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새해 북한 달력 입수…김정은 위원장 생일이 평일인 이유는?

입력 2018.12.04 (06:27) 수정 2018.12.0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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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새해 북한 달력 2종(제작 : 북한 외국문출판사)

2018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 맘 때쯤이면 한국에서 새해 달력을 주고받는 풍경이 익숙하다. 기자가 상주하고 있는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는 북한 달력도 돌아다닌다. 북한 당국이 선양 현지 공관을 통해 관계 기관이나 기업에 매년 공식 배포하는 달력이다. 북한 외국문출판사에서 제작한 2가지 종류의 2019년 새해 달력을 입수해 분석해 봤다. 그중 하나는 고려 시대 청자 사진들이, 다른 하나는 백두산, 금강산 등 북한의 명승지 사진들이 게재돼 있다.

김정은 위원장 생일은 평일…김일성·김정일 생일은 국경일

새해 북한 달력 첫 장을 넘기면 1월 달력이 나온다. 양력 1월 8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일이다. 북한은 새해에도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을 국경일로 지정하지 않았다. 양력설인 1월 1일은 빨간색 공휴일인데 1월 8일은 검은색 평일로 표시돼 있다.

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광명성절)은 빨간색으로 표시된 국경일이자 공휴일이다. 음력설(2월 5일)이나 건군절(2월 8일), 정월 대보름(2월 19일) 등 다른 공휴일과 달리 2월 16일은 더욱 강조된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다. 2월 달력에는 광명성절이 어떤 날인지 친절하게 설명도 해놨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태양절)도 빨간색으로 표시된 국경일이다. 역시 빨간색 표시에 테두리를 한 번 더 둘러 강조한 것은 광명성절과 똑같다. 4월 달력에도 태양절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다. 태양절은 북한 최대 국경일이자 명절로 통한다.

김정은-김정일-김일성 3부자 생일 김정은-김정일-김일성 3부자 생일

할아버지·아버지에 대한 존경 차원…경제적 이유도

북한 사정에 밝은 선양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 생일이 평일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인민들에게 표시하기 위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아직 젊고 별로 내세울 게 없다고 생각을 해서 국경일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김일성 주석은 62살이던 1974년부터 자신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은 40살이던 1982년부터 공휴일로 지정됐다. 1984년생인 김정은 위원장은 내년에 36살이 된다.

둘째, 경제적인 이유다. 광명성절과 태양절 이외에 김정은 위원장 생일까지 국경일로 지정하려면 주민들에게 배급을 줘야 하는데 북한의 식량 사정상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식용유나 고기라도 배급을 해서 명절 분위기를 내야 하는데 평양만 하더라도 인구가 200만 명이나 되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양면으로 인쇄된 북한 달력 양면으로 인쇄된 북한 달력

양면 인쇄된 새해 북한 달력…비용 절감 목적인 듯

새해 북한 달력의 또 다른 특징은 양면으로 인쇄돼 있다는 점이다. 7월~12월 달력은 1월~6월 달력의 뒷면에 인쇄돼 있다. 북한은 몇 년 전부터 양면으로 공식 배포용 달력을 인쇄해 왔다. 기자는 탁상용 달력 이외에 벽걸이형 달력 중에서 양면으로 인쇄된 달력은 본 적이 없다. 1980년대 달력 이면지를 활용해 새 학기 교과서 표지를 포장했던 기억뿐이다. 중국 지인들에게도 물어보니 중국에도 양면으로 된 벽걸이형 달력은 없다고 한다.

북한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양면으로 달력을 인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컬러 사진 뒷면에 또 다른 컬러 사진을 인쇄하는 형식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한의 경제 상황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공언했듯이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해 혈맹인 중국마저 북한에 등을 돌리는 형국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언제부터 자신의 생일을 국경일로 지정하고 달력을 한 면으로 인쇄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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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새해 북한 달력 2종(제작 : 북한 외국문출판사)
2018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 맘 때쯤이면 한국에서 새해 달력을 주고받는 풍경이 익숙하다. 기자가 상주하고 있는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는 북한 달력도 돌아다닌다. 북한 당국이 선양 현지 공관을 통해 관계 기관이나 기업에 매년 공식 배포하는 달력이다. 북한 외국문출판사에서 제작한 2가지 종류의 2019년 새해 달력을 입수해 분석해 봤다. 그중 하나는 고려 시대 청자 사진들이, 다른 하나는 백두산, 금강산 등 북한의 명승지 사진들이 게재돼 있다. 김정은 위원장 생일은 평일…김일성·김정일 생일은 국경일 새해 북한 달력 첫 장을 넘기면 1월 달력이 나온다. 양력 1월 8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일이다. 북한은 새해에도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을 국경일로 지정하지 않았다. 양력설인 1월 1일은 빨간색 공휴일인데 1월 8일은 검은색 평일로 표시돼 있다. 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광명성절)은 빨간색으로 표시된 국경일이자 공휴일이다. 음력설(2월 5일)이나 건군절(2월 8일), 정월 대보름(2월 19일) 등 다른 공휴일과 달리 2월 16일은 더욱 강조된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다. 2월 달력에는 광명성절이 어떤 날인지 친절하게 설명도 해놨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태양절)도 빨간색으로 표시된 국경일이다. 역시 빨간색 표시에 테두리를 한 번 더 둘러 강조한 것은 광명성절과 똑같다. 4월 달력에도 태양절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다. 태양절은 북한 최대 국경일이자 명절로 통한다. 김정은-김정일-김일성 3부자 생일 할아버지·아버지에 대한 존경 차원…경제적 이유도 북한 사정에 밝은 선양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 생일이 평일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인민들에게 표시하기 위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아직 젊고 별로 내세울 게 없다고 생각을 해서 국경일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김일성 주석은 62살이던 1974년부터 자신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은 40살이던 1982년부터 공휴일로 지정됐다. 1984년생인 김정은 위원장은 내년에 36살이 된다. 둘째, 경제적인 이유다. 광명성절과 태양절 이외에 김정은 위원장 생일까지 국경일로 지정하려면 주민들에게 배급을 줘야 하는데 북한의 식량 사정상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식용유나 고기라도 배급을 해서 명절 분위기를 내야 하는데 평양만 하더라도 인구가 200만 명이나 되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양면으로 인쇄된 북한 달력 양면 인쇄된 새해 북한 달력…비용 절감 목적인 듯 새해 북한 달력의 또 다른 특징은 양면으로 인쇄돼 있다는 점이다. 7월~12월 달력은 1월~6월 달력의 뒷면에 인쇄돼 있다. 북한은 몇 년 전부터 양면으로 공식 배포용 달력을 인쇄해 왔다. 기자는 탁상용 달력 이외에 벽걸이형 달력 중에서 양면으로 인쇄된 달력은 본 적이 없다. 1980년대 달력 이면지를 활용해 새 학기 교과서 표지를 포장했던 기억뿐이다. 중국 지인들에게도 물어보니 중국에도 양면으로 된 벽걸이형 달력은 없다고 한다. 북한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양면으로 달력을 인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컬러 사진 뒷면에 또 다른 컬러 사진을 인쇄하는 형식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한의 경제 상황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공언했듯이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해 혈맹인 중국마저 북한에 등을 돌리는 형국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언제부터 자신의 생일을 국경일로 지정하고 달력을 한 면으로 인쇄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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