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소총을 든 미 4성 장군…이유는?

입력 2018.12.03 (10:09) 수정 2018.12.0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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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간 주둔 연합군 사령관 미 육군 대장 스콧 밀러 장군(아프가니스탄 가즈니 11월 28일)

별 네 개 미 육군 사령관이 M4 보병 소총을 들고 다니는 이유는?

계급장도 보이지 않고 모자도 쓰지 않아 언뜻 보면 소총을 든 평범한 무장대원 같아 보이는 사람이, 일행 가운데서 어디론가 향하고 있습니다. 그의 계급은 겉옷에 가려 희미하지만 가슴팍에 별 4개 가운데 일부가 보입니다.

아프간 주둔 41개 다국적군을 지휘하는 미 육군 대장 스콧 밀러 사령관입니다. 군 최고계급인 4성 장군입니다. 4성 장군이 전투 현장에 투입된 보병처럼 미 육군 제식소총 M4를 들고 다닌다? 그렇습니다. 아프가니스탄 '가즈니' 지역을 순시하며 보안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이곳에 온 사람은 보병 소총을 든 미 육군 4성 장군입니다.


조금 큰 사진을 보면 밀러 사령관 주위에 미군 경호 부대가 사방을 경계하는 살벌한 모습이 보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총사령관이 무슨 일로 직접 보병 제식 소총을 들고 다닐까? 이 사진이 공개되자 미 본토에선 "사령관이 직접 소총을 들어야 할 정도로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위험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곳곳에서 일었습니다.

뒤늦게 공개된 이 사진이 하도 화제가 되자 아프간 주둔군 대변인이 해명에 나섰습니다. 전투지역에 갈 때, 특히 헬기로 이동할 때는 누구든 자신의 총기를 휴대하며 밀러 대장의 경우 헬기 착륙 후 마땅히 장군의 소총을 둘 데가 없어 그가 직접 갖고 이동했다는 겁니다. 물론 회의에 임할 때는 주변의 미군에게 총을 맡겼다고도 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총사령관인 별 4개, 4성 장군이 직접 소총을 들고 다닌다?

이 사진이 찍히기 불과 한 달여 전인 10월 18일 밀러 사령관은 끔찍한 경험을 합니다. 아프간 칸다하르에서 자신이 참석한 회의 중 아프간 경호원들이 총격을 가했고 밀러 사령관은 가까스로 총격을 피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함께 회의에 참석한 제프리 스마일리 미 육군 준장은 총탄을 피하지 못해 크게 다쳐 본국 육군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이 총격 사건과 밀러 대장이 소총을 직접 들고 다니는 것이 연관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릿지웨이 장군(1951년 한국전쟁 당시)릿지웨이 장군(1951년 한국전쟁 당시)

이 사진을 보도한 매체는 장군이 직접 보병 무기를 든 사례로 한국전쟁 때 미 8군 사령관과 유엔군 사령관을 맡았던 매튜 리지웨이 미 육군 장군을 예로 들었습니다. 당시 사진엔 그의 가슴에 달린 보병 수류탄이 선명합니다.

아프가니스탄...미국에 잊혀진 전쟁? 희생은 계속된다

보병 소총을 든 밀러 대장이 아프간 가즈니 지역을 방문한 때가 11월 22일, 그런데 불과 닷새 후 바로 이곳에서, 도로에 매설된 폭탄이 터져 미군 특수부대 병사 3명이 전사하고 3명이 다쳤습니다. 올해 미군이 입은 가장 큰 인명 손실입니다.

휘하의 장군이 눈앞에서 총탄에 쓰러지고 자신이 며칠 전 방문했던 지역에선 미 특수부대원들이 공격을 받아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밀러 대장이 보병 소총을 휴대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故 테일러 소령 (유타 주 노스오그던 시장)故 테일러 소령 (유타 주 노스오그던 시장)

아직 아프간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미군이 계속 목숨을 잃고 있다는 사실은 미군 수송기로 병사들의 유해가 운구되고 이를 애도하는 뉴스가 나올 때에만 상기되는 듯합니다. 그런 뉴스 가운데는 가슴 아픈 이야기들도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유타주의 작은 도시 노스오그던 시장이던 테일러 소령의 이야기입니다. 39살 주 방위군 소속 소령이자 시장이면서 일곱 아이의 아빠인 테일러는 시장직을 잠시 내려놓고 아프간에 파병됐다 전사했습니다. 특히 전사 직전 그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누가 승리하든 분열될 때보다 힘을 합칠 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라는 선거 참여 메시지를 전해, 많은 미국인이 그의 전사 소식에 안타까워했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2014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모든 군사작전 중지를 선언했습니다. 다만 아프간 정부군의 훈련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만여 명의 병력이 계속 주둔하고 있습니다. 미군이 군사작전 중지를 선언했다고 미군이 총을 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적대세력이 미군을 가만 놔두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상 전쟁은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미군공습으로 상처를 입고 29일 병원에서 치료받는 아프간 어린이 / 출처 : EPA=연합뉴스미군공습으로 상처를 입고 29일 병원에서 치료받는 아프간 어린이 / 출처 : EPA=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2015년 10명, 2016년 9명, 2017년 11명, 그리고 2018년에는 지금까지 12명이 아프가니스탄 전투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11월 27일엔 미군의 아프간 남부 헬만드 주 탈레반 거점 공습으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 적어도 23명 숨졌다고 UN조사를 인용해 AF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2001년 부시 대통령의 명령으로 시작된 전쟁은 18년 째 끝나지 않고, 이렇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아프간전쟁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이유는?

그러면 미국은 이런 전쟁을 왜 끝내지 못하고 계속하고 있는 걸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27일 워싱턴 포스트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미군이 계속 주둔하고 있는 유일한 이유는 "전문가들이 자신에게 미국이 계속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며 싸워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앞서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선 앵커 왈라스씨의 기습 질문이 나왔습니다. "대통령님은 왜 앞선 대통령들처럼 전쟁터에 있는 미군 병사들을 찾아가지 않으시나요? 총사령관에 취임하신 지 벌써 2년이 지났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당황한 듯 "아 그거는 계획에 있어요...그렇지만 보안문제 라든가 뭐 그런 문제가 있어서..." "나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어요. 그건 실수였어요, 일어나선 안 될 전쟁이었지요…."

뭔가 말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와중에 앵커 왈라스씨는 이렇게 묻습니다. "대통령님 전쟁지역 방문은 병사들을 위한 거잖아요!" 거듭 당황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 말은 맞아요" "하지만 나는 다른 어떤 대통령보다 군대를 위해 많은 일을 했어요. 예산도 많이 줬고요. 특히 퇴역 군인들을 위해서요. 나보다 군대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한 사람은 없어요."

아프간 등 미군이 파병된 전쟁지역에서의 미국의 내밀한 전략을 제대로 알거나 이해하긴 어렵지만 미군의 최고사령관인 대통령의 언론 인터뷰에서 실마리 정도는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총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공개된 스콧 밀러 육군 대장은 오늘도 아프간 곳곳에서 작전을 지휘할 것입니다. 아직도 미 육군 공식 제식소총 M4가 그의 손에 들려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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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소총을 든 미 4성 장군…이유는?
    • 입력 2018-12-03 10:09:26
    • 수정2018-12-03 10:10:21
    특파원 리포트
▲ 아프간 주둔 연합군 사령관 미 육군 대장 스콧 밀러 장군(아프가니스탄 가즈니 11월 28일)
별 네 개 미 육군 사령관이 M4 보병 소총을 들고 다니는 이유는? 계급장도 보이지 않고 모자도 쓰지 않아 언뜻 보면 소총을 든 평범한 무장대원 같아 보이는 사람이, 일행 가운데서 어디론가 향하고 있습니다. 그의 계급은 겉옷에 가려 희미하지만 가슴팍에 별 4개 가운데 일부가 보입니다. 아프간 주둔 41개 다국적군을 지휘하는 미 육군 대장 스콧 밀러 사령관입니다. 군 최고계급인 4성 장군입니다. 4성 장군이 전투 현장에 투입된 보병처럼 미 육군 제식소총 M4를 들고 다닌다? 그렇습니다. 아프가니스탄 '가즈니' 지역을 순시하며 보안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이곳에 온 사람은 보병 소총을 든 미 육군 4성 장군입니다. 조금 큰 사진을 보면 밀러 사령관 주위에 미군 경호 부대가 사방을 경계하는 살벌한 모습이 보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총사령관이 무슨 일로 직접 보병 제식 소총을 들고 다닐까? 이 사진이 공개되자 미 본토에선 "사령관이 직접 소총을 들어야 할 정도로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위험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곳곳에서 일었습니다. 뒤늦게 공개된 이 사진이 하도 화제가 되자 아프간 주둔군 대변인이 해명에 나섰습니다. 전투지역에 갈 때, 특히 헬기로 이동할 때는 누구든 자신의 총기를 휴대하며 밀러 대장의 경우 헬기 착륙 후 마땅히 장군의 소총을 둘 데가 없어 그가 직접 갖고 이동했다는 겁니다. 물론 회의에 임할 때는 주변의 미군에게 총을 맡겼다고도 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총사령관인 별 4개, 4성 장군이 직접 소총을 들고 다닌다? 이 사진이 찍히기 불과 한 달여 전인 10월 18일 밀러 사령관은 끔찍한 경험을 합니다. 아프간 칸다하르에서 자신이 참석한 회의 중 아프간 경호원들이 총격을 가했고 밀러 사령관은 가까스로 총격을 피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함께 회의에 참석한 제프리 스마일리 미 육군 준장은 총탄을 피하지 못해 크게 다쳐 본국 육군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이 총격 사건과 밀러 대장이 소총을 직접 들고 다니는 것이 연관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릿지웨이 장군(1951년 한국전쟁 당시) 이 사진을 보도한 매체는 장군이 직접 보병 무기를 든 사례로 한국전쟁 때 미 8군 사령관과 유엔군 사령관을 맡았던 매튜 리지웨이 미 육군 장군을 예로 들었습니다. 당시 사진엔 그의 가슴에 달린 보병 수류탄이 선명합니다. 아프가니스탄...미국에 잊혀진 전쟁? 희생은 계속된다 보병 소총을 든 밀러 대장이 아프간 가즈니 지역을 방문한 때가 11월 22일, 그런데 불과 닷새 후 바로 이곳에서, 도로에 매설된 폭탄이 터져 미군 특수부대 병사 3명이 전사하고 3명이 다쳤습니다. 올해 미군이 입은 가장 큰 인명 손실입니다. 휘하의 장군이 눈앞에서 총탄에 쓰러지고 자신이 며칠 전 방문했던 지역에선 미 특수부대원들이 공격을 받아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밀러 대장이 보병 소총을 휴대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故 테일러 소령 (유타 주 노스오그던 시장) 아직 아프간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미군이 계속 목숨을 잃고 있다는 사실은 미군 수송기로 병사들의 유해가 운구되고 이를 애도하는 뉴스가 나올 때에만 상기되는 듯합니다. 그런 뉴스 가운데는 가슴 아픈 이야기들도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유타주의 작은 도시 노스오그던 시장이던 테일러 소령의 이야기입니다. 39살 주 방위군 소속 소령이자 시장이면서 일곱 아이의 아빠인 테일러는 시장직을 잠시 내려놓고 아프간에 파병됐다 전사했습니다. 특히 전사 직전 그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누가 승리하든 분열될 때보다 힘을 합칠 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라는 선거 참여 메시지를 전해, 많은 미국인이 그의 전사 소식에 안타까워했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2014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모든 군사작전 중지를 선언했습니다. 다만 아프간 정부군의 훈련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만여 명의 병력이 계속 주둔하고 있습니다. 미군이 군사작전 중지를 선언했다고 미군이 총을 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적대세력이 미군을 가만 놔두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상 전쟁은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미군공습으로 상처를 입고 29일 병원에서 치료받는 아프간 어린이 / 출처 : EPA=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2015년 10명, 2016년 9명, 2017년 11명, 그리고 2018년에는 지금까지 12명이 아프가니스탄 전투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11월 27일엔 미군의 아프간 남부 헬만드 주 탈레반 거점 공습으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 적어도 23명 숨졌다고 UN조사를 인용해 AF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2001년 부시 대통령의 명령으로 시작된 전쟁은 18년 째 끝나지 않고, 이렇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아프간전쟁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이유는? 그러면 미국은 이런 전쟁을 왜 끝내지 못하고 계속하고 있는 걸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27일 워싱턴 포스트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미군이 계속 주둔하고 있는 유일한 이유는 "전문가들이 자신에게 미국이 계속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며 싸워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앞서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선 앵커 왈라스씨의 기습 질문이 나왔습니다. "대통령님은 왜 앞선 대통령들처럼 전쟁터에 있는 미군 병사들을 찾아가지 않으시나요? 총사령관에 취임하신 지 벌써 2년이 지났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당황한 듯 "아 그거는 계획에 있어요...그렇지만 보안문제 라든가 뭐 그런 문제가 있어서..." "나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어요. 그건 실수였어요, 일어나선 안 될 전쟁이었지요…." 뭔가 말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와중에 앵커 왈라스씨는 이렇게 묻습니다. "대통령님 전쟁지역 방문은 병사들을 위한 거잖아요!" 거듭 당황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 말은 맞아요" "하지만 나는 다른 어떤 대통령보다 군대를 위해 많은 일을 했어요. 예산도 많이 줬고요. 특히 퇴역 군인들을 위해서요. 나보다 군대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한 사람은 없어요." 아프간 등 미군이 파병된 전쟁지역에서의 미국의 내밀한 전략을 제대로 알거나 이해하긴 어렵지만 미군의 최고사령관인 대통령의 언론 인터뷰에서 실마리 정도는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총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공개된 스콧 밀러 육군 대장은 오늘도 아프간 곳곳에서 작전을 지휘할 것입니다. 아직도 미 육군 공식 제식소총 M4가 그의 손에 들려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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