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부터 지원 뚝…‘황당한 엄마들’

입력 2018.12.0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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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모 씨는 3살 난 어린 아이를 두고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맞벌이 중입니다. 사랑 듬뿍 주고 키우고 싶지만, 아이를 보다 잘 먹이고 보다 잘 입히려면 외벌이로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부부들, 걱정없이 회사 다니라고 정부가 마련한 정책이 있습니다. '아이돌보미'입니다. 말 그대로 아이를 돌봐주는 도우미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입니다.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비가 차등 적용되는데, 월소득 422만 원 이하의 가구가 이용할 수 있습니다. 6만여 가구, 9만 명의 아이(만3개월 이상~만12세 이하)가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김 씨도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받고 있습니다. 1년 가까이 돌보미와 함께하며 아이를 집에 두고 나오는 엄마의 마음도 한결 편해졌습니다.

엄마를 좌절에 빠뜨린 문자 한 통..."12월부터 중단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11월 말, 문자 한 통이 날라왔습니다. '아이돌보미'가 중단된다고 했습니다. 사업을 지속하기에 지자체의 예산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돌보미를 이용할 수 없거나, 그래도 돌보미가 필요하다면 각자 가정에서 비용을 조달하라고 합니다. 가정마다 많게는 한 달에 170만 원 정도를 부담해야 합니다.

김 씨는 '멘붕'에 빠졌지만, 대안은 없었습니다. 아이를 부탁할 사람도, 기관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150만 원을 주고 돌보미를 계속 모시기로 했습니다. 김 씨의 한 달 월급은 180만 원입니다.

‘아이돌보미’ 사업 일시 중단 안내 공지글‘아이돌보미’ 사업 일시 중단 안내 공지글

"해마다 반복인데요"...'소극적' 대책에 '속 터지는' 엄마들

김 씨 만의 일이 아닙니다. 취재를 했더니 17개 지자체 가운데 7곳에서 12월 사업이 중단되거나 일부 축소됐습니다. 부산, 강원, 충남, 경북, 전남, 전북, 제주 등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이용자가 몰리면서 비용이 조기 소진됐기 때문입니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해마다 연말이면 반복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면 올해엔 대책을 세웠어야 하지 않을까요?" 라는 질문에 수요를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지자체별로 자체 예산 조달을 독려하고, 여성가족부도 3억 8천 만 원 정도를 확보해 지자체에 내려보내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업이 중단된 가정이 몇 곳인지 정부는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엄마들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입니다. 12월부터 서비스가 중단된다는 공지를 받은 이후, 아이돌보미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12월입니다. 누군가는 조부모에게 손을 벌리고, 누군가는 없는 살림을 쪼개 목돈을 냈습니다. 이미 가정은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저출생 대책에도 포함된 '아이돌보미'...내년에 더 확대

맞벌이 부부에게 왜 아이낳기 어렵냐고 물으면, "믿고 맡길 곳이 없다"는 답변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직접 검증한 돌보미를 가정과 연계시켜주는 '아이돌보미'는 만족도가 높은 정책입니다.

정부도 아이돌보미 사업을 확대합니다.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가정의 소득 조건이 현행 월 422만 원 이하에서 내년부터는 553만 원 이하로 완화됩니다. 해당 가정이 지금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1,084억 원이었던 정부 예산도 내년에는 2배로 확대됐습니다. 계산대로라면 10만 여 가구가 아이를 돌보미에게 맡길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린 아이에게 가장 좋은 건 부모가 함께 키우는 것입니다. 그럴 수 없다면 엄마나 아빠, 둘 중 한 명이 같이 있어주는 것입니다. 그것마저도 허락치 않는다면, 믿을 수 있는 누군가가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애착'이라고 합니다. 엄마들이 아이와 한 번 인연을 맺은 아이돌보미를 쉽게 바꿀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부 예산은 12월 한 달 동안 끊겼다 내년 1월 다시 확보됩니다. 그렇다고 이런 사정에 따라 엄마들이 돌보미를 갑자기 중단했다, 다시 신청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와 돌보미와의 '애착'은 잠시 끊겼다, 다시 생기는 기계적인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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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부터 지원 뚝…‘황당한 엄마들’
    • 입력 2018-12-03 15:14:59
    취재K
김 모 씨는 3살 난 어린 아이를 두고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맞벌이 중입니다. 사랑 듬뿍 주고 키우고 싶지만, 아이를 보다 잘 먹이고 보다 잘 입히려면 외벌이로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부부들, 걱정없이 회사 다니라고 정부가 마련한 정책이 있습니다. '아이돌보미'입니다. 말 그대로 아이를 돌봐주는 도우미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입니다.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비가 차등 적용되는데, 월소득 422만 원 이하의 가구가 이용할 수 있습니다. 6만여 가구, 9만 명의 아이(만3개월 이상~만12세 이하)가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김 씨도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받고 있습니다. 1년 가까이 돌보미와 함께하며 아이를 집에 두고 나오는 엄마의 마음도 한결 편해졌습니다.

엄마를 좌절에 빠뜨린 문자 한 통..."12월부터 중단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11월 말, 문자 한 통이 날라왔습니다. '아이돌보미'가 중단된다고 했습니다. 사업을 지속하기에 지자체의 예산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돌보미를 이용할 수 없거나, 그래도 돌보미가 필요하다면 각자 가정에서 비용을 조달하라고 합니다. 가정마다 많게는 한 달에 170만 원 정도를 부담해야 합니다.

김 씨는 '멘붕'에 빠졌지만, 대안은 없었습니다. 아이를 부탁할 사람도, 기관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150만 원을 주고 돌보미를 계속 모시기로 했습니다. 김 씨의 한 달 월급은 180만 원입니다.

‘아이돌보미’ 사업 일시 중단 안내 공지글
"해마다 반복인데요"...'소극적' 대책에 '속 터지는' 엄마들

김 씨 만의 일이 아닙니다. 취재를 했더니 17개 지자체 가운데 7곳에서 12월 사업이 중단되거나 일부 축소됐습니다. 부산, 강원, 충남, 경북, 전남, 전북, 제주 등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이용자가 몰리면서 비용이 조기 소진됐기 때문입니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해마다 연말이면 반복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면 올해엔 대책을 세웠어야 하지 않을까요?" 라는 질문에 수요를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지자체별로 자체 예산 조달을 독려하고, 여성가족부도 3억 8천 만 원 정도를 확보해 지자체에 내려보내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업이 중단된 가정이 몇 곳인지 정부는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엄마들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입니다. 12월부터 서비스가 중단된다는 공지를 받은 이후, 아이돌보미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12월입니다. 누군가는 조부모에게 손을 벌리고, 누군가는 없는 살림을 쪼개 목돈을 냈습니다. 이미 가정은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저출생 대책에도 포함된 '아이돌보미'...내년에 더 확대

맞벌이 부부에게 왜 아이낳기 어렵냐고 물으면, "믿고 맡길 곳이 없다"는 답변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직접 검증한 돌보미를 가정과 연계시켜주는 '아이돌보미'는 만족도가 높은 정책입니다.

정부도 아이돌보미 사업을 확대합니다.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가정의 소득 조건이 현행 월 422만 원 이하에서 내년부터는 553만 원 이하로 완화됩니다. 해당 가정이 지금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1,084억 원이었던 정부 예산도 내년에는 2배로 확대됐습니다. 계산대로라면 10만 여 가구가 아이를 돌보미에게 맡길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린 아이에게 가장 좋은 건 부모가 함께 키우는 것입니다. 그럴 수 없다면 엄마나 아빠, 둘 중 한 명이 같이 있어주는 것입니다. 그것마저도 허락치 않는다면, 믿을 수 있는 누군가가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애착'이라고 합니다. 엄마들이 아이와 한 번 인연을 맺은 아이돌보미를 쉽게 바꿀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부 예산은 12월 한 달 동안 끊겼다 내년 1월 다시 확보됩니다. 그렇다고 이런 사정에 따라 엄마들이 돌보미를 갑자기 중단했다, 다시 신청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와 돌보미와의 '애착'은 잠시 끊겼다, 다시 생기는 기계적인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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