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지소연·여민지의 잃어버린 8년…여자축구에는 무슨 일이?
입력 2018.11.28 (11:01)
수정 2018.11.2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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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루과이에서는 17세 이하 FIFA 월드컵 여자 대회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1무 2패의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지난 24일 이미 귀국했다.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대회는 우리나라 여자 청소년대표팀이 8년 전인 2010년, 정상에 올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그 대회이다.
당시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대회에서 이룬 첫 우승에 말 그대로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귀국 현장은 환영 인파와 수많은 취재진, 방송사의 생중계 등으로 북새통이었다. 이번 청소년대표팀의 귀국 현장에는 선수단 가족 외에는 취재진의 모습도 카메라 플래시도 찾아볼 수 없었다. 2010년 이후 8년이 흐르는 동안 도대체 한국 여자축구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호날두, 메시와 시상식에서 나란히 선 17세 소녀
2010년 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과 함께 득점왕, MVP까지 3관왕을 차지한 여민지는 당시를 회상하며 '꿈같았다'고 표현했다. 선수들은 우승컵을 품에 안고 귀국하자마자 각종 언론사 인터뷰로 지금의 아이돌 급 일정을 소화했다. 국민들이 선수들을 알아보며 응원과 박수를 보내줬고 청와대에도 초청돼 대통령과 악수도 했다.
"너무 신기했어요. 청와대 오찬까지 하고." 당시엔 많은 지원과 후원의 약속도 받았다. "그래서 여자축구가 엄청나게 발전할 거라고, 어린 선수들도 많이 육성되고 그럴 것이라고 많이 기대했죠."
그런데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 대회 참가나 평가전 개최 등의 기회가 당장 오진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2010년 이후 여자 축구는 발전은커녕, 정체와 후퇴로 이어졌다. 17세 이하 월드컵에서는 3연속 본선 진출 실패, 20세 이하 월드컵 올해 대회에는 본선에도 오르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여자축구 황금기의 출발을 알리려 했던 여민지는 착잡한 심정이다.
"투자하지 않으면 발전하지 않아요. 아주 조금이라도 투자하고 관심을 기울이면 선수들은 바로 반응을 해요. 그러면 선수 육성과 발전으로 이어지는데 그런 것이 조금 부족했다는 것이 매우 아쉬워요."
여자 축구대표팀의 간판 지소연은 최근 2~3년 전부터 A매치 기간이 괴롭다. 잉글랜드 무대 첼시FC레이디스에서 뛰고 있는 지소연은 A매치 기간엔 혼자 소속팀에 남아 훈련을 한다. 동료들은 국가대표팀 차출로 각자 대표팀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국가대표 경기를 치른다. 그럴 때마다 지소연의 동료는 의아해 한다. 지메시로 불리는 지소연, 2006년 성인대표팀에 발탁돼 지금까지 한국 여자 축구를 대표해 온 지소연이 왜 A매치 기간에 한국에 가지 않는지 물어본다고 한다.
"Ji(지)! 어디로 경기 뛰러 가? 한국은 어떤 나라와 경기해?"
"난 안가." "왜?" "경기가 없어." "왜 매번 없어?""……."
난감하단다. 왜라고 물어보는데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웃기만 하는데 지소연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사라진 국내 A매치... A매치 좀 열어주세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한·중·일·미 4개국 여자대표팀 A매치 개최 수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A매치를 '안'치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2015년 캐나다에서 열린 FIFA 월드컵 대회 참가 등을 합해도 연평균 횟수가 고작 7번. 국내에서 치른 평균 건수는 0.5 경기에 불과하다. 중국과 비교하면 15분의 1, 미국에 비하면 무려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겁먹지 마! 한 번 붙어봤잖아!'
지소연은 A매치를 외치고 여민지는 평가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경험이다. 지소연과 여민지는 모두 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은 경험에서 온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15세, 17세 등 어린 시기부터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교류전을 치르고 유럽과 남미 등의 선수들과 몸으로 부딪혀보면 일단 상대에게 주눅이 들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전혀 모르는 공포'가 아닌 '한번 붙어본(?)' 상대라는 생각은 국제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을 덜 긴장하게 만든다. 상대 분석과 공략법을 터득해 지능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 인식은 했지만...
2010년 여자축구는 전성기를 맞았고 황금시대를 열 절호의 기회를 잡고도 여자축구 발전 방안을 위한 큰 그림과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 없이 세월만 흘려보냈다. 그 시간이 8년. 의미 없이 흘려보낸 시간에 꾸준히 국제대회에서 성적은 내림세를 보였다.
축구협회는 여자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룬 2015년 말에서야 여자축구 발전 전담팀(WOW팀/Women's Football Organization towards to the World)을 만들었지만, 직원 수도 예산도 부족해 현재는 온라인 홍보 활동 등 한정적인 역할만 하고 있다.
뛸 선수가 없어요.
최근 10년 사이 실업과 대학팀들의 잇따른 해체 속에 등록 선수가 정체되거나 오히려 더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선수층은 얇다 보니 선의의 경쟁을 통한 실력성장이 더디고 결국 좋은 선수 발굴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2017년 등록선수 구조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얇은 선수층과 항아리 형태의 선수층 구조는 경쟁을 유도해서 좋은 국가대표팀을 꾸리는데 있어서도 상당히 큰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어서 여자축구 선수층을 피라미드 모양처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초중고 학교 스포츠클럽과 연계해 여자 축구 선수 자원을 확충하고 팀 창단을 유도하는 등 획기적인 대안도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 여자축구의 잃어버린 8년이 너무 아쉽다.
당시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대회에서 이룬 첫 우승에 말 그대로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귀국 현장은 환영 인파와 수많은 취재진, 방송사의 생중계 등으로 북새통이었다. 이번 청소년대표팀의 귀국 현장에는 선수단 가족 외에는 취재진의 모습도 카메라 플래시도 찾아볼 수 없었다. 2010년 이후 8년이 흐르는 동안 도대체 한국 여자축구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호날두, 메시와 시상식에서 나란히 선 17세 소녀
2010년 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과 함께 득점왕, MVP까지 3관왕을 차지한 여민지는 당시를 회상하며 '꿈같았다'고 표현했다. 선수들은 우승컵을 품에 안고 귀국하자마자 각종 언론사 인터뷰로 지금의 아이돌 급 일정을 소화했다. 국민들이 선수들을 알아보며 응원과 박수를 보내줬고 청와대에도 초청돼 대통령과 악수도 했다.
"너무 신기했어요. 청와대 오찬까지 하고." 당시엔 많은 지원과 후원의 약속도 받았다. "그래서 여자축구가 엄청나게 발전할 거라고, 어린 선수들도 많이 육성되고 그럴 것이라고 많이 기대했죠."
그런데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 대회 참가나 평가전 개최 등의 기회가 당장 오진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2010년 이후 여자 축구는 발전은커녕, 정체와 후퇴로 이어졌다. 17세 이하 월드컵에서는 3연속 본선 진출 실패, 20세 이하 월드컵 올해 대회에는 본선에도 오르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여자축구 황금기의 출발을 알리려 했던 여민지는 착잡한 심정이다.
"투자하지 않으면 발전하지 않아요. 아주 조금이라도 투자하고 관심을 기울이면 선수들은 바로 반응을 해요. 그러면 선수 육성과 발전으로 이어지는데 그런 것이 조금 부족했다는 것이 매우 아쉬워요."
여자 축구대표팀의 간판 지소연은 최근 2~3년 전부터 A매치 기간이 괴롭다. 잉글랜드 무대 첼시FC레이디스에서 뛰고 있는 지소연은 A매치 기간엔 혼자 소속팀에 남아 훈련을 한다. 동료들은 국가대표팀 차출로 각자 대표팀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국가대표 경기를 치른다. 그럴 때마다 지소연의 동료는 의아해 한다. 지메시로 불리는 지소연, 2006년 성인대표팀에 발탁돼 지금까지 한국 여자 축구를 대표해 온 지소연이 왜 A매치 기간에 한국에 가지 않는지 물어본다고 한다.
"Ji(지)! 어디로 경기 뛰러 가? 한국은 어떤 나라와 경기해?"
"난 안가." "왜?" "경기가 없어." "왜 매번 없어?""……."
난감하단다. 왜라고 물어보는데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웃기만 하는데 지소연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사라진 국내 A매치... A매치 좀 열어주세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한·중·일·미 4개국 여자대표팀 A매치 개최 수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A매치를 '안'치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2015년 캐나다에서 열린 FIFA 월드컵 대회 참가 등을 합해도 연평균 횟수가 고작 7번. 국내에서 치른 평균 건수는 0.5 경기에 불과하다. 중국과 비교하면 15분의 1, 미국에 비하면 무려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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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먹지 마! 한 번 붙어봤잖아!'
지소연은 A매치를 외치고 여민지는 평가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경험이다. 지소연과 여민지는 모두 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은 경험에서 온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15세, 17세 등 어린 시기부터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교류전을 치르고 유럽과 남미 등의 선수들과 몸으로 부딪혀보면 일단 상대에게 주눅이 들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전혀 모르는 공포'가 아닌 '한번 붙어본(?)' 상대라는 생각은 국제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을 덜 긴장하게 만든다. 상대 분석과 공략법을 터득해 지능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 인식은 했지만...
2010년 여자축구는 전성기를 맞았고 황금시대를 열 절호의 기회를 잡고도 여자축구 발전 방안을 위한 큰 그림과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 없이 세월만 흘려보냈다. 그 시간이 8년. 의미 없이 흘려보낸 시간에 꾸준히 국제대회에서 성적은 내림세를 보였다.
축구협회는 여자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룬 2015년 말에서야 여자축구 발전 전담팀(WOW팀/Women's Football Organization towards to the World)을 만들었지만, 직원 수도 예산도 부족해 현재는 온라인 홍보 활동 등 한정적인 역할만 하고 있다.
뛸 선수가 없어요.
최근 10년 사이 실업과 대학팀들의 잇따른 해체 속에 등록 선수가 정체되거나 오히려 더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선수층은 얇다 보니 선의의 경쟁을 통한 실력성장이 더디고 결국 좋은 선수 발굴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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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얇은 선수층과 항아리 형태의 선수층 구조는 경쟁을 유도해서 좋은 국가대표팀을 꾸리는데 있어서도 상당히 큰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어서 여자축구 선수층을 피라미드 모양처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초중고 학교 스포츠클럽과 연계해 여자 축구 선수 자원을 확충하고 팀 창단을 유도하는 등 획기적인 대안도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 여자축구의 잃어버린 8년이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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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18-11-28 11: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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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루과이에서는 17세 이하 FIFA 월드컵 여자 대회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1무 2패의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지난 24일 이미 귀국했다.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대회는 우리나라 여자 청소년대표팀이 8년 전인 2010년, 정상에 올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그 대회이다.
당시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대회에서 이룬 첫 우승에 말 그대로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귀국 현장은 환영 인파와 수많은 취재진, 방송사의 생중계 등으로 북새통이었다. 이번 청소년대표팀의 귀국 현장에는 선수단 가족 외에는 취재진의 모습도 카메라 플래시도 찾아볼 수 없었다. 2010년 이후 8년이 흐르는 동안 도대체 한국 여자축구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호날두, 메시와 시상식에서 나란히 선 17세 소녀
2010년 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과 함께 득점왕, MVP까지 3관왕을 차지한 여민지는 당시를 회상하며 '꿈같았다'고 표현했다. 선수들은 우승컵을 품에 안고 귀국하자마자 각종 언론사 인터뷰로 지금의 아이돌 급 일정을 소화했다. 국민들이 선수들을 알아보며 응원과 박수를 보내줬고 청와대에도 초청돼 대통령과 악수도 했다.
"너무 신기했어요. 청와대 오찬까지 하고." 당시엔 많은 지원과 후원의 약속도 받았다. "그래서 여자축구가 엄청나게 발전할 거라고, 어린 선수들도 많이 육성되고 그럴 것이라고 많이 기대했죠."
그런데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 대회 참가나 평가전 개최 등의 기회가 당장 오진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2010년 이후 여자 축구는 발전은커녕, 정체와 후퇴로 이어졌다. 17세 이하 월드컵에서는 3연속 본선 진출 실패, 20세 이하 월드컵 올해 대회에는 본선에도 오르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여자축구 황금기의 출발을 알리려 했던 여민지는 착잡한 심정이다.
"투자하지 않으면 발전하지 않아요. 아주 조금이라도 투자하고 관심을 기울이면 선수들은 바로 반응을 해요. 그러면 선수 육성과 발전으로 이어지는데 그런 것이 조금 부족했다는 것이 매우 아쉬워요."
여자 축구대표팀의 간판 지소연은 최근 2~3년 전부터 A매치 기간이 괴롭다. 잉글랜드 무대 첼시FC레이디스에서 뛰고 있는 지소연은 A매치 기간엔 혼자 소속팀에 남아 훈련을 한다. 동료들은 국가대표팀 차출로 각자 대표팀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국가대표 경기를 치른다. 그럴 때마다 지소연의 동료는 의아해 한다. 지메시로 불리는 지소연, 2006년 성인대표팀에 발탁돼 지금까지 한국 여자 축구를 대표해 온 지소연이 왜 A매치 기간에 한국에 가지 않는지 물어본다고 한다.
"Ji(지)! 어디로 경기 뛰러 가? 한국은 어떤 나라와 경기해?"
"난 안가." "왜?" "경기가 없어." "왜 매번 없어?""……."
난감하단다. 왜라고 물어보는데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웃기만 하는데 지소연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사라진 국내 A매치... A매치 좀 열어주세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한·중·일·미 4개국 여자대표팀 A매치 개최 수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A매치를 '안'치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2015년 캐나다에서 열린 FIFA 월드컵 대회 참가 등을 합해도 연평균 횟수가 고작 7번. 국내에서 치른 평균 건수는 0.5 경기에 불과하다. 중국과 비교하면 15분의 1, 미국에 비하면 무려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겁먹지 마! 한 번 붙어봤잖아!'
지소연은 A매치를 외치고 여민지는 평가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경험이다. 지소연과 여민지는 모두 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은 경험에서 온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15세, 17세 등 어린 시기부터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교류전을 치르고 유럽과 남미 등의 선수들과 몸으로 부딪혀보면 일단 상대에게 주눅이 들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전혀 모르는 공포'가 아닌 '한번 붙어본(?)' 상대라는 생각은 국제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을 덜 긴장하게 만든다. 상대 분석과 공략법을 터득해 지능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 인식은 했지만...
2010년 여자축구는 전성기를 맞았고 황금시대를 열 절호의 기회를 잡고도 여자축구 발전 방안을 위한 큰 그림과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 없이 세월만 흘려보냈다. 그 시간이 8년. 의미 없이 흘려보낸 시간에 꾸준히 국제대회에서 성적은 내림세를 보였다.
축구협회는 여자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룬 2015년 말에서야 여자축구 발전 전담팀(WOW팀/Women's Football Organization towards to the World)을 만들었지만, 직원 수도 예산도 부족해 현재는 온라인 홍보 활동 등 한정적인 역할만 하고 있다.
뛸 선수가 없어요.
최근 10년 사이 실업과 대학팀들의 잇따른 해체 속에 등록 선수가 정체되거나 오히려 더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선수층은 얇다 보니 선의의 경쟁을 통한 실력성장이 더디고 결국 좋은 선수 발굴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얇은 선수층과 항아리 형태의 선수층 구조는 경쟁을 유도해서 좋은 국가대표팀을 꾸리는데 있어서도 상당히 큰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어서 여자축구 선수층을 피라미드 모양처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초중고 학교 스포츠클럽과 연계해 여자 축구 선수 자원을 확충하고 팀 창단을 유도하는 등 획기적인 대안도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 여자축구의 잃어버린 8년이 너무 아쉽다.
당시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대회에서 이룬 첫 우승에 말 그대로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귀국 현장은 환영 인파와 수많은 취재진, 방송사의 생중계 등으로 북새통이었다. 이번 청소년대표팀의 귀국 현장에는 선수단 가족 외에는 취재진의 모습도 카메라 플래시도 찾아볼 수 없었다. 2010년 이후 8년이 흐르는 동안 도대체 한국 여자축구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호날두, 메시와 시상식에서 나란히 선 17세 소녀
2010년 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과 함께 득점왕, MVP까지 3관왕을 차지한 여민지는 당시를 회상하며 '꿈같았다'고 표현했다. 선수들은 우승컵을 품에 안고 귀국하자마자 각종 언론사 인터뷰로 지금의 아이돌 급 일정을 소화했다. 국민들이 선수들을 알아보며 응원과 박수를 보내줬고 청와대에도 초청돼 대통령과 악수도 했다.
"너무 신기했어요. 청와대 오찬까지 하고." 당시엔 많은 지원과 후원의 약속도 받았다. "그래서 여자축구가 엄청나게 발전할 거라고, 어린 선수들도 많이 육성되고 그럴 것이라고 많이 기대했죠."
그런데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 대회 참가나 평가전 개최 등의 기회가 당장 오진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2010년 이후 여자 축구는 발전은커녕, 정체와 후퇴로 이어졌다. 17세 이하 월드컵에서는 3연속 본선 진출 실패, 20세 이하 월드컵 올해 대회에는 본선에도 오르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여자축구 황금기의 출발을 알리려 했던 여민지는 착잡한 심정이다.
"투자하지 않으면 발전하지 않아요. 아주 조금이라도 투자하고 관심을 기울이면 선수들은 바로 반응을 해요. 그러면 선수 육성과 발전으로 이어지는데 그런 것이 조금 부족했다는 것이 매우 아쉬워요."
여자 축구대표팀의 간판 지소연은 최근 2~3년 전부터 A매치 기간이 괴롭다. 잉글랜드 무대 첼시FC레이디스에서 뛰고 있는 지소연은 A매치 기간엔 혼자 소속팀에 남아 훈련을 한다. 동료들은 국가대표팀 차출로 각자 대표팀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국가대표 경기를 치른다. 그럴 때마다 지소연의 동료는 의아해 한다. 지메시로 불리는 지소연, 2006년 성인대표팀에 발탁돼 지금까지 한국 여자 축구를 대표해 온 지소연이 왜 A매치 기간에 한국에 가지 않는지 물어본다고 한다.
"Ji(지)! 어디로 경기 뛰러 가? 한국은 어떤 나라와 경기해?"
"난 안가." "왜?" "경기가 없어." "왜 매번 없어?""……."
난감하단다. 왜라고 물어보는데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웃기만 하는데 지소연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사라진 국내 A매치... A매치 좀 열어주세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한·중·일·미 4개국 여자대표팀 A매치 개최 수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A매치를 '안'치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2015년 캐나다에서 열린 FIFA 월드컵 대회 참가 등을 합해도 연평균 횟수가 고작 7번. 국내에서 치른 평균 건수는 0.5 경기에 불과하다. 중국과 비교하면 15분의 1, 미국에 비하면 무려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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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먹지 마! 한 번 붙어봤잖아!'
지소연은 A매치를 외치고 여민지는 평가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경험이다. 지소연과 여민지는 모두 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은 경험에서 온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15세, 17세 등 어린 시기부터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교류전을 치르고 유럽과 남미 등의 선수들과 몸으로 부딪혀보면 일단 상대에게 주눅이 들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전혀 모르는 공포'가 아닌 '한번 붙어본(?)' 상대라는 생각은 국제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을 덜 긴장하게 만든다. 상대 분석과 공략법을 터득해 지능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 인식은 했지만...
2010년 여자축구는 전성기를 맞았고 황금시대를 열 절호의 기회를 잡고도 여자축구 발전 방안을 위한 큰 그림과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 없이 세월만 흘려보냈다. 그 시간이 8년. 의미 없이 흘려보낸 시간에 꾸준히 국제대회에서 성적은 내림세를 보였다.
축구협회는 여자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룬 2015년 말에서야 여자축구 발전 전담팀(WOW팀/Women's Football Organization towards to the World)을 만들었지만, 직원 수도 예산도 부족해 현재는 온라인 홍보 활동 등 한정적인 역할만 하고 있다.
뛸 선수가 없어요.
최근 10년 사이 실업과 대학팀들의 잇따른 해체 속에 등록 선수가 정체되거나 오히려 더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선수층은 얇다 보니 선의의 경쟁을 통한 실력성장이 더디고 결국 좋은 선수 발굴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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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얇은 선수층과 항아리 형태의 선수층 구조는 경쟁을 유도해서 좋은 국가대표팀을 꾸리는데 있어서도 상당히 큰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어서 여자축구 선수층을 피라미드 모양처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초중고 학교 스포츠클럽과 연계해 여자 축구 선수 자원을 확충하고 팀 창단을 유도하는 등 획기적인 대안도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 여자축구의 잃어버린 8년이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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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미 기자 jj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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