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포성 속 큰 울림’…피아노의 운명은?

입력 2018.12.0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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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도 버텨낸 그랜드 피아노

팔레스타인 남서부지역의 가자지구는 빈번한 폭탄테러와 총성이 가득한 곳이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특별한 피아노 한 대가 있다. 가자지구의 악몽 같은 전쟁을 버텨낸 유일한 그랜드 피아노다.

이 그랜드 피아노는 가자지구의 한 리조트의 공연장 건물 한구석에 처박혀있었다. 2014년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되고, 세 차례의 전쟁이 일어나 건물은 심하게 훼손됐다. 이후 피아노는 공연장 안에서 먼지와 거미줄로 휩싸인 채 발견됐는데 건반 곳곳이 부서져 있었고, 음정 또한 맞지 않아 연주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전쟁 후 폐허가 된 리조트 공연장에서 피아노는 곳곳이 부서진 채 발견됐다전쟁 후 폐허가 된 리조트 공연장에서 피아노는 곳곳이 부서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이 소식을 들은 국제 음악 자선단체가 나서 피아노 복구작업을 시작했다. 파리의 한 음악 전문가는 이곳으로 직접 날아와 피아노 조율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피아노는 완벽하게 새단장을 했고, 이 지역 음악 학교로 옮겨져 가자지구 학생들이 연주할 수 있게 됐다. 전쟁 속에 갇힌 아이들에게 음악을 다시 선물한 것이다.

전쟁 상처입은 주민에게 깊은 울림 선사


지난 25일 가자지구에선 특별한 라이브 콘서트가 열렸다. 그랜드 피아노의 깊은 울림은 전쟁으로 지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위로를 가져다 주었다. 음악학교 학생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연습한 곡들을 선보였고, 관중들은 콘서트 내내 숨을 죽이며 연주를 감상했다. 연주가 끝나자 큰 박수 소리가 울렸고, 연주자와 관중은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총성 소리에 익숙한 주민들에게 라이브 연주회는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피아노 연주를 한 학생은 "이곳에서 태어나 전쟁을 세 번 겪었다. 음악은 모든 사람에게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마음에 위로를 준다."라고 말했다.

정기적으로 콘서트가 열리는 것은 아니지만, 실력은 쌓은 아이들은 이따금 주민들에게 라이브공연을 선보였다. 음악학교 교사는 "이 그랜드 피아노를 갖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가자의 유일한 그랜드 피아노는 예술적인 가치가 큽니다."라며 연주회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그랜드 피아노 건물주인에게 빼앗겨

가자지구 유일한 그랜드 피아노 소유를 주장하고 있는 사업가 헤르젤라이다.가자지구 유일한 그랜드 피아노 소유를 주장하고 있는 사업가 헤르젤라이다.

그런데 가자지구의 유일한 그랜드 피아노를 더는 학생들이 연주할 수 없게 됐다. 헤르젤라라는 사업가가 그랜드 피아노가 원래 있었던 건물을 인수했는데, 피아노 소유권까지 함께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헤르잘라는 "2011년에 피아노를 포함해 모든 것을 가진다는 조건으로 전 주인에게 부동산을 샀다"며 피아노를 다시 원위치로 가져왔다. 국제사회의 복원 노력은 반영하지 않은 채 부동산 소유권만 내세워 피아노를 빼앗아 가버린 것이다.

그는 현재 건물을 결혼식장으로 개조하고 있는데, 그랜드 피아노를 이곳에서 사용하기로 했다. 그는 그동안 피아노는 음학학교 학생들에게 빌려줬을 뿐이라며 자신의 소유임을 강하게 밀어부치고 있다.

결혼식장으로 그랜드 피아노를 옮기자 당장 학생들은 더는 연주를 할 수 없게 됐다. 학교에서 이 건물까지 멀리 떨어져 있어 학생들이 접근하기가 어렵고, 피아노 또한 손상될 것이 뻔한 상황이다. 음악학교는 이 사업가에게 일 년만이라도 피아노를 학교에 빌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그는 단호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아노 주인은 누구?


사실 이 그랜드 피아노는 일본 정부가 1998년에 팔레스타인에 선물한 것이다. 당시 팔레스타인 문화부처가 이 피아노를 해당 건물에 설치하도록 허가를 해줬을 뿐 건물 소유주에게 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랜 전쟁 동안 누구의 것인지 소유가 밝혀지지 않았을 뿐이다.

국제 자선단체의 노력으로 복구돼 전쟁의 상처를 치유한 이 그랜드 피아노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임시 휴전으로 포성은 멈췄지만 평화는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가자지구. 이 지역 아이들은 전쟁 후유증으로 차량이 지나가는 소리만 나도 깜짝 놀란다고 한다. 그나마 한 대 남아있는 그랜드 피아노로 영혼을 치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소리마저 빼앗아 가는건 정말 잔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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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1 0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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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도 버텨낸 그랜드 피아노

팔레스타인 남서부지역의 가자지구는 빈번한 폭탄테러와 총성이 가득한 곳이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특별한 피아노 한 대가 있다. 가자지구의 악몽 같은 전쟁을 버텨낸 유일한 그랜드 피아노다.

이 그랜드 피아노는 가자지구의 한 리조트의 공연장 건물 한구석에 처박혀있었다. 2014년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되고, 세 차례의 전쟁이 일어나 건물은 심하게 훼손됐다. 이후 피아노는 공연장 안에서 먼지와 거미줄로 휩싸인 채 발견됐는데 건반 곳곳이 부서져 있었고, 음정 또한 맞지 않아 연주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전쟁 후 폐허가 된 리조트 공연장에서 피아노는 곳곳이 부서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이 소식을 들은 국제 음악 자선단체가 나서 피아노 복구작업을 시작했다. 파리의 한 음악 전문가는 이곳으로 직접 날아와 피아노 조율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피아노는 완벽하게 새단장을 했고, 이 지역 음악 학교로 옮겨져 가자지구 학생들이 연주할 수 있게 됐다. 전쟁 속에 갇힌 아이들에게 음악을 다시 선물한 것이다.

전쟁 상처입은 주민에게 깊은 울림 선사


지난 25일 가자지구에선 특별한 라이브 콘서트가 열렸다. 그랜드 피아노의 깊은 울림은 전쟁으로 지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위로를 가져다 주었다. 음악학교 학생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연습한 곡들을 선보였고, 관중들은 콘서트 내내 숨을 죽이며 연주를 감상했다. 연주가 끝나자 큰 박수 소리가 울렸고, 연주자와 관중은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총성 소리에 익숙한 주민들에게 라이브 연주회는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피아노 연주를 한 학생은 "이곳에서 태어나 전쟁을 세 번 겪었다. 음악은 모든 사람에게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마음에 위로를 준다."라고 말했다.

정기적으로 콘서트가 열리는 것은 아니지만, 실력은 쌓은 아이들은 이따금 주민들에게 라이브공연을 선보였다. 음악학교 교사는 "이 그랜드 피아노를 갖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가자의 유일한 그랜드 피아노는 예술적인 가치가 큽니다."라며 연주회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그랜드 피아노 건물주인에게 빼앗겨

가자지구 유일한 그랜드 피아노 소유를 주장하고 있는 사업가 헤르젤라이다.
그런데 가자지구의 유일한 그랜드 피아노를 더는 학생들이 연주할 수 없게 됐다. 헤르젤라라는 사업가가 그랜드 피아노가 원래 있었던 건물을 인수했는데, 피아노 소유권까지 함께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헤르잘라는 "2011년에 피아노를 포함해 모든 것을 가진다는 조건으로 전 주인에게 부동산을 샀다"며 피아노를 다시 원위치로 가져왔다. 국제사회의 복원 노력은 반영하지 않은 채 부동산 소유권만 내세워 피아노를 빼앗아 가버린 것이다.

그는 현재 건물을 결혼식장으로 개조하고 있는데, 그랜드 피아노를 이곳에서 사용하기로 했다. 그는 그동안 피아노는 음학학교 학생들에게 빌려줬을 뿐이라며 자신의 소유임을 강하게 밀어부치고 있다.

결혼식장으로 그랜드 피아노를 옮기자 당장 학생들은 더는 연주를 할 수 없게 됐다. 학교에서 이 건물까지 멀리 떨어져 있어 학생들이 접근하기가 어렵고, 피아노 또한 손상될 것이 뻔한 상황이다. 음악학교는 이 사업가에게 일 년만이라도 피아노를 학교에 빌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그는 단호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아노 주인은 누구?


사실 이 그랜드 피아노는 일본 정부가 1998년에 팔레스타인에 선물한 것이다. 당시 팔레스타인 문화부처가 이 피아노를 해당 건물에 설치하도록 허가를 해줬을 뿐 건물 소유주에게 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랜 전쟁 동안 누구의 것인지 소유가 밝혀지지 않았을 뿐이다.

국제 자선단체의 노력으로 복구돼 전쟁의 상처를 치유한 이 그랜드 피아노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임시 휴전으로 포성은 멈췄지만 평화는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가자지구. 이 지역 아이들은 전쟁 후유증으로 차량이 지나가는 소리만 나도 깜짝 놀란다고 한다. 그나마 한 대 남아있는 그랜드 피아노로 영혼을 치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소리마저 빼앗아 가는건 정말 잔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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