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악몽’이 된 귀국길…기내서 몇 시간씩 ‘꼼짝 마’

입력 2018.11.27 (08:32) 수정 2018.11.2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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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해외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

행복한 추억의 마지막이 악몽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사히 왔구나 했는데, 이렇게 내리지도 못한 채 무려 6시간 이상을 비행기 안에 있어야 한다면 어떨까요? 특히, 끼니를 때울 음식조차 제대로 없다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그제 오후, 인천공항에 착륙한 에어부산 비행기 안은 아비규환이었습니다.

["환자 있어요! 환자 있어요! 119! 여기도 환자 한 명 더 있어요!"]

응급 환자가 발생해 기내로 119 대원이 출동하는가 하면, 승객과 승무원의 실랑이도 벌어졌습니다.

["내리시면 안 됩니다. (나 지금 답답해서 죽겠어요.)"]

경남 김해에 사는 한희정 씨.

조카들과 다녀온 해외 여행의 마지막이 공포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한희정/캄보디아발 항공기 승객 : "안개 때문에 회항한다고 기내 방송이 나왔고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면 안개가 걷히는 대로 다시 간다고 했는데……."]

오전 7시쯤 김해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항공기는 짙은 안개 때문에 김해공항이 아닌 인천공항으로 착륙했습니다.

그런데, 안개가 걷히는 대로 이륙할 거라며 승객들을 기내에 남아 있도록 한 항공기는 오전이 다 지나도록 꿈쩍을 안했습니다.

[한희정/캄보디아발 항공기 승객 : "(대기) 3시간 넘어서부터는 언제 가냐 그런 말을 했지 큰소리가 나거나 그러지는 않았거든요."]

아침 식사는커녕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채로 몇 시간이 흘렀을까, 180여 명의 승객이 탄 항공기에선 비상 상황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저혈당 쇼크예요!"]

[한희정/캄보디아발 항공기 승객 : 저혈당으로 쓰러지셔서 다행히 의사 분이 있으셔서 응급처치 하시고 119 신고해서 모시고 가고 그게 4번 정도 있었어요. 4명 정도."]

[김정화/캄보디아발 항공기 승객 : "그 전까지는 김해로 갈 거란 생각에 다들 조용히 참고 있었는데 환자 분 발생하고 나서 당뇨 있는 분이 당 떨어진다고 식사를 요구했어요. 그런데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물도 없었거든요."]

오전 8시 무렵부터 이륙하기만을 기다렸던 승객들도 아침, 점심 두 끼를 거르고도, 하염없이 대기하라는 말만 반복하는 기내 상황에 불만이 속출했습니다.

[한희정/캄보디아발 항공기 승객 : "아이들은 더 힘들잖아요. 갑갑하고 하니까. 빈속으로 12시간 이상이잖아요. (새벽) 12시 반에 비행기를 탔으니까 건강한 저도 속이 메슥거리고 구토가 나올 정도였거든요."]

[김정화/캄보디아발 항공기 승객 : "나중에 호흡조차도 곤란하더라고요. 불안감이나 화가 나다 보니까. 숨 못 쉬겠다는 사람이 상당히 많이 생겨났거든요."]

지칠대로 지친 승객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건 6시간을 넘긴 오후 2시 무렵,

승무원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 벌어졌다는데요.

[김정화/캄보디아발 항공기 승객 : "(오후) 2시 반쯤에 승무원들 탑승 시간 초과라서 일부 내려야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 뒤부터 승객들이 더 화가 났거든요. 승객들은 꼼짝달싹 못 하게 비행기에 묶어 놓고. 4시까지 저희는 비행기에서 못 내렸어요."]

문제는 이런 상황이 캄보디아발 항공기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었다는 겁니다.

타이완 타이베이를 출발해 6시 10분 김해공항에 도착 예정이었던 또 다른 에어부산 항공기 역시 같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김상민/타이완발 항공기 승객 : "다른 나라 가는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다른 데로 나가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것도 연계가 안 돼서 난리였는데……."]

역시 기내에서 6시간 이상 발이 묶였던 승객들은 인천공항에 내린 뒤 연결편 재탑승 과정에서도 항공사 측의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역시 빈속이었다고 하는데요.

[김상민/타이완발 항공기 승객 : "최종적으로 탈 때까지 에어부산 직원 아무도 안 나타났던 거고 시간이 길어지면 어디까지 갔다가 몇 시까지 오라고 하든지. 이런 건 아무 말이 없었던 거잖아요."]

당시 기상 악화로 김해공항에 내리지 못하고 인천공항에 회항한 비행기는 에어부산 외 다른 항공사 항공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장기 체류 사태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천공항 관계자/음성변조 : "에어부산이 아무래도 거기서 이야기한 것처럼 공항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다 보니 빨리 결정을 못 하신 게 아닐까 싶은데……."]

에어부산이 애초에 인천공항에서 항공편을 운영하지 않는 항공사인 탓에 사무실과 지원 인력이 없어서 대체 승무원도 부산에서 모두 올려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어부산 측은 대기 시간 동안 물과 식사 등이 제공되지 않은 상황 역시 외부에서 음식을 들여오려면 세관 신고 등에 절차와 시간이 걸리는데 언제 출발할지 예측할 수 없어서 적절한 대처를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승객들이 가장 화났던 건 제대로 된 안내조차 없었다는 겁니다.

[김정화/캄보디아발 항공기 승객 : "저희는 그걸 억류라고 이야기를 해요. 기상 악화는 기장님이나 다른 분들이 실수해서 생긴 게 아니잖아요. 그건 다 충분히 수용할 수 있었는데 그게 아니잖아요. 이건 판단을 잘못하신 거고 그 잘못된 판단 때문에 저희가 억류당해 있었거든요."]

[캄보디아발 항공기 승객/음성변조 : "사람을 열 몇 시간 동안 붙잡아 놓고 마지막에 한다는 소리가 지금 비행기에서 내리면 항공법 위반된다는 소리만 하고 그런 식으로 하니까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꿈에 그리던 여행을 갔었는데 도로 암흑이 돼 버렸어요."]

도착 예정 시간보다 최대 15시간 늦게 김해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은 편도 금액의 20% 내외의 보상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KTX가 단전 사고로 승객들이 몇 시간 동안 열차 객실 내에 갇히기도 했는데요.

잇따른 사고에 단지 불편 수준을 넘어 불안감과 공포마저 확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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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악몽’이 된 귀국길…기내서 몇 시간씩 ‘꼼짝 마’
    • 입력 2018-11-27 08:39:02
    • 수정2018-11-27 10: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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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해외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

행복한 추억의 마지막이 악몽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사히 왔구나 했는데, 이렇게 내리지도 못한 채 무려 6시간 이상을 비행기 안에 있어야 한다면 어떨까요? 특히, 끼니를 때울 음식조차 제대로 없다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그제 오후, 인천공항에 착륙한 에어부산 비행기 안은 아비규환이었습니다.

["환자 있어요! 환자 있어요! 119! 여기도 환자 한 명 더 있어요!"]

응급 환자가 발생해 기내로 119 대원이 출동하는가 하면, 승객과 승무원의 실랑이도 벌어졌습니다.

["내리시면 안 됩니다. (나 지금 답답해서 죽겠어요.)"]

경남 김해에 사는 한희정 씨.

조카들과 다녀온 해외 여행의 마지막이 공포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한희정/캄보디아발 항공기 승객 : "안개 때문에 회항한다고 기내 방송이 나왔고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면 안개가 걷히는 대로 다시 간다고 했는데……."]

오전 7시쯤 김해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항공기는 짙은 안개 때문에 김해공항이 아닌 인천공항으로 착륙했습니다.

그런데, 안개가 걷히는 대로 이륙할 거라며 승객들을 기내에 남아 있도록 한 항공기는 오전이 다 지나도록 꿈쩍을 안했습니다.

[한희정/캄보디아발 항공기 승객 : "(대기) 3시간 넘어서부터는 언제 가냐 그런 말을 했지 큰소리가 나거나 그러지는 않았거든요."]

아침 식사는커녕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채로 몇 시간이 흘렀을까, 180여 명의 승객이 탄 항공기에선 비상 상황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저혈당 쇼크예요!"]

[한희정/캄보디아발 항공기 승객 : 저혈당으로 쓰러지셔서 다행히 의사 분이 있으셔서 응급처치 하시고 119 신고해서 모시고 가고 그게 4번 정도 있었어요. 4명 정도."]

[김정화/캄보디아발 항공기 승객 : "그 전까지는 김해로 갈 거란 생각에 다들 조용히 참고 있었는데 환자 분 발생하고 나서 당뇨 있는 분이 당 떨어진다고 식사를 요구했어요. 그런데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물도 없었거든요."]

오전 8시 무렵부터 이륙하기만을 기다렸던 승객들도 아침, 점심 두 끼를 거르고도, 하염없이 대기하라는 말만 반복하는 기내 상황에 불만이 속출했습니다.

[한희정/캄보디아발 항공기 승객 : "아이들은 더 힘들잖아요. 갑갑하고 하니까. 빈속으로 12시간 이상이잖아요. (새벽) 12시 반에 비행기를 탔으니까 건강한 저도 속이 메슥거리고 구토가 나올 정도였거든요."]

[김정화/캄보디아발 항공기 승객 : "나중에 호흡조차도 곤란하더라고요. 불안감이나 화가 나다 보니까. 숨 못 쉬겠다는 사람이 상당히 많이 생겨났거든요."]

지칠대로 지친 승객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건 6시간을 넘긴 오후 2시 무렵,

승무원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 벌어졌다는데요.

[김정화/캄보디아발 항공기 승객 : "(오후) 2시 반쯤에 승무원들 탑승 시간 초과라서 일부 내려야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 뒤부터 승객들이 더 화가 났거든요. 승객들은 꼼짝달싹 못 하게 비행기에 묶어 놓고. 4시까지 저희는 비행기에서 못 내렸어요."]

문제는 이런 상황이 캄보디아발 항공기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었다는 겁니다.

타이완 타이베이를 출발해 6시 10분 김해공항에 도착 예정이었던 또 다른 에어부산 항공기 역시 같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김상민/타이완발 항공기 승객 : "다른 나라 가는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다른 데로 나가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것도 연계가 안 돼서 난리였는데……."]

역시 기내에서 6시간 이상 발이 묶였던 승객들은 인천공항에 내린 뒤 연결편 재탑승 과정에서도 항공사 측의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역시 빈속이었다고 하는데요.

[김상민/타이완발 항공기 승객 : "최종적으로 탈 때까지 에어부산 직원 아무도 안 나타났던 거고 시간이 길어지면 어디까지 갔다가 몇 시까지 오라고 하든지. 이런 건 아무 말이 없었던 거잖아요."]

당시 기상 악화로 김해공항에 내리지 못하고 인천공항에 회항한 비행기는 에어부산 외 다른 항공사 항공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장기 체류 사태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천공항 관계자/음성변조 : "에어부산이 아무래도 거기서 이야기한 것처럼 공항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다 보니 빨리 결정을 못 하신 게 아닐까 싶은데……."]

에어부산이 애초에 인천공항에서 항공편을 운영하지 않는 항공사인 탓에 사무실과 지원 인력이 없어서 대체 승무원도 부산에서 모두 올려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어부산 측은 대기 시간 동안 물과 식사 등이 제공되지 않은 상황 역시 외부에서 음식을 들여오려면 세관 신고 등에 절차와 시간이 걸리는데 언제 출발할지 예측할 수 없어서 적절한 대처를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승객들이 가장 화났던 건 제대로 된 안내조차 없었다는 겁니다.

[김정화/캄보디아발 항공기 승객 : "저희는 그걸 억류라고 이야기를 해요. 기상 악화는 기장님이나 다른 분들이 실수해서 생긴 게 아니잖아요. 그건 다 충분히 수용할 수 있었는데 그게 아니잖아요. 이건 판단을 잘못하신 거고 그 잘못된 판단 때문에 저희가 억류당해 있었거든요."]

[캄보디아발 항공기 승객/음성변조 : "사람을 열 몇 시간 동안 붙잡아 놓고 마지막에 한다는 소리가 지금 비행기에서 내리면 항공법 위반된다는 소리만 하고 그런 식으로 하니까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꿈에 그리던 여행을 갔었는데 도로 암흑이 돼 버렸어요."]

도착 예정 시간보다 최대 15시간 늦게 김해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은 편도 금액의 20% 내외의 보상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KTX가 단전 사고로 승객들이 몇 시간 동안 열차 객실 내에 갇히기도 했는데요.

잇따른 사고에 단지 불편 수준을 넘어 불안감과 공포마저 확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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