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7살배기 등 일가족 5명 피살…日 ‘가족살해’ 공포

입력 2018.11.28 (17:14) 수정 2018.11.2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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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하던 일본 교외의 가정집에서 6명이 피살돼 지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희생자들은 70대 노인부터 여섯 살배기 어린이까지 3대 5명, 그리고 가족의 40대 지인이었다. 70대 노인의 40대 차남은 인근 강물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최근 일본 사회에서 잇따르고 있는 '가족살해'사건의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엽기적 살인사건…여섯 살배기 소녀까지

지난 26일 오전 10시 반쯤 “미야자키 현 다가치호 마을의 이호시 야스오 씨 가족에게 전화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11시가 조금 지난 시각 경찰이 문제의 자택을 방문했다. 건물 밖에 여성 1명, 실내에 남성 3명과 여성 2명 등 모두 6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일부 시신은 흉기로 공격받은 외상이 나왔다. 경찰은 엽기적인 가족살인 사건임을 직감했다.

NHK 제공NHK 제공

희생자 6명 중 5명은 3대에 걸친 일가족이었다. 세대주 이호시 야스오(72세) 씨와 그의 아내(66살), 차남의 아내(41살), 그리고 차남의 아들(21살)과 딸(7살, 초등학교 2학년). 또 다른 1명은 옆 마을 사는 마쓰오카(44) 씨, 차남의 지인이었다.

경찰은 함께 살고 있던 차남 마사히로(42살)가 보이지 않는 사실에 주목했다. 사건 현장 주변으로부터 대대적인 수색이 시작됐다. 2.5km가량 떨어진 국도의 다리 옆 주차장에서 차남의 경차가 발견됐다.


오후 4시쯤, 다리에서 100m 떨어진 절벽 아래 강에서 차남의 시신이 발견됐다. 정황상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예의 바른 사람이었는데..."

NHK에 따르면, 평화로운 마을을 강타한 살인사건에 대해 주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80대 남성은 “노인 부부는 금실이 좋았다. 젊을 때는 함께 손잡고 밭일하러 다녔다. 할머니가 손주를 데리고 고기 잡기 행사에도 왔다. 유대감이 강한 지역이라 이런 사건이 일어날 것으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NHK 제공NHK 제공

숨진 차남의 지인들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60대 여성은 “일도 잘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25일까지 회사 사원 여행으로 온천에도 다녀왔다. 부인과 딸과 함께 참가했다. 함께 기념품을 사고 산책도 하는 등 즐거운 분위기였다.”라고 말했다. “부인과 딸이 내년에도 오고 싶다고 해서, 본인도 싱글벙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27일 아침에 열린 임시 집회에서 학교 측은 사건 상황을 설명하고 “숨진 어린이 몫까지 잘 살자”고 말했다. 친구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는 학생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관내 8개 초중등학교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중학교 동아리 수업은 잠정 중단됐다. 교사와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등하굣길을 지켰다.

“부부다툼 말리러 갔다가 참변...”

피살자 중 유일하게 가족이 아닌 마쓰오카 씨는 어떻게 참극에 휩쓸린 것일까? 이웃이 말한 바로는, 마쓰오카 씨는 25일 밤 ‘차남 부부의 부부싸움을 말리러 '간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싸움을 중재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26일 9시쯤, 손녀가 다니던 초등학교 교감이 결석 사실과 연락 두절을 이상하게 생각해 자택을 방문했지만, 문이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참변은 25일 밤에서 26일 아침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좁혀졌다.

피살된 마쓰오카(NHK 화면제공)피살된 마쓰오카(NHK 화면제공)

마쓰오카 씨를 잘 안다는 70대 여성은 “길에서 마주치면 인사를 건네 오는 밝고 좋은 청년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27일 오전부터 20여 명을 투입해 현장 검증에 착수했다. 희생자들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범인이 흉기를 들고 차례대로 습격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차남의 아내와 딸은 목 부위를 눌린 흔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던 일가족에게 그 날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잇단 '가족살인'...억압된 분노를 가족에게 풀었나?

앞서 지난 10월 18일 사이타마 현 와코시에서는 15살짜리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80대 조부모를 흉기로 공격했다. 87살 조부는 숨지고, 82살 조모는 크게 다쳤다. 이 학생은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학교 학생 4명으로부터 괴롭힘을 받았다", "남겨진 가족들이 괴로워할 것 같아, 가해 학생을 죽이기 전에 조부모를 공격했다"며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늘어놨다. 경찰은 최근 법원의 '감정유치'를 인정받아 정신감정 절차에 들어갔다. 감정 결과는 3개월 뒤에 나온다.

일본에서 가족 살해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청 분석 자료를 보면,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와 전체 범죄는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친족 간 강력범죄는 증가하고 있다. 가족 살인사건의 범인들은 사회에서의 좌절과 실패 등으로 누적된 분노를 가족, 그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가족을 공격하는 특성이 있다. 엽기적 강력범의 일반적 특징과 마찬가지로 범죄의 원인을 사회와 타인에게 돌리며 범죄 동기를 합리화하려는 습성도 있다.

미야자키 살인사건의 진실도 과연 누적된 분노의 그릇된 분출에서 비롯된 것일까? 25일 밤에 벌어진 참변의 진상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숨졌다. 당사자들이 모두 숨진 상황에서 진실을 밝혀내야 하는 경찰의 책임이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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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7살배기 등 일가족 5명 피살…日 ‘가족살해’ 공포
    • 입력 2018-11-28 17:14:38
    • 수정2018-11-28 19:22:57
    특파원 리포트
평온하던 일본 교외의 가정집에서 6명이 피살돼 지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희생자들은 70대 노인부터 여섯 살배기 어린이까지 3대 5명, 그리고 가족의 40대 지인이었다. 70대 노인의 40대 차남은 인근 강물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최근 일본 사회에서 잇따르고 있는 '가족살해'사건의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 엽기적 살인사건…여섯 살배기 소녀까지 지난 26일 오전 10시 반쯤 “미야자키 현 다가치호 마을의 이호시 야스오 씨 가족에게 전화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11시가 조금 지난 시각 경찰이 문제의 자택을 방문했다. 건물 밖에 여성 1명, 실내에 남성 3명과 여성 2명 등 모두 6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일부 시신은 흉기로 공격받은 외상이 나왔다. 경찰은 엽기적인 가족살인 사건임을 직감했다. NHK 제공 희생자 6명 중 5명은 3대에 걸친 일가족이었다. 세대주 이호시 야스오(72세) 씨와 그의 아내(66살), 차남의 아내(41살), 그리고 차남의 아들(21살)과 딸(7살, 초등학교 2학년). 또 다른 1명은 옆 마을 사는 마쓰오카(44) 씨, 차남의 지인이었다. 경찰은 함께 살고 있던 차남 마사히로(42살)가 보이지 않는 사실에 주목했다. 사건 현장 주변으로부터 대대적인 수색이 시작됐다. 2.5km가량 떨어진 국도의 다리 옆 주차장에서 차남의 경차가 발견됐다. 오후 4시쯤, 다리에서 100m 떨어진 절벽 아래 강에서 차남의 시신이 발견됐다. 정황상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 "예의 바른 사람이었는데..." NHK에 따르면, 평화로운 마을을 강타한 살인사건에 대해 주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80대 남성은 “노인 부부는 금실이 좋았다. 젊을 때는 함께 손잡고 밭일하러 다녔다. 할머니가 손주를 데리고 고기 잡기 행사에도 왔다. 유대감이 강한 지역이라 이런 사건이 일어날 것으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NHK 제공 숨진 차남의 지인들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60대 여성은 “일도 잘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25일까지 회사 사원 여행으로 온천에도 다녀왔다. 부인과 딸과 함께 참가했다. 함께 기념품을 사고 산책도 하는 등 즐거운 분위기였다.”라고 말했다. “부인과 딸이 내년에도 오고 싶다고 해서, 본인도 싱글벙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27일 아침에 열린 임시 집회에서 학교 측은 사건 상황을 설명하고 “숨진 어린이 몫까지 잘 살자”고 말했다. 친구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는 학생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관내 8개 초중등학교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중학교 동아리 수업은 잠정 중단됐다. 교사와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등하굣길을 지켰다. ■“부부다툼 말리러 갔다가 참변...” 피살자 중 유일하게 가족이 아닌 마쓰오카 씨는 어떻게 참극에 휩쓸린 것일까? 이웃이 말한 바로는, 마쓰오카 씨는 25일 밤 ‘차남 부부의 부부싸움을 말리러 '간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싸움을 중재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26일 9시쯤, 손녀가 다니던 초등학교 교감이 결석 사실과 연락 두절을 이상하게 생각해 자택을 방문했지만, 문이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참변은 25일 밤에서 26일 아침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좁혀졌다. 피살된 마쓰오카(NHK 화면제공) 마쓰오카 씨를 잘 안다는 70대 여성은 “길에서 마주치면 인사를 건네 오는 밝고 좋은 청년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27일 오전부터 20여 명을 투입해 현장 검증에 착수했다. 희생자들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범인이 흉기를 들고 차례대로 습격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차남의 아내와 딸은 목 부위를 눌린 흔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던 일가족에게 그 날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잇단 '가족살인'...억압된 분노를 가족에게 풀었나? 앞서 지난 10월 18일 사이타마 현 와코시에서는 15살짜리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80대 조부모를 흉기로 공격했다. 87살 조부는 숨지고, 82살 조모는 크게 다쳤다. 이 학생은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학교 학생 4명으로부터 괴롭힘을 받았다", "남겨진 가족들이 괴로워할 것 같아, 가해 학생을 죽이기 전에 조부모를 공격했다"며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늘어놨다. 경찰은 최근 법원의 '감정유치'를 인정받아 정신감정 절차에 들어갔다. 감정 결과는 3개월 뒤에 나온다. 일본에서 가족 살해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청 분석 자료를 보면,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와 전체 범죄는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친족 간 강력범죄는 증가하고 있다. 가족 살인사건의 범인들은 사회에서의 좌절과 실패 등으로 누적된 분노를 가족, 그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가족을 공격하는 특성이 있다. 엽기적 강력범의 일반적 특징과 마찬가지로 범죄의 원인을 사회와 타인에게 돌리며 범죄 동기를 합리화하려는 습성도 있다. 미야자키 살인사건의 진실도 과연 누적된 분노의 그릇된 분출에서 비롯된 것일까? 25일 밤에 벌어진 참변의 진상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숨졌다. 당사자들이 모두 숨진 상황에서 진실을 밝혀내야 하는 경찰의 책임이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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