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캐러밴 텐트촌은 ‘포화상태’…‘인도주의 vs 국경봉쇄’ 딜레마

입력 2018.12.02 (14:01) 수정 2018.12.0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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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CNN사진 출처:CNN

울타리가 둘러싼 야구장에 크고 작은 텐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간이 화장실도 설치돼 있고, 음식을 배식하는 막사와 간단한 약을 받고 치료를 하는 간이 병원 시설도 보인다. 마치 전쟁을 피해 탈출한 피난민 텐트촌 같은 이곳,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 캐러밴들이 노숙하고 있는 멕시코 티후아나의 이민자 임시보호소다.

□ 열악한 이민자 텐트촌…맨바닥에 비닐봉지 깔고 생활

쓰레기장과 간이 화장실 바로 옆에 설치된 텐트 더미 속에서 지내고 있다. 천막도 처져 있고, 곳곳에 옷을 줄에 걸어 말리는 풍경도 보인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불을 쳐 놓았지만 여의치 않다.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얻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 기다려야 한다. 급식소 바로 옆에는 간이 병원이 있는데 하루에도 수차례 응급환자들이 이 병원으로 이송된다.

멕시코 정부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접경 지역에 모여든 중미 출신 이민자가 9천여 명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특히 미국 샌디에이고와 맞닿은 티후아나에만 6천여 명이 모여들어 있고 지금도 2천여 명의 캐러밴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민자들의 임시보호소는 티후아나 곳곳에 수십 개가 있지만 이미 수용 한계를 넘어 포화상태다. 그래서 이번에 올라온 중미 출신 이민자들을 위해 베니토 후아레스 스포츠단지의 야구장을 고쳐 임시보호소를 설치했다. 하지만 2천 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인데 벌써 5천 명 넘는 이민자들이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 도로와 인근 거리 곳곳에도 상당수 이민자가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이민자들이 계속 물밀 듯이 밀려오면서 임시보호소는 갈수록 과밀해지고 생활 환경은 열악해지고 있다. 텐트 한쪽을 차지한 이민자는 그나마 다행이다. 상당수 이민자는 맨바닥에 비닐봉지나 담요를 깔고 생활하고 있다. 간이 화장실도 부족해 이용하려면 긴 줄을 서야 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돼 이민자들은 호흡기질환이나 수두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민자들 가운데는 여성과 갓난아기, 아이들도 많다. 그래서 티후아나 시 당국은 최근 질병에 걸린 환자 등 체력이 떨어진 200여 명의 이민자를 인근에 환경이 더 나은 보호시설로 이송하기도 했다.

사진 출처:CNN사진 출처:CNN

□ 캐러밴은 왜 생겨났나?…갈수록 대규모 이민행렬

중미 출신 이민자들의 행렬, 캐러밴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10년부터다.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소위 중미 3개국 출신들이 많다. 이들은 모국의 가난을 피해, 또 마약 갱단의 폭력과 살인, 협박 등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다.

미국 정착을 희망하며 목숨을 걸고 3천600Km 힘든 여정을 트럭을 얻어 타기도 하고 때론 걸어서 무작정 미국 국경과 맞닿은 멕시코까지 이동해 온다. 이들이 캐러밴을 구성한 것은 안전 때문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을 향해 걸어가던 초기 이민자들은 '코요테'라 불리는 밀입국 브로커들로부터 시달려야 했다. 수천 달러씩 사례비를 요구하고 또 폭행을 일삼아 이들 브로커의 횡포를 피하려고 온두라스 등지에서 일부 시민단체들이 미국을 향하는 난민들을 조직한 것이 캐러밴의 시작이다.

부활절을 전후해 해마다 수백 명의 캐러밴이 중미 곳곳에서 형성돼 미국과 멕시코 사이 국경까지 올라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가 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사진 출처:로이터사진 출처:로이터

□ 아이에게 최루탄 쏴…미국의 딜레마 ‘인도주의냐, 국경봉쇄냐’

지난달 25일에는 망명신청을 빨리 받아달라며 시위를 벌이던 이민자 수백 명이 기습적으로 국경으로 행진하는 바람에 미국 국경순찰대가 최루탄을 쏘며 저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기저귀를 찬 어린아이들이 포함된 이민자 행렬에 최루가스를 발사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이처럼 반이민 정책을 펴고 있는 트럼프 정부는 이민자들의 밀입국을 봉쇄하고 아예 망명 신청조차 받아주지 않으려 시도하고 있다. 산 이시드로 검문소에선 하루 백 명도 안 되는 이민자들의 망명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티후아나에만 망명 신청 대기자만 6천 명이 넘는다. 따라서 새로 도착한 이민자들은 망명 신청에만 수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

최근에 갑자기 불어난 이민자들에게 피로감을 느낀 티후아나 일부 시민들은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보호시설은 대부분 울타리가 쳐져 있거나 높은 담장으로 쌓여있다. 일부 멕시코 시민들이 이민자들에게 자기 나라로 돌아가라며 폭행을 하는 일도 잦기 때문이다.

미국은 연방 이민국적법과 국제난민협약에 따라 미국에 입국한 외국인들의 망명 신청은 일단 받아주고 망명재판을 받는 동안 이민자들의 체류도 허용해 이들을 인도주의적으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망명 신청자가 32만 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해마다 7만 명씩 망명 신청자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망명 신청자 가운데 망명 승인을 받는 이민자는 한 해 2만 3천 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망명 재판을 받는 대기자가 많아지면서 심사가 끝나기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평균 1,300일을 대기해야 한다. 이들 대기자 상당수는 수용소 생활을 해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민자들의 망명이나 난민 신청을 받아줘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망명이나 난민의 지위를 얻는 사람에게는 미국 시민이 낸 세금이 들어간다. 정착에 필요한 각종 지원비와 혜택을 줘야 해서 미국 시민들의 눈길이 곱지만은 않은 것이다. 특히 같은 남미 출신들은 이들의 입국을 더 반기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가뜩이나 일자리가 부족한데 같은 남미 이민자들로서는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또 망명 신청 대기자가 망명재판에 안 나타나고 불법으로 달아나 체류하는 경우도 많다. 불법 체류자가 되는 것이다. 미국에는 2016년 말 현재 불법체류 이민자 수가 1,070만 명에 달한다.

사진 출처:CNN사진 출처:CNN

□ 멕시코에 체류하거나 차라리 밀입국 선택…귀국자도 늘어나

망명 신청조차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어렵게 망명 신청을 해도 힘들고 긴 망명재판을 받아야 하며 또 망명 승인을 받기는 것은 더 어려운 처지다. 미국은 경제적 이유의 망명은 받아주지 않는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는 이민자들이 망명 심사가 끝날 때까지는 멕시코에 머물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상당수 이민자는 고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현지시간 지난달 29일에는 티후아나에서 망명 신청을 기다리던 이민자 350명이 모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멕시코 당국에 전달했다.

또 합법적인 망명자 신분을 얻어 미국에 정착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많은 이민자는 일단 멕시코 티후아나 등 미국 남부 국경 인근 도시에 정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멕시코에 일단 체류하는 이민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결국 강과 사막을 건너거나 브로커를 통해 트레일러에 몸을 싣고 밀입국을 시도하는 처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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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2 14:01:29
    • 수정2018-12-02 15:19:33
    특파원 리포트
사진 출처:CNN
울타리가 둘러싼 야구장에 크고 작은 텐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간이 화장실도 설치돼 있고, 음식을 배식하는 막사와 간단한 약을 받고 치료를 하는 간이 병원 시설도 보인다. 마치 전쟁을 피해 탈출한 피난민 텐트촌 같은 이곳,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 캐러밴들이 노숙하고 있는 멕시코 티후아나의 이민자 임시보호소다.

□ 열악한 이민자 텐트촌…맨바닥에 비닐봉지 깔고 생활

쓰레기장과 간이 화장실 바로 옆에 설치된 텐트 더미 속에서 지내고 있다. 천막도 처져 있고, 곳곳에 옷을 줄에 걸어 말리는 풍경도 보인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불을 쳐 놓았지만 여의치 않다.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얻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 기다려야 한다. 급식소 바로 옆에는 간이 병원이 있는데 하루에도 수차례 응급환자들이 이 병원으로 이송된다.

멕시코 정부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접경 지역에 모여든 중미 출신 이민자가 9천여 명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특히 미국 샌디에이고와 맞닿은 티후아나에만 6천여 명이 모여들어 있고 지금도 2천여 명의 캐러밴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민자들의 임시보호소는 티후아나 곳곳에 수십 개가 있지만 이미 수용 한계를 넘어 포화상태다. 그래서 이번에 올라온 중미 출신 이민자들을 위해 베니토 후아레스 스포츠단지의 야구장을 고쳐 임시보호소를 설치했다. 하지만 2천 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인데 벌써 5천 명 넘는 이민자들이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 도로와 인근 거리 곳곳에도 상당수 이민자가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이민자들이 계속 물밀 듯이 밀려오면서 임시보호소는 갈수록 과밀해지고 생활 환경은 열악해지고 있다. 텐트 한쪽을 차지한 이민자는 그나마 다행이다. 상당수 이민자는 맨바닥에 비닐봉지나 담요를 깔고 생활하고 있다. 간이 화장실도 부족해 이용하려면 긴 줄을 서야 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돼 이민자들은 호흡기질환이나 수두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민자들 가운데는 여성과 갓난아기, 아이들도 많다. 그래서 티후아나 시 당국은 최근 질병에 걸린 환자 등 체력이 떨어진 200여 명의 이민자를 인근에 환경이 더 나은 보호시설로 이송하기도 했다.

사진 출처:CNN
□ 캐러밴은 왜 생겨났나?…갈수록 대규모 이민행렬

중미 출신 이민자들의 행렬, 캐러밴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10년부터다.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소위 중미 3개국 출신들이 많다. 이들은 모국의 가난을 피해, 또 마약 갱단의 폭력과 살인, 협박 등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다.

미국 정착을 희망하며 목숨을 걸고 3천600Km 힘든 여정을 트럭을 얻어 타기도 하고 때론 걸어서 무작정 미국 국경과 맞닿은 멕시코까지 이동해 온다. 이들이 캐러밴을 구성한 것은 안전 때문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을 향해 걸어가던 초기 이민자들은 '코요테'라 불리는 밀입국 브로커들로부터 시달려야 했다. 수천 달러씩 사례비를 요구하고 또 폭행을 일삼아 이들 브로커의 횡포를 피하려고 온두라스 등지에서 일부 시민단체들이 미국을 향하는 난민들을 조직한 것이 캐러밴의 시작이다.

부활절을 전후해 해마다 수백 명의 캐러밴이 중미 곳곳에서 형성돼 미국과 멕시코 사이 국경까지 올라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가 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사진 출처:로이터
□ 아이에게 최루탄 쏴…미국의 딜레마 ‘인도주의냐, 국경봉쇄냐’

지난달 25일에는 망명신청을 빨리 받아달라며 시위를 벌이던 이민자 수백 명이 기습적으로 국경으로 행진하는 바람에 미국 국경순찰대가 최루탄을 쏘며 저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기저귀를 찬 어린아이들이 포함된 이민자 행렬에 최루가스를 발사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이처럼 반이민 정책을 펴고 있는 트럼프 정부는 이민자들의 밀입국을 봉쇄하고 아예 망명 신청조차 받아주지 않으려 시도하고 있다. 산 이시드로 검문소에선 하루 백 명도 안 되는 이민자들의 망명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티후아나에만 망명 신청 대기자만 6천 명이 넘는다. 따라서 새로 도착한 이민자들은 망명 신청에만 수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

최근에 갑자기 불어난 이민자들에게 피로감을 느낀 티후아나 일부 시민들은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보호시설은 대부분 울타리가 쳐져 있거나 높은 담장으로 쌓여있다. 일부 멕시코 시민들이 이민자들에게 자기 나라로 돌아가라며 폭행을 하는 일도 잦기 때문이다.

미국은 연방 이민국적법과 국제난민협약에 따라 미국에 입국한 외국인들의 망명 신청은 일단 받아주고 망명재판을 받는 동안 이민자들의 체류도 허용해 이들을 인도주의적으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망명 신청자가 32만 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해마다 7만 명씩 망명 신청자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망명 신청자 가운데 망명 승인을 받는 이민자는 한 해 2만 3천 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망명 재판을 받는 대기자가 많아지면서 심사가 끝나기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평균 1,300일을 대기해야 한다. 이들 대기자 상당수는 수용소 생활을 해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민자들의 망명이나 난민 신청을 받아줘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망명이나 난민의 지위를 얻는 사람에게는 미국 시민이 낸 세금이 들어간다. 정착에 필요한 각종 지원비와 혜택을 줘야 해서 미국 시민들의 눈길이 곱지만은 않은 것이다. 특히 같은 남미 출신들은 이들의 입국을 더 반기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가뜩이나 일자리가 부족한데 같은 남미 이민자들로서는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또 망명 신청 대기자가 망명재판에 안 나타나고 불법으로 달아나 체류하는 경우도 많다. 불법 체류자가 되는 것이다. 미국에는 2016년 말 현재 불법체류 이민자 수가 1,070만 명에 달한다.

사진 출처:CNN
□ 멕시코에 체류하거나 차라리 밀입국 선택…귀국자도 늘어나

망명 신청조차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어렵게 망명 신청을 해도 힘들고 긴 망명재판을 받아야 하며 또 망명 승인을 받기는 것은 더 어려운 처지다. 미국은 경제적 이유의 망명은 받아주지 않는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는 이민자들이 망명 심사가 끝날 때까지는 멕시코에 머물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상당수 이민자는 고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현지시간 지난달 29일에는 티후아나에서 망명 신청을 기다리던 이민자 350명이 모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멕시코 당국에 전달했다.

또 합법적인 망명자 신분을 얻어 미국에 정착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많은 이민자는 일단 멕시코 티후아나 등 미국 남부 국경 인근 도시에 정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멕시코에 일단 체류하는 이민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결국 강과 사막을 건너거나 브로커를 통해 트레일러에 몸을 싣고 밀입국을 시도하는 처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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