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중국발 vs 국내발…공통분모는 ‘줄이기’

입력 2018.12.02 (11:01) 수정 2018.12.0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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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보도는 왜 중국 입장을 대변하나요?'
KBS의 미세먼지 보도를 보면서 혹시 이런 생각 하신 적 있으신가요? 결코 그런 의도가 없었음에도 이런 생각이 드셨다면 전달 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자문합니다. KBS 미세먼지 보도에 대해 그동안 방송 뉴스에 담지 못했던 취재 배경과 논쟁 사안을 정리해 봅니다.

KBS는 왜 '중국에 항의하라'는 목소리를 담지 않나요?

중국의 오염 물질이 한반도로 넘어온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요. 미국 항공우주국 NASA와의 공동 조사, 국립환경과학원, 서울시, 국내 학계(아주대, 부산대, 안양대) 등의 연구에서 평균적으로 중국 등 외부 영향은 34~55%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고농도가 나타난 특정 시기에는 중국의 영향이 60~80%까지 높아지기도 합니다. 일반인들은 미세먼지의 90% 이상이 중국발인 것 같다며 우리 정부가 중국에 적극적으로 항의하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공영방송인 KBS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KBS는 이와 관련해 가장 앞장서 취재했습니다. 왜 정부가 중국에 법적으로 따지지 않는지, 외교적으로 중국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국제법 전문가들에게 문의했습니다. 답변은 한결같았습니다. 당장 중국의 미세먼지 대책을 요구하거나, 배상을 청구할 강제성 있는 국제 규약 자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과거 국가 간 환경 오염 분쟁 사례를 봐도 수십 년간의 연구 협력을 거쳐 당사국이 인정할만한 증거가 모인 뒤에야 해당 국가 간의 협약이 만들어졌습니다.

수년 전부터 한중일간의 연구 협력이 있었지만, 한중환경협력센터가 문을 연 올해가 어찌 보면 본격적인 연구 협력의 출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 항의해서 효과를 보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얘기입니다.

국내 미세먼지를 줄인다고 효과가 있을까요?

중국의 영향을 당장 줄일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국민이 당장의 미세먼지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현실 속에 중국의 미세먼지가 줄어들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게 아니라면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서 뭐라도 해야 하겠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공인된 연구 결과에서는 평균 농도로 봤을 때 대략 중국발은 절반, 국내발은 절반 정도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것이 '평균의 함정'이라고 얘기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문제 삼는 건 중국의 영향이 큰 고농도 시기이지, 국내 영향으로 상쇄된 평균 농도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를 보면 평균 농도는 결코 '함정'이 아닙니다.




초미세먼지(PM2.5)의 연 평균 농도를 낮추면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인데, 24시간(단기간) 농도에 따른 사망률 변화보다 훨씬 더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당장 눈으로 봤을 때 뿌연 날만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미세먼지는 장기간 노출된 양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또 한 가지, 미세먼지는 어느 수준 이상의 고농도에만 인체 유해성이 있는 게 아니라 매우 낮은 농도부터 유해성이 나타난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미세먼지 농도가 낮을 때에도, 365일 내내 유해하니 잘 때조차 마스크를 쓰라고 겁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미세먼지는 농도가 낮을 때든 높을 때든 줄이면 줄인 만큼의 효과가 있다고 알리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 주변에서 쉽게 줄일 수 있는 미세먼지부터 관심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국민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인 셈입니다.

중국발은 보도하지 않는 KBS?

그래서 KBS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국내 요인에 대해 중점을 두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숨어 있는 대기 오염물질 배출원을 찾아내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단속하면 미세먼지가 줄어들 수 있고, 실제 사례로도 증명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나머지 절반인 중국발에 대해서는 눈 감고 있느냐?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매체에서 보도하지 않은 과학적 연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발굴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기사들은 타 매체에서는 보도되지 않은 내용이지만, KBS에서 가장 먼저 보도한 연구 결과입니다.

[연관기사]
[단독] “서해 고농도 미세먼지 70%가 중국발”
[앵커의 눈] 서해 미세먼지 태평양의 10배…중국 영향 커


KBS가 이처럼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축적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논문으로 발표되거나 학계와 전문가의 검증을 거친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중국에 신뢰도 높은 증거를 제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중국발 미세먼지, KBS와 SBS의 논쟁

그렇지만 일부 언론의 경우 검증된 근거 없이 시청자들에게 중국발을 과도하게 포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KBS는 11월 25일 '저널리즘토크쇼J'에서 지적했습니다. 당시 여러 매체의 보도에 대해 비평했는데 이 가운데 SBS의 1월 5일 8뉴스의 '지난해 고농도 미세먼지 모두 중국발'이란 제목의 기사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시청자들이 '고농도 미세먼지의 중국 기여율이 100%'라고 생각하게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제목을 단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SBS는 지난 26일 다음과 같은 반박 보도를 냈습니다.

[취재파일] SBS 중국발 미세먼지 보도가 "대충대충"?

SBS의 반박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당 기사는 서울시에서 발표한 2017년의 고농도 사례 8일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꼼꼼히 취재한 결과이며, KBS가 기사의 핵심 내용을 무시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고농도 사례 8일 가운데 황사가 나타난 4일은 "황사는 중국의 영향이 잘 입증돼 있다"며 중국발이라고 주장하고, 나머지 4일은 기상 상황과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KBS가 해당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황사 사례의 경우 몽골과 중국 발생이 혼재돼 있었고, SBS가 중국발 미세먼지가 유입됐다고 설명한 나머지 4일은 국외 유입과 대기 정체 등 다양한 요소가 섞여 있었습니다. 어디에도 8차례 사례 각각에 대해 중국 영향이 크다는 분석은 없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 방법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분석 방법으로는 어느 쪽 영향이 크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고, SBS가 이와 관련해 자문한 적도 없었다"고 답변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SBS는 8뉴스에서 고농도 8일의 사례에 대해 "서울시 분석 결과 모두 중국에서 넘어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하고 '지난해 고농도 미세먼지 모두 중국발'이란 제목을 달고 방송했습니다. 반박 기사에서 "이는 기자인 제 생각이 아닌 서울시의 분석 결과다"라고 밝혔지만, KBS 확인 결과 정작 분석을 한 서울시가 이를 부정한 것입니다.

또 8뉴스에 인터뷰를 한 서울시 관계자는 "본인이 인터뷰한 내용은 2016년 발간된 보고서와 관련된 내용일 뿐, 해당 기사에서 설명하는 2017년의 고농도 사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기사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8뉴스의 기사와 반박 기사 어디에도 서울시나 전문가의 검증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미세먼지 줄이기'가 공통 분모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것은 조금 더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것입니다. 정부도 언론도 국민도 목표는 같을 것입니다. SBS도 그동안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국내 요인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보도를 해왔습니다.

다만 위 기사의 경우 고농도 미세먼지는 모두 중국발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비상 대책을 발령해도,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별로 크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기존의 비상 저감 조치가 공공 차량 2부제 등 매우 제한된 저감 정책이었기 때문에 효과가 작았다고 말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결국 '모두 중국발'이라는 논리로 당장 우리가 줄일 수 있는 부분의 해결 의지를 꺾은 셈입니다. 또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보도 내용이다 보니 중국이 인정할 만한 증거로서의 가치가 낮은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KBS가 미세먼지에 대해 보도하는 관점은 분명합니다. 미세먼지 탓에 괴로운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당장 줄일 수 있는 오염원에 대해 알리는 보도를 하는 한편, 미세먼지는 '모두 중국발'이라는 등 잘못 알려진 통념을 바로잡고자 하는 것입니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과학자들의 연구를 계속해서 소개하는 데에도 힘쓸 것입니다.

KBS에 대해 '중국을 대변하는 모양새'라고 표현한 SBS도 이 기사를 통해 오해를 풀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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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 중국발 vs 국내발…공통분모는 ‘줄이기’
    • 입력 2018-12-02 11:01:28
    • 수정2018-12-03 09:38:31
    취재K
'KBS 보도는 왜 중국 입장을 대변하나요?' KBS의 미세먼지 보도를 보면서 혹시 이런 생각 하신 적 있으신가요? 결코 그런 의도가 없었음에도 이런 생각이 드셨다면 전달 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자문합니다. KBS 미세먼지 보도에 대해 그동안 방송 뉴스에 담지 못했던 취재 배경과 논쟁 사안을 정리해 봅니다. KBS는 왜 '중국에 항의하라'는 목소리를 담지 않나요? 중국의 오염 물질이 한반도로 넘어온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요. 미국 항공우주국 NASA와의 공동 조사, 국립환경과학원, 서울시, 국내 학계(아주대, 부산대, 안양대) 등의 연구에서 평균적으로 중국 등 외부 영향은 34~55%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고농도가 나타난 특정 시기에는 중국의 영향이 60~80%까지 높아지기도 합니다. 일반인들은 미세먼지의 90% 이상이 중국발인 것 같다며 우리 정부가 중국에 적극적으로 항의하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공영방송인 KBS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KBS는 이와 관련해 가장 앞장서 취재했습니다. 왜 정부가 중국에 법적으로 따지지 않는지, 외교적으로 중국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국제법 전문가들에게 문의했습니다. 답변은 한결같았습니다. 당장 중국의 미세먼지 대책을 요구하거나, 배상을 청구할 강제성 있는 국제 규약 자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과거 국가 간 환경 오염 분쟁 사례를 봐도 수십 년간의 연구 협력을 거쳐 당사국이 인정할만한 증거가 모인 뒤에야 해당 국가 간의 협약이 만들어졌습니다. 수년 전부터 한중일간의 연구 협력이 있었지만, 한중환경협력센터가 문을 연 올해가 어찌 보면 본격적인 연구 협력의 출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 항의해서 효과를 보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얘기입니다. 국내 미세먼지를 줄인다고 효과가 있을까요? 중국의 영향을 당장 줄일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국민이 당장의 미세먼지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현실 속에 중국의 미세먼지가 줄어들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게 아니라면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서 뭐라도 해야 하겠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공인된 연구 결과에서는 평균 농도로 봤을 때 대략 중국발은 절반, 국내발은 절반 정도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것이 '평균의 함정'이라고 얘기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문제 삼는 건 중국의 영향이 큰 고농도 시기이지, 국내 영향으로 상쇄된 평균 농도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를 보면 평균 농도는 결코 '함정'이 아닙니다. 초미세먼지(PM2.5)의 연 평균 농도를 낮추면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인데, 24시간(단기간) 농도에 따른 사망률 변화보다 훨씬 더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당장 눈으로 봤을 때 뿌연 날만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미세먼지는 장기간 노출된 양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또 한 가지, 미세먼지는 어느 수준 이상의 고농도에만 인체 유해성이 있는 게 아니라 매우 낮은 농도부터 유해성이 나타난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미세먼지 농도가 낮을 때에도, 365일 내내 유해하니 잘 때조차 마스크를 쓰라고 겁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미세먼지는 농도가 낮을 때든 높을 때든 줄이면 줄인 만큼의 효과가 있다고 알리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 주변에서 쉽게 줄일 수 있는 미세먼지부터 관심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국민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인 셈입니다. 중국발은 보도하지 않는 KBS? 그래서 KBS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국내 요인에 대해 중점을 두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숨어 있는 대기 오염물질 배출원을 찾아내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단속하면 미세먼지가 줄어들 수 있고, 실제 사례로도 증명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나머지 절반인 중국발에 대해서는 눈 감고 있느냐?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매체에서 보도하지 않은 과학적 연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발굴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기사들은 타 매체에서는 보도되지 않은 내용이지만, KBS에서 가장 먼저 보도한 연구 결과입니다. [연관기사] [단독] “서해 고농도 미세먼지 70%가 중국발” [앵커의 눈] 서해 미세먼지 태평양의 10배…중국 영향 커 KBS가 이처럼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축적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논문으로 발표되거나 학계와 전문가의 검증을 거친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중국에 신뢰도 높은 증거를 제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중국발 미세먼지, KBS와 SBS의 논쟁 그렇지만 일부 언론의 경우 검증된 근거 없이 시청자들에게 중국발을 과도하게 포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KBS는 11월 25일 '저널리즘토크쇼J'에서 지적했습니다. 당시 여러 매체의 보도에 대해 비평했는데 이 가운데 SBS의 1월 5일 8뉴스의 '지난해 고농도 미세먼지 모두 중국발'이란 제목의 기사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시청자들이 '고농도 미세먼지의 중국 기여율이 100%'라고 생각하게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제목을 단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SBS는 지난 26일 다음과 같은 반박 보도를 냈습니다. [취재파일] SBS 중국발 미세먼지 보도가 "대충대충"? SBS의 반박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당 기사는 서울시에서 발표한 2017년의 고농도 사례 8일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꼼꼼히 취재한 결과이며, KBS가 기사의 핵심 내용을 무시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고농도 사례 8일 가운데 황사가 나타난 4일은 "황사는 중국의 영향이 잘 입증돼 있다"며 중국발이라고 주장하고, 나머지 4일은 기상 상황과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KBS가 해당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황사 사례의 경우 몽골과 중국 발생이 혼재돼 있었고, SBS가 중국발 미세먼지가 유입됐다고 설명한 나머지 4일은 국외 유입과 대기 정체 등 다양한 요소가 섞여 있었습니다. 어디에도 8차례 사례 각각에 대해 중국 영향이 크다는 분석은 없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 방법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분석 방법으로는 어느 쪽 영향이 크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고, SBS가 이와 관련해 자문한 적도 없었다"고 답변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SBS는 8뉴스에서 고농도 8일의 사례에 대해 "서울시 분석 결과 모두 중국에서 넘어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하고 '지난해 고농도 미세먼지 모두 중국발'이란 제목을 달고 방송했습니다. 반박 기사에서 "이는 기자인 제 생각이 아닌 서울시의 분석 결과다"라고 밝혔지만, KBS 확인 결과 정작 분석을 한 서울시가 이를 부정한 것입니다. 또 8뉴스에 인터뷰를 한 서울시 관계자는 "본인이 인터뷰한 내용은 2016년 발간된 보고서와 관련된 내용일 뿐, 해당 기사에서 설명하는 2017년의 고농도 사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기사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8뉴스의 기사와 반박 기사 어디에도 서울시나 전문가의 검증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미세먼지 줄이기'가 공통 분모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것은 조금 더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것입니다. 정부도 언론도 국민도 목표는 같을 것입니다. SBS도 그동안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국내 요인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보도를 해왔습니다. 다만 위 기사의 경우 고농도 미세먼지는 모두 중국발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비상 대책을 발령해도,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별로 크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기존의 비상 저감 조치가 공공 차량 2부제 등 매우 제한된 저감 정책이었기 때문에 효과가 작았다고 말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결국 '모두 중국발'이라는 논리로 당장 우리가 줄일 수 있는 부분의 해결 의지를 꺾은 셈입니다. 또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보도 내용이다 보니 중국이 인정할 만한 증거로서의 가치가 낮은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KBS가 미세먼지에 대해 보도하는 관점은 분명합니다. 미세먼지 탓에 괴로운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당장 줄일 수 있는 오염원에 대해 알리는 보도를 하는 한편, 미세먼지는 '모두 중국발'이라는 등 잘못 알려진 통념을 바로잡고자 하는 것입니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과학자들의 연구를 계속해서 소개하는 데에도 힘쓸 것입니다. KBS에 대해 '중국을 대변하는 모양새'라고 표현한 SBS도 이 기사를 통해 오해를 풀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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