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미 중간선거, 아직 안 끝났어요!…인종차별로 비화

입력 2018.11.2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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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중간선거는 아직 진행 중!

11월 6일 치러진 미 중간선거가 아직 진행 중입니다. 무슨 선거가 아직도 진행 중이냐고요? 미시시피 주 연방상원의원 선거가 유효 득표수 미달로 당선자를 내지 못해 결선투표를 치르기 때문입니다.

미국 시각 11월 27일(우리 시각 11월 28일) 치러지는 미시시피 주 연방상원의원 결선투표는 현역인 공화당 하이드 스미스 상원의원과 도전자인 민주당 마이크 에스피의 맞대결입니다.
미시시피 주의 경우 당선되려면 과반을 차지해야 하는데 지난 중간선거에서 하이드 스미스 후보 41.5% 에스피 후보는 40.6%를 기록해 당선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 겁니다.

■ 트럼프 대통령, 또 집중유세...민주당, 미시시피 최초 흑인 상원의원 만들자!

이미 상원 다수를 차지한 공화당이나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나, 이번 미시시피 주 상원의원 결선투표가 전체 의회 판도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은 마치 큰 선거 이벤트를 보는 듯 전국적 관심 속에 선거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하루 앞두고 지원 유세에 나섰습니다. 중간선거 당시 자신이 집중적으로 유세한 지역에서 거의 전승을 거두다시피 한 만큼 이번에도 나서 공화당에 대한 장악력, 그러니까 트럼프의 지원을 받으면 표가 된다는 강력한 무기를 재확인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


언제 어디서 유세를 하겠다고 예고하며 하이드 스미스 의원은 워싱턴에 꼭 필요한 만큼 반드시 당선시캬야 한다고 유권자들을 독려했습니다.


마이크 에스피 후보는 클린턴 행정부 당시 농업장관을 지낸 유력 인사인데 흑인입니다. 많은 흑인 후보들이 있지만 에스피 후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그가 당선되면 미시시피주 최초의 흑인 연방상원의원이 된다는 것이 첫째 이유입니다.

■ 다시 떠오른 미시시피 인종차별, 린치의 악몽...

두 번째 이유는 이번 결선 투표의 성격을 규정할 수도 있을 만큼 많은 언론의 주목과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임자가 건강상 이유로 사퇴하자 주지사가 지명해 올해 연방상원의원이 된 하이드 후보의 발언 때문입니다.


“에스피 후보가 자신의 공개 교수형에 날 초대해 준다면, 난 제일 앞줄에 앉겠다”라는 말인데 하이드 의원이 이 발언을 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선거판은 악명높았던 미시시피 주 인종차별 논란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비화됐습니다.

특히 public hanging(공개 교수형)은 미국인들에게 노예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재판 없이 흑인을 공개 교수형에 처하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라 문제가 됐습니다. 말이 교수형이라 마치 법 집행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사적으로 흑인을 붙잡아 폭행하고 살해하는 것과 다름없는 악명높은 인종차별 행탭니다.

‘미시시피 버닝’ 희생자들‘미시시피 버닝’ 희생자들

'퍼블릭 행잉'은 공식 기록으로는 1800년대 중반에 나타났고 흑인 민권 운동 시기에 극성을 부렸습니다. 게다가 기록상으로 이런 공개 교수형이 가장 많이 저질러진 주가 바로 미시시피 주입니다. 1877년부터 1950년 사이 6백 건 이상의 흑인 공개 교수형이 이뤄졌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습니다. 기록에 나온 것만 저만큼인데 기록되지 않은 것까지 감안하면 그 수는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평가합니다. 흑인 민권운동에 참여한 세 사람의 젊은 청년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이 사건도 미시시피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 중간선거가 인종차별 심판 선거로?

대놓고 이런 이야기를 한 하이드 의원은 그저 안부를 묻는 말을 좀 과장해서 한 것 뿐인데 이걸로 인종차별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강변하다가 비난이 거세지자 발언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그렇게 정치적 공방 정도로 끝나는가 했던 하이드 후보의 발언은 그녀의 과거 학교 사진이 공개되며 또다시 논란의 한가운데 섰습니다.

하이드 의원 고교 시절 사진 , 오른쪽에서 세번 째하이드 의원 고교 시절 사진 , 오른쪽에서 세번 째

미시시피 남부 백인만 다니는 학교에 다녔다는 사실 외에 치어리더로 찍은 사진 옆에 남북전쟁 당시의 남군 상징인 깃발이 선명했기 때문입니다. 하이드 후보의 공개 교수형 발언이 그녀 말대로 별 생각 없이 친근하게 한 말이 과장되게 나온 것이 아니라 노예제를 옹호한 남북전쟁 당시 남쪽 일반의 생각이 그대로 그녀에게 남아있고 이게 표현됐다는 것입니다.

하이드 후보는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피하고 있다고 미 매체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유색인종 단체,특히 흑인 단체를 비롯해 지역사회와 언어학자까지 나서 하이드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서고 있습니다.

이른바 레드 스테이트, 공화당 강세지역을 일컫는데 그런 강세지역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공화당 지지 주로 자리매김해온 곳이 미시시피주입니다. 결선투표까지 갔지만 하이드 후보의 승리를 점쳤던 언론 매체들은 이번 선거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하며 승패 예측을 자제했습니다. 다만 일부 친 공화당 언론매체는 그래도 하이드 후보가 여유 있게 승리할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승패를 떠나 하이드 후보의 공개 교수형 발언에 이어 잇따라 사진들까지 공개되면서, 미국 사회가 없애고 싶고, 그게 안 되면 감추고라도 싶은 어두운 과거, 인종 차별 문제가 미국 중간선거의 마지막 이슈가 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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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미 중간선거, 아직 안 끝났어요!…인종차별로 비화
    • 입력 2018-11-27 09:58:54
    특파원 리포트
■ 미 중간선거는 아직 진행 중!

11월 6일 치러진 미 중간선거가 아직 진행 중입니다. 무슨 선거가 아직도 진행 중이냐고요? 미시시피 주 연방상원의원 선거가 유효 득표수 미달로 당선자를 내지 못해 결선투표를 치르기 때문입니다.

미국 시각 11월 27일(우리 시각 11월 28일) 치러지는 미시시피 주 연방상원의원 결선투표는 현역인 공화당 하이드 스미스 상원의원과 도전자인 민주당 마이크 에스피의 맞대결입니다.
미시시피 주의 경우 당선되려면 과반을 차지해야 하는데 지난 중간선거에서 하이드 스미스 후보 41.5% 에스피 후보는 40.6%를 기록해 당선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 겁니다.

■ 트럼프 대통령, 또 집중유세...민주당, 미시시피 최초 흑인 상원의원 만들자!

이미 상원 다수를 차지한 공화당이나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나, 이번 미시시피 주 상원의원 결선투표가 전체 의회 판도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은 마치 큰 선거 이벤트를 보는 듯 전국적 관심 속에 선거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하루 앞두고 지원 유세에 나섰습니다. 중간선거 당시 자신이 집중적으로 유세한 지역에서 거의 전승을 거두다시피 한 만큼 이번에도 나서 공화당에 대한 장악력, 그러니까 트럼프의 지원을 받으면 표가 된다는 강력한 무기를 재확인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


언제 어디서 유세를 하겠다고 예고하며 하이드 스미스 의원은 워싱턴에 꼭 필요한 만큼 반드시 당선시캬야 한다고 유권자들을 독려했습니다.


마이크 에스피 후보는 클린턴 행정부 당시 농업장관을 지낸 유력 인사인데 흑인입니다. 많은 흑인 후보들이 있지만 에스피 후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그가 당선되면 미시시피주 최초의 흑인 연방상원의원이 된다는 것이 첫째 이유입니다.

■ 다시 떠오른 미시시피 인종차별, 린치의 악몽...

두 번째 이유는 이번 결선 투표의 성격을 규정할 수도 있을 만큼 많은 언론의 주목과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임자가 건강상 이유로 사퇴하자 주지사가 지명해 올해 연방상원의원이 된 하이드 후보의 발언 때문입니다.


“에스피 후보가 자신의 공개 교수형에 날 초대해 준다면, 난 제일 앞줄에 앉겠다”라는 말인데 하이드 의원이 이 발언을 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선거판은 악명높았던 미시시피 주 인종차별 논란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비화됐습니다.

특히 public hanging(공개 교수형)은 미국인들에게 노예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재판 없이 흑인을 공개 교수형에 처하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라 문제가 됐습니다. 말이 교수형이라 마치 법 집행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사적으로 흑인을 붙잡아 폭행하고 살해하는 것과 다름없는 악명높은 인종차별 행탭니다.

‘미시시피 버닝’ 희생자들
'퍼블릭 행잉'은 공식 기록으로는 1800년대 중반에 나타났고 흑인 민권 운동 시기에 극성을 부렸습니다. 게다가 기록상으로 이런 공개 교수형이 가장 많이 저질러진 주가 바로 미시시피 주입니다. 1877년부터 1950년 사이 6백 건 이상의 흑인 공개 교수형이 이뤄졌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습니다. 기록에 나온 것만 저만큼인데 기록되지 않은 것까지 감안하면 그 수는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평가합니다. 흑인 민권운동에 참여한 세 사람의 젊은 청년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이 사건도 미시시피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 중간선거가 인종차별 심판 선거로?

대놓고 이런 이야기를 한 하이드 의원은 그저 안부를 묻는 말을 좀 과장해서 한 것 뿐인데 이걸로 인종차별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강변하다가 비난이 거세지자 발언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그렇게 정치적 공방 정도로 끝나는가 했던 하이드 후보의 발언은 그녀의 과거 학교 사진이 공개되며 또다시 논란의 한가운데 섰습니다.

하이드 의원 고교 시절 사진 , 오른쪽에서 세번 째
미시시피 남부 백인만 다니는 학교에 다녔다는 사실 외에 치어리더로 찍은 사진 옆에 남북전쟁 당시의 남군 상징인 깃발이 선명했기 때문입니다. 하이드 후보의 공개 교수형 발언이 그녀 말대로 별 생각 없이 친근하게 한 말이 과장되게 나온 것이 아니라 노예제를 옹호한 남북전쟁 당시 남쪽 일반의 생각이 그대로 그녀에게 남아있고 이게 표현됐다는 것입니다.

하이드 후보는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피하고 있다고 미 매체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유색인종 단체,특히 흑인 단체를 비롯해 지역사회와 언어학자까지 나서 하이드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서고 있습니다.

이른바 레드 스테이트, 공화당 강세지역을 일컫는데 그런 강세지역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공화당 지지 주로 자리매김해온 곳이 미시시피주입니다. 결선투표까지 갔지만 하이드 후보의 승리를 점쳤던 언론 매체들은 이번 선거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하며 승패 예측을 자제했습니다. 다만 일부 친 공화당 언론매체는 그래도 하이드 후보가 여유 있게 승리할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승패를 떠나 하이드 후보의 공개 교수형 발언에 이어 잇따라 사진들까지 공개되면서, 미국 사회가 없애고 싶고, 그게 안 되면 감추고라도 싶은 어두운 과거, 인종 차별 문제가 미국 중간선거의 마지막 이슈가 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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