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지상주의가 웬말인가요?’…‘얼굴’ 통해 ‘삶’을 엿보다

입력 2018.12.02 (21:26) 수정 2018.12.0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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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외모지상주의.

하지만 빼어나게 잘생기거나 예쁘지 않더라도 사실 우리네 모두의 얼굴에는 저마다의 아름다운 삶의 흔적과 관계들이 녹아있습니다.

매일 보면서도 별 생각없이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얼굴들.

이민우, 김진우, 이수연 세 기자가 담은 얼굴 이야기를 전합니다.

[리포트]

▼나는 내 얼굴이 자랑스러워요▼

독사진 한 장 찍어본 게 언제적인지.

["몇년 됐어. 몇~~년 됐어요. 호호호."]

어르신 얼굴을 찍어드리는 문화사업.

["자 활짝 웃으시구요~"]

["난 사진만 찍으면 이렇게 경직이 된다 그래가지구"]

깊게 패인 주름, 얼굴에 묻은 삶의 흔적들.

[이창래/71살 : "먹고 살려고 뛰다 보니까 늙은 거죠. 그게 주름살이고 훈장이죠. 훈장이라고 생각하면 좋죠."]

나이가 든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한정남/73살 : "받아들이면서 사는 게 좋은 거 같아서 나이 들어가는게 슬프다는 생각은 전혀 없고 그때보다 지금이 너무 좋다 행복하다 이러구 살으니까 항상 재밌어요."]

[오재우/사진작가 : "나도 나중에 나이가 든다면 저런식으로 늙고 싶다. 이런 어른들을 만나게 된게 행운인거 같아요."]

[이병기/70살: "바르게 늙어갈라구 애를 써요. 생긴건 못생겼어도 늙는건 바르게 늙자."]

한 화가는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누군가의 얼굴을 그리는 것은 그 얼굴에 쌓인 세월과 마주하며 다가가는 과정이라구요.

그렇게 누군가에게 한발씩 다가가려 애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의 얼굴은 당신과 다르지 않습니다▼

["(선우 뭐 그렸어요?) 부엉이 부엉이 (부엉이 좋아요?) 네 네."]

["지애 지애 언니 언니"]

["(그림 많이 그렸어요?) 네 (그림 그리면 뭐가 좋아요?) 행복해요."]

네 살에 멈춰버린 29살 선우 씨.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지만 그림 그릴 때만은 진지합니다.

얼굴을 그리라고 하니 부엉이 얼굴을 그립니다.

["부엉이 그렸어요."]

부엉이는 내 친구.

지애 씨의 솜씨와 색감은 작가 못지 않습니다.

말로 표현은 못하지만 가장 사랑하는 언니와 나의 얼굴입니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은혜 씨는 직접 찍은 사진을 보며 얼굴을 그려냅니다.

스무 살이 넘어 발견한 재능,

2천여 명의 얼굴을 그려 전시회도 연 어엿한 전업작가입니다.

이렇게 얼굴을 그리며 세상과 소통합니다.

한 사람의 얼굴을 온전히 담으려면 얼굴을 오랫동안 들여다봐야 하고 들여다 보면 볼 수록 몰랐던 그 사람의 삶이 보이고 이해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얼굴 조차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당신의 얼굴을 보여주세요▼

얼굴을 가리고, 또 가립니다.

점점 사라져 투명해져가는 얼굴.

표정 하나하나를 살려 세심하게 표현하고도, 아예 지워버리기도 합니다.

그저 스쳐지날 뿐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하지 않는 현대인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곽휘곤/작가: "이름이 있고 얼굴이 있는데 그 사람을 바로 보지 않고 그 사람이 가진 배경이나 직업이나 아니면 나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도구로써 바라본다는 거죠."]

접시에 둥실 떠오른 얼굴.

가만히 바라보면 그리운 누군가가 떠오릅니다.

얼굴과 얼굴이 만나면 이야기가 시작되고,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큰 목소리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는 얼굴을 마주해야 비로소 소통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민은희/작가: "얼굴이라는 게 직접적으로 사람을 기억해낼 수 있는 표현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하고요. 단절되거나 그랬던 부분에서 소통이 가능하게 되고..."]

당신은 지금 당신의 얼굴에 만족하십니까?

당신은 타인의 얼굴을 마주하려 하나요?

당신은 지금 당신의 얼굴을 숨기고 있지는 않습니까?

KBS 뉴스 이수연, 김진우, 이민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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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모지상주의가 웬말인가요?’…‘얼굴’ 통해 ‘삶’을 엿보다
    • 입력 2018-12-02 21:28:54
    • 수정2018-12-02 22: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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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외모지상주의.

하지만 빼어나게 잘생기거나 예쁘지 않더라도 사실 우리네 모두의 얼굴에는 저마다의 아름다운 삶의 흔적과 관계들이 녹아있습니다.

매일 보면서도 별 생각없이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얼굴들.

이민우, 김진우, 이수연 세 기자가 담은 얼굴 이야기를 전합니다.

[리포트]

▼나는 내 얼굴이 자랑스러워요▼

독사진 한 장 찍어본 게 언제적인지.

["몇년 됐어. 몇~~년 됐어요. 호호호."]

어르신 얼굴을 찍어드리는 문화사업.

["자 활짝 웃으시구요~"]

["난 사진만 찍으면 이렇게 경직이 된다 그래가지구"]

깊게 패인 주름, 얼굴에 묻은 삶의 흔적들.

[이창래/71살 : "먹고 살려고 뛰다 보니까 늙은 거죠. 그게 주름살이고 훈장이죠. 훈장이라고 생각하면 좋죠."]

나이가 든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한정남/73살 : "받아들이면서 사는 게 좋은 거 같아서 나이 들어가는게 슬프다는 생각은 전혀 없고 그때보다 지금이 너무 좋다 행복하다 이러구 살으니까 항상 재밌어요."]

[오재우/사진작가 : "나도 나중에 나이가 든다면 저런식으로 늙고 싶다. 이런 어른들을 만나게 된게 행운인거 같아요."]

[이병기/70살: "바르게 늙어갈라구 애를 써요. 생긴건 못생겼어도 늙는건 바르게 늙자."]

한 화가는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누군가의 얼굴을 그리는 것은 그 얼굴에 쌓인 세월과 마주하며 다가가는 과정이라구요.

그렇게 누군가에게 한발씩 다가가려 애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의 얼굴은 당신과 다르지 않습니다▼

["(선우 뭐 그렸어요?) 부엉이 부엉이 (부엉이 좋아요?) 네 네."]

["지애 지애 언니 언니"]

["(그림 많이 그렸어요?) 네 (그림 그리면 뭐가 좋아요?) 행복해요."]

네 살에 멈춰버린 29살 선우 씨.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지만 그림 그릴 때만은 진지합니다.

얼굴을 그리라고 하니 부엉이 얼굴을 그립니다.

["부엉이 그렸어요."]

부엉이는 내 친구.

지애 씨의 솜씨와 색감은 작가 못지 않습니다.

말로 표현은 못하지만 가장 사랑하는 언니와 나의 얼굴입니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은혜 씨는 직접 찍은 사진을 보며 얼굴을 그려냅니다.

스무 살이 넘어 발견한 재능,

2천여 명의 얼굴을 그려 전시회도 연 어엿한 전업작가입니다.

이렇게 얼굴을 그리며 세상과 소통합니다.

한 사람의 얼굴을 온전히 담으려면 얼굴을 오랫동안 들여다봐야 하고 들여다 보면 볼 수록 몰랐던 그 사람의 삶이 보이고 이해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얼굴 조차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당신의 얼굴을 보여주세요▼

얼굴을 가리고, 또 가립니다.

점점 사라져 투명해져가는 얼굴.

표정 하나하나를 살려 세심하게 표현하고도, 아예 지워버리기도 합니다.

그저 스쳐지날 뿐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하지 않는 현대인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곽휘곤/작가: "이름이 있고 얼굴이 있는데 그 사람을 바로 보지 않고 그 사람이 가진 배경이나 직업이나 아니면 나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도구로써 바라본다는 거죠."]

접시에 둥실 떠오른 얼굴.

가만히 바라보면 그리운 누군가가 떠오릅니다.

얼굴과 얼굴이 만나면 이야기가 시작되고,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큰 목소리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는 얼굴을 마주해야 비로소 소통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민은희/작가: "얼굴이라는 게 직접적으로 사람을 기억해낼 수 있는 표현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하고요. 단절되거나 그랬던 부분에서 소통이 가능하게 되고..."]

당신은 지금 당신의 얼굴에 만족하십니까?

당신은 타인의 얼굴을 마주하려 하나요?

당신은 지금 당신의 얼굴을 숨기고 있지는 않습니까?

KBS 뉴스 이수연, 김진우, 이민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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