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궁금] 집 물려줄 때, ‘절세 비법’이라는 부담부 증여 따져보니

입력 2018.12.01 (08:03) 수정 2019.05.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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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錢錢)궁금'은 퍽퍽한 살림살이에 전전긍긍하는 당신의 지갑을 지켜드리는 연재물입니다.

자신이 평생 일군 재산이나 부동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건 경제하려는 의지(the will to economize)를 만드는 중요한 동력 중의 하나일 것이다. 문제는 세금. 최근 몇억 원이 올라 버린 내 집, 자식에게 세금 좀 적게 내고 물려줄 수는 없을까.

올 들어 자녀나 배우자에게 집을 증여해 주는 증여 열풍이 불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하는 전국 주택거래 통계에 의하면 올해 1~10월 전국의 주택 증여 건수는 총 9만 2,178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한해 전체 증여 건수(8만 9,132건)를 넘어선 것으로 역대 최대치다.


이렇게 증여가 늘어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인데, 최근의 증여 붐은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 등을 감안해 자식이나 배우자에게 하루라도 빨리 집을 물려주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초 발표된 주택 공시가격 인상 전에 집을 물려주자는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다.

현행 세법상 증여 시 공제 한도는 10년간 배우자에게는 6억 원, 자식에게는 5,000만 원(미성년자는 2,000만 원)이다. 즉 증여가액이 이 기준을 넘으면 액수에 따라 10~50%의 세율로 수증자가 증여세를 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이렇게 주택 증여가 활발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세무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담부 증여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담부증여란 증여를 받는 사람(수증자)이 일정한 채무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하는 증여를 말한다. 즉 집을 증여하면서 집에 들어있는 전세보증금이나 은행 대출 등을 떠 앉는 방식으로 증여가 이뤄진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식에게 10억 원 집을 증여하면서 전세보증금 3억 원, 대출 3억 원을 빼고 4억 원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내는 것이다. 대신 채무로 볼 수 있는 전세보증금 반환 의무와 대출도 자식이 승계하는 방식이다.

이런 부담부증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세금을 줄이려고 변칙적인 방법을 쓰기도 한다. 위의 예에서 4억 원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낸 뒤 은행 대출 등은 부모가 조금씩 갚아주는 식으로 하는 것이다. 혹은 추후 돌려줘야 할 전세보증금을 부모가 대신 갚아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탈세다. 양도한 채무는 반드시 증여를 받은 자녀가 상환해야지 부모가 대신 갚아주면 이는 또 다른 증여다. 국세청은 이런 자본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부유층의 편법적인 부 대물림을 추적하고 있다.

부담부증여 시 생각해야 할 양도세

그렇다면 이런 부담부증여가 과연 절세에는 도움이 될까.

세무 전문가들에 의하면 부담부증여는 때에 따라 절세에 도움이 될 수도, 안될 수도 있다고 한다.

부담부증여를 생각할 때 일반인들이 잘 놓치는 부분이 양도세다.

위의 사례에서 증여하는 주택이 1가구 1주택으로 비과세 요건을 갖췄다면 채무를 뺀 부분(4억 원)에 대한 증여세만 부담하면 된다. 그러나 다주택자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채무 부분에 대해 양도세를 부담해야 한다. 더구나 지난 4월부터 적용되는 조정지역에서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장기특별공제 배제는 새롭게 고려해야 할 변수다.

김종필 세무사 분석을 보자. 예를 들어 부모가 10년 전 1억 5,000만 원에 산 집을 사세 5억 원 시점에서 전세 보증금 3억 원을 끼고 자녀에게 증여한다고 치자.

이때 단순 증여라면 자녀 공제 5,000만 원을 제외한 4억 5,000만 원에 대해 7,600만 원의 증여세가 나온다.

반면 부담부증여하면 증여세는 2억 원 중 자녀공제 5,000만 원을 뺀 1억 5,000만 원에 1,900만 원의 증여세가 나온다. 여기서 채무승계액 3억 원을 양도가액으로 보고 세금을 산출하면 양도세는 3924만 원이 나온다. 부담부증여의 총 세금이 5,825만 원(증여세 1,900만원+양도세 3925만원) 정도로 단순 증여(세금 7600만 원)보다 1775만 원가량 적은 것은 사실이다. 즉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부담부증여가 분명 절세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다주택자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적용해보자. 부담부 증여의 경우 2주택자라면 1억 722만 원, 3주택 이상이라면 1억 3,004만 원이 나온다. 오히려 단순 증여보다 세금이 많아지는 것이다. 증여세 줄이려다 오히려 양도세라는 더 큰 폭탄을 맞게 될 수 있다.


증여세 줄이는 묘책은?

전문가들의 추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분산이다.

우선 증여를 받는 사람(수증자)을 분산하는 것이다. 즉 증여 대상을 배우자나 자녀에게만 한정하지 말고 며느리, 손자, 손녀 등으로 넓히면 세금을 확 줄일 수 있다.

증여는 수증자가 받는 액수를 기준으로 수증자에게 과세하기 때문에 수증자가 여러 사람이면 낮은 구간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1억 원 이하면 세율은 10%에 불과하지만 1억 원이 넘으면 5억 원까지 20%, 5억 원이 넘으면 10억 원까지 30%의 세율이 적용되는 식이다.

이때 자녀는 5,000만 원(미성년자 2,000만 원)을 공제받는데 사위나 며느리의 공제금액은 1,000만 원이다. 손자와 손녀는 자녀와 마찬가지로 5,000만 원(미성년자 2,000만 원)을 공제받는다.


시기 분산도 필요하다. 증여세는 10년 단위로 공제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증여하지 말고 10년이 지나 또다시 증여하면 또다시 공제받을 수 있다.

건물과 토지를 별도로 증여하는 방법도

또 한 가지 절세 요령은 토지와 건물로 이뤄진 부동산은 토지만 우선 증여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대개 부동산을 증여할 때는 토지와 건물을 함께 증여하는 것만 생각한다. 그러나 토지 등기와 건물 등기가 별도로 돼 있으면 토지와 건물을 따로 증여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는 계속 우상향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토지를 일찍 증여하는 게 절세 방법이다.


증여세 신고 요령

증여가 이뤄지면 증여가 이뤄지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 이때 주고받는 주택의 가격을 얼마로 신고할지 고민이다. 낮게 신고하면 좋겠지만 지나치게 낮을 경우 인정받기 어렵다.

아파트 증여의 경우 대부분 그 아파트와 유사한 평형의 아파트 매매사례 가액을 적용해 신고하게 된다. 토지나 개별주택은 그 재산과 유사 재산의 사례가액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공시 지기나 개별주택가격을 적용해 신고해 왔다. 하지만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따라 국세청은 유사사례가액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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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1 08:03:31
    • 수정2019-05-31 16:00:55
    지식K
※'전전(錢錢)궁금'은 퍽퍽한 살림살이에 전전긍긍하는 당신의 지갑을 지켜드리는 연재물입니다.

자신이 평생 일군 재산이나 부동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건 경제하려는 의지(the will to economize)를 만드는 중요한 동력 중의 하나일 것이다. 문제는 세금. 최근 몇억 원이 올라 버린 내 집, 자식에게 세금 좀 적게 내고 물려줄 수는 없을까.

올 들어 자녀나 배우자에게 집을 증여해 주는 증여 열풍이 불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하는 전국 주택거래 통계에 의하면 올해 1~10월 전국의 주택 증여 건수는 총 9만 2,178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한해 전체 증여 건수(8만 9,132건)를 넘어선 것으로 역대 최대치다.


이렇게 증여가 늘어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인데, 최근의 증여 붐은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 등을 감안해 자식이나 배우자에게 하루라도 빨리 집을 물려주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초 발표된 주택 공시가격 인상 전에 집을 물려주자는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다.

현행 세법상 증여 시 공제 한도는 10년간 배우자에게는 6억 원, 자식에게는 5,000만 원(미성년자는 2,000만 원)이다. 즉 증여가액이 이 기준을 넘으면 액수에 따라 10~50%의 세율로 수증자가 증여세를 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이렇게 주택 증여가 활발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세무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담부 증여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담부증여란 증여를 받는 사람(수증자)이 일정한 채무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하는 증여를 말한다. 즉 집을 증여하면서 집에 들어있는 전세보증금이나 은행 대출 등을 떠 앉는 방식으로 증여가 이뤄진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식에게 10억 원 집을 증여하면서 전세보증금 3억 원, 대출 3억 원을 빼고 4억 원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내는 것이다. 대신 채무로 볼 수 있는 전세보증금 반환 의무와 대출도 자식이 승계하는 방식이다.

이런 부담부증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세금을 줄이려고 변칙적인 방법을 쓰기도 한다. 위의 예에서 4억 원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낸 뒤 은행 대출 등은 부모가 조금씩 갚아주는 식으로 하는 것이다. 혹은 추후 돌려줘야 할 전세보증금을 부모가 대신 갚아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탈세다. 양도한 채무는 반드시 증여를 받은 자녀가 상환해야지 부모가 대신 갚아주면 이는 또 다른 증여다. 국세청은 이런 자본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부유층의 편법적인 부 대물림을 추적하고 있다.

부담부증여 시 생각해야 할 양도세

그렇다면 이런 부담부증여가 과연 절세에는 도움이 될까.

세무 전문가들에 의하면 부담부증여는 때에 따라 절세에 도움이 될 수도, 안될 수도 있다고 한다.

부담부증여를 생각할 때 일반인들이 잘 놓치는 부분이 양도세다.

위의 사례에서 증여하는 주택이 1가구 1주택으로 비과세 요건을 갖췄다면 채무를 뺀 부분(4억 원)에 대한 증여세만 부담하면 된다. 그러나 다주택자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채무 부분에 대해 양도세를 부담해야 한다. 더구나 지난 4월부터 적용되는 조정지역에서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장기특별공제 배제는 새롭게 고려해야 할 변수다.

김종필 세무사 분석을 보자. 예를 들어 부모가 10년 전 1억 5,000만 원에 산 집을 사세 5억 원 시점에서 전세 보증금 3억 원을 끼고 자녀에게 증여한다고 치자.

이때 단순 증여라면 자녀 공제 5,000만 원을 제외한 4억 5,000만 원에 대해 7,600만 원의 증여세가 나온다.

반면 부담부증여하면 증여세는 2억 원 중 자녀공제 5,000만 원을 뺀 1억 5,000만 원에 1,900만 원의 증여세가 나온다. 여기서 채무승계액 3억 원을 양도가액으로 보고 세금을 산출하면 양도세는 3924만 원이 나온다. 부담부증여의 총 세금이 5,825만 원(증여세 1,900만원+양도세 3925만원) 정도로 단순 증여(세금 7600만 원)보다 1775만 원가량 적은 것은 사실이다. 즉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부담부증여가 분명 절세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다주택자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적용해보자. 부담부 증여의 경우 2주택자라면 1억 722만 원, 3주택 이상이라면 1억 3,004만 원이 나온다. 오히려 단순 증여보다 세금이 많아지는 것이다. 증여세 줄이려다 오히려 양도세라는 더 큰 폭탄을 맞게 될 수 있다.


증여세 줄이는 묘책은?

전문가들의 추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분산이다.

우선 증여를 받는 사람(수증자)을 분산하는 것이다. 즉 증여 대상을 배우자나 자녀에게만 한정하지 말고 며느리, 손자, 손녀 등으로 넓히면 세금을 확 줄일 수 있다.

증여는 수증자가 받는 액수를 기준으로 수증자에게 과세하기 때문에 수증자가 여러 사람이면 낮은 구간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1억 원 이하면 세율은 10%에 불과하지만 1억 원이 넘으면 5억 원까지 20%, 5억 원이 넘으면 10억 원까지 30%의 세율이 적용되는 식이다.

이때 자녀는 5,000만 원(미성년자 2,000만 원)을 공제받는데 사위나 며느리의 공제금액은 1,000만 원이다. 손자와 손녀는 자녀와 마찬가지로 5,000만 원(미성년자 2,000만 원)을 공제받는다.


시기 분산도 필요하다. 증여세는 10년 단위로 공제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증여하지 말고 10년이 지나 또다시 증여하면 또다시 공제받을 수 있다.

건물과 토지를 별도로 증여하는 방법도

또 한 가지 절세 요령은 토지와 건물로 이뤄진 부동산은 토지만 우선 증여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대개 부동산을 증여할 때는 토지와 건물을 함께 증여하는 것만 생각한다. 그러나 토지 등기와 건물 등기가 별도로 돼 있으면 토지와 건물을 따로 증여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는 계속 우상향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토지를 일찍 증여하는 게 절세 방법이다.


증여세 신고 요령

증여가 이뤄지면 증여가 이뤄지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 이때 주고받는 주택의 가격을 얼마로 신고할지 고민이다. 낮게 신고하면 좋겠지만 지나치게 낮을 경우 인정받기 어렵다.

아파트 증여의 경우 대부분 그 아파트와 유사한 평형의 아파트 매매사례 가액을 적용해 신고하게 된다. 토지나 개별주택은 그 재산과 유사 재산의 사례가액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공시 지기나 개별주택가격을 적용해 신고해 왔다. 하지만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따라 국세청은 유사사례가액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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