 때 사용하는 '성노예'란 단어를 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모두 665회나 됩니다.


9월에 보면 다음과 같이 무려 네 차례에 걸쳐 위반부 문제에 대해 쓴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정세론해설'에서 한 가지 주제로 무려 4편을 게재한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에 대해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일본과 기싸움을 벌이는 것"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실제로 일본과 관계 개선을 하기 원한다. 우리나라처럼 일본과 수교를 맺고 돈을 받아 경제 발전의 종잣돈을 마련하고 싶은 건데 그러려면 국제법상 식민지 배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 문제에 대해서 꾸준히 언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베에 대해선 '졸개들', '패거리' … "미국 비난 줄인 만큼 화력 집중"

지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3선 연임에 성공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해선 어떤 표현을 사용했을까요?

주로 '아베패당, 패거리, 아베와 졸개들' 이란 감정적인 표현을 쓰며 일본 자민당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면서 '정치난쟁이의 비루한 구걸외교', '섬나라 깡패들의 불법무도한 칼부림' 등 원색적인 단어를 거침없이 쏟아냅니다.


특히 아베의 사학스캔들을 종종 소개하는데 이는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난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국가 지도자의 부패상을 비난하는데 주력하는 모양새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아베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가질 수가 없다. 미국 오바마 정부 때도 대북 봉쇄정책을 찬성했고 트럼프가 당선된 뒤엔 곧바로 고급 골프채를 들고 찾아갔는데 '미국의 앞잡이' 노릇을 한다고 생각할 것" 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홍 위원은 "체제 유지를 위해 그동안 외부의 주적인 미국에 대한 비난에 집중했는데 관계개선을 위해 언급을 자제한 만큼 그 비중을 일본에 둔 것이다. 만약 한미 관계가 정상화되고 순차적으로 일본과도 대화에 나선다면 미국, 트럼프에 대한 비난을 줄였듯이 일본, 아베에 대한 비난도 줄일 것" 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 정한진 데이터저널리즘팀 팀장
인포그래픽 디자인 :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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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동신문②] ‘문재인’보다 더 많은 ‘박근혜’,‘이명박’ 그리고 ‘홍준표’
[로동신문③] “철천지 원쑤”, “미치광이 트럼프”라더니 눈치보며 공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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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동신문④] 사라졌다 다시 등장한 ‘시진핑’…일본엔 시종일관 적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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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11-26 09: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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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노동신문에서 사라진 '습근평' … 불편한 관계 반영

'로씨야', '푸찐', '습근평'. 모두 노동신문에 등장하는 단어들입니다. 이 낯선 단어들이 혹시 무슨 말인지 짐작이 드나요? 우리가 쓰는 표현대로 바꿔보면 '러시아', '푸틴' 그리고 '시진핑'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우 '習近平' 이란 한자를 우리식 한자 발음 그대로 표현한 겁니다.

그런데 '습근평' 즉 '시진핑'이라는 이름이 올해 1월과 2월 노동신문에서는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습니다. 두 달 모두 '0회' 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759회, 문재인 대통령도 26회 등장하는데 아예 언급 자체가 없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두고 흔히 '혈맹'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에게 미국이 그러하듯 6.25 전쟁 당시 중국은 북한을 도와 참전해 수 많은 인명피해를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13년부터 북한은 이런 중국과 다소 삐걱거리는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취임한 지 석 달만에 김정은이 3차 핵실험을 해 중국의 체면을 깎아 내렸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또 그 해 12월엔 중국 내부와 인맥이 두터운 장성택을 처형하면서 관계가 냉각됐습니다. 2014년 7월엔 시진핑이 북한을 제치고 한국을 먼저 방문했고 급기야 UN의 대북 제재에 찬성하면서 두 나라 관계는 더욱 냉랭해졌습니다.

3월 부터 '습근평' 재등장 … "북, 비핵화 의지 보이면서 관계 개선"

그런데 지난 3월 18일. "김정은 동지께서 중화인민공화국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습근평 동지에게 축전을 보내시였다."는 기사에서 오랜 침묵을 깨고 시진핑 이름이 다시 등장합니다. 그리고 3월 28일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난 뒤부터는 종종 '습근평'이란 단어가 등장합니다.


4월엔 56회나 되고 이후에도 꾸준히 적지 않게 언급됩니다. '론설'과 '론평', '정세론해설'에 등장하는 건 9회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346회는 모두 일반 기사에서만 등장합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소식은 물론 "습근평 동지가 녹화사업을 강조했다. 마약금지 사업에 지시를 하달했다" 등 주로 동정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그 전까지 북한과 중국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였지만 해묵은 감정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 북-중 관계가 풀리기 시작했고 노동신문에도 그런 모습이 반영된 것" 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중국' 언급도 4월부터 급증…미-중 무역분쟁에 편 들기도

국가명인 '중국'에 대한 언급은 어떤 추이를 보였을까요?


1~2월까진 50회 정도였던 언급이 3월들어 150회로 늘더니 4월에는 무려 660회로 급증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첫 방중 이후입니다. 그 뒤로 다소 감소했지만 3월보다 꾸준히 높은 빈도수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내용도 1월엔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 라오스인민민주주의공화국 주석, 로씨야련방 대통령,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인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등이 년하장을 보내여왔다" 정도로 간단한 사실만을 전달하는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4월부터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문제를 부쩍 많이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중국의 편을 들어주는 모양새입니다. 다만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기 보다는 객관적인 사실 위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본'은...역사문제·군 재무장 집중 비난

일본에 대해선 미국, 중국과는 달리 꾸준히 그리고 자주 기사에 언급됩니다.


특히 8월에 언급 횟수가 848회로 급증하는데 광복절을 전후해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한 기사와 '론평', '정세론해설' 등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내용을 보면 일관되게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합니다. 주로 '반동'이란 단어를 결합해서 '일본 반동들은' 이라고 통칭하는 경우가 많고 '섬나라 족속', '후안무치', '못난이짓' 등과 같은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단어들도 자주 등장합니다.

임진왜란과 독도 문제 등 역사적 과오를 지적하기도 하고 개헌을 통한 군사 재무장 문제를 적극적으로 비난하기도 합니다. 이 밖에 '미국의 하수인' 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면서 애써 조성된 남북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방해꾼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위안부 문제 집중 조명…"전후 배상금 문제 등 포석도 있어"

또 눈에 띄는 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꾸준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위안부 문제를 언급할 때 사용하는 '성노예'란 단어를 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모두 665회나 됩니다.


9월에 보면 다음과 같이 무려 네 차례에 걸쳐 위반부 문제에 대해 쓴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정세론해설'에서 한 가지 주제로 무려 4편을 게재한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에 대해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일본과 기싸움을 벌이는 것"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실제로 일본과 관계 개선을 하기 원한다. 우리나라처럼 일본과 수교를 맺고 돈을 받아 경제 발전의 종잣돈을 마련하고 싶은 건데 그러려면 국제법상 식민지 배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 문제에 대해서 꾸준히 언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베에 대해선 '졸개들', '패거리' … "미국 비난 줄인 만큼 화력 집중"

지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3선 연임에 성공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해선 어떤 표현을 사용했을까요?

주로 '아베패당, 패거리, 아베와 졸개들' 이란 감정적인 표현을 쓰며 일본 자민당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면서 '정치난쟁이의 비루한 구걸외교', '섬나라 깡패들의 불법무도한 칼부림' 등 원색적인 단어를 거침없이 쏟아냅니다.


특히 아베의 사학스캔들을 종종 소개하는데 이는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난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국가 지도자의 부패상을 비난하는데 주력하는 모양새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아베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가질 수가 없다. 미국 오바마 정부 때도 대북 봉쇄정책을 찬성했고 트럼프가 당선된 뒤엔 곧바로 고급 골프채를 들고 찾아갔는데 '미국의 앞잡이' 노릇을 한다고 생각할 것" 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홍 위원은 "체제 유지를 위해 그동안 외부의 주적인 미국에 대한 비난에 집중했는데 관계개선을 위해 언급을 자제한 만큼 그 비중을 일본에 둔 것이다. 만약 한미 관계가 정상화되고 순차적으로 일본과도 대화에 나선다면 미국, 트럼프에 대한 비난을 줄였듯이 일본, 아베에 대한 비난도 줄일 것" 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 정한진 데이터저널리즘팀 팀장
인포그래픽 디자인 :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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